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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229)-안성진오(贋成眞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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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삐익.. 삐익...

차가운 기계음이 중환자실 안을 감싼다. 해가 수평선 밑으로 넘어갈 무렵까지, 아루는 여전히 눈을 감고 누워만 있을뿐,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가고, 괴로운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렇기에 지금 무츠키에게 이 시간은 영겁과도 같았다. 괴로움과 절망을 품은 채, 소녀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루 짱..."

쉬어버리다 못해 갈라져버린 목소리로 친구를 불러보지만, 아루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무엇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몇백, 아니 몇 천번을 넘게 들은 저 바이탈 신호음만이 대신하고 있었다. 저런 소리는 듣기 싫었다. 소녀가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카요코 짱이 그랬어, 그 애는 지금 무사하대. 하루카 짱도 무사하고.. 둘이 같이 아비도스에 있댔어. 우리 의뢰, 성공했나봐.. 근데 정작 의뢰인에게 말할 수는 없는게 웃기네.. 크후후.."

웃어보려 했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보려 해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거짓으로 웃음을 지어봐도 그 뒤에 남는 건 허탈감뿐이었다.

"이기지도 못할 적에게 맞서보겠다는 건 멋있는 걸까, 미련한 걸까? 애초에 도망이라는 선택지는 없었지만.. 만약 누군가를 미끼로 두고 도망칠 수 있다면 어땠을 거 같아? 그래도 우리는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을까? ...아니, 이건 멍청한 질문이었네. 아루 짱은 당연히 맞서 싸우겠지."

소녀가 아는 리쿠하치마 아루는 그러지 않을 것이었다. '하드보일드'에 죽고 사는 그녀가 아니던가. 겁먹을지언정 비겁하게는 살지 않는 그녀였다. 누구를 희생양 삼아 살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고 외칠 것이었다.

"그때 아루 짱 되게 멋있었다? 정말 하드보일드 무법자같았어. 일어나면 무용담 하나는 생기겠네..?"

그때의 아루는 평소의 나사빠진 허당이 아니라 정말 멋있는 악당이었다. 아루 스스로가 바라고, 무츠키도 바래왔던 것이었지만.. 결국 그 대가는 이렇게 치뤄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덜 하드보일드해도 되잖아. 가끔씩은 비겁해지고 찌질해도 상관없을 거 같아. 네가 잘못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거야.."

-끼익...

뒤에서 들려오는 문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온 카요코가 다시 돌아왔다.

"사장은 괜찮아?"

"..아까부터 계속 반응 없이 저 상태야. 잠꾸러기지..? 우리 아루 짱은."

"..무츠키, 너도 그냥 누워있는 게 어때. 사장은 내가 볼게."

"됐어. 이러지 않고 있으면 내가 더 불안해.. 누워있어봐야 내가 잠이 올 리도 없고..."

하지만 카요코의 눈에 무츠키의 몰골은 너무나 엉망이었다. 얼굴과 팔에 시퍼렇게 올라온 피멍들과 부어오른 얼굴은, 아루보다 조금 낫다 수준이지 결코 정상인 몸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카요코 짱도 누구 걱정할 처지는 아니잖아..? 팔도 돌아갔는데 카요코 짱이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됐어. 팔 꺾인게 뭐 대수라고."

엄청 대수다. 사실 너나할 것 없이 전부 만신창이여서 둘 다 누워있어야 할 처지였지만 상관에 대한 걱정은 쉬는 것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루카 짱은 아루 짱이 이렇게 된 거 아직 모르지?"

"...굳이 사족을 덧붙이고 싶진 않았어. 사장이 이렇게 된 걸 알면 하루카는 분명... 무너지지 않을까. 아루를 엄청 잘 따랐으니까."

아루가 잘못되었다는 걸 아는 순간, 하루카에게서 나올 반응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때로는 몰라도 될 진실이란 것도 있는 것이었다.

"크후.. 들었지, 아루 짱? 그러니까 네가 빨리 일어나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잠 좀 그만 자고 일어나봐.."

-삐익... 삐익... 삐익...

"얼굴에 낙서 해버릴 거야, 유성펜으로 그릴 거니까 얼굴 이상해지기 싫으면 일어나.."

-삐익... 삐익... 삐익...

하지만 대답 대신 돌아오는 건 차가운 바이탈 사인. 몇 시간 동안이나 아루에게 계속 말을 걸어봐도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무츠키,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마음에 좀 여유를 가져. 며칠 안에는 분명 일어날 거니.."

