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학생 버릇 고쳐주기 -쿠로다테 하루나편- 4
/블루 아카이브
광고

후우카의 아침 산보가 더 가벼워진 기분이다. 미식연구회가 사실상 해체된 지금, 막대한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어째선지... 쉬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선생님 병문안을 위해 몇 번 트리니티에 문의를 남겼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지금.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습관적으로 박힌 요리였다.

"저기~"

"......"

"저기! 하루나 선배한테 줄 사식인데"

지하감옥을 지키는 선도부원은 꼭 두 세 번 씩은 말해야 반응했다. 행색만 보면 하루나와 같은 수감자 같다.

"그니까~ 이런 거 챙겨와도 거부한다니까?"

"한 번만 더 권해줄 수 있어? 아이키요 후우카가 만든 도시락이라고 전해줘."

"나도 배때지를 연 다음에 강제로 쑤셔 넣고 싶은 심정이야. 너희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나 더 생기고 쯧."

"......"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쓰레기 취급하자, 후우카도 조금은 발끈했다.

"정말 제대로 주는 거 맞지? 설마... 굶기는 거나 빼먹는 건 아니지?"

"하?"

선도부원은 눈을 부라리며 총구로 후우카의 쇄골을 건드렸다.

"예전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말이 좀 짧다? 게다가 우릴 의심해? 선도부가 없으면 이 학교는 이미 난장판이었다고! 알아?"

만마전이 총학생회에 불려나간 이후로 줄곧 이런 분위기다.

선도부와 만마전 부원들은 서로 잡아먹을 듯 입을 벌리고 있으며, 별 다른 이유 없이 일반 학생들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도 생겼다.

...없는 털도 곤두설 정도로 일촉즉발 현장이다.

"미안...합니다. 그래도, 도시락은 꼭 전해주세요..."

"알았으니까 빨랑 꺼져."

후우카가 떠난 뒤 선도부원은 밍기적 거리며 도시락 용기를 열어 검수를 진행한다.

연어, 계란말이, 문어 소시지. 정갈한 걸 넘어 미술 작품처럼 조화롭다.

"야. 테러범. 사식이다. 캬악~! 퉷!"

마지막 토핑으로 억지로 모은 가래를 올려 건네준다.

허나 하루나는 미동이 없다. 어둠에 의태한 듯 좀처럼 양지로 나오지 않고 침대 구석에 박혀 있다.

"...저러다 진짜 죽는 거 아냐?"

"죽으라지. 뭐"

"저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가지 당할 수 있다고"

"걱정 마~ 극한 상황이면 같은 사람도 잡아먹는 게 인간이야. 혼자서 굶어 죽는 건 부처도 못한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후우카는 도시락을 싸들고 감옥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런 상투적인 나날 중에.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꺄악!"

도시락에서 생명체의 격동이 느껴지더니 곧 용기를 부숴버리며 탈출했다.

다리가 여럿 달린 괴물은 화단으로 꽁무니 빠지게 도망쳐버렸지만,

놈이 팬쨩이란 건 어렴풋이 느껴졌다.

"주리!"

"앗... 후우카 선배. 무슨 일이시죠...?"

"너 혹시 하루나 선배 도시락에 손 댄 거야? 갑자기 팬쨩이 나타났는데..."

"아아... 그게... 죄송합니다. 선배를 도와주고 싶어서..."

"뭐, 뭘 했는데?"

"그냥 마무리 데코랑... 보온 포장만 했습니다... 망쳐서 죄송해요 후우카 선배... 분명 막 만졌을 때는 정상적이었는데"

"...아냐. 주리는 도와주려고 한 거니까... 갑자기 소리 질러서 미안."

주리가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 찝찝한 뒷 맛이 가시질 않았다.

평소엔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로 사과하던 주리가. 그 때 만큼은 어딘가 위화감이 들 정도로 차분했다.

정말 주리는 도와주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일부러 하루나에게 조달할 음식을 망쳐 놓은 걸까.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아 후우카는 애써 묻어버렸다.

***

'끼릭'

게헨나 교문 앞으로 버스 한 대가 정차 한다. 시내버스보다 우람한 차는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 탑승해 있었다.

"정지! 정지! 신원을 밝혀라!"

"발키리 공안국장 오가타 칸나입니다."

"무슨 용건이지?"

"만마전의 의장. 하누마 마코토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뭔 개소리야..."

아무리 광견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지만, 거대 학원에서 회장을 빼오겠다니.

보통 미친 정도가 아니라 광견병 아닌가?

