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 - 치히로편
(1)
나는 베리타스 부부장, 현부장대리──카가미 치히로.
오늘 오후,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지금은 베리타스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놀고 있는 마키와 하레, 헤드폰으로 뭔가를 듣고 있는 코타마도 있다.
"코타마 선배, 뭐 듣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마키가 코타마의 어깨를 두드린다. 갑자기 말을 걸어서 놀란건지 코타마가 움찔하고 튀어올랐다.
그때, 헤드폰 코드가 뽑히면서──단말기에서 바로 소리가 재생되기 시작한다.
『──라는 일이 있었거든.』
『에~? 굉장하다~!』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어딘가의 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편, 코타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아~! 코타마 선배가 또 선생님 도청하고 있네~!"
"앗, 앗……! 이건 그런게 아니라 말이죠……!"
나는 코타마에게 다가가서 그녀에게 묻는다.
"코타마, 또 도청중이야?"
"무심코 충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도청은 범죄라고."
"죄송합니다……."
"역시, 화이트 해커로서의 윤리를 재교육해야──."
코타마에게 화이트 해커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치려고 한, 그 때──
『이거 봐봐, 이 아이 귀엽지.』
『귀엽네~! 설마 선생님하고 같이 살고있는 아이인가요?』
『맞아.』
──엄청난 이야기가 들려왔다.
에……? 선생님이 다른 누군가랑 동거를 하고 있다고……?
공기가 얼어붙는다. 코타마도, 하레도, 마키도, 모두 굉장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한편, 스피커에서는 선생님들이 즐거운듯이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처음엔 어떻게 만난건가요?』
『저번달에 샬레 근처에서 만나서 말이지. 완전히 첫눈에 반해버렸다니까. 그 날 바로 집에 데려와버렸어.』
헌팅 후에 곧장 집으로!?!?!?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하는 타입이었다니 몰랐다. 평소의 온화한 선생님에게서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지만……그래도 선생님도 역시 어른 남성이구나.
그런 것도, 하는거네.
머리가 상황을 이해해버린 순간──차디 찬 물을 맞은 것처럼, 온 몸이 차가워진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듣고 싶지 않다. 왜일까, 엄청……싫다.
『좋겠다~ 부러워요.』
『진짜 귀엽다니까. 내가 자면 내 위에 올라온다고.』
『에~!?』
『그 때 찍은 영상이 이거야.』
『꺄아~~~~~앗!』
무, 무슨……!?
대체 뭘 보여주고 있는거야……!?
순식간에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선생님과 학생의 적나라한 행위. 침대 위에서 겹쳐지는 선생님과 그 연인.
마키들은 얼굴을 붉히고 있다. 그래도, 모두 아무 말도 하지않는다.
스피커 너머의 보이지 않을터인 영상에서 나는 소리를 아무 말없이 듣고 있다.
『아, 맞다. 최근에 같이 목욕하러 들어갔거든. 그 때 영상도 있어.』
잠깐……!? 진짜로 뭘 하는……!?
『아~! 지금 선생님 알몸 보였어~! 이런걸 보여주다니 선생님 야해~!』
『엑, 거짓말!? 그보다 나는 보지 말아줘, 변태.』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학생하고 동거를 하고, 그 행위를 촬영한 뒤에 심지어는 그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 놓고서,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게다가 보안의식이 너무 낮아! 휴대폰 앨범에 들어있는 영상 같은건 어디에서 유출될지도 모르는데!
선생님의 단말을 해킹하려고 시도하는 불성실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아, 슬슬 시간이네. 나는 갈게.』
『네~, 그 아이랑 행복하세요~!』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베리타스의 휴게실에는 심각한 분위기가 떠돌고 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마키가 입을 열었다.
"어, 어쩌지, 치히로 선배. 발키리에 신고해야하나?"
"진정해. 대화를 부분적으로 들은 우리들이 어떤 착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화이트 해커로서, 애매한 정보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정보라는 것은 구체적인 근거가 뒷받침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가치를 가지는 법이다.
우선은 정보의 정확도를 확인해야겠지.
"마침, 오후부터 호스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이 있어. 내가 거기서 확인하고 올게."