"카요코 짱, 난 그게 안 돼."

"..아루가 네가 이러는 걸 보면 분명 걔 마음도 좋지 못할 거야."

중상을 입은 몸으로 무리하는 걸 막고 싶었던 카요코였지만, 이미 무츠키의 마음은 그런 여유를 받아들일 공간도 없었다.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마음

"아루 짱이 계속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영원히 뜨지 못할 것만 같아.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밖에 안 지났는데도.. 호들갑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

"내 자신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아.. 이런 감정이 너무 무서워.. 세상 무서울 거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무서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츠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카요코는 좀처럼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위로도 그녀에겐 들어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사장.'

결국, 아루가 일어나야만 했다. 과연 아루 역시 이런 걸 겪고서도 예전같을 수 있을 지는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소녀들에겐 흥신소 68의 사장님이 필요했다.

'무리인 건 알지만 지금 일어나주면..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 사장?'

-삐익... 삐익...

'뭐, 될 리 없겠지만..'

-툭.

그때, 바이탈 신호음 이외에 처음으로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카요코와 무츠키의 고개는 바로 아루를 향했다.

"어? 아루 짱?! 아루 짱!"

아무런 미동도 없었던 아루의 몸이, 떨리고 꿈틀대고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것일까. 무츠키는 울음과 웃음이 섞인 채 아루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는 거지? 지금 일어나는 거지?! 그래, 그 정도 잤으면 일어날 때 된 거지. 진짜.. 이런 건 장난이 아니라고.."

카요코는 바로 응급의학부를 찾았다. 마침, 근처에 다른 중환자를 돌보던 둘이 있었기에 데려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 후딱 일어나야지 뭘 그렇게 잠을..."

-덜컹.

하지만 무츠키가 다시 눈물을 훔치고 아루를 쳐다봤을 때, 무츠키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아루 짱?"

-덜컹, 덜컹, 덜컹...!

아루의 헤일로는 다시 켜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루는 깨어있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움직임은 무엇일까, 악몽이라도 꾸면서 나오는 격한 잠꼬대일까. 차라리 그랬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삐이익! 삐이익! 삐익! 삐익! 삐익! 삑!

불길하게 간격이 짧아진 바이탈 사인, 떨리다 못해 요동치는 몸, 이건 깨어나려는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이건, 다시 한 번 생명의 위협이 찾아온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어, 왜. 왜... 아, 아루 짱? 아루 짱!!"

발작과 경련이 멈추지 않는다. 기계는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츠키에겐 다시 한 번, 몇 시간 전의 공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아악!!"

"뭐야! 왜 그래!"

소리를 듣고 급하게 다시 온 카요코 역시, 순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을 보아야만 했다. 분명 고비를 넘겼다고 했건만, 보이는 것은 또다시 고비가 찾아온 소녀의 모습이었다.

"사장...?"

"비키세요!"

그리고 카요코가 뭐라 판단할 틈도 없이, 두 음급의학부원이 쏜살같이 달려나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더니, 둘 다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발작 증세다! 항경련제 가져오고 너스콜 때려!"

"알겠습니다!"

"아, 아.... 아루 짱, 아루 짱..!!"

"물러나세요! 환자가 위험합니다!"

왜 바라는 상황의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버리는 것일까.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리도 운명은 야박하게 굴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삐익! 삑! 삐익! 삐이익!!

흥신소 68에게 있어,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

얼마나 또 시간이 지났을까, 이젠 해가 완전히 저물어 저녁이 지나 밤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복도 끄트머리에서 세나가 카요코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분명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될 줄은.."

"...우리한테 사과할 일은 아니야. 이런 걸 어떻게 예측하겠어."

책망한다면 그 자신이나 아루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는 운명에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상황이 안 좋으니, 카요코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사장은.. 어때? 많이 안 좋아?"

"발작과 경련 증세는 완화되었고, 지금은 확실히 안정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또 일어날 수 있으니 한 명을 붙여드리겠습니다."

"...알겠어."

"그리고, 여러분들 역시 중상자입니다. 가급적이면 활동을 삼가고 안정을 취해주셔야 됩니다. 특히 무츠키 씨는 기력이 쇠해서 더욱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루 씨는 응급의학부에게 맡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녀들 역시 보호자가 아니라 부상자. 더이상의 무리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리고 카요코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명심할게."

