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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발정기 쿠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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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M #순애 #쿠루미

원본 by あかねツキ

=========================

<1> ~ <4>

<1>

수인(獸人)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어라……? 벌써 다 떨어졌네…….”

샬레 지하의 HQ, FOX 소대를 위해 마련된 거점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쿠루미가 구급 파우치를 뒤지며 중얼거렸다.

“왜 그래?”

곁에 있던 오토기가 무심하게 물었다. 책상 위에는 사격 제원표가 펼쳐져 있다.

“…억제제, 다 썼어.”

“괜찮아? 내 거 좀 나눠줄까?”

“됐어. 아직 오려면 좀 남았으니까.”

수인 학생…….

소대원 전원이 해당하는 그녀들에게 공통된 고민. 그것은 바로 발정기 문제였다.

동물이라면 본래 발정기는 계절에 맞춰 발생한다.

하지만 연중 번식기인 인간과 특징을 공유하는 그녀들에게는, 그것이 짧은 주기로 찾아오는 골칫덩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대로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에 이를 억제하는 약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SRT는 사라졌고 학교의 자금을 쓸 수 없게 된 그녀들에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였기에 소대 동료에게 빌리는 것도 조금 미안한 일이었다.

조만간 사 둬야겠다.

머릿속 한구석에 그 일을 기억해 둔 쿠루미는 정비를 마무리했다.

방에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 안에서 과일 우유를 꺼냈다.

“푸하아…….”

맛있게 꿀꺽꿀꺽 들이키는 쿠루미.

그 모습을 곁눈질로 보던 오토기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우유 마시는 보람이 별로 없는 것 같네.”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계속 작을 뿐이지 않아?”

“자, 작지 않아!”

큰 소리로 반박하는 쿠루미. 패드로 보정한 가슴을 끌어안듯 감춘다.

“응─? 쿠루미는 지금 무슨 얘기라고 생각하는 걸까나?”

“으으……. 키, 키 얘기지?!”

또 당했다……! 히죽히죽 웃는 오토기를 보며 쿠루미는 이를 갈았다.

“아니, 가슴 얘기야.”

“하아?!”

“우유보다 누가 좀 주물러주는 게 효과 직빵 아냐?”

그것은 그럴싸하게 떠도는 도시 전설 중 하나.

“바보 아냐……?”

하지만 쿠루미는 단칼에 일축했다.

애초에 누가 가슴을 주물러준단 말인가. 친한 이성이라곤 선생님 정도밖에…….

“…….”

“누구 상상하고 있어?”

“하, 하아?! 안 했어! 안 했다고!”

변함없이 즐겁다는 듯 웃는 오토기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화내는 쿠루미.

여느 때와 다름없는 두 사람의 광경이 샬레의 지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2>

수인 학생들을 위해 억제제는 비교적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어라……? 안 파네…….”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샬레에서 조금 떨어진 편의점 약품 코너 앞에서 쿠루미는 중얼거렸다.

밤이 깊을 대로 깊은 시간대.

드러그 스토어조차 이미 문을 닫았다.

돌아가는 길에 억제제를 사려 했던 쿠루미였지만, 편의점 말고는 연 곳이 없었고 들른 지점마저 품절 상태였다.

약간 외진 곳이라 근처 편의점은 여기뿐이다.

“뭐……. 아직 며칠 더 남았을 테니까 상관없나…….”

최악의 경우 샬레와 같은 건물에 자리 잡은 ‘엔젤 24’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은 RABBIT 소대 후배들도 자주 드나들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왠지 싫었다.

뭐,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야식이나 살까 고민하던 찰나, 매장의 자동문이 열렸다.

한 명의 어른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음? 쿠루미?”

“어라? 선생님?”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마주쳤다.

“이 시간까지 고생이네, 선생님도.”

“쿠루미야말로 수고했어.”

편의점 주차장, 매장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밤하늘 아래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건배했다.

쿠루미는 과일 우유, 선생은 커피.

달콤한 우유와 갓 구운 즉석식품의 조합은 이 시간대의 간식으로는 죄악의 맛이다.

