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스릴러 #말뼈다귀
원본 by マイタ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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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위스키 미즈와리 한 잔.”
나는 D.U. 시라토리 구의 어느 호텔 최상층 바에서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왜 이런 비싼 곳에서 마시고 있느냐 하면, 근처 선술집에는 드물게 학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술 외에는 안주가 거의 없는 이런 가게라면 미성년자인 학생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술을 마실 때만큼은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가 뭐랄까, 구원받은 느낌인 것이다.
내일은 휴일이라 평소보다 마시는 양이 좀 많았다.
기분 좋게 취기가 돌 무렵, 옆자리에 앉은 옷차림 반듯한 신사가 정장 주머니를 뒤적이는 것을 발견했다.
카운터에 담뱃갑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불을 찾는 모양이다.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다 싶어 라이터를 내밀었다.
“붙이시죠.”
“오, 실례.”
연기를 내뿜으며 한숨 돌리는 신사에게 말을 건넸다.
입고 있는 옷이나 피우는 담배가 꽤 고급인 걸 보니 상당한 상류층인 듯했다.
“혼자 오셨나요?”
“아니, 오랜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좀 늦는 모양이군.”
“그렇군요. 오래가는 친구라는 건 참 좋은 거죠.”
“가족끼리도 알고 지내는 사이라네. 요즘은 얼굴만 마주하면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이가 됐지.”
“하소연, 입니까?”
“그래, 이 나이가 되면 화젯거리라곤 일 빼면 자식 이야기뿐이라네.
나나 그 친구나 딸이 있는데, 사춘기라는 게 뭔지. 그 나이대 아이들은 참 어려워.”
“과연, 이해합니다. 저도 직업상 사춘기 아이들과 자주 접하거든요.”
“하지만 최근의 문제는 그게 아니라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딸에게 남자가 생긴 모양이야.”
“하하, 확실히 아버지 입장에서는 유쾌한 일이 아니겠네요.”
“말도 말게!!”
신사는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잔을 거칠게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바텐더에게 주의를 받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신사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봐, 웬 큰소리인가.”
“늦었군.”
“미안하네. 그런데 이쪽 분은?”
“담뱃불을 빌려준 친절한 친구야. 자네가 올 때까지 딸내미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어.”
“그것참 실례가 많았군.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어울려 주지 않겠나? 술값은 우리가 내지.”
“아뇨, 그건 좀…….”
“신경 쓸 것 없네. 그리 품격 있는 대화는 아니지만, 여기 술값 정도는 얼마든지 낼 수 있으니까.”
“하아, 그럼 호의에 기대겠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래, 딸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것까지였나.”
“그 근거는요?”
“얼마 전 딸아이가 신축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더군. 장래에 부동산업이라도 하려나 싶어 지켜볼 참이었지.”
그것참, 호쾌한 이야기다.
소지품이나 정장으로 상류층임을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두세 단계는 더 높은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인지 그 아파트가 단칸방 아파트였어.
거기까지만 들었을 땐 고학생용 아파트인가 싶었는데, 신축 주제에 지은 지 30년은 된 것처럼 낡아 빠진 허름한 건물을 짓겠다는 거야!”
그건 확실히 의미불명이다. 새 아파트를 짓는데 굳이 낡게 만들 이유 따윈 없으니까.
“이유를 물었더니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나?
자기랑 ‘그이’가 살 아파트라는 거야! 단칸방에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나 뭐라나.”
“그 아이도 참 귀여운 구석이 있구먼.”
“귀엽기는 개뿔! 금지옥엽 나비야 꽃이야 키워왔단 말이네.
나쁜 놈이 꼬이지 않게 여고까지 보냈는데! 그런데 어쩌다 이런 일이…….
아파트는 뒷공작을 벌여 무산시켰네만.”
“들키면 미움받을걸.”
“자네가 할 소린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딸아이가 웬일로 집에 돌아왔나 싶더니 도시락을 싸고 있더군.
당연히 내 것인 줄 알고 살짝 집어 먹었더니, 그이에게 줄 거였다면서 불같이 화를 내는 게 아닌가.”
“과연, 그건 확인하셨어야죠.”
“아버지인 나조차 딸내미 도시락을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얼굴도 모르는 애송이가 딸의 도시락을 먹다니 용납할 수 있겠나!”
“자네는 집안 서열 꼴찌니까 말이야.”
“공주님처럼 키웠는데, 어디서 이상한 놈팡이를 찾아온 모양이야.”
“뭐, 그 나이대 아이들에겐 흔한 일입니다. 곧 식을 거예요.”
곤란한 아버지들을 달래보려 하지만, 머리끝까지 뻗친 화는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자네, 너무 무르군. 식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어쩔 텐가.”