선도부원들은 히나에게 의존하지 않고 본인들이 해결하기 위해 조정간을 조작한다.

"실례합니다만, 저항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오늘은 샬레를 대표하는 직책이기도 하거든요."

"하?"

곧 버스가 진동하며 여걸들이 차례로 내리기 시작한다.

정의실현부, C&C, 대책위원회, 공안국

키보토스를 대표하는 무력 동아리들이 소속에 구애 받지 않고 집결하였다.

칸나만 보고 기고만장했던 선도부원들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히나의 증원을 기다렸다.

"......"

"전 현재 샬레 소속이기도 합니다. 샬레 당번으로 배정 받을 경우 소속에 관계 없이 전 학교로 출입할 수 있는 초법적 특권이 부여됩니다."

다들 방어선을 기준으로 조용한 퇴각을 감행한다.

규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몇 수는 위. 이대로 싸워봤자 지도자가 없는 상황보다 더한 소요 사태가 예상된다.

"무슨 일이야?"

"히,히나 부장님... 불법 칩입자들인데..."

"......하아~"

나침반 모양 완장을 보자마자, 히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전투 태세를 풀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허가 없는 방문은 사절이야."

"체포 영장도 있습니다. 헛된 저항은 그만두시죠."

"그니까..."

"저기, 히나쨩."

초연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던 히나도, 머리를 묶은 호시노를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타카나시 호시노?"

"미안, 저번엔 도움을 받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만나버리네. 헤헤."

"......"

"히나쨩에게 악감정은 없어. 여기 모두가 같은 마음이야. 그저 게헨나의 회장에게 볼 일이 있을 뿐이니까... 염치 없지만 우릴 위해서 길을 열어줄래?"

"...안돼."

"소라사키 씨만 다칠 뿐입니다. 의미 없는 희생은 바라지 않습니다."

"경찰 누나 말이 맞아. 그저 조사를 위해 온 거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데..."

운동장에서 옥신각신하던 중. 마코토는 의외의 판단을 내렸다. 선도부 병력들을 무르게 한 뒤 본인이 직접 행차한 것이다.

"선도부장. 물러나도록"

"마코토?"

"승산 없는 싸움이다. 우리 둘 모두 부재할 시 생길 막대한 공백. 누가 대체한단 말인가?"

제법 멋드러진 장면이지만 아코 눈에는 모두 가식으로 보였다.

"저... 저. 망할 너구리가... 애초에 우리 의견 묵살하고 풀어주던 게 누군데..."

"뭐, 여기서 끝난 게 다행이잖아 아코쨩."

차량에 동승하고, 발키리에서 하차할 때까지. 마코토는 품위를 잃지 않았다.

도저히 잡혀가는 용의자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에스코트를 받는 듯한 위신이 느껴질 정도다.

허나 속단은 금물. 촛불은 꺼지기 직전이 가장 밝은 법이다.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오기에...

"소지품은 이리 주시죠."

"잘 보관하는 게 좋을 테다."

스마트폰과 총을 압수한 다음 취조실로 들여보낸다.

건조한 단색에 창문 하나 없는 압박감.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곳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증언들은 녹취할 예정-"

"필요 없다."

"네?"

"왜냐면, 나 마코토는 묵비권을 행사할 테니까!"

득의양양하게 외친다. 이 대사를 하고 싶어서 온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치기 어린 자신감이 묻어 있다.

"그러시군요."

"키시싯. 외통수 아닌가. 이 몸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조사가 성립이 안될테니 말이다!"

"그러게요."

칸나는 예사스러운 일이라는 듯, 잠깐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가 이내 서류뭉치를 가져온다.

"소용 없대도!"

"누가 뭐라 했습니까?"

책상에 문서를 쌓아두고 난 뒤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사람 대신 벽과 마주선다는 뜻.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닌 이상, 버티기 힘들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위인들도 조사 중에 진실을 뱉게 되는 이유...

"흐음......"

의자는 불편한 철제 의자, 입장하기 전 스마트폰까지 체출한 상태.

체감 상 10분이 거의 1시간은 걸리는 느낌이다.

"...저기.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진술을 하실 생각이 들었습니까?"

"아, 아니! 묵비권이다. 묵비권..."

"그럼 대답해 줄 수 없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일과를 마친 칸나는 곧바로 취조실에서 나가버린 뒤. 대타로 코노카가 투입된다.

"안녕하심까~ 만나 봬서 영광임다. 하누마 의장님. 이거이거... 누추한 곳이라 어떡하죠?"