평소보다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까, 아니면 선생님이 사준 것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선생님, 이 근처는 밤이 되면 어두워지니까 혼자 다니면 위험해.”

주의를 주면서도 쿠루미의 목소리는 어딘지 들떠 있었다.

“그런 건 보통 어른이 걱정할 일인데 말이야…….”

“선생님은 보호받는 입장이라는 걸 자각하는 게 좋아.”

“…최근에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다들 염려하고 있다고.”

커피를 마시며 쓴웃음을 짓는 선생을 보며 쿠루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로도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쿠루미 스스로도 선생과 이런 식으로 수다를 떨 날이 올 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다.

“자.”

다 마신 우유 팩을 쓰레기통에 버린 쿠루미가 선생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자.”

“손, 잡게?”

“말했잖아, 이 근처는 어둡다고. 저번처럼 이끌어줄 테니까.”

“알았어. 고마워, 쿠루미.”

그렇게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지은 선생님이 쿠루미의 손을 잡았다.

그나저나 그때는 의욕이 앞서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선생님 손, 크구나…….’

체구가 작은 쿠루미와 비교하면 커다란 어른 남자의 손.

조금 투박하고 따뜻하며, 그러면서도 다정하게 자신의 손을 쥐어주는 선생님의 손.

어두운 밤길을 앞장서며 문득 뇌리에 오토기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우유보다 누가 좀 주물러주는 게 효과 직빵 아냐?』

아니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밤길에 집중해.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쳐 봐도,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한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크고 다정한 선생님의 손.

내 가슴이 쏙 들어가 버릴 것 같은 선생님의 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사념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선생의 눈앞에서 커다란 귀가 좌우로 흔들린다.

“쿠, 쿠루미……?”

그런 쿠루미를 보며 선생이 의아한 듯 말을 걸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 히익?!”

그리고 쿠루미는 발을 헛디뎠다.

마땅히 있어야 할 땅을 제대로 밟지 못해 단숨에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억지로 착지하려다 그만 발을 살짝 접질리고 말았다.

“앗……. 아야야야…….”

선생과 손을 잡고 있었던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둔중한 통증이 쿠루미를 덮친다.

그나저나 왜 이런 곳에…….

짜증 섞인 눈으로 바닥을 보니 발을 헛디딘 곳이 작은 크레이터처럼 패어 있었다.

필시 누군가가 폭발물을 사용했거나, 학교에서 배운 먼로 효과를 땅바닥에 시험해 본 것이리라.

키보토스에서는 일상이다.

“괜찮아?”

“응……. 아으으…….”

“발, 접질렸어?”

“아니……. 문제 없으니까.”

쿠루미의 경험상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다.

SRT의 특수부대원으로서도 고작 발 좀 삐었다고 임무를 중단할 수는 없다.

그렇게 단정 짓고 참으려 했지만, 선생이 이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잡았던 손을 놓은 선생이 쿠루미에게 등을 돌리고 주저앉는다.

“자, 업어줄게.”

“괘, 괜찮아……. 그렇게 큰 부상도 아니고.”

“그래도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하지만……”

“공주님 안기도 괜찮은데.”

“그쪽이 더 싫어, 바보!”

“그렇게나 싫구나…….”

선생이 상처받은 척 나직이 중얼거렸다. 선생의 얼굴은 쿠루미의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다.

“아, 아니……. 싫다는 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고…….”

“싫지 않다는 뜻이야?”

“싫지 않다기보다…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그럼 차라리 업히는 게 덜 부끄럽겠네.”

“그건 그렇…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업히는 방향으로 유도당하고 있다.

업히는 것도 충분히 부끄러운 일 같지만, 이건 그 이전의 문제였다.

“…내 방패, 꽤 무거울 텐데?”

그랬다.

임무에서 복귀 중이던 쿠루미는 당연히 방패를 지참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장비 일체가 갖춰진 상태.

“여, 열심히 해볼게……!”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없는 선생을 보며 쿠루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가다 보면 금방 지칠 테고…….

