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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트레인 재킹
“흥. 생각보다 일이 편할 것 같아서 영 보람이 없네.”
가장 뒤쪽에 있는 여객 칸까지 둘러본 다음 아즈사와 나기사가 있는 가운데 칸으로 돌아오는 길.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티파티 호스트, 키리후지 나기사 호위라고 들었으니 좀 더 제대로 한바탕 맞짱이라도 뜰 줄 알았는데. 지금은 승객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승객도 내가 째려보든 말든 시선을 피하거나 잠든 척하는 녀석들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키리후지 나기사를 인질로 잡아서 몸값을 받는 게 낫겠어! 농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티파티를 적으로 돌린다는 건 갑자기 트리니티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니까. 그딴 짓은 지금 키보토스에서 샬레의 선생을 납치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또 와카모랑 엮이는 것도 추가해서.
“음~. 그러면 차라리 이 열차를 뺏어서 승객들한테 금품을 걷는 게 더…”
“승객들에게 알린다! 지금부터 이 열차는 퐁당퐁당 헬멧단이 접수했다! 다들 무장 해제하고 머리 위로 손 올려!”
“...앙?”
낯익은 헬멧을 쓴 녀석들이 앞쪽 문에서 둘, 뒤쪽 문에서 둘 나타났다.
정거장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러면 애초부터 저럴 생각으로 올라탔나 본데.
나는 머리카락을 막 둥글게 휘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누가 운이 나쁜 거지? 나? 아니면 저 녀석들?”
“야! 거기 빨간 머리! 뭐 하냐! 빨리 시키는 대로 해!”
네 명 모두 똑같이 검은색 헬멧을 썼다. 그 중에 한 명이 호통을 쳤다. 일단은 ABCD라 할까.
“아~. 알았어, 알겠다고. 있잖아, 잘 봐야지? 내가 누군지 정도는 알잖아?”
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앞에 있는 둘에게 다가간다.
“? 아니, 누군데. 너 같은 거 몰라.”
“...뭐? 코마카제 라브야! 퐁당퐁당 헬멧단! 분파라도 그 정도는 알 거 아냐!?”
그렇게 말한 뒤, 나는 낌빡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카타카타 A와 B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라브 대장? 그야 물론 알지. 부하들 신뢰도 두텁고,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머리에 날카로운 눈빛,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멋진 대장님이시지.”
“뭣… 그, 그래! 날 봐, 어딜 봐도 그 대장, 코마카제 라브잖아!?”
나도 모르게 잠시 말문이 막히면서도 나는 말했다.
“헛소리하고 있네! 그 대장은 티타늄으로 만든 근사한 헬멧을 쓰고 다닌댔어! 눈 앞에는 방탄유리로 된 엄청 멋진 바이저까지 달린 헬멧이라고!”
“엣.”
엄청나게 화를 냈다. 열차를 탈취하면서 선언했을 때보다 더욱 큰 목소리에 살짝 기가 눌렸다.
“너한테는 그런 멋진 헬멧이고 뭐고 없잖아! 헬멧을 우습게 보는 거냐!?”
“으, 으윽. 우습게 본 적 없어…”
이 녀석이 하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헬멧. 그 헬멧이 칭찬을 받으니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지만. 그러면 나를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말이잖아. 헬멧이 없을 뿐인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맞아? 헬멧단 교육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상대가 분파라서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직속 부하인 퐁당퐁당 헬멧단 녀석들한테 저런 말을 들었으면 못 견뎠을 거다. 에이 설마.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알았으면! 당장 머리 위로 손 올려! 헬멧도 없는 그 초라한 머리통 위로!”
“젠장. 두고 보라고…”
“뭐라 그랬냐!?”
시키는 대로 총을 바닥에 내던진 뒤 손을 위로 들었다. 헬멧이 없는 머리가 미덥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너희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후. 순순히 따르기로 한 모양이네. 좋아 알려주지. 오늘 우리가 이 열차를 탈취한 이유. 그건.”
“뭐야 이 녀석은!?”
“오? 빨리 왔네.”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그리고 쿵쾅거리는 거친 소음.
“칫. 후방 차량에 문제가 생겼나.”
“흐흥. 재미있어지려 하는데.”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숨길 것 없이 말했다.
시간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대놓고 칼처럼 날카로운 여자가 순순히 포로가 될 리가 없다. 소란이 일어나면 나도 편승해서 반격할 생각이었는데, 역시 빠르다.
“어라? 근데 아즈사는 앞쪽에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옆이 아니라 몇 칸 앞이었을 텐데.
