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순애 #오토기
원본 by あかねツキ
=======================
거리에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한 폭우에 빗나간 일기예보를 원망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다닌다.
어떤 이는 비를 피하러 가게 안으로 뛰어들고, 어떤 이는 체념한 듯 목적지까지 내달린다.
빗소리와 물웅덩이를 가르는 자동차 소리만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어두컴컴한 고가 밑 사다리를 오르는 규칙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생님,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
“응……. 영차…….”
고가 밑에 만들어진 오토기의 비밀기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선생과 오토기가 비를 피해 들어왔다.
“후우……. 갑자기 쏟아지네.”
“예보대로라면 밤부터였어야 했는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를 듬뿍 맞은 두 사람은 옷과 머리카락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한숨을 돌린다.
근처에 오토기의 비밀기지가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춥다…….”
선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젖은 옷이 몸에서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다.
“난로 있으니까 켤게.”
최근 날씨가 따뜻해 안쪽으로 밀어두었던 석유난로를 오토기가 끌어당겨 왔다.
안에 연료가 아직 남아 있었을 터.
점화 스위치를 올리자 카랑 소리를 내며 불꽃이 피어올랐다.
어둑한 기지 안, 램프와 난로의 은은한 빛만이 두 사람을 비춘다.
“선생님, 자. 수건.”
“고마워.”
비치된 수건을 오토기가 건넸다.
작전 중 거점으로 사용하는 곳답게 장비는 충실했다.
수건으로 젖어 뭉친 머리카락을 닦으며 선생은 문득 생각했다.
오토기는 머리도 길고 땋기까지 했으니 젖으면 말리기 힘들 텐데.
그런 생각에 오토기를 바라보자─그녀는 세일러복을 벗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 오토기?!”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비명을 질렀다.
“응? 왜 그래?”
“왜 그러냐니…옷…….”
“옷? 아아, 난로 켰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말릴까 싶어서.”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선생은 마음속으로 딴지를 걸었다.
그러는 사이 오토기는 스커트까지 벗어버렸다.
시선을 돌린 선생에게 오토기가 히죽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시 선생님, 내 속옷이 신경 쓰여~?”
“시, 신경 쓰인다기보다……. 가, 갈아입을 거라면 저쪽 보고 있을 테니까!”
“으음…갈아입을 옷은 없는데 말이야.”
“에에…….”
“괜찮아. 스패츠에 스포츠 브라니까.”
“그, 그런 문제인 걸까……?”
“선생님은 너무 예민해.”
“오토기가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피했던 시선을 오토기 쪽으로 돌렸다.
아담한 체구에 검은색 스포츠 브라와 스패츠 차림이 된 오토기.
땋았던 긴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었다.
“으음……. 땋아두면 이럴 때 번거롭네.”
그렇게 말하며 오토기는 머리끈을 풀었다. 아마빛 머리카락이 확 하고 퍼져나갔다.
“후우…….”
허벅지 근처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천천히 물기를 흡수하듯 닦아낸다.
옆에서 봐도 꽤 고된 작업 같았다.
“도와줄게.”
“그래도 돼? 고마워, 선생님.”
오토기가 하는 방식을 흉내 내며 머리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여자의 생명.
여자아이의 머리를 말려주는 요령은 잘 모르지만, 선생은 조심스럽게 오토기의 머리결을 매만진다.
“역시 번거롭네. 그냥 잘라버리는 게 편할까.”
…여자의 생명이……. 뭐, 개인의 가치관 차이겠지.
“그래도 공들여 기른 거잖아?”
“으음…그렇긴 한데 말이야.”
작전상 길어서 좋을 건 없다.
지금까지 잘라버릴까, 생각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긴 머리에 특별한 고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선생님 취향으로는 긴 거랑 짧은 거 중에 어느 쪽이 좋아?”
아무렇지 않게, 정답 없는 질문이 오토기에게서 날아온다.
이걸 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난 어느 쪽이든 좋지만…….”
“에이─…….”
“그래도 머리를 묶고 있던 아이가 생머리로 풀었을 때 같은, 그런 갭은 꽤 좋아해.”
“그게 뭐야~.”
오토기는 까르르 즐겁게 웃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지금의 내 모습에 두근거리거나 할까……. 아니, 설마.
“에…에취!”
오토기의 등 뒤에서 선생의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도 옷 말리는 게 어때? 내 머리는 이제 됐으니까.”
드라이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쉬이 다 마를 리도 없다.
그보다 오토기에게는 선생의 건강이 더 중요했다.
“그러네…….”
선생은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늦춘다.
비에 젖어 묵직해진 와이셔츠를 벗어 꽉 짰다.
피부에 달라붙어 불쾌감마저 느껴지는 셔츠까지 벗어 난로 근처에 널었다.
일련의 동작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토기가 나직이 말을 흘렸다.
“…상처…….”
“응?”
“아, 아니……. 선생님 몸 말이야…….”
오토기가 처음으로 본 선생의 맨몸.
생각보다 단단하고 남성미 있는 체격.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선생의 몸 여기저기에 새겨진 흉터들이었다.
“배…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소문?”
“아, 아니야…….”
선생은 파탄 난 에덴 조약 조인식에서 중상을 입었다.
딱히 공표된 적은 없었지만, 공공연한 비밀이 된 사실.
하지만 선생의 몸에 남은 흉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상처가 꽤…많네.”
“아아……. 응…….”
“이건?”
어느샌가 다가온 오토기가 흉터를 가리켰다.
“이건 강철…좀 추운 곳에서 실수를 좀 해서.”
“…그럼 이건?”
“이건 아마…에비스 분교에서…….”
“그럼 이 화상 자국은?”