이 시간이라면 남의 눈에 띌 걱정도 없을 테니…….

“그럼……. 호의에 기대볼까…….”

포기한 쿠루미는 선생의 등에 몸을 맡겼다.

순간, 작게 신음 소리를 낸 선생이 천천히 일어섰다.

“…무겁지?”

“괘,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발걸음이 조금 위태롭다.

역시 무리인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와 동시에 선생이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뻐졌다.

두근, 하고 가슴이 울렸다.

선생의 등은 생각보다 컸다.

몸을 밀착시키자 싫어도 선생의 향기에 휩싸인다.

걸을 때마다 몸이 출렁이며 흔들려 떨어질 것 같았기에 선생을 꽉 껴안듯 매달렸다.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감각.

‘어라…이건…….’

분명 아직 멀었을 터다. 그러나 이 감각은…….

선생을 가깝게 느낄수록, 선생의 온기를 느낄수록, 애절한 욱신거림이 번져간다.

‘거짓말……. 이 타이밍에……?!’

오토기에게 약을 나눠 받을걸 그랬다며 후회해 봤자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3>

등 뒤에서 느껴지는 쿠루미의 숨소리가 묘하게 거칠다.

샬레가 코앞에 다다랐을 때쯤에야 선생은 겨우 그 사실을 눈치챘다.

그전까지는 완전 군장의 쿠루미를 업고 가느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샬레가 보이자, 긴장이 풀리면서 비로소 주변 상황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묘하게 뜨거운 쿠루미의 숨결.

자신을 붙잡은 팔에서도 열기가 배어 나오는 듯했다.

열이라도 있는 걸까.

“쿠루미, 괜찮아?”

“…으응…….”

걱정스레 말을 걸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가냘픈 대답뿐.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불안함을 안고 로비에 도착했다. 이제 쿠루미를 방까지만 옮기면 되는데…….

“계단……. 힘들겠네…….”

FOX 소대의 거점은 샬레 지하에 있다.

게다가 계단으로만 가야 한다.

솔직히 선생의 다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쿠루미? 미안한데 잠시 집무실로 가도 될까?”

그곳에서 방패나 장비를 내려놓고…….

그러면 작은 쿠루미만 업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아…응…….”

어딘지 괴로운 듯한 쿠루미의 목소리.

승낙은 얻은 셈이지만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일단 숙직실로 향했다.

바쁜 선생에게는 침실이나 다름없게 된 그곳에 쿠루미를 눕혔다.

그리고 드디어 쿠루미와 선생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쿠루미의 상태는 역시 평소와 달랐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숨은 가쁘다.

초점도 어딘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쿠루미? 일단 장비부터 벗을까?”

“응…….”

침대에 걸터앉아 쿠루미는 시키는 대로 장비를 하나씩 벗어 던졌다.

방패를 내려놓고 기어를 푼다.

묵직한 무게를 가진 장비들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주무기인 서브머신건을 세워두고 홀스터를 풀어 권총과 함께 침대 위에 두었다.

과연 FOX 소대답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세일러복에 손을 댄다.

“쿠, 쿠루미?!”

놀라 굳어버린 선생의 눈앞에서 쿠루미는 속옷 차림이 되어버렸다.

“오, 옷은 안 벗어도 돼?!”

최대한 학생의 살결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선생이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쿠루미는 멈추지 않았다.

“몸이…뜨거워서어…….”

눈가가 나른하게 풀려 어딘가 백일몽을 꾸는 듯한 모습.

도저히 정상이라고 볼 수 없었던 선생은 니코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팔을 붙잡혔다.

“쿠, 쿠루미?!”

상반신을 속옷 차림으로 드러낸 쿠루미가 붙잡은 선생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숨은 거칠고, 입가에 침이 고여 흘러내리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다.

“아…하암…….”

“?!”

쿠루미는 무슨 생각인지 선생의 손가락을 입안에 머금었다.

작은 입속으로 선생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쥬릅…읍…암…….”

끊임없이 분비되는 타액이 선생의 손을 번들번들하게 적셔간다.