"으음. 아, 상관하지 마라. 나쁘지 않은 장소인 걸?"

당근과 채찍의 조화. 살가운 코노카의 태도에 묵비권을 행사한 마코토는 자기도 모르게 사담을 나누었다.

"게헨나는 터프한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말임다. 역시 수장이신 마코토 님은 기백이 상당하시네요!"

"훗.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나쁜 버릇이지... 뭐, 틀리진 않았지만. 좋은 안목이군"

살짝 긴장이 느슨해진 걸 파악한 뒤, 코노카는 식사를 대접한다.

칸나가 직접 요리한 카츠동. 갓 나온 튀김을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시장하시죠~? 차린 건 없지만 드세요."

"어어... 뭐, 배고프진 않다만,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사양하지 마십쇼! 추가도 가능함다."

시간도 저녁을 넘어가고 배를 채우니 노곤한 감각이 감돈다.

바로 지금이 최적기. 코노카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나저나 이런 카리스마 있는 회장님이 계시는데, 도대체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은 뭐가 문제인 걸 까요?"

"훗. 이 세상에 완벽한 초인은 없지. 구제 불가능한 우민까지 끌고 가는 것이 지도자의 숙명 아니겠나."

"헤에~ 게헨나라는 학교. 정말 매력적이네요!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어디 식당이 터졌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아, 미식연 짓인가 보군. 걱정 하지 말게 학교와 인접한 곳은 경비를 강화하니-"

턱을 괴고 있던 코노카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실수를 통감한 마코토는 급히 입을 가린다.

"알고 계셨네요?"

"ㅁ, 무얼 말하는 거지?"

"미식연. 테러."

"......"

"에이~ 의장님 그만 하시고 솔직하게 털어놓으세요. 정말 간단한 일인데 왜 이리 질질 끄는 검까?"

"묵비권을 행사한다."

"그래봤자 마코토님만 힘들 검다. 이 조사는 저희가 당직까지 서 가면서 끝내지 않을 거니까."

"뭣!? 무슨 말이냐. 설마 이대로 철야까지?"

"저는 다음을 위해 눈 좀 붙일게요~ 바이~"

당근이 주어졌으니 이번엔 칸나 차례다.

처음보다 더 험악한 표정으로 입장한 그녀는 대뜸 취조실 녹화 영상을 틀어준다.

"제가 부재할 동안 의자에서 벗어난 횟수 총 7회. 뭘 꾸미고 계신 거죠?"

"무슨 소리인가. 그냥 몸이 뻐근해서 일어났던 것 뿐-"

"잦은 이탈로 도주 우려가 의심되는군요. 죄송하지만, 수갑을 채우겠습니다."

"겍!"

"진술한다면 풀어드리죠."

"거, 거절한다."

끝인 줄 알았겠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허리와 목을 통해 느껴지는 중력의 힘. 고나트륨 카츠동으로 인한 갈증.

이런 고생을 겪어도 돌아오는 건 없다. 칸나는 입을 열 낌새가 없다면 미련 없이 취조실에서 나가 개인 용무를 보았다.

"으아......"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이윽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한다.

발키리는 이 잠시의 휴식도 인정하지 않는다. 취조실 거울은 매직 미러라 밖에서 안을 투과할 수 있다.

'콰앙!' 책상을 개머리판으로 강타하자 허리가 활처럼 꺾인다.

"히이익! 뭐, 뭐냣!"

"이봐요. 조사가 장난임까?"

저녁 때까지 나긋했던 코노카가 지금은 도깨비 같이 우락부락한 얼굴로 바뀌었다.

"허어...?"

"조사가 장난이냐고. 지금 그 쪽 때문에 우리 직원들 밤 새고 있는 거 안 보임까?"

"......"

"한 번 만 더 대가리 떨어지면, 각오 하십쇼. 저희도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강풍이 아니라 따사운 햇살이었다지.

당근을 담당하던 코노카의 돌변에 마코토는 의지가 꺾여버렸다. 그녀까지 제대로 합세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비겁한 상상이 뇌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알겠다. 알겠으니..."

"오. 진술할 생각이심까?"

"그래... 그래..."

후부키가 쏜 도너츠와 커피를 우겨 넣으며 칸나가 입장하였다.

이윽고 마코토는 자신의 부실 행정을 실토 해놓기 시작한다.

"뭐... 미식연의 테러는 일상 다반사여서. 선도부에 일임했었지..."