이렇게 말은 했지만……희망적인 관측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어서. 슬퍼서, 너무 괴로워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아……싫다. 선생님한테 듣고 싶지 않다. 만나고 싶지 않네.
그러자 코타마가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 선생님이 그랬다면……?"
"발키리에 데려가자."
*
교육 시간이 찾아왔다.
문을 열자──
휘황찬란한 내부 장식을 한 가게 안. 검은색을 기조로 삼은 벽, 금빛 샹들리에, 은은하게 청보라빛으로 빛나는 벽면조명. 가게 안에는 밝은 느낌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
눈부심. 요사스러운 분위기. 여러군데가 번쩍거리는 화려한 공간.
뭐, 뭐야, 이 장식!?
"어서오십시오, 호스트 클럽 『S.C.H.A.L.E』에."
정장을 입은 남성직원이, 정중하게 나를 맞이한다.
나는 자리로 안내를 받았고, 가죽을 덧댄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책자가 놓여있다.
"이 안에서 좋아하시는 호스트를 선택해주십시오. 한 명도 좋고 여러 명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책자를 열어보니 바로 선생님의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이 사람으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몇초가 지나서──
"지명 감사합니다. 치히로씨."
찾아온 것은, 검은 셔츠와 회색 정장을 갖춰입고 머리도 호스트답게 세팅한 선생님이었다.
──심장이 크게 뛴다.
넋을 잃고 보게 된다.
선생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반듯하게 생긴 미남. 정열적이고, 육식이고, 위험한 분위기. 마성의 색기였다.
순간적으로 몸 중심에서 화악하고 열이 뿜어져 나와서, 온몸이 뜨거워진다.
너무 잘생겼다. 너무 멋있다. 어쩌지. 왠지 가슴이 꼬옥 하고 조여온다……!
"와줘서 고마워, 치히로."
"아, 응……."
선생님이 내 옆에 앉는다. 가깝다. 무척이나 깔끔하게 생긴 얼굴이 바로 근처에 있다.
……핫, 무슨 생각하는거야 나는!?
냉정해져라. 나에게는 중요한 미션이 있다.
선생님이 학생과 동거를 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촬영한 뒤, 그것을 제3자에게 자랑하듯이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해야한다.
"뭐라도 주문할래? 이거라든가 추천할게."
"그 전에,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어."
"무슨 이야기?"
말투가 거칠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이야기를 꺼낸다.
"또, 코타마가 선생님을 도청하고 있었어."
"엣!?"
"그에 관해서는, 미안해. 프라이버시 침해니까 엄중하게 주의해뒀어."
"그랬구나, 나를 위해서 혼내줘서 고마워, 치히로."
선생님이 웃어준다. 하지만 그 미소조차도 연기로 보인다. 외면을 그럴듯하게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여버린다.
"그래서 본론인데. 오전 중에 선생님이 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들려서 말야."
"응."
"선생님, 학생들 중 누군가하고 동거하고 있지?"
"……?"
"게다가, 그, 그렇고 그런 영상을 촬영하고 있고, 그렇지?"
"……엣."
"허가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다른 학생한테 자랑하고 있지?"
"잠, 잠깐만 기다려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
선생님은 완전히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이제와서도 여전히 발뺌을 하려고 하다니.
이렇게나 불성실한 사람일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최악이야……."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선생님이 순식간에 보기 힘들어진다.
"잠깐만, 치히로. 뭔가 오해하고 있어."
"꺼림칙한게 없다면 선생님 휴대폰 보여줘."
"어, 좋아."
매우 흔쾌히 휴대폰을 주는 선생님. 설마 학생한테 보여준건 휴대폰이 아니라 태블릿이었나? 혹은 금방 발견할 수 없는 깊숙한 폴더 안에 들어있다거나?
어쨌든, 어딘가에 동거 상대와의 행위를 촬영한 영상이 들어있을 것이다.
휴대폰의 앨범을 연다. ──고양이의 사진과 영상이 대량으로 있었다.
"고양이……?"
"응, 저번달 샬레 근처에서 주워서, 그대로 집고양이가 됐거든."
"그래……응? 저번달……?"