손가락을 머금은 입이 앞뒤로 움직인다.

“음…할짝…응…….”

혀가 손가락을 휘감는다.

마치 아이스바를 핥아 올리듯 부드러운 혀가 손가락에 얽혀 든다.

“음……. 하암…으응…….”

손가락을 가볍게 깨문다.

전혀 아프지 않은, 간지러운 감각.

손가락 하나하나에 마킹이라도 하듯 부드럽게 치아를 세운다.

찹찹거리는 외설적인 소리가 선생의 손끝에서 들려온다.

흠뻑 젖은 손에서 쿠루미의 타액이 뚝뚝 떨어진다.

선생은 그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혹감도 컸지만,

묘한 색기마저 느껴지는 그 행위와 상기된 쿠루미의 얼굴이 선생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일심불란하게 선생의 손가락을 맛보던 쿠루미가 입술을 뗐다.

“하아…하아…윽…….”

나른하게 풀린 눈동자가 선생의 손을 응시한다.

흠뻑 젖은 선생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선생님을 더 원해…….

선생님의 것을…갖고 싶어…….

그 외의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하복부가 욱신거리며 온몸이 달아오른다.

“쿠루…으왓?!”

쿠루미에게 확 끌어당겨진 선생은 그대로 침대에 밀쳐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선생님…나…이제……”

선생의 몸 위에 올라탄 쿠루미가 브래지어에 손을 댔다.

선생의 눈동자가 저절로 고정되었다.

후크를 풀자 느슨해진 브래지어 사이로─패드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아……. 떨어졌다…….”

멍하니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쿠루미.

그 기묘한 광경이 선생에게 마지막 이성을 되찾아주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하지만 올라타 있는 쿠루미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엔 쿠루미의 방패가 있었다.

쿠루미가 선생의 바지에 손을 대려 한다.

이제 일각의 유예도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패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선생이 잡은 곳에 공교롭게도 섬광탄 작동 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찰나의 순간, 방 안이 맹렬한 광량에 지배당했다.

“으악?!”

“히익?!”

두 사람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쿠루미는 훈련으로 몸에 밴 습성 덕분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반사 작용이 뇌를 ‘전투 모드’로 전환해 버렸다.

발정해 있던 뇌를 아드레날린이 덮어버린 것이다.

“─윽!!!”

소리 없는 비명이 목에서 새어 나왔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차림인지.

상황을 파악한 쿠루미는 옷가지만 낚아챈 채 쏜살같이 도망쳤다.

너무나 강렬한 빛에 선생이 수십 초간 시야를 잃은 사이 쿠루미는 자취를 감췄다.

숙직실에 남겨진 것은 멍하니 누워 있는 선생과 쿠루미의 장비들, 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두 개의 가슴 패드뿐이었다.

<4>

다음 날.

집무실에 머무르고 있는 선생 앞에 쿠루미가 나타났다.

“…….”

“…….”

얼굴을 마주했지만, 서로 입을 뗄 단어를 찾지 못한다.

“장비…회수하러 왔어…….”

“응, 저기 구석에…….”

선생이 가리킨 곳은 사무실 한쪽. 쿠루미가 두고 간 장비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

“…….”

그럼에도 쿠루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언가 말을 꺼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몇 번인가, 물고기처럼 입을 벙긋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심을 굳힌 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미안해……. 선생님.”

쿠루미가 고개를 떨구며 사과했다. 머리 위의 귀가 힘없이 축 처진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음, 그렇네.”

선생님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쿠루미 곁으로 다가가 살짝 무릎을 굽히고 쿠루미와 눈높이를 맞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면 기쁠 것 같아.”

그 눈동자는 다정했고, 동시에 진심으로 쿠루미를 걱정하고 있었다.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아니 도망칠 수 없다고 쿠루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사실은…….”

쿠루미는 띄엄띄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발정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것,

그 후 곧장 오토기에게 약을 나눠 받아 지금은 괜찮다는 것…….

가슴에 신경쓰고 있었다는 대목은…이야기하지 않았다.