"무슨 일이 있으면 호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그리고 세나는 가벼이 인사를 마친 뒤, 그대로 다시 떠나버렸다.

"후우....."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과 아루에게 닥친 상황에, 그리고 또 선생에게 닥친 상황까지 버무려지니.. 입에서 나오는 건 오로지 한숨밖에 없었다.

'사장도.. 선생님도.. 왜 죄다..'

선생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은 둘에게도 전해졌다. 그 사람의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건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터덜터덜, 카요코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우울만이 안에 남겨진 채, 소녀는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왔어?"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상태는 더욱 더 안 좋아졌다. 부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눈은 완전히 생기를 잃은 채 붉어져 있었고, 입술은 전부 부르트고 갈라져 피가 나오고 있었다. 머리끈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풀어놓은 머리는 산발이 되어, 그저 귀신과도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머리 그렇게 하고 다니지 마, 앞도 안 보이는데."

"카요코 짱. 나, 가슴이 답답해."

"뭐? 그럼 응급의학부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런 아픔이 아니야."

심장에 갖다댄 왼손이 벌벌 떨리고, 소녀의 몸도 덩달아 같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긴 한 걸까. 카요코는 이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뜨거워, 뭔가 끓어오르는 거 같아. 괴롭고 아파서 토해내고 싶은데, 나오지 않아. 안에서 막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

"슬프지 않아. 이상해, 뜨거운 것밖에 안 느껴져. 이게 대체 뭘까, 아루 짱이 그렇게 실려나가고 나서 계속해서 느껴지는 이 뜨거움은 뭘까..."

"무츠키..."

슬펐다. 참을 수 없이 슬펐다. 그리고 안에서 슬픔이 썩어들어갔다.

"이제 뭔지 알겠어. 그 년이었어. 그 년이.. 이렇게 만든 거였어.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였는데, 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 멍청하네..."

"응?"

참을 수 없는 슬픔은 분노가 되어, 무츠키의 안에 응어리지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는 차츰 소녀의 얼굴 역시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소라사키 히나... 그 년이었어. 생각해보면, 우릴 아주 그냥 봉으로 알았잖아? 그러니까 아루 짱을 저 꼴로 만들고도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지... 그래, 그런 거잖아."

그리고 그 분노는 다른 소녀를 향해버렸다. 거짓된 증오는 이제, 진실된 증오를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되돌려줄 거야... 아루 짱이 당한 만큼, 아니.. 몇 배로 되돌려 줄 거야...! 내가.. 내가..!"

"........."

발광 현상이 만들어낸 비극은, 무츠키의 마음을 완전히 병들게 만들었다.

***

그리고 지금, 밀레니엄. 네루는 머리를 긁으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 참 긴 하루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만큼 기괴한 하루는 없었을 거야."

정체불명의 괴물, 발광 현상, 심지어 엄청나게 강했던 은빛 늑대까지.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걸 겪었다. 그리고 지금, 그 피로감은 지금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젠 이상할 게 없겠구만.."

게임개발부는 무사했고, 광멸 사태는 끝이 났다. 하지만 네루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느낌이 와, 분명 더한 게 벌어진다. 오늘 일은 그저 애교일 뿐이야.'

그렇기에 대비를 해야만 했다. 그 자신과 츠루기를 거의 압살해버린 시로코 테러와 그 정체불명의 괴물. 이를 상대하기 위한 만전의 상태를 취해야 했다.

'발광은 뭐 그 녀석이 뭐라도 대책을 내놓겠지.. 그러니까, 나는 일단 그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어야겠지.'

그리고 그 전에, 자신의 스마트폰부터 다시 살리러 가고 있었다. 그래서 네루는 지금 엔지니어부 부실 바로 문 앞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노크를 두드리며, 이내 안으로 향했다.

"어이~ 들어간다! 지금..."

-주와아앙!!

"?"

그리고 그녀를 반기는 건 엔지니어부원들이 아니라 사람 상반신만 한 크고 아름다운 에너지탄. 특별히 이유 없는 폭력이 네루를 덮치고 있었다.

"우와아악!!!"

순간 자동반사로 소리를 질러버린 네루는, 양손을 쫙 펼쳐 에너지탄을 막아내었다.

"하아압!!!"

있는 힘을 다해 네루는 에너지탄을 오른쪽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경로가 바뀐 에너지탄은 순식간에 구석으로 날아가더니..