“아─…샬레 가스 폭발 때였나?”
하나하나 오토기는 선생의 상처를 짚어 나갔다.
선생도 요점은 흐리면서도 정중히 대답했다.
손가락이 하나씩 닿을 때마다 오토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선생님……. 꽤 위험한 일들을 겪어왔구나…….”
“그럴까? 난 싸울 수 없으니까, 오히려 오토기 일행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총알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위험하지 않아. 하지만 선생님은 한 발만 맞아도 죽을 수 있잖아.”
“그건…뭐…….”
싯딤의 상자 속 아로나와 프라나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두 사람이 있는 한 선생이 치명상을 입을 일은 좀처럼 없다.
거꾸로 말하면 두 사람이 없다면 위태롭겠지만.
“선생님 말이야,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겨.”
“…고마워, 오토기.”
그렇게 말한 선생의 손이 오토기의 머리로 향했다.
귀와 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물기 어린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얼버무리고 있지?”
조금 불만스러운 듯, 하지만 미세하게 얼굴을 붉히며 오토기가 항의했다.
“그런 거 아냐.”
“그럼 이제 전선에 나가거나 안 할 거야?”
“…학생이 곤란해하고 있다면, 나서야지.”
“하아…….”
“그 한숨은 뭐야.”
“역시 전혀 모르고 있잖아.”
쓰다듬을 받으며 오토기는 눈을 내리깔고 기가 막힌다는 듯 대꾸했다.
선생님은 자신의 입장을 알고 있는 걸까.
선생님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많은 학생이 슬퍼할지 알고는 있는 걸까.
나만 해도 선생님이 죽기라도 한다면…….
“에취!”
오토기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선생이 다시 재채기를 했다.
“정말…감기 걸리겠어. 아, 맞다……. 담요가 있었지.”
내심 아쉬워하면서도 오토기는 담요 한 장을 꺼내 왔다.
“자, 이거라도 두르고 있어.”
“고마워……. 오토기도 뭐라도 두르지 그래?”
“아─…담요가 한 장밖에 없네.”
아직 만드는 중인 비밀기지라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했다.
SRT도 사라지고 자유롭게 쓸 자금도 한계가 있어 아무래도 여유 물자를 비축해 두기 어려웠다.
“그럼 오토기가 써.”
“아니, 선생님이 더 추워 보이는…에취!”
이번에는 귀여운 재채기가 방 안을 울렸다.
선생의 상처에 정신이 팔리고 쓰다듬을 받다 보니, 잊고 있던 추위가 이제야 엄습해 온 것이다.
“자, 난 괜찮으니까.”
선생은 담요를 오토기의 등 뒤로 둘러주었다.
오토기의 몸이 담요 안으로 푹 파묻혔다.
따뜻하다.
하지만 이러면 역시 선생님이 감기에 걸린다.
옷도 아직 전혀 마르지 않았고…….
“으음…아, 맞다.”
무언가 생각난 오토기가 슬쩍 선생을 쳐다보았다.
“…선생님, 일단 난로 앞에서 몸 좀 녹이자.”
“그럴까…….”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솔직히 춥다.
선생은 난로 앞에 쪼그려 앉았다.
춥긴 하지만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온기에 한숨 돌리며 옆에 오토기도 앉을 거라 생각했는데─오토기가 두르고 있던 담요를 확 펼쳤다.
“오, 오토기?”
선생에게도 담요가 씌워지고, 체온이 닿는 거리까지 오토기가 다가왔다.
“한 장밖에 없으면 둘이 같이 쓰면 되잖아.”
“뭐…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체구가 작은 오토기라 해도 둘이 담요를 공유하기엔 한계가 있다.
필연적으로 반라 상태인 두 사람이 밀착해 어깨를 맞대는 형태가 되어버린다.
오토기의 작고 둥근 어깨가 선생님에게 닿는다. 무릎과 허벅지가 서로 맞닿는다.
두 사람의 체온이 뒤섞이는 듯한 감각.
“헤헤……. 따뜻해.”
가까이 보이는 오토기의 얼굴이 붉은 것은 난로 덕분일까, 아니면 담요 덕분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몸을 맞댄 채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빗소리.
고가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
아주 가까이서 느껴지는 서로의 숨결.
조금 소란스러운 자신의 심장 소리.
그것만이 세계를 지배한다.
오토기가 선생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오토기?”
뺨에 닿은 귀가 움찔 떨려 조금 간지러웠다.
“선생님, 없어지지 마.”
툭 하고 오토기가 작은 어리광을 부린다.
“선생님이 없으면 쓸쓸하니까.”
선생의 생명이 덧없는 존재임을 새삼 깨달아버렸다.
선생이 따뜻한 존재임을 새삼 알아버렸다.
“나 외로움 많이 타는 거 알잖아.”
어리광 부리는 듯한 오토기의 목소리.
붉어진 오토기에게서 흘러나온 말들은 마치 연인들의 속삭임처럼 울려 퍼진다.
“괜찮아.”
선생의 손이 오토기의 어깨에 닿았다. 가냘픈 어깨를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오토기가 외로워지면 언제든 만나러 갈 테니까.”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는 건지, 모호한 대답을 선생이 내놓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오토기는 기뻤다.
선생의 품에 안기니 그것만으로 마음이 안도감으로 가득 찬다.
“…그럼 선생님이 위험해지면 언제든 불러.”
선생의 어깨에서 오토기의 얼굴이 떨어진다.
눈을 돌리자, 만면에 미소를 띤 오토기가 그곳에 있었다.
“내가 계속…선생님을 지켜줄 테니까.”
빗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댓글 5
축축순애최적화더라 인연스보니까,,,
렌게처럼 뜬금없이 길어서 깜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