“뭐 아무튼. 너희도 빨랑 가지 그래?”
“말 안 해도 알아! 넌 여기 가만히 있어, 알겠…”
“아핫! 그럴 리가 있겠냐!”
바닥에 있던 총을 부츠로 걷어차 올려서 양손으로 단단히 잡는다. 근처에 있던 카타카타 A를 향해 힘껏 스윙을 날렸다. 헬멧의 내구성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옆쪽 아래를 노려야 한다.
“크엑!?”
“하! 방심하지 말라고!”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카타카타 A는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젠장! 너 이 자식!”
“이미 늦었어!”
휘둘렀던 총을 접는 느낌으로 카타카타 B의 총에 부딪쳐서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그대로 한 발짝 앞으로 부츠 소리를 내면서 파고든 뒤 정면에서 배를 걷어찼다.
“꺄흑.”
“헬멧에만 의존하니까 그 모양인 거야!”
이렇게 해서 앞쪽에서 온 A, B는 정리했다.
“다음은 뒤… 아니, 응?”
뒤쪽 칸에서 왔던 C와 D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각 칸에 4명 정도 배치했다고 치면 뒤쪽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러 갈 수밖에 없었나.
“재밌겠는데.”
나는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앞쪽은 아즈사가 어떻게든 할 테니. 여차하면 뒤쪽에서 난동을 부리는 누군가랑 같이 열차를 제압할 기세로 전부 정리한 다음에 나기사한테 추가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같은 헬멧단이라지만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는 없지.
“저, 저기요…!”
“아?”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 나를 불러세웠다.
4인용 좌석에 움츠러들어 있는 학생 한 명.
어지간히도 모브 느낌이 나는 수수한 여자. 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었다. 그 사복도 분위기가 수수한 원피스다. 단지 특징 없이 길기만 한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끌릴 정도로 찰랑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트리니티에 다닐 것이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가지런히 모은 두 다리 앞에는 비좁아 보일 만큼 작은 캐리어가 있었다. 색은 진한 빨간색. 옆에 세워 둔 돌격소총도 눈길을 끄는 새빨간 색이었다.
“뭐야? 나한테 뭐 볼일 있냐?”
“저, 저는… 그게.”
“뭐냐고. 급하니까 빨리 좀 해 줄래?”
“죄, 죄송해요. 가,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요.”
그러더니 수수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 나한테 감사 인사하는 거야?”
“마, 맞아요. 뭐가 이상한가요?”
“아하핫! 그러게. 아~. 이상하지. 오해하지 말라고. 나는 나를 위해서 이렇게 했을 뿐이지. 너를 도와줄 생각 따위는 요만큼도 없었다고.”
수수녀는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저는 덕분에 도움을 받았는데요…”
쫑알쫑알, 수수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런 부류는 상대하기가 영 힘들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짜증난다.
나는 허리를 굽혀서 일부러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다음.
“뭐~라고? 안 들리는데.”
“읏. 아, 아니…!?”
수수녀는 얼굴을 붉히더니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다. 그러더니 눈물이 맺힌다.
“? 재밌네 너. 이딴 걸로 쫄아서 되겠냐. 그 멋진 총이 차라리 더 울고 싶겠네.”
“총이요…?”
“그래. 네가 누군지는 관심도 없고,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거야. 아아, 다음에 또 만나면 내가 너를 덮쳐버릴지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더, 덮쳐…!?”
수수한 여자는 얼굴이 더 붉어지더니 이제는 거의 울려고 한다.
쫄았네, 완전 쫄았어. 헬멧이 없어도 나는 무섭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준 모양인데.
“이번에는 못 본 척 해줄 테니까 거기서 그냥 얌전히 떨고 있으라고. 얍.”
싸움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어 보이는 얼굴. 그 한가운데에 있는 코끝에 손가락을 대고 꾹 눌렀다.
“앗…”
찍소리도 못하고 수수녀는 비틀거리더니 등받이에 쓰러졌다.
“저기요! 성함을 한 번만 더 알려주세요…!”
“한 번만 더 알려달라고. 아까 들었을 거 아냐? 그래 좋아. 잘 들어!”
이렇게까지 겁을 집어먹는 녀석이니 소문이라도 퍼뜨릴 생각이겠지. 나는 총을 어깨에 들쳐메고 음흉한 느낌이 들도록 웃으면서 말했다.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퐁당퐁당 헬멧단의 대장, 내가 바로 코마카제 라브다!”
이러면 끝이지.