“전적으로 동감하네. 딸에게 들러붙는 벌레는 반드시 짓뭉개버려야 해.”
“짓뭉개다니요?”
“반드시 정체를 밝혀내서 사회적으로 말살해 버릴 걸세.”
“최소한 키보토스를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 주지.”
딸에게는 비밀이라면서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에게 약간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금지옥엽의 남자친구를 말살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는 생각보다 세상에 널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신사가 또 있었다.
“그 기분, 이해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당신도 말입니까?”
“무슨 사연이라도?”
“평소엔 기숙사 생활을 하던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왔나 싶더니 가계부를 쓰고 있더군요.
우리 딸이 참 똑부러지구나 싶었는데 말입니다.”
“싶었는데?”
“딸내미가 절대 사지 않을 법한 장난감이나 게임 같은 영수증이 가득했단 말입니다!
틀림없이 남자의 그림자가 있어요.”
“오오…….”
“누구 가계부를 쓰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상관없잖아!’라더군요…….
부모 눈에는 한없이 야무지고 남 잘 챙기는 착한 아이로 자라줬다 생각했는데, 그걸 이용해 먹는 쓰레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왠지 약간 뜨끔한 이야기 같은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일 거다.
아마, 아마도, 분명히, 메이비.
“믿을 수가 없군. 결혼한 사이도 아닌 여성에게 가계부를 쓰게 하다니.”
“세상에 그런 몹쓸 놈이 다 있습니까. 반드시 찾아내서 남의 귀한 딸을 멋대로 부려 먹은 죗값을 갚게 할 겁니다.”
진심으로 분노하고 계신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어딘가 누군가의 무사를 빌며, 나도 반성하자.
딱히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타산지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몰래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 지원 사격이 더 들어왔다.
“사실 우리 딸에게도 남자 냄새가 나서 말이죠…….”
“허어, 당신도요?”
“얼마 전 집에 온 딸이 테이블 위에 수첩을 두고 갔는데,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 안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건 안 되죠. 그보다 내용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말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엔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나 친구들과의 일이었는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사내놈이 일기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그 남자가 몇 시 몇 분에 하품을 했다느니, 말을 걸어왔다느니, 심지어는 딸의 가슴을 쳐다본 횟수까지 기록되어 있었단 말입니다!”
“그거 심각하군.”
“게다가 수첩을 훔쳐본 걸 들켜서, 딸이 저를 볼 때마다 신발 밑창에 붙은 껌을 보는 눈빛으로 본단 말입니다!
모모톡은 차단당했고, 전화는 수신 거부! 학교에 찾아갔더니 신고를 당했습니다!”
“자업자득 아닌가요?”
“이게 다 그놈 때문입니다!
중학생 때까지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안 두는 아이라 걱정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친구가 생겼다길래 안심했더니 갑자기 남자가 생기다니!
좀 더 단계라는 게 있을 거 아닙니까!”
“제 말 좀 들어주시지 않을래요?”
“음, 이해하네.”
“그 녀석의 정체를 밝혀내서 딸을 쳐다보는 그 눈알을 뽑아버려야지.”
“그러면 따님에게 더 미움받을 텐데요.”
드디어 물리적인 말살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분명 인명 사고가 날 거다.
그리고 왜인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건 왜일까.
술을 너무 마신 걸까.
슬슬 일어나려 했지만, 또 다른 난입자에게 가로막혔다.
“실례합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들려버려서요.”
“그렇다는 건 당신도?”
“네, 딸 바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딸은 책임감 강하고 우수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딸이 어떤 남자를 지키지 못하고 총에 맞게 했다며, 자기 탓이라고 울던 적이 있었죠.”
뭘까, 너─무나 낯익은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본능이 어서 이곳을 떠나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지고 평생 함께 하는 수밖에 없답니다.
그 성실함은 갸륵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아닙니까!?”
“흐음, 확실히.”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상적으로 딸에게 성희롱을 일삼는 모양이더군요.
머리 냄새를 맡는다거나 하는 짓도…….
저는 요즘 ‘냄새나니까 가까이 오지 마’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건 성희롱이죠!”
“어쩌면 따님이 그 남자에게 부채감을 느껴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필요하다면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네.”
과연, 세상엔 남의 약점을 파고드는 나쁜 놈이 있는 법이다.
나도 학생들이 그런 남자에게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건 그렇고, 앞으론 특정 학생들을 대하는 법을 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한 난입자가 나타났다.
“여러분은 아직 나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최악의 선은 넘지 않은 듯하니까요.”
“최악의 선이라니……. 설마…….”