──저번달에 샬레 근처에서 만나서 말이지. 완전히 첫눈에 반해버렸다니까. 그 날 바로 집에 데려와버렸어.
저번달에 샬레 근처에서 만났다.
첫눈에 반했다.
집에 데려왔다.
──이거 봐봐, 이 아이 귀엽지.
──귀엽네~! 설마 선생님하고 같이 살고있는 아이인가요?
귀엽다.
선생님하고 같이, 살고 있다.
에, 서, 설마…….
"이 영상, 제일 마음에 든 거야. 봐봐."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이 가리키는 영사을 열어본다.
고양이가 선생님의 배 위에 올라탄 상태로, 기분 좋게 쌕쌕하고 잠들어 있다.
──진짜 귀엽다니까. 내가 자면 내 위에 올라온다고.
"고양이 얘기!?!?!?"
"응."
"학생이랑 이야기하던게 고양이 이야기였어!?"
"맞아. ……어, 설마, 그것만 듣고 누군가하고 동거하고 있다고 착각한거야?"
──세계가 붕괴하는 것만 같은 감각.
실수하고 말았다. 전부, 착각이었다. 터무니 없는 억측을 하고 폭주해서,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규탄해버리고 말았다.
죄책감이 치밀고, 심장을 조여온다.
"미안해, 선생님……. 나, 착각해서 선생님한테 심한 말을 해버렸어……."
"괜찮아. 오해가 풀렸으면 그걸로 됐어."
"그래도 내 태도, 꽤 심했는걸?"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해버리고 이야기해버렸다. 그 미안함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나는 다시,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사과했다.
"정말로 미안해, 선생님."
"그럼, 역시 용서안할래."
"읏……!"
선생님에게서 부정하는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역시 화났구나, 라고 생각했지만──선생님은 고혹적인, 요사스러운 미소를 띤다.
"그래도, 음료 병을 주문해주면, 용서해줄게."
"……! 알았어, 사과의 의미로 좋아하는거 주문할게."
"그러면 10만 짜리 병으로."
"윽……!"
비, 비싸……! 그래도 선생님한텐 미안한 짓을 해버렸으니까……!
아니 그래도, 10만엔은 좀 괴로워……!
그래도 용서안해, 주겠지. 선생님한테 미움을 받고, 용서받지 못하게 되어버릴 정도라면 10만엔 정도는 내야겠지…….
"거짓말, 농담이야, 여기 1만엔 짜리 병이라도 되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였다.
아, 뭐야. 놀렸을 뿐이구나. 다행이다…….
"그러면 주문할게."
"응, 고마워, 치히로."
"이걸로 용서해주는거야?"
"응, 용서할게. 그러면 화해했으니까 포옹할까."
"엣."
저항할 틈도 없이 선생님에게 안겼다.
커다란 몸. 등에 둘러진 팔에, 꼬옥하고 안겨서 선생님의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잠깐, 선생님……!?"
"안돼, 안놓을거야."
"~~~~~~~~읏!!!!!"
선생님과 밀착하고 있다. 기뻐서 몸이 튀어오를 것만같은 고양감. 심장이 쿵쿵하고 경종을 울리고, 호흡이 빠르게 거칠어진다.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어……!
"서, 선생님, 나 이젠……!"
거친 숨과 함께 마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선생님은 겨우 포옹을 풀어주었다.
"하아……하아……!"
전력질주를 하고 난 뒤 같은 호흡. 숨쉬는게 괴롭다.
굉장했다.
머리 속이, 멍해진다. 1년치 정도는 행복 호르몬이 촤악하고 분비된 것같은 느낌이다.
왠지, 행복하다……. 어쩌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 때──직원이 병을 들고 와주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잔에 따라준다.
"건배 할까."
"응."
잔을 기울이고, 건배한다.
당연히 여전히 심장은 쿵쿵거리면서 큰 소리를 내고 있다. 너무 시끄럽다. 귀에 심장이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와줘서 고마워, 치히로. 모처럼 와줬으니까 반드시 즐겁게 해줄게."
대답을 할 수 없다.
나 평소에 어떤 식으로 선생님이랑 이야기했더라?
아, 위험하다. 선생님, 너무 잘생겼어…….
