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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화해
-리오-
내가 향한 곳은 잠복처인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원이었다.
트럭이 많이 달리는 큰 길을 건너, 24시간 영업하는 슈퍼 앞을 지나, 그러고 나서 몇 분이면 도착한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연못이 있고, 나무로 된 다리가 놓여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광장이다.
광장에는 청동으로 만든 동물들이 원형으로 놓여 있었다.
고릴라, 하마, 해달, 코알라, 그리고 판다.
왜인지 고릴라만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굉장히 진지해 보인다.
그 진지한 고릴라의 어깨에 걸터앉아, 신발 끝으로 자갈을 휘저었다.
약속 시간인 새벽 4시까지 앞으로 5분.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3시 57분. 아직 오지 않는다. 일부러 기다리게 하려는 작전일까.
4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점점 쓸쓸해진다.
4시 3분. 완전히 쓸쓸해졌다.
4시 8분. 마침내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리오 선배."
하지만 목소리가 다르다.
"어? 아리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뒤를 돌아보자, 눈에 들어온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네."
작은 몸을 움츠리며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뻐요!"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유메 선생이다. 텐도 아리스가 아니다.
그런데 눈앞에 서 있는 것은 텐도 아리스 그 자체였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걸까.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당황하고 있자, 아리스는 활짝 웃었다.
"아리스는 리오 선배와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치 하루 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평범한 미소를 짓는다.
"왠지 전보다 마른 것 같아요. 잠은 잘 자고 있나요?"
그곳에 얼마만큼의 노력이 숨겨져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도 보고 싶었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리스, 유메 선생에게 퀘스트를 수령했습니다!"
"퀘스트?"
"리오 선배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데리러 가 달라고요!"
당황스러우면서도 상황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적의 본거지로 쳐들어 가자!"
어젯밤 전화로 유메 선생이 권유했었다.
이쪽의 사정 따윈 듣지도 않고, 제발 부탁이라며 반복할 뿐이었다.
"리오 쨩, 힘을 보태줘!"
굳이 약속 장소에 발걸음을 옮긴 것은 정면으로 거절하기 위해서였다.
아리스를 볼 면목이 없는 내게 이번 작전에 참가할 자격 따윈 없다.
"아리스, 나는..."
입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나의 이기적인 결단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아리스에게 무슨 말을 하라는 거지?
"나의 선택으로 너를..."
아니, 알고는 있다.
무엇보다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리오 선배, 아리스에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필사적으로 말을 자아내려던 나를, 그러나 아리스가 가로막았다.
"물론 너는 나를 용서하지 않겠지만……"
"용서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리스는 역시 웃고 있었다.
"왜냐하면 동료끼리는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는 법이니까요!"
아리스가 내뱉은 말은 믿기지 않는 대사였다.
"내가…… 너의, 동료?"
"네. 리오 선배는 아리스의 동료입니다!"
아리스는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아리스는 알고 있습니다. 리오 선배가 아리스 일행을 뒤에서 지탱해 주었다는 걸요. 그러니까 아리스 일행은 동료입니다!"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한다.
어째서 내게 그런 다정한 말을 해주는 거야?
"하, 하지만 나는 너를..."
"괜찮습니다!"
이번에도 끝까지 말하게 두지 않았다.
"초반의 보스가 후반에 동료가 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약속된 전개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기쁜 표정을 짓는 걸까.
"리오 선배는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런 멋진 분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리스는 생긋 웃었다.
"아리스의 동료가 되어줘서 고맙다고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정해질 수 있는 걸까.
나는 너를 죽이려 했는데.
너에게서 모든 것을 뺏으려 했는데.
"자, 가요!"
아리스에게 손을 이끌려 일어난다.
공원을 나서자 바로 그곳에 유메 선생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뒤에 타!"
유메 선생이 시키는 대로 뒷좌석에 올라탄다.
조수석에 아리스가 타자 차가 출발했다.