"그걸로 끝입니까? 학부모 면담이나... 관련 교칙 발동 같은 건?"

"...모르겠다. 그건 선도부의 소관인지라..."

"그러니까, 만마전 책임이 아닌 선도부의 책임이란 뜻인가요?"

"으음... 그런 건 아닌데... 불량 학생 계도는 엄연히 선도부의 소관이기도 하고... 워낙 소동이 잦은 학교라 분담이 필요하다."

"...마코토 의장 말대로라면 게헨나는 이권 분립화로 운영하고 있단 뜻이죠? 입법권은 만마전에 있고, 집행권은 선도부에 있다."

"뭐... 그런 편이지"

빨리 나가고 싶단 생각에 아무 말이나 대충 지어내는 중. 점점 눈덩이가 굴러가는 걸 모르고 있다.

***

조사가 끝난 뒤. 너털걸음으로 게헨나로 돌아간다. 아주 늦었을 거라 예상했는데 밤 8시. 한창 잠옷 차림으로 이부키와 놀 때다.

"누님, 정말 괜찮을까요?"

"뒷감당은 걱정 마라. 당분간은 샬레 소속 당번들이 보호 해줄 것이니"

"그게 아니라... 게헨나의 선도부장 말임다. 키보토스 최강자에 신망도 좋은데, 괜히 벌집을 건드리는 건 아닐까요..."

"학생회장이 시인한 사실이니. 우린 맡은 일에만 집중하자고."

기숙사로 돌아오자 이부키가 반겨준다. 그토록 원하던 풍경인데 영 기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마코토 선배! 동화책 읽어죠!"

"미안... 내일 읽어줄게 이부키."

"...?"

평소의 호탕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회장 당선 전으로 회귀한 듯한 모습에 이로하가 끼어든다.

"...조사는 어떠셨나요 선배."

"뭐, 그냥 그랬지. 말만 하면 끝나는 조사인데 뭐..."

불길하다. 불길함은 뇌가 가장 먼저 학습하는 기운이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니까.

불길한 예감이 높은 확률로 적중하는 것도 필연이다.

[출석 요구서]

[소라사키 히나 귀하에 대한 간수자도주원조죄, 범죄은닉죄에 대한 문의가 있으니, 발키리 경찰학교로 출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하아..."

의장대가 우편함으로 수신된 편지를 가져왔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라 한숨조차 제대로 안나온다.

"마코토 선배... 도대체 어제 무슨 짓을..."

"뭐, 뭐가. 테러범 처리는 선도부장의 직무 아닌가. 책임의 소지가 있겠지."

"그동안 히나 부장을 골탕 먹이려고 구금 해제 명령을 내린 건 선배잖아요... 어떡할 거에요... 학교 분위기 살벌한 거 안보여요? 자칫하면 내분까지 일어날텐데"

"뭐, 뚜렷한 죄가 없다면 풀어주겠지... 의장대! 선도부로 문서를 인계하도록"

이대로 일반 부원들만 보내면 100%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결국 간부들 중 하나가 중재를 해야 하는데.. 믿을 놈이 없었다.

마코토는 어제 조사 이후 의기소침 상태, 사츠키도 자신의 최면술이 조리돌림 당한 뒤로 어디 짱박혀 있다.

치아키는 원래부터 필요할 땐 없다.

"......하아~"

결국 이로하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이로하 선배 어디 가? 나도 갈래!"

"이부키... 놀러 가는 거 아니니까. 조금만 참아요."

"그치마안... 선배들이 안 놀아주는 걸... 이부키 뭔가 잘못한 거야? 응?"

"...돌아오면, 같이 스케치북으로 그림을 그려요... 그 때까지 얌전히 있어줘요."

무거워진 몸으로 선도부실로 향했다.

최근, 게헨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다들 바쁜 눈치였다.

더더욱... 입을 열기가 난감하다.

"이로하? 무슨 일이야?"

"선도부장님... 그으...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부상 이후로 히나의 다크 서클이 더 짙어졌다. 손으로 건네는 건 더 이상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독극물이다.

"......"

"뭔가요? 히나 부장님?"

출석 요구서를 확인한 히나는 별 반응이 없었다. 눈을 뜬 채로 자는 것처럼 멍하니 글자들을 바라볼 뿐이다.

"죄송합니다..."

"뭐길래 이러는 거에요?! 무슨 내용이죠 부장님?"

"죄송합니다..."

부실 문으로 빠져나가자 안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할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곧 아코가 핏발이 서린 눈으로 이로하의 뒤를 쫓아온다.