선생님의 단정한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그것만으로도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라면 동거 상대가 있다고 오해를 받아도 상관없지만, 치히로에게 만큼은 오해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읏……!? 그, 그건 무슨 의미야……?"
"치히로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거야."
"~~~!"
똑바로 눈을 바라보고 있다.
심장을 꽉 쥐여진 듯한 마성의 시선.
안된다, 이런건. 나, 정말로, 빠져버리게 돼버려……!
"앗."
그 순간, 내 뇌의 이성을 다루는 부분이, 경고를 울렸다.
이건, 교육이다.
실제하는 호스트와 동일한 접객을 해서 학생들이 호스트에 빠지게 될지 어떨지를 시험하는, 실습형 취약점 테스트다.
머리가 어느 정도 냉정해졌다.
뇌내에 방어 프로그램을 짠다. 이 이상의 피해를 내지 않도록 도출한 답은──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방금 전의 고양이 사진, 더 봐도 돼?"
"물론."
선생님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 앨범을 보여준다.
응, 완벽하다. 이 주제로 이 이상 유혹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귀여운 고양이네."
"이 아이가 오고 나서, 매일 집에 돌아가는게 즐거워졌어."
"이름은 뭐라고 해?"
"치쨩."
"읏!?"
순간 그럴리가 없는데도 내 이름을 불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됐나보다. 역시 아직 냉정해지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치히로도 치쨩이라고 불리고 있었지."
"주로 우타하한테 말이지. 그리고 가끔 마키들도 농담삼아 그렇게 부를 때도 있어."
그러자 선생님은 마성의 남자같은 나쁜 미소를 짓는다.
"치쨩, 귀엽지."
"~~~~! 고, 고양이 얘기 맞지?"
"어느 쪽일거라고 생각해?"
"정말……! 최악이야……!"
놀리고 있다. 놀림받고 있다. 농락당하고 있다.
불만의 뜻을 담아 선생님을 노려본다. 그러자 선생님은 내 눈을 그대로 쳐다보면서.
"귀엽네, 치히로."
"~~~~~~읏!!!!!"
앗, 안돼! 당해버려……!
깔끔하게 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아서, 황급히 선생님에게서 눈을 돌리고, 외면한다.
위험했다. 조금만 더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면 뇌까지 함락당할 뻔했다.
안돼. 상대는 호스트야. 사랑에 빠지면, 절대로 안돼.
먼 곳에 있는 벽을 보면서 마음을 쿨다운시킨다. 하지만 그 순간──선생님에게 턱을 잡혀 얼굴을 선생님 쪽으로 돌려졌다. 흔히들 말하는 턱잡기(顎クイ)다.
"엣, 잠깐만……!?"
"실은 나, 처음 봤을 때부터, 치히로를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무슨!?!?!?!?!?!?"
"귀여워, 좋아해, 치히로."
"아…………!"
뇌가 오버히트 한다.
마음이 열을 내고 심장이 끊임없이 큰소리로 울려대며, 온 몸이 뜨거워진다.
그래도 싫지 않다. 기쁨과 부끄러움으로 간질간질한 느낌. 뇌에 행복 호르몬이 콸콸 분비되면서 무척이나 행복한 감정에 둘러싸인다.
이제, 이런건 안돼……! 무리야……! 좋아져버려……!
"좋아해, 좋아해, 엄청 좋아."
"앗……엣, 에헤헷……!"
"예뻐, 치히로."
"흐헷, 흐헤헷……!"
마치 나를 망가뜨리려고 거듭되는 무차별 대입 공격.
인생에서 받았던 적이 없을 정도의, 엄청 기쁜 칭찬하는 말들. 너무 기쁜 나머지,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성이 박살나고 한심한 소리가 새어나와버린다.
"있지, 다음 병 주문할까? 플래티넘 샴페인 같은건 어때?"
"웅……."
"고마워, 치히로."
강요에 휩쓸린채로 10만엔 짜리 병을 주문해버린다.
선생님이 잔에 따라준 음료로 다시 건배를 한다.
냉장이 잘되어서, 자극적인데도 입에 착 달라붙고, 뒷맛이 깔끔했다. 맛있다. 좋은 맛이다…….