이제 이 여자 머릿속에 내 무서운 모습이 확실하게 새겨졌을 거다.
“라브… 님…”
“? 뭐 됐어. 자, 얌전히 있으라고.”
“네, 네에…”
뭔가 내가 생각한 거랑 조금 반응이 다르지 않나? 아니 기분 탓이겠지 아마. 위험한 냄새가 나니까 무서워서 조금 멍해진 거겠지. 아니, 이제 이 여자한테 신경 쓸 시간도 슬슬 아깝다.
나는 손을 휙 흔들어 주고 뒤쪽 칸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 깜빡 잊고 말을 안 했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걸음을 멈춘다.
“그 캐리어랑 네 총. 색깔이 멋지더라.”
☆
“아즈사 씨!? 괘, 괜찮은 거지요!?”
“문제없어. 예상 범위 내야.”
재장전하기 위해 몸을 숙이면서 좌석 그늘에 숨은 나기사의 질문에 대답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좌석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응전한다. 상대는 헬멧을 쓰고 있기에 다소 과감하게 얼굴을 내민다.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이쪽으로 붙을 것이다.
“뭐 기차를 타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야. 탈취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번에는 어쩌다 그렇게 됐을 뿐.”
“그렇게 꼭 둘 중 하나가 되는 게 맞을까요!?”
“그리고 아직 탈취를 당한 것도 아냐. 여기를 우리가 지키면 돼. 그리고 나는 공성전이 특기야.”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좌석 등받이에 바짝 달라붙어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본 상대는 분명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
“나기사. 좀 더 머리를 숨기는 게 좋을 거야. 충격에 대비해.”
“네? 아즈사 씨!? 설마 이 차량에… 읏!?”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아즈사 씨!? 여기는 밀실이 아니라 움직이는 열차인데요!?”
“괜찮아. 폭약 양을 조절했어. 통풍이 조금 잘 될지는 몰라도 주행하는 데 지장은 없을 거야.”
“아아, 제 평온했던 여행 시간은 대체 어디로…”
“나기사, 이동하자. 지금은 오히려 나서야 해. 라브도 제 역할을 다해 줬으면 좋겠는데.”
역시 이럴 때를 대비해서 동행하기를 잘했다. 적어도 시간벌이 정도는 해 줬으면 하는데.
☆
“자~. 어떤 녀석들이 튀어나오려나. 영차.”
조금 두근대는 마음으로 뒤쪽 칸으로 이어지는 문에 손을 얹는다.
일단 나도 헬멧단이니까 카쿠카쿠 헬멧단에 대단한 전력이 없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증원이 바로 왔다는 건 그래야 할 만한 녀석들이 있었다는 말이잖아.
나를 알아보고 믿는다면 생각해보지 못할 것도 없는데, 그보다는 무서운 걸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또 구호가 필요하시면 바로 불러 주세요.”
“......”
슬쩍 문을 닫았다.
뭐야 방금 저거. 잘못 봤나?
새하얀 옷에 파란색 긴 머리, 귀가 뾰족하고 키가 큰 여자가 카쿠카쿠 녀석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말하는 내용이랑 벌어지는 일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까. 저 녀석 아마 트리니티 구호기사단 단장 아니었나 싶다. 구호라고 했잖아. 한손으로 상대를 들어올리면서.
부하들이랑 밥을 먹으면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헬멧단에도 예전 트리니티 출신 불량배들이 은근 있는데, 다른 자치구에 비해서 불량배들이 살기가 힘들다고 했다.
무력 제압을 서슴지 않는 정의실현부에, 일반 학생 주제에 지나치게 강하면서 취미 삼아 불량배들을 덮치는 자경단.
그리고 구호기사단까지. 기본적으로는 다친 사람을 차별없이 대하는 친절한 녀석들이지만 거기 단장의 모습을 봤다면 곧장 도망쳐야 살 수 있다.
저게 바로 그 녀석이다. 아마 그렇겠지. 다시 한번 열어볼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러면 아즈사 쪽에 있는 게 더 안전했겠네.”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파란 머리 여자가 서 있었다.
“구호가 필요하신가요?”
“......으음, 나는 괜찮은데~.”
“그러시군요. 이 열차는 위험합니다. 숨어 계세요.”
웃지도 않고 정면으로 머릿속을 강렬하게 파고드는 듯 매서운 눈빛을 보낸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려 침을 꿀꺽 삼킨다.
그냥 되게 이쁜 언니인 줄 알았더니 어마어마한데. 짐승 우리에 던져진 기분이 들잖아 이거.
“그, 그럼 나는 이만.”