-콰아아앙!!!

그대로 벽에 부딪힌 채 엄청난 폭발음을 내며 터져버리고 말았다. 에너지탄에 닿은 벽이 그대로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포를 자신에게 내밀고 있는 콜사인 04, 아스마 토키였다.

"....웁스."

"웁스?!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하늘 같은 선배님에게 다짜고짜 선제공격을 날려?!"

네루가 노발대발하며 바로 손가락질까지 하며 따지기 시작했지만, 토키는 그 자세 그대로, 무표정한 그대로, 네루에게 대답해주었다.

"오해하지 마시죠, 네루 선배. 고의는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저 반동을 견디지 못해서 궤도가 틀어졌고, 그리고 때마침 선배가 들어왔을 뿐입니다. 고의는 없습니다."

"그런 거 치곤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이잖아!"

"제 표정은 원래 이런 거 알고 있잖습니까. 저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표정이 원래 무표정이어서 그렇지, 지금 눈동자도 흔들리고 땀까지 삐질 이마에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미안함을 표하고 있었다.

"아니.. 하.. 응? 아니, 잠깐. 근데 왜 네가 여기 있냐?"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해주는 건, 뒤로 멀찍이 물러나 있던 엔지니어부 3인방이었다.

"네루? 여긴 어쩐 일이야?"

보랏빛 머리카락 소녀가 의아해하며 눈을 껌뻑거렸다. 그리고 의아한 건 네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망가져서 고쳐달라고 오긴 했는데.. 왜 토키 녀석이 여기 있는 거야?"

질문을 했다면 대답해주는 게 인지상정,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바로 밀레니엄의 설명충.. 아니 투머치토커, 토요미 코토리가 나서려 했다.

"아, 그게 말이죠! 지금.."

"네코즈카 히비키, 네가 말해봐. 쟨 세 줄 요약을 안 한단 말이야."

"에엑?!"

순식간에 바통이 투머치토커에서 검은 강아지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네루의 바램대로 바로 요점 정리를 해줬다.

"그..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토키 선배를 위한 새로운 아비 에슈흐를 만들어주고 있었달까.. 그리고 지금은 그 시험 단계였는데.. 네루 선배가 들어와버린 거지."

"그런 거야?"

"그런 거지."

"그런 거죠!"

"그런 거."

"그런 겁니다, 뿅."

넷이 곧바로 합창을 하며 대답하자, 네루는 한숨을 푹 한 번 내쉬더니, 다시 신경질을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 하고 있으면 문 앞에 팻말이라도 붙여 놔! 나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놈들이면 그대로 비명횡사했어!"

"...미안. 다음부턴 그러도록 할게."

"손 아파 뒤지겠네.. 조심해, 어?"

그리고 화가 누그러든 네루는, 이내 그 새로운 [아비 에슈흐]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네루는 궁금증이 생기면 참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뭘 어떻게 만든다는 거야? 그냥 단순히 기능 업그레이드야?"

그리고 네루의 말에, 코토리는 바로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그건 아니죠! 그냥 단순히 기능 업그레이드는 감동도 재미도 없죠! 우리 엔지니어부가 제작할 [아비 에슈흐 Mk.2]는 이전의 [아비 에슈흐]와는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호오, 어떻게?"

"조금 더 다채로운 무기! 상황에 맞게 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채로움을 추가했습니다! 본래 계획은 무기를 한 25가지를 달아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이루지 못했고! 5가지의 무기를 새로이 만들어 추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무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드리자면!"

"아, 그렇구나~ 완벽히 이해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뎁쇼?!"

말이 길어지는 건 질색인 네루였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자신의 용건을 우타하에게 건넸다.

"오늘 전투 중에 부서져서 그런데, 고쳐줄 수 있어? 비용은 나중에 지불할게."

"비용은 무슨, 그냥 고쳐줄게. 내일까지 주면 돼?"

"그리 급한 건 아니고, 그냥.. 뭐, 그래도 빨리 나오면 좋지? 아, 방탄 기능도."

"...알겠어."

그리고 그때, 네루는 우타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다. 그리고 이내, 다크서클이 제법 선명하게 내려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해서 코토리와 히비키의 얼굴을 둘러보니, 그녀들 역시 다크서클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너희들 잠 못 잤냐? 왜 이렇게 다크서클이 진해?"