그 때 선생님은 나에게 밀착하듯이 다가와서──
"많이 좋아해."
"~~~~~!?!?"
"치히로, 좋아해. 엄청나게."
"앗, 앗……! 귀……안돼……!"
"그래도 치히로, 기뻐하는 표정인걸?"
"아, 아니야……!"
귀를 향한 자극에 움찔움찔 떨리는 몸.
귀를 통해서 뇌에 직격하는, 음란한 음색. 뇌가 녹아서 행복해져 버린다.
"치히로, 진짜 예뻐."
"속삭이는거 안돼……! 이거 진짜로 하면……!"
망가진다. 호스트광이 되어버린다.
인생의 위기를 느끼고, 끊임없이 뇌내 구석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치히로, 역시 속삭여주는거 좋아하지?"
"그렇지 않아……! 완전 괜찮, 으니까……!"
"그럼, 더 해줄게?"
"앗……안돼……!"
"치쨩, 엄청 좋아해."
"우아앗……!"
"역시 무척 기뻐보이는 표정인데? 치히로는 변태네."
"으~~~~~~~~~~읏!!!"
내 약점──빈약한 보안 취약점을 집요하게 공격받는다.
선생님에게 속닥속닥 속삭여질 때마다, 척추를 따라 달리는, 전류와도 같은 기분좋음.
저항을 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뇌에 직격하는 쾌락에, 몸부림치는 것외에는 할 수 없다.
뜨겁다. 너무 뜨겁다. 배열이 방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서, 폭발할 것만 같았다.
"좋아, 좋아, 엄청 좋아해."
"앗……우읏……!!!"
"사랑해, 치히로."
"으응~~~~~~~읏!!!"
여자를 꼬시는 말로 이루어진 DDoS공격. 오버히트해서, 부하가 걸려서, 머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치쨩, 샴페인 타워도 해버릴까?"
"그, 그렇게 비싼건 무리……! 이젠 더 주문 안할거니까……!"
"만약 타워 주문해주면, 이제부터 매일 『사랑해』라고 말해줄게."
"!?!?!?!?!?"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모모톡 메시지나 전화로 해줄 수도 있어."
"윽……!"
선생님한테 매일 사랑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나날.
그것이, 단 한번의 주문을 하면 얻을 수 있다.
아침, 선생님한테 『사랑해』라는 알림이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겠지.
밤, 선생님하고 전화를 하면서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나서 자는 것은, 행복하겠지.
그리고 선생님과 직접 만나는 날에는 얼굴을 맞대고 『사랑해』라고 해주고.
오늘처럼 강제로, 사랑의 말을 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런거, 너무 행복하잖아…….
"타워, 주문할게……!"
"고마워, 치히로."
"제대로 매일 사랑해라고 해줘야 돼……! 약속이니까……!"
*
휴식 공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푹 숙인다.
방금전까지의 추태를 떠올리고,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사라지고 싶어진다.
이대로, 공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곳에 떠다닐 뿐인 공기가 되고 싶다.
"치히로……."
선생님의 울적한 목소리.
하지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부끄럽다. 어떤 표정을 짓고 선생님하고 이야기해야 하는거야.
"놀랐어. 치히로는 분명 괜찮을거라고 생각했거든."
"크흑……!"
가슴에 날아와서 박히는, 선생님의 말.
나는 자신을 견실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도 그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스트광 예비군이었다.
종종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돈을 다 바치고 파멸하는 호스트광』이 되어버렸다. 믿기지 않는다. 엄청 충격이다.
"그래도 괜찮아. 취약점을 발견했으니까, 그걸 고치기만 하면 돼. 보충수업, 같이 열심히 하자."
"응……."
고개를 들고, 끄덕인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잘생겼네……. 너무 좋아…….
"그리고 이야기해야 할게 있는데."
"어, 뭔데?"
"사실, 코타마하고 하레하고 마키는 협력자거든."
"……엣!?"
"동의 하에 도청기를 붙이고 일부러 오해할만한 대화를 들려준거야."
"어, 어째서!? 불공평해, 그런건! 왜 나 때만 그렇게 공을 들여서!"