분명히 깨달았다. 아니, 뼈저리게 느꼈다.
"흑…… 흐윽……"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했다.
나는 한심한 여자다. 쓰레기다.
만약 유메 선생 일행이 에리두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리스를 죽였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대신 토키에게 실행하게 해서.
토키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녀의 보금자리를 뺏어버렸다.
나는 최악이다. 쓰레기다.
히마리에게 매도당해도 싸다.
끅끅거리는 소리가 목에서 계속 새어 나온다.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뒷좌석에서 넘쳐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벅벅 닦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해……"
중얼거린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지독하게 위선적인 말이 아닌가.
자기 자신을 용서받기 위한 사과.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나는 나를 구하려 하고 있다.
대체 어디까지 떨어져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 떨어져야 바닥이 나올까.
"아니야, 리오 쨩."
찰나의 순간, 룸미러 너머로 유메 선생이 내 얼굴을 보았다.
"고마워, 지?"
그리고 다시 찰나의 순간 내 얼굴을 보았다.
"응……"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사실은 얻어맞고 싶었다.
그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 소원은 들어주지 않겠지.
다들 너무나도 다정하니까.
유메 선생도, 아리스도, 토키도, 유우카도.
그리고 몇 번이고 나를 막으려 해주었던 히마리도.
"고마워, 아리스."
오열이 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감사를 표했다.
조수석에서 뒤를 돌아본 아리스의 얼굴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히마리-
벌써 아침 해가 떴는데도 우트나피쉬팀의 배는 아직 발진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콕핏에서 혼자, 청초계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인 나는 중얼거려 보았다.
"아직 선택할 수 있어요."
굳이 말로 내뱉었다.
작전의 무대는 하늘 저편.
시작되어 버리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애매한 채로 시작되어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메 선생님의 차로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여기서 답을 내야만 한다.
리오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강하게 그녀를 원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원망한다는 말을 쓰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
굳이 표현하자면 성격 차이일까.
타고 있는 휠체어에 비치된 생수병을 집어 들어 입을 대었다.
본선을 세워둔 아비도스 사막의 아침은 더운 탓에 유난히 목이 마르다.
절반 가까이 단숨에 마셔버렸다.
리오와 사이가 틀어진 것은 텐도 아리스의 조사를 마쳤을 무렵이었다.
키보토스에 파멸을 불러올 존재로 위험시한 그녀는 아리스의 말살을 꾀했다.
아리스가 폭주해서 베리타스의 부실을 파괴했다는 명목으로, 게임개발부의 필사적인 항의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반강제적으로 아리스를 에리두로 끌고 갔다.
뭐, 저의 활약도 있어서 아리스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만.
리오와의 관계가 완전히 망가진 것은 그녀의 전속 에이전트였던 토키가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자신의 후배를 손대기 직전까지 혹사했으면서, 요새 도시 에리두와 마찬가지로 주저 없이 내팽개친 것이다.
갑작스럽게 보금자리를 잃은 토키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하지만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리오의 잠복처를 알아낸 유우카가 일부러 전화를 주었었지.
"리오 회장님, 눈에 띄게 풀이 죽어 있었어요."
가식적인 한숨이 휴대 단말기에서 들려왔다.
그때 나는 업무 중이었다.
"어차피 변명만 늘어놓고 있었겠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묻는다.
"반론 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 리오가? 농담이죠?"
진짜예요, 하고 유우카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같이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한마디도 안 해줬다니까요."
"그렇군요. 이번 일로 그 하수도 같은 여자도 조금은 머리를 식힌 모양이네요."
그렇게 대답하자 유우카는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히마리 선배도 참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실례군요. 저는 언제나 자신에게 정직하답니다?"
"악랄한 선택을 짊어지고 있는 회장님에 대한 찬사도 포함되어 있죠? 하수도라는 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왠지 어색해져서 자신의 손톱을 빤히 바라보았다.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오른손 약지를 문지르자 거스러미가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도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고 있었기에 매니큐어도, 보호용 코트도 바르지 않았다.