"이봐요."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고! 이유가 뭔데요. 네? 우린 당신들 말대로 따랐는데 왜 히나 선도부장님한테 덮어 씌우는 건데!"

"면목 없습니다..."

"에덴 조약 때도! 그 쪽이 사고 치고 수습한 건 우리였잖아요! 학습 능력이 없는 거에요? 지금 히나 부장님이 안계시면 이 학교 어떻게 되는 알아? 어?"

"죄송합니다."

"안 끝났으니까! 멈추세요! 안 멈춰?!"

모자를 푹 늘러 쓰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임계점을 넘은 시점이기에 그건 도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야!!!"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에선 원초적인 폭력이 우선시 된다.

권총이 있단 것도 잊었는지, 아코는 이로하의 머리칼을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

뇌가 울렁거리며 귀로는 이명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커다란 패싸움이 번졌다는 건 피부로 느껴진다.

"이로하 의원님!..."

히나가 가세하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일까나. 몇 번 짓밟히는 고통이 느껴지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땅에서 일어났다.

감각이 돌아오자 어느새 만마전 부실까지 업혀왔다.

부상 당한 이로하를 보자 침울했었던 방에서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로하! 누구의 만행인가! 선도부?"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잖아요..."

"어서 대응 병력을 소집해!"

"관둬요... 마코토 선배. 전 괜찮으니까..."

애써 의연한 척 하지만, 이부키 앞에 서자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로하 선배... 다쳤어?"

"...에에. 실수로 넘어진 거에요 이부키."

"누가... 괴롭힌 거야? 응? 마코토 선배! 이로하 선배 좀 도와줘..."

"...누가 이부키 좀 데려가 주겠나?"

"아니에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이번엔 이로하가 누군가를 업어준다. 언제나 땡땡이를 치러 갈 때면 몸이 가벼워졌는데.

이렇게 무거운 상태로 가는 건 처음이다.

"훌쩍... 이로하 선배. 누가 괴롭힌 거야?"

"아니에요... 이부키."

"마코토 선배도... 사츠키 선배도... 다들 힘들어 보여... 선생님한테 말할까?"

"...안돼요. 선생님은 지금 엄청 바쁘니깐..."

"아냐. 선생님 아무리 바빠도 이부키 말은 꼭 들어준다고 했어... 한 번 말해볼래."

"그만해요... 이부키... 그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작성한 모모톡은 읽었단 표시도 뜨지 않았다.

선생님이 입원한 다음, 이부키는 답장이 오지 않아도 몇 번이나 자신과 선배들의 안부를 보냈던 것이다.

"이번엔 꼭 들어줄 거야... 선생님이 오실 거야. 그치?"

"이부키... 크흑...!"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이로하도 결국 꺾여버렸다.

"괜찮아요... 다 괜찮을테니까아... 흐흑..."

이부키를 감싸 안은 다음 안심할 수 있도록 몇 번이나 위로했을까.

이젠, 이부키에게 건네는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08.29창작

소설)피폐) 학생 버릇 고쳐주기 -쿠로다테 하루나편- 4

#쿠로#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36저장 0
광고
ㅇDC
ㅇㅇ작가
게시물 8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8.29 22:44
조회2
광고

댓글 36

나
ㅇDC
ㅇㅇ125.08.29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구나 오태식이

ㅇDC
ㅇㅇ225.08.29

필력 ㄷ

ㅇDC
ㅇㅇ325.08.29
ㅇDC
ㅇㅇ425.08.29
ㅇDC
ㅇㅇ525.08.29
디시콘
광고

ㅇㅇ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창작
소설) 이 펜을 나에게 팔아보시오.
ㅇㅇㅇ012
창작
소설) 너가 그 카스팔루그 맞냐? 上
ㅇㅇㅇ013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完
ㅇㅇㅇ016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10
ㅇㅇㅇ011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9
ㅇㅇㅇ019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8
ㅇㅇㅇ017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7
ㅇㅇㅇ06
창작
소설) 학생들의 헤일로에 숫자가 보인다 6
ㅇㅇㅇ013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소설피폐) 아코에게 장난치는 쓰레기 선생
ㅇㅇㅇ1107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1
슈슈퍼물라매075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2
슈슈퍼물라매079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3
슈슈퍼물라매081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4
슈슈퍼물라매076
TEXT
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5(재업)
슈슈퍼물라매079
창작
3
피폐) 쿠로코의 악몽
벨벨룰루053
창작
16
피폐)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하루나 만화
장장편못함3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