"아니 전원 다 똑같이 했어. 코타마, 하레, 마키 순으로 같은 식으로 하고 교육이 끝난 뒤에 협력자가 되어 준거거든."
"아, 그렇구나……. 참고로, 나, 나 말고도 불합격이지?"
"그, 정말 말하기 미안한데, 불합격을 받은건 치히로 뿐이야……."
꽈앙, 하고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에, 나만이라고……? 나만, 이런 망신을 당한거야? 모두한테 속아서……?
"……너무해, 모두 다같이 짜서, 나를 망신시키다니."
"미안해, 교육을 위해서니까."
"그렇다고 해도, 진짜 너무하잖아. 나, 오늘 하루만에 평생 당할 망신을 다 당했어."
치사하다. 치사해, 선생님. 내가 이렇게 망신을 당했는데 선생님만 아무렇지 않은건.
"……. 지금 떠올렸는데 말이지, 선생님. 고양이하고 같이 목욕하러 들어간 영상도 학생한테 보여줬었지."
"어, 응."
"보여줘."
"미안. 실은 다시 확인해봤더니 살짝 나도 찍혀버려서……보여줄 수 없어."
"나도 추태를 보였으니까, 선생님도 보여주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화, 확실히 불쌍하다고는 생각하는데……."
"그 학생한테는 보여줬잖아. 보여줘."
"그치만……."
"보여줘."
"곤란해……."
"보여줘, 선생님 알몸."
"윽……조, 조금만이야……?"
(2)
베리타스에 돌아온 나를 맞이한 것은, 폭소하는 마키와 히죽거리고 있는 코타마와,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레였다.
"왜, 왜 웃고 있는거야, 너희들."
"그, 죄송합니다만……도청기, 선생님에게 그대로 붙여놓은 상태였어요."
"에, 그랬어? 그건 안좋……. 아, 에, 너희들, 설마, 내 교육 내용도 듣고……!?"
싸아악, 하고 핏기가 가신다.
거짓말……그러면 베리타스에서 혼자만 호스트에 속았다는게 들켜서…….
게다가, 그걸, 듣고 있었다고? 그 추태를, 부원 전원한테?
"치히로 선배, 너무 쉽게 넘어가잖아……! (웃음)"
"죄송해요, 치히로 선배, 설마 속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앗, 못참겠다. 떠올리면 웃음이……후훕……!"
"이, 익, 너희들……!!!"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는 것은 바로 이런걸 가리키는 것이었다.
추태를 놀림받고 있다.
나는 쥐어진 주먹을 떨면서 치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코타마가 단말기를 조작해서──내 목소리가 재생된다.
『서, 선생님, 나 더는……!』
"왜 녹음 해둔거야!? 지워줘 그거!"
순식간에 수치심이 솟아오르고 머리에 피가 쏠린다.
『제대로 매일 사랑해라고 해줘야 돼……!』
"지워줘!!!!!"
"아하하하하하하하핫! 히익~!!! 배 아파……!"
마키가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배를 붙잡고 대폭소를 하고 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고 호흡도 힘들어 보였다.
하레는 웃는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얼굴을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참는게 괴로운건지, 한번도 본 적없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갰다.
『나도 추태를 보였으니까, 선생님도 보여주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보여줘, 선생님 알몸.』
"치히로 선배, 선생님 알몸 너무 보고 싶어하잖아! wwwww"
"푸핫……!!!(웃음) 코타마 선배 그만해……! 마키도 더 웃지마……!"
"읏……! 크윽……!"
괴롭다. 분하다. 부끄럽다.
자신의 치부를 후배들에게 놀림받고 있다. 너무 굴욕적이라,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 그런 점도 귀엽다고 생각해, 치쨩(웃음)"
"치쨩이라 부르지마!"
"치히로 선배, 다음 내 당번일 때 바꿔줄게."
"배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부장대리가 이렇게 꼬시기 쉬워서 괜찮은 걸까요……."
"쉽지 않아! 그 이상 웃으면 너희들 전원 날려버릴거야!?"
~끗~
=====
소설번역 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3345290
치쨩 불쌍함....
댓글 33
와 미친 후와후와 쀼장 캬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쀼장마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