"히마리 선배, 일은 바쁘신가요?"
묻는 유우카의 목소리는 하지만 한가롭다.
"바빠요. 이번 한 달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까요."
"초현상특무부는 역시 힘들군요."
"힘든 게 당연하잖아요. 요 며칠은 밤늦게까지 계속 일만 했어요."
시계를 보니 밤 10시였다.
오늘은 날짜가 바뀌기 전에 취침할 수 있을까.
반은 푸념, 반은 절차 정리로 앞으로 할 일을 설명했더니,
"항복이에요."
라며 유우카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듣기만 해도 저까지 지쳐버렸어요."
"세상은 엄격한 법이랍니다, 세미나의 회계님?"
솔직한 유우카는 내 말에 제대로 기가 죽어 주었다.
"그렇게 바쁘시다면 리오 회장님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겠네요?"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정말 이 아이는, 하고 생각했다.
하수도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도망칠 길도 제대로 마련해 준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유우카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남을 잘 돌보는 인정가이며, 어울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대로 재능이 두드러지면 재수 없는 면도 나오겠지만, 한결같이 다정한 세미나의 회계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다.
"업무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끊을게요."
"네에."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뭐죠?"
"전달 사항이 좀 있어서요."
묘하게 정중한 목소리가 되었다.
"전달 사항?"
"토키 말인데요, 퇴원하면 C&C에 정식으로 복귀시키기로 했어요."
"어……"
"마찬가지로 입원 중인 네루 선배를 제외한 멤버 전원의 승인을 얻었습니다."
토키의 보금자리를 새로 만들려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 그렇군요."
깊은 곳에서 숨이 새어 나왔다. 후우, 하고.
"일부러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숨이 다시, 후우, 하고 새어 나왔다.
히마리, 하고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콕핏 입구에 리오의 모습이 있었다.
어둠에 섞여 윤곽이 흐릿하다.
"오랜만이네."
내 앞까지 다가온 리오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여전히 우중충한 얼굴을 하고 있군요?"
나도 아무렇지 않은 말투를 가장했다.
아니, 가장하고 있는 건 리오도 마찬가지인가.
지금은 완전한 침묵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리오의 모습을 힐끗 본 뒤, 나는 생수병에 입을 대었다.
차가운 물을 삼키고 말한다.
"조금은 머리를 식혔나요?"
"응."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고 정직한 후배 덕분이야."
"그거, 천재미소녀해커인 제가 소지하지 않은 희귀한 속성이네요."
"확실히."
"저기 말이죠, 리오. 거기는 긍정할 타이밍이 아니에요. 위로하거나 칭찬해야 할 타이밍이라고요?"
"미안해.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서."
"한 대 때려도 될까요?"
"잠깐 기다려 줘."
서로 상대의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여러 가지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굳이 흐름에 맡겨 입을 열었다.
"아리스나 토키 같은 아이, 좀처럼 없잖아요. 가식적인 애들은 꽤 있지만요. 본모습 그대로인 건 드물죠. 리오, 당신은 운이 좋네요."
"응, 운이 좋아."
리오는 힘없이 웃었다. 반복했다.
"정말 운이 좋아."
자세히 보니 무릎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쳐다보자 리오는 민망한 듯 말했다.
"사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서……"
얼굴을 붉히며 고백한다.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겠지.
에리두 건으로 크게 문책당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테고.
"유메 선생의 운전이…… 대단해서."
"아, 그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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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3,69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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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아리스와 케이
-유메-
"우트나피쉬팀의 배, 고도 상승. 현재 780미터."
아유무 쨩의 목소리가 콕핏에 울려 퍼졌다.
"다차원 해석 시스템 가동은 지금 하면 되는 거죠, 회장님."
유우카쨩의 질문에 리오쨩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 고도, 7만 5천 미터에 있는 방주까지의 항로도 동시에 계산해 줘. 상대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리오 쨩과 히마리 쨩은 콕핏 가장 안쪽에 있는 콘솔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쁘지 않네."
