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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드신 건가요, 선생님?」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니,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눈꺼풀을 떠 봐도, 내 의식은 어째서인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아아, 다행이다. 아직, 여기[・・]에 계셨군요」
꿈인 듯 현실인 듯, 혹은 그 경계인 듯.
어딘가로 달려가는 전철 안, 확실한 것은 덜컹덜컹 울리는 진동뿐.
「너는, 분명……?」
시선 끝에는 푸른 장발의 소녀가 있었다.
연방학생회.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조직의 교복일 것이다.
「네. 제 이름도, 이미 잊어버리셨겠죠」
늠름한 목소리에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나는 그저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 시간도, 분명 당신의 기억에는 남지 않겠죠. 하지만, 그걸로 됐어요」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는, 홀로그램 같은 빛을 머리 위에 켠 소녀.
푸른 하늘 같은 장발을 아침 햇살에 비추며, 그녀는 쓸쓸하게 웃고 있었다.
「조금만 더, 마지막으로[・・・・・]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말의 의미도, 지금까지의 기억도, 나에게는 없었다.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간직한[・・・] 채, 전철은 호수 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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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커브에 주의하세요』
휘청하고 전철이 흔들려, 내 의식이 어느 정도 현실로 되돌아온다.
다시 진흙탕처럼 가라앉기 전에, 나는 어떻게든 말을 짜냈다.
「……나는, 너의 선생님[・・・]이었나?」
조금 놀란 듯,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아주,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저녁노을 같은 안쪽 머리색이, 우울한 미소와 잘 어울렸다.
지금도 향하는 눈동자에는, 어딘가 신뢰의 빛깔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내 시선은 조금 아래로 향한다.
「……미안해.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을 것 같아」
소녀의 발밑으로 떨어지는 선혈도, 뒤로 흘러가는 풍경도…….
아무래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툭 내뱉은 말조차, 차가운 공기에 녹아 버릴 듯이 약했다.
「아뇨, 선생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에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제 실수였으니까요」
얕은 물가에서 캐치볼을 계속하다 보면, 이별의 시간이 오겠지.
그 전에 부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점점 둔해지는 의식으로,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 ■■.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전철은 멈춰 있었다.
간판이나 전광판에 쓰인 글자는 이상하게도 읽을 수 없다. 다만, 어딘가의 중간 역일 것이라고는 이해할 수 있다.
「이건, 오류 같은 거겠죠. 선생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소녀의 말대로, 그냥 앉아 있으면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나는 어떻게든 문으로 걸어갔다.
「──잠깐, 걸어볼까?」
돌아본 곳의 소녀는, 놀란 듯 고민하는 듯.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네온처럼, 그 표정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맑아지는 듯한 미소로 안정된 모습이다.
「……네, 그럴까요!」
내민 내 손을 잡고, 소녀는 중간 역으로 내렸다.
차내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역으로 보이는데도, 어딘가 현실감 없는 광경이었다.
「역시,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것 같네」
「……네. 여기는, 그런 세계니까요」
개찰구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려 해도, 중간에 안개가 낀 것처럼 막혀 있다.
용기를 내어 나아가 봐도, 수십 걸음을 걸어도 끝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플랫폼으로 돌아와, 우리는 느긋하게 걸어갔다.
「텅 빈 플랫폼이라는 것도, 왠지 낯선 풍경이네」
「후훗. 선생님은 늘[・・]、딱 러시아워 시간에 통근하시니까요」
끝없이 넓은 공간은, 우리만의 것이었다.
늘. 그런 말이 가리키는 나날들은, 나에게는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맞다. 잠깐만, 달려볼까?」
「……엣, 그건?」
기분을 풀려고 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는지.
곰곰이 생각할 틈도 없이,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말 그대로야. 여기서, 예를 들면 저 자판기까지로 할까. 경쟁이라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엣, 선생님? 저는, 물론 괜찮지만요……」
거리로는, 50미터 정도일까. 하얀 자판기를 가리키며, 나는 소녀에게 그렇게 제안한다.
하지만, 왜일까. 나를 돌아보는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놀란 듯한 빛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후훗. 당신이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어요! 저 시침이 한 바퀴 더 돌면, 시작이에요」
「알았어. 위험한 것도 없고, 괜찮을 것 같네」
흥미를 느낀 듯, 소녀는 발목을 쭉 뻗고 있다.
나도, 약간 스트레칭을 해두고…… 그리고, 시계 바늘이 0을 가리킨 순간이었다.
「영차!」
초가을 같은 바람이 불고, 경쾌하게 땅을 차는 발소리가 하나.
시선을 올려보니, 그녀는 가볍게 자판기 위에 착지해 있었다.
「──에헤헷. 역시, 승부가 안 되네요!」
「……응.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아」
초인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이 뇌리를 스쳤다.
일단 나도 진지하게 달려, 자판기 옆에서 멈춰 섰다. 그렇게 나쁜 기록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때쯤에는 소녀는 이미 땅에 내려와 있었다.
「놀랐어. 설마, 이 세상에 그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아하핫, 선생님? 당신의 학생은, 대부분 이런 느낌이에요」
정말로 “선생님”으로서 해나갈 수 있을지, 조금 불안해진 듯.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옆에서, 소녀는 작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것도 분명, 앞으로 알아가게 되겠죠. 다시 한번, 천천히」
무언가 질문을 던지려던 순간, 어디선가 기적 소리가 울렸다.
이제 슬슬, 전철은 떠나 버릴 것이다. 돌아가야 한다고, 어째서인지 나도 알았다.
「그러면, 선생님. 안녕──」
「그 전에, 잠깐만 기다려줄래?」
이별까지는, 앞으로 수십 초 정도 시간이 있는 것 같아서.
자판기 쪽으로 달려가, 조용히 버튼을 누르고. 덜컹 하고 나온 음료수를, 나는 소녀에게 내밀었다.
「뭐랄까, 목마르지 않았다면 미안해」
「선생님? 이건……」
딸기 우유.
어느 길모퉁이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포장의 것이다.
「……왜, 이걸?」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네가 좋아했던 것 같아서」
선명한 분홍색 병을, 소녀는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다.
내 기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겠다. 소녀의 미소에서는, 쓸쓸함 외에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으니까.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아아,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지만, 이것도 내 착각일까.
감사의 말에 섞이듯, 단 한마디…….
『헤어지는 건, 싫은데……』
그런 중얼거림이, 정말 작게 들린 듯.
하지만, 되물을 틈도 없이 남은 시간은 끝나 버린다.
무언가에 재촉당하듯 차내로 돌아오니, 그녀는 함께 타지 않는 모양이었다.
「또 보자, □□□」
차가운 문 너머로, 작게 손을 흔들어 주는 소녀에게 작별을 고한다.
방금 산 딸기 우유를 한 손에 들고, 나의 소중한 학생은 쓸쓸하게 웃고 있었다.
「……선생님. 언젠가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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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아로프라소설 많이 번역해줘서 고마워요
안그래도 맛들려서 하나 더 번역중임
https://gall.dcinside.com/projectmx/15193456
아로프라 일상물은 개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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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번역한 두개와 이어지는 거라고 봐도 되나?
ㅇㅇ 같은작가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