“미안해, 눈치채지 못했어.”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이고…키보토스 밖에서 온 사람이니까…….”

“아니, 보급 물자에 약을 포함해야 했어. 미안해.”

“그, 그건 선생님 책임이 아니야……. 제대로 요청하지 않은 우리 잘못이니까…….”

임무에 지장을 준다면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물자다.

하물며 FOX 소대원 모두에게 공통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녀들도 꽃다운 사춘기 소녀.

선생에게 발정 억제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였다.

“그것까지 배려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그렇게 말하는 선생은 더없이 진지했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기도 했다.

선생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의 쿠루미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아아…….”

“왜 그래, 쿠루미?”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이상한 어른.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어른.

그 상황에서도 확실하게 나를 멈춰주어서…아니, 그건 나같이 매력 없는 아이였기에 가능했던 걸까…….

“하지만 고마워……. 멈춰줘서…….”

“아니야, 쿠루미의 방패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면 내 이성이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

선생님의…이성이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아니, 그것도 학생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거짓말일 거라 쿠루미는 단정 짓는다.

“됐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선생님은 나 같은 애한테 관심 없잖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체구도 작고, 가슴도 없고, 여성적인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덤으로 가슴 패드까지 떨어뜨리고…….

아아, 손가락도 핥았던가…….

“게다가 그런 짓까지 하고……. 기분 나빴지. 미안해.”

서투르게 웃으며 쿠루미가 사과한다.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자조하고 만다.

그 얼굴이 너무 애처로워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외치듯 부정했다.

“기분 나쁘지 않았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쿠루미에게 선생은 몰아붙이듯 말을 이었다.

“그때의 쿠루미…….

무척 어른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봤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빨리 멈추지 못했던 걸지도 몰라.”

점점 선생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되어간다.

그저 쿠루미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본심을 토해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는 자신이 한심해졌다.

“아, 아무튼 쿠루미는 귀엽고 매력적이니까!”

에라 모르겠다며 내뱉은 선생의 말에, 처져 있던 쿠루미의 귀가 쫑긋 일어섰다.

“비, 빈말은 됐어……. 몸도 빈약하고…….”

“빈말 아니야! 작아도 귀엽다고! 나는 신경 안 써!”

“귀, 귀여……?!”

엄청난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선생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른다.

선생에게서 듣는 생전 처음 보는 말에 쿠루미의 얼굴도 점점 뜨거워진다.

심장이 시끄러울 정도로 고동쳐서 억제할 수가 없다.

발정은 억제되었을 텐데도 붕 뜬 것 같은 감각이 엄습한다.

여러모로 어제부터 혼란스러웠던 뇌가 사고를 단락시켰다.

“쿠, 쿠루미?!”

기세를 몰아 쿠루미가 선생의 가슴팍으로 뛰어들었다.

머리를 부비며 파고든다.

“바보 선생님……. 사람이 겨우 참고 있는데…….”

“…약, 약 먹은 거 아니었어?”

“안 들어…….”

“그, 그럼 다시 먹어야…….”

“먹었는데 안 듣는다고.”

“그,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바보, 둔탱이, 여고생 킬러, 천연 지골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한숨을 내쉬면서도 선생은 쿠루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손이 살짝 귀에 닿자 간지러운 듯 파르르 떨린다.

금빛 머리카락을 빗어 넘기듯 쓰다듬자 안심한 듯한 숨결이 새어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지.

생각할 거리는 많지만 일단 뒤로 미뤄두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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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4.25번역

소설 핫산) 발정기 쿠루미

#타카쿠라 쿠루미#소설
좋아요 0댓글 13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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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P
あかねツキ작가
게시물 13개
[DC
[캐서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4.25 22:46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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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나
ㅇDC
ㅇㅇ126.04.25

삭제된 댓글이에요

[DC
[캐서린]작성자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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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1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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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26.04.25
[DC
[캐서린]작성자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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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326.04.25
디시콘
ㅇDC
ㅇㅇ426.04.25

순애 너무 맛있어요

ㅇDC
ㅇㅇ526.04.26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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