"그러게요. 딱 한 가지만 빼면요."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는 히마리 쨩.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조금만 더 빨리 알려줬으면 당신 몫도 준비했을 텐데 말이죠."
오퍼레이터로 자원해 준 학생들은 전용 의상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야. 할 수밖에 없다고."
의욕에 가득 찬 히비키 쨩이 하룻밤 사이에 전원분을 만들어 주었다.
우주 전함의 승무원에 어울리는, 흰색을 기조로 한 코스튬.
참고로 디자인에는 내 의견도 채용되었다.
역시 개리슨 모는 필수지!
정석이긴 해도 스카프는 빠질 수 없고!
그리고 함장인 린쨩은 롱코트로 딱 정해진 거잖아!
거기에 히마리 쨩에 의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착용자의 뇌파나 맥박 같은 신체 컨디션을 기록하거나.
무려 방염, 방폭, 방수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좋다. 실로 좋아.
발진이라든가, 고도 상승이라든가, 에너지 차지라든가.
그런 대사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로망이 넘치는 완성도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나와 리오 쨩의 몫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지금부터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를 향해 가속합니다."
콕핏 중심에 선 린 쨩이 오퍼레이터 모두에게 지시를 내린다.
"꽉 잡아! 매뉴얼대로라면 심상치 않은 속도가 나올 테니까!"
모모카쨩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최대 출력으로…… 가속합니다!"
아야네 쨩이 목소리를 높인다.
"자, 오파츠의 성능이라는 걸 체크해 보겠어."
유우카쨩에게 응답하듯 가속이 시작되었다.
"으, 으햐앗!?"
강렬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유우카쨩.
"유우카 씨, 괜찮으세요?"
"어, 어떻게든……"
아코 쨩이 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엄청난 스피드……"
나직이 카요코 쨩이 중얼거린다.
"다차원 해석의 파동치가 불안정합니다!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요!"
조금 당황한 듯한 하나코 쨩의 목소리.
"아뇨, 이 정도로는 아직 임계점을 넘지 않습니다. 계산은 정확해요."
"하지만 배에 가해지는 대미지가 커질 테니 선체가 견뎌낼 수 있을지……"
히마리 쨩과 리오 쨩의 얼굴에 옅은 그림자가 잠시 스쳤다.
"다차원 해석 시스템에 에러 발생!"
하나코 쨩이 외쳤다.
"우트나피쉬팀의 배의 상태가 방주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시스템 고장!?"
당황하면서도 모니터로 본선의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유우카쨩.
"아니야! 수치가 변한 건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쪽이야!"
반사적으로 리오 쨩이 소리치고 있었다.
"전함의 속도를 줄여 줘!"
본선의 해치를 열자, 근거리에서 낙뢰가 계속되는 듯한 소리가 아리스의 신체를 때린다.
날카로운 바람이 불고, 지면에 닿을 정도로 긴 그녀의 흑발이 휘날린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구름 위에 떠 있는 새카만 구체.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라는 개념을 모방해 만들어진 적의 본거지.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아리스의 뇌리에 직접 묻자, 네, 라고 즉답이 돌아왔다.
"아리스 안에 있는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아리스는 그것을 원합니다."
이대로라면 6분 뒤에 적의 본거지와 충돌한다.
방주와 연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차원 배리어와 접촉하면, 미지의 차원에 흡수되거나 그대로 가루가 되거나 둘 중 하나.
적의 배리어를 부술 수 있는 것은 방주와 동일한 존재인 아리스의 힘뿐.
"현 시각을 기해 프로토콜 ATRAHASIS 가동."
신체의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양도받아, 메고 있던 레일건을 하늘로 내던진다.
"코드네임,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기동 프로세스를 개시합니다."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의 기본 개념은 주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변형시키는 것.
