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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8634251
원문: 5,189자
의역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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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레의 선생에게는 운명적인 만남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수천 개의 학교가 밀집한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학생들을 홀로 지도한다는,
악덕 블랙기업조차 기겁할 수준의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는 그에게 사적인 여유 시간 따위는 존재할 리 없었다.
물론 툭하면 농땡이를 치다가 혼나곤 하지만 말이다.
나이 지긋한 성인 남성이 한참 어린 여고생에게 지적을 받으며 쩔쩔매는 모습은 제삼자가 보기엔 참 뭐라 말하기 힘든 광경이다.
그런 선생도 어느덧 나이로는 20보다는 30에 가까워진 터.
한 번 맞선 파티라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적령기가 늦춰진다곤 해도 학창 시절의 연인들과 차례차례 결실을 맺어가는 가까운 친구들의 현실을 보며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엄습했던 탓이다.
인터넷을 뒤져 귀하디귀한 휴일에 개최되는 맞선 파티를 찾아 신청을 마친 선생.
의기양양하게 파티장으로 향했지만,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그것을 순순히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 ◇ ◇
'여기가 맞선 파티장이구나~ 왠지 들뜨는걸~'
회장에 들어서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어느 개인실로 인도되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 안에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런 파티는 보통 커다란 연회장에서 상대를 탐색해 본 다음에 1 대 1 대화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요?"
「저희는 이러한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것도 함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뭔가요?"
직원이 건넨 것은 손바닥만 한 버튼이었다. 식당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출 벨 같은 형태였다.
「이걸 누르시면 상대를 체인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상대방에게 좀 실례가 아닌지……"
「연타하시면 저희 직원이 즉시 출동합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시면 망설이지 말고 불러주십시오.」
"설마 그런 일까지……"
「없다고 단언하실 수 있습니까? 여긴 '키보토스'입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인연을 찾으시길. 첫 번째 상대는 5분 후에 입장합니다.」
직원이 퇴장하고 약 5분이 지났을 무렵,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은 들어오라고 응대했다.
「니하하! 안녕하세요!」
띵-동-
「잠깐만요! 왜 다짜고짜 버튼부터 누르시는 건가요?!」
"당연히 누르지! 코유키가 왜 이런 데 있는 건데?!"
「아니 그게, 요전에 샬레 당번으로 갔을 때 선생님 수첩을 몰래 슬쩍 봤는데요.」
"대놓고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고 고백하지 마! 남의 수첩을 멋대로 들춰보는 게 어디 있어!"
「에이, 그런 세세한 건 일단 접어두고요. 선생님이 맞선 파티에 참가한다고 적혀 있길래, 저도 호다닥 참가 신청을 해뒀답니다!」
"그랬구나. 그렇고 출구는 네 뒤쪽에 있단다."
「방금 막 들어왔거든요?!」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학생이랑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조금쯤은 진지하게 고려해 주셔도 되잖아요!」
"코유키와의 결혼이라……………………
역시 무리려나."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아니, 방금 머릿속으로 잠깐 상상해 봤거든?"
'니하하! 다녀오셨어요 선생님! 도박하다 털려서 저축한 돈이 몽땅 날아가 버렸어요!'
'괜찮아요! 돈이 없으면 있는 곳에서 뜯어오면 되죠!'
'일단 세미나 공금에서 썼던 돈의 3배 정도만 챙겨왔어요! 따서 갚으면 완벽하다니까요!'
'애초에 선배에게 후배들이 협조하는 게 도리 아니겠어요?!'
"―라면서 해맑게 웃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고는 유우카 같은 아이들이 쳐들어와서 고함을 칠 게 눈에 선하고."
「상상 속의 저 너무 심각한 악동 아닌가요?! 저 그 정도까진 안 하거든요!」
"정말?"
「.....아마도요?」
"역시 안 되겠네."
「이런 자리에선 보통 취미 같은 걸 먼저 물어보는 거 아닌가요?!」
"그럼 네 취미는 뭔데?"
「취미는 도박이고 특기는 비밀번호 해킹입니다!」
"당장 돌아가렴."
"하아,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인선이었네. 다음 사람은 제발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는데……"
똑- 똑-
"들어오세요."
「실례할게.」
띵-동-
「어째서 버튼을 누른 거야?」
"아니, 조건반사로 그만."