“네, 제 딸은 저 모르는 사이에 남자랑 1박 2일 온천 여행을 가버렸습니다…….
게다가 그 온천 여관이라는 곳이…혼탕이 있는 곳이라더군요…….”
왠지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아마 술을 과하게 마신 탓이리라.
온천 여관에 여행 가는 커플 따위 별의 수수만큼 많으니까.
“어쩌면 남자가 아니라 그냥 친구일 가능성도…….”
“위로 섞인 말은 관두십시오!”
“저, 저기……. 어쩌면 손은 안 댔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손을 안 대……? 뭐야, 우리 딸에게 그 정도 매력도 없다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아니 실례,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마음 굳게 먹게.”
“사법기관은 대체 뭘 하는 거지? 이런 무법지대가 판을 쳐도 되는 건가?”
제발 진정해 주길 바란다.
왠지 이 사람들이라면 법을 비틀어서라도 무죄를 유죄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미안하네, 이런 하소연에 어울리게 해서.”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딸아이 상대가 자네 같은 견실한 사람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는데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명함이라도 한 장 주겠네.”
그렇게 건네받은 명함을 보자, 그곳에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성씨가 적혀 있었다.
『키리후지』…….
“…키리후지 님…이신가요.”
“아아, 이래 봬도 나름 회사를 경영하고 있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게나.”
“그럼 나도 주지.”
그것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명함을 건네받았다.
솔직히 사양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얌전히 받아두었다.
참고로 내 명함은 지금 다 떨어졌다는 핑계로 넘겼다.
그리고 받은 명함들의 성씨를 보니,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짐작했던 그대로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소노』, 『하야세』, 『우시오』, 『소라사키』, 『히노미야』.
어떤 역(逆) 기적이 일어나야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의도치 않게 부형 면담…즉, 방금까지 이야기하던 말살 대상은 바로 나였다는 소리다.
하나같이 낯익은 이야기뿐이었던 것도 필연.
“우시오 씨라고 하면 우리 딸이 자주 이야기하는…딸이 늘 신세 지고 있습니다.”
“하야세 씨라면 딸아이의 절친이라고 하는…아유, 저희야말로요.”
“히노미야 씨였습니까. 딸이 우수한 후배라고 자주 이야기하던데……. 잘 부탁드립니다.”
“제 딸도 존경하는 선배라고…신세 많습니다.”
화기애애한 건 아버지들뿐, 이쪽은 언제 정체가 들통날지 몰라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취기 따윈 진작에 달아나 버렸다.
“그러고 보니 자네 직장은 어디신지?”
“연방학생회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러고 보니 연방학생회에는 아이들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는 조직이 있다더군요. 이름이 샬레였던가…….”
“그거 좋군요. 딸아이를 홀리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있다고 신고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니, 그건 관두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공무원 조직이라 그런 연락해 봤자 제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거든요.
게다가 책임자가 아주 형편없는 인간이라 상담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말투로 제지했다.
스스로를 쓰레기처럼 깎아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들을 샬레에 오게 해서는 안 된다.
피바다가 열릴지 모른다.
일단 이 사람들은 딸에게 남자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즉 남자 = 샬레의 선생 = 나라는 도식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괜찮다.
최악의 경우 내가 샬레의 선생이라는 게 들통나더라도 등호로는 이어지지 않겠지.
그래도 불안 요소는 제거해 둘 필요가 있지만.
“그런 조직은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연방학생회에 청원을 넣읍시다.”
제 무덤을 팠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한 결과가 이것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풀가동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아뇨, 연방학생회에서도 샬레를 어떻게 할지 협의 중이니 조금 더 지켜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고 나면…….”
“알겠습니다. 명색이 연방학생회 직원인 제가 책임지고 아가씨들에게 접근하는 놈들을 감시해 두겠습니다.”
“뭐, 자네라면 믿음이 가는군.”
“일단은 맡겨볼까요.”
학생들을 나로부터 지키기 위해 내가 나를 감시한다.
앞뒤가 전혀 안 맞지만, 이 자리를 모면하는 게 최우선이다.
자잘한 건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자,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파할까요.”
“그러죠, 어떻게든 딸아이와도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귀갓길에 올랐다.
집에 도착하기까지가 죽을 만큼 길게 느껴졌지만, 어찌어찌 귀가 완료.
침대에 누워 목숨을 건진 것에 안도하며 한 가지 확신한 사실이 있었다.
‘이제 저 가게는 다시 못 가겠네…….’
며칠 뒤, 부형들로부터 연방학생회의 어떤 남성 직원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를
린 짱으로부터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함께 받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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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신축허름아파트는 못참지

어딜 가도 죽는 엔딩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