내가 에리두에서 만들어내려 했던 방주는 거대한 쉘터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리오의 마음속에 깃든 공포가 투영된, 요새 도시를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왕녀는 열쇠를 손에 넣었고, 방주는 준비되었다."
그렇기에 뻔히 알고 있었다.
아리스의 용기를 기반으로 한다면 방주가 어떤 형태를 이룰지.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 AL-1S가 승인합니다!!"
신체의 소유권을 나에게서 돌려받은 아리스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든다.
"이곳에 새로운 성소가 도래하리니!!"
하늘에서 맹렬한 속도로 떨어진 것은 레일건이었다.
다만 크기는 조금 전까지 메고 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전함의 주포에 필적할 정도로 거대한 그것을 아리스는 온몸으로 받아낸다.
"지금 여기서 방주를 생성시키면 아리스, 당신이 사라지고 맙니다."
우트나피쉬팀의 본선은 본래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슈퍼컴퓨터다.
지금 여기서 방주의 힘을 해방하면, 인공지능인 아리스의 존재가 삭제될 정도의 부하에 휩쓸릴 것이다.
"제발, 다시 생각해 주세요."
간청하는 나에게 아리스는 엷게 미소 지었다.
"유메 선생님은 아리스가 되고 싶은 존재는 아리스가 정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아리스의 목소리는 진심 그 자체였다.
"아리스는 아리스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존재인지는 모릅니다."
아리스는 견습 용사니까요,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야말로 용사의 증거라고 믿습니다."
아리스의 마음은 확고했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타겟 확인. 출력 임계점 돌파……!"
청백색 빛이 총구로 모여든다.
"마력 충전…… 100%, 갑니다!"
다차원 해석 따위 상관없이 배리어를 관통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이.
"사악을 분쇄하는 정의의 일격……"
그렇네요, 아리스.
여기는 당신들, 게임개발부의 표현을 빌리도록 할까요.
"가세요, 용사여. 우리들의 세계를 구하는 겁니다!"
물론입니다, 라고 아리스는 응답해 주었다.
"빛――"
최고의 미소로, 커다란 목소리로.
"――이여!!!"
초고농도 에너지가 된 청백색 빛이 발사되었다.
빛은 다차원 배리어를 관통하고 분쇄하며 새카만 구체에 직격했다.
"해냈, 어요……!"
툭――
아리스의 몸이 갑자기 떨어졌다.
그리고 작은 몸이 더러워진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처참하게 쓰러진 모습이었다.
낙법조차 취하지 못한 채, 그저 그대로 아리스는 무너졌다.
-케이-
갑작스럽게 눈이 떠졌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본선 내에 설치된 의무실 침대에 나는 누워 있었다.
"괜찮아?"
침대 옆 둥근 의자에 유메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쓰러진 아리스의 몸을 여기까지 옮겨준 것이리라.
"문제없습니다. 아리스도 잠들어 있을 뿐입니다."
그렇구나, 하고 유메 선생님은 중얼거렸다.
"있지, 케이 쨩."
"네?"
"숨기는 거 있지?"
갑자기 덜컥했다.
무언가가. 확실히.
"어떻게 아셨습니까?"
"알지. 태도에서 다 티 나니까."
곧바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유메 선생님은 기다리고 있다.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머지않아 저는 소멸합니다."
웃으면서 나는 말했다.
"사라져야 할 존재는 용사가 아니라, 세계를 멸망시키는 도구여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아리스는 방주의 힘을 사용했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아니요, 당신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것을 거부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사라질 테니까요.
"이걸로 괜찮을 거에요."
어째서인지 나는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케이 쨩은 도구 같은 게 아니야."
유메 선생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의 자랑스러운 학생이야."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는 선생님의 손길과 미소가 너무나도 기뻤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따스함이 가슴에 퍼진다.
"이해 불능입니다."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하얗게 지워져 간다.
몸의 감각도 옅어지고, 마치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만약 기적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면, 다시 유메 선생님과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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