「후후, 선생님도 참 짖궂네.」
"지금 아리우스는 이런 데 기웃거릴 때가 아니지 않아?"
「괜찮아. 지금의 아리우스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일치단결하고 있으니까.」
"그렇구나~ 그거 다행이네."
「그래서, 나랑 결혼했을 때의 메리트 말인데.」
"메리트라니."
「로열 블러드. 내 출신은 희소가치가 높아.」
"무슨 무서운 소릴 하는 거니."
「하지만 남자들은 그런 거 좋아하잖아? 고귀한 혈통을 제 손으로 더럽히고 싶다거나 하는 탐욕스러운 상상.」
"누, 누가 그런 못된 지식을 불어넣었어?! 당장 따질 테니까 불러오렴!"
「히요리인데.」
"앞으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으렴."
「반은 맞다는 뜻이구나.」
"앗 실수……가 아니라, 안 돼 안 돼! 아리우스 아이들한테 말살당한다고!"
「괜찮아. 내가 학생회장이니까.」
"권력을 쥐여주면 가장 위험해지는 타입의 아이였나……"
"이쯤 되면 다음 사람도 뻔할 뻔 자로 학생이겠지."
똑- 똑-
"네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띵-동-
「어째서 누르신 건가요?」
"학생 상대일 때는 일단 문답무용으로 누르기로 했거든. 애초에 나기사라면 이런 데 오지 않아도 선자리가 차고 넘칠 텐데?"
「아뇨, 집안 사정으로 정해진 정략결혼 상대 따위는 딱 질색이기에.」
"그야 뭐 그렇겠지만…… 그럼 일단 취미라도 물어봐도 될까?"
「취미는 원예입니다. 그리고 홍차로군요. 그리고 저의 가장 큰 어필 포인트는……」
"어필 포인트는?"
「경제력입니다.」
"경제력."
「네, 저와 결혼하시면 일 따위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프라모델이나 게임 등 본인의 취미 생활에 마음껏 몰두하셔도 좋습니다. 그저 저와 함께하는 부부의 시간을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내어주신다면 말이죠.」
"기둥서방이 되어서 인간으로서 끝나버릴 것 같으니까 거절."
「그럴 수가!」
"그럴 수가가 아니야!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그런 달콤한 말에 덜컥 낚이는 남자는 절대 고르면 안 된다?"
「안심하세요. 상대는 철저히 가려 뽑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오케이가 되는 건 아니거든?!"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다행이다, 이해해 줬구나."
「네. 단지 재산만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는 뜻이군요.」
"하?"
「키리후지 그룹 계열사에 고위 임원 자리를 하나 마련해 드리죠. 아니, 차라리 제 전속 비서로 삼아서……」
"전혀 이해 못 했잖아!"
"이제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실례할게요.」
띵-동-
"결국 와버렸네."
「뭐예요? 저라면 싫다는 건가요?」
"버튼 누른 건 그냥 넘어가 주는구나…… 아니, 반대야."
「반대요?」
"유우카가 상대면 거절할 명분을 찾는 게 제일 힘들다고나 할까……"
「헤, 헤에~ 그런가요? 흐~응…… 그럼 매칭 성립인 걸로 하죠!」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안 되지!"
「왜요?! 유우카랑이라면 결혼해도 좋다고 방금 본인 입으로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말 안 했거든?! 제자랑 결혼이라니 당연히 안 되지!"
「학생만 아니면 된다는 거네요?」
"응?"
「저 이제 1년만 지나면 졸업이니까요.」
"응??"
「그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세요. 아, 물론 그 사이에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시면 절대로 안 되니까요.」
"응???"
「확답 완벽하게 받았고, 녹음 버튼도 꾹~ 칸페키!」
"유우카 씨?!"
「실례하겠습니다.」
띵-동-
「후훗.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누르시다니 너무하시네요.」
"조건반사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왠지 다음은 노아일 것 같았거든."
「네. 그래서 선생님과 유우카 쨩이 나누신 대화는 문밖에서 아주 상세하게 잘 들었습니다.」
"무서워……"
「유우카 쨩을 고르시다니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칭찬해 드릴게요.」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노아는 왜 들어온 건데?"
「선생님, 혹시 애첩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무서워! 절친을 골랐다고 칭찬한 직후에 나올 대사가 아니잖아!"