그리고 그 말에 반사적으로 우타하의 입에서 하품이 터져나왔고, 그녀는 바로 이야기를 해줬다.

"요즘 통 잠을 못 자.. 우리가 아비 에슈흐 말고도 만들어야 할 게 많아.. 드론들도 그렇고, 로봇들도 그렇고.. 바빠, 요즘."

"...얼마나 자는데?"

"하루에.. 2시간 자면 많이 자는 건가..? 뭐, 어쩔 수 없지. 뭔가 상황이 흉흉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대비는 확실히 해둬야지.."

"자발적인 거야, 아니면 타의야?"

"둘 다.."

그리고 그 소리에 미안했는지, 네루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괜한 부탁 한 건 아니지?"

"...딱히 그런 건.. 후암..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네루는 마음이 영 편치 못했다. 안 그래도 바쁜 녀석들에게 일거리 하나 더 던져준 셈이 아닌가.

"그리고.. 이 정도 고생은 해야 그 선생 놈을 잡지 않겠어?"

그말에 곧바로 코토리가 맞장구를 쳐준다.

"맞아요! 그 녀석을 붙잡아야 아리스도 되찾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열심히 해야죠!"

"그래야지, 그러니까 잠 조금 못 자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셋은 피곤한 듯 다시 몸이 축 처졌지만, 선생에 대한 증오로 눈빛만큼은 다시 살아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네루 역시 그 모습을 보고는 왠지 웃음이 지어졌다.

"기운 만땅이구만."

그리고 이내, 네루는 다시 토키를 올려다보며 팔짱을 끼곤 물었다.

"어째, 실력은 많이 늘었냐?"

"아비 에슈흐 없이도 선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단련하고 있죠."

"그래, 그래야지. 근데 날 상대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나를 이길 정도로 강해져야지? 안 그러냐?"

그 말에, 토키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난 이제 간다. 나중에 그거 완벽해지면 나하고 대련이라도 해. 성능 실험은 해 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죠, 선배님."

"오냐."

***

그리고 한편, 두 소녀가 선생을 챙기고 숲을 걸어가고 있을 때, 금발의 소녀가 자신의 친구를 향해 물었다.

"님, 뭔가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음? 표정이 왜 그럼?"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게 있단 말이야."

"님 영혼? 그거는 이미 이야기 끝난 거잖슴, 어쩔 수 없다고 님이 공인해놓고."

하지만 적발의 소녀는 바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소녀가 생각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뭔가.. 꺼림칙해서 말이지."

"어떤 게? 뭔가 이상함?"

소녀는 사오리의 안에 자신이 들어간 것을 확실히 감지했다. 그리고 이제 그건 어떤 형식으로든 사오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여기까지는 그녀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때, 소녀는 다른 것도 느꼈던 것이었다.

"뭔가 이질적인 게 또 있었던 거 같은데.. 희미하긴 했지만, 분명 나 말고도 다른 녀석이 들어간 게 느껴졌어."

"....응? 그게 뭔 소리임?"

"말 그대로야. 분명 그 녀석 안에 또다른 게 느껴졌다고. 워낙 희미해서 이야긴 안 하려고 했는데,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그럼 신경 안 쓰면 되는 거 아님?"

금발 소녀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대지만, 그녀의 친구는 금발 소녀의 말처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이 쓰인다니까. 희미하지만 느껴졌다고."

"그러니까 그 희미하는 게 느껴지는 게 뭐냐니까?"

"선생."

"선생.. 응, 뭐?"

소녀는 바로, 자신이 꺼림칙하게 느낀 걸 바로 말해줬다.

"그 녀석 안에서 이 녀석이 느껴졌다고. 왜일까?"

알 수 없는 의문에, 발걸음을 멈추기까지 해버린 그녀였다.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노벨피아 조회수 100만회 달성!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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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0.12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229)-안성진오(贋成眞惡)

#소설
좋아요 0댓글 2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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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DC
에이2작가
게시물 26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0.12 01:02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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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나
ㅇDC
ㅇㅇ124.10.12

하루의 끝.

ㅇDC
ㅇㅇ224.10.12

뭣 선생이 갈려들어갔다고

ㅇDC
ㅇㅇ324.10.12

아루 살려내 ㅠㅜ

ㅇDC
ㅇㅇ424.10.12

개추

ㅇDC
ㅇㅇ524.10.12

그럼 사오리 나이만큼의 수명을 대가로 지불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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