「꺼림칙하게 여기실 필요는 없어요. 결혼 생활의 색다른 별미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니까요.」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야!"
「서브 히로인이라도 상관없으니까요! 편하게 대하는 여자 취급이라도 좋으니까요!」
"그만해?! 누군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쳇, 안 되나요?」
"무서워! 감정선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뭐, 시간은 넉넉하니까요.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방법 따윈 얼마든지 있으니깐...」
"무섭다, 진짜 무서워…… 눈물 날 것 같아."
「눈물인가요... 선생님이 우는 얼굴은 꼭 영상으로 기록해 둬야겠네요. 어라,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버튼을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연타하고 계시는-」
"망했네…… 왠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진 느낌이야."
「선생님, 들어갈게.」
띵-동-
「 그 버튼은 뭐야?」
"신경 쓰지 마. 그냥 노크 같은 거니까. 그나저나 나구사가 이런 곳에 올 줄은 몰랐네."
「응, 나도 이런 데는 처음이야.」
"몇 번씩 와본 거면 그게 더 무섭거든."
「선생님, 여기서 결혼 상대를 찾고 있는 거지?」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그저 무사히 살아 돌아갈 생각밖에 없어."
「그렇구나.」
"응."
「……」
"……"
「……」
"……"
「……」
"저기, 나구사? 무슨 일 있어?"
「나의 어필 포인트를 고민해 봤는데, 나한테는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
"그렇지 않아."
「아니, 내 장점이라곤 기껏해야 미인이라는 점 정도밖에 없고……」
"아, 뭐, 그렇네. 그 부분은 참 부정하기 힘들다만."
「나를 옆에 두고 데리고 다니면 지나가는 남자들이 뼛속까지 부러워할 정도니까. 아, 혹시 질투심에 휩싸인 남자가 선생님을 습격하면 어쩌지?」
"그 쓸데없이 강인한 멘탈만 있으면 웬만한 시련은 다 이겨내겠어."
"이제 한 명 남았나……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
「실례할게요.」
"거짓말이지……"
「어머, 제가 오면 안 되는 자리였나요?」
"아니, 설마 네가 직접 나타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해서."
「선생님께서 맞선 파티에 참가하신다는 정보와 함께, 다수의 학생 역시 참가한다는 제보를 입수했기에 저도 참가한 것이랍니다.
그런데 선생님, 아까부터 태블릿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는데요?」
"응, 신경 쓰지 마.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생각해 보세요. 샬레가 지닌 권력, 그리고 본인의 압도적인 인망. 그런 당신이 특정 학원의 학생과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학원 간의 파워 밸런스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답니다?」
"학생이랑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
「그렇다면 총학생회장인 저와 결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겠죠.」
"왜 이야기가 그렇게 튀는 건데?!"
「그렇게 되기 마련입니다. 총학생회는 중립적인 중재 조직이니까요. 애초에 샬레도 총학생회도 하나의 거대 조직, 회장인 저와 맺어지는 것이 가장 뒤탈 없고 깔끔하지 않겠어요?」
"듣고 있자니 온통 조직의 이익뿐이잖아. 결혼이라는 건 그런 계산적인 게 아니지 않아?"
「그 부분이라면 안심하세요.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 오신 선생님을 저 역시 인간적으로 사모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 태블릿에서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만?」
"아~ 괜찮아, 나중에 따로 잘 타일러 둘 테니까."
「하아…… 뭐, 확실히 갑자기 결혼이라는 것도 부담스러우실 테니, 우선은 친밀한 관계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뭐, 그 정도라면 나도 너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그거 정말 기쁘네요. ……그런데 선생님의 태블릿에서 도난 방지 시스템이 작동한 자동차 경보음 같은 소리가 폭발적으로 나고 있습니다만?」
"괜찮아, 나중에 잘 타이르면 될 일이니까."
「하아,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실례하죠. 평안하시길.」
"진이 다 빠졌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회사의 맞선 파티는 어떠셨나요? 괜찮으시다면 설문조사 작성 부탁드립니다.」
설문지를 받아 든 선생은 각 평가 항목에 체크를 하기 전, 마지막 자유 기입란에 거침없이 문장을 써 내려갔다.
『앞으로 맞선 파티는 키보토스 밖에서만 참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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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학은 킹정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