서둘러 여자 옆을 지나쳐 뒤쪽 칸으로 들어갔다.
틀림없다. 구호기사단 수장이 아니고서야 눈빛이 저렇게 위협적일 리가 없다. 내가 맡은 작전도 아닌데 저런 녀석을 상대할 이유는 없다.
“...그 붉은 머리. 조금 상한 게 유감이지만 무척 아름답네요.”
“그거 나한테 하는 소리야? 그렇게 칭찬할 정도는 아닌데, 고마워.”
“그리 겸손하게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헬멧단 간부, 코마카제 라브 씨.”
“에?”
순간 창밖에 흐르던 풍경이 멈췄다.
아니. 여자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멈춘 게 아니라 내가 날아가고 있는 거다.
이 칸 뒤쪽 문을 들이받았다. 나는 바닥을 향해 총을 내리찍어 기세를 억누른 뒤에 좌석 모서리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어떻게든 몸을 멈춰 세웠다.
“야… 위험하잖아!?”
무슨 짓을 당한 건지 모르겠다. 이 여자도 아마 와카모나 그 고릴라 여자만큼 위험하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근데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은근히 기쁜데!”
“당연하지요. 제가 아무 생각도 없이 구호를 하는 것 같나요? 구호가 필요한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은 머릿속에 똑바로 넣어두고 있습니다.”
“제법인데! 내 이름을 기억해줬으니까 답례로 상대해 줄게!”
“좋습니다. 구호기사단 단장, 아오모리 미네. 갑니다!”
“잠시만! 잠시만요!”
““!?””
나와 푸른 머리 단장, 미네 사이에 끼어든 건…
“이 사람은 저를 구해줬어요! 지금 열차를 습격하고 있는 사람들하고는 달라요!”
아까 그 수수녀?
양 팔을 벌리고서 미네 쪽을 향하고 있다. 오른손에 들린 새빨간 돌격소총이 덜덜 떨린다.
“...당신은 누구죠?”
미네는 방심하지 않고 수수녀를 바라본다. 방패를 들고 당장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총을 겨누면서.
“저, 저는 상관없고요! 이 사람을 쏘려면 먼저 저부터 쏘세요!”
“야, 잠깐 너! 뭐 하는 짓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겁에 질려있던 주제에 큰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다. 그것도 구호기사단 단장을 상대로.
“그녀의 말이 사실인가요?”
미네가 시선을 돌려 나를 봤다. 수수녀가 아니라 나한테 물어보려는 모양이다.
“아~. 뭐. 그렇지. 옆 칸 녀석들은 내가 그, 구호? 했다고 봐야지.”
“! …알겠습니다.”
미네는 예쁜 얼굴을 놀라움으로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수수녀를 보더니 다시 한번 나를 꿰뚫어보려는 듯이 바라봤다.
“입장은 달라도 구호를 위하는 마음에 거짓 따위는 없습니다. 당신의 말은 믿을 수 있겠네요. 확인도 없이 구호하려 했던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더니 미네는 방패와 총을 내던지고 고개를 숙였다.
“뭐!? 아니, 너 아무리 그래도 단장이잖아!? 나 같은 녀석한테 그렇게 순순히 고개 숙이는 거 아냐!”
“아니요. 지금은 그래야만 합니다. 제가 미숙한 탓에 잘못된 선입견에 갇혀 구호가 필요한 상대를 잘못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체면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는 건 경우가 없는 일이에요.”
“경우라니…”
이 녀석 대체 뭐야? 아가씨 학교 구조대원이라기보다 오히려 우리랑 생각하는 방식이 더 비슷하지 않나? 내가 용서 안 하겠다고 말하면 넙죽 절이라도 할 기세인데.
“라브 님…”
수수녀가 돌아서서 나를 쳐다본다. 어지간히 무서웠는지 눈가에 눈물이 고여서 흘러넘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 걸 보니 의외로 가망이 있을지도.
아니, 근데 얘는 또 뭔데? 기껏 겁주고 왔더니만 이래서야 내가 도움을 받은 거 같잖아.
“아~ 진짜! 딱히 화 안 났어. 고개 들라고!”
“감사합니다.”
미네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말했다.
“나 참, 황당하네… 그리고 너!”
“네, 네엣!?”
나는 수수녀를 손가락으로 척 가리켰다.
“님이 뭐야 님이. 쪽팔리니까 그만해! …뭐, 일단 고맙다고는 할게. 이러면 이제 빚은 없는 거다. 알겠어?”
“네, 네에! 감사합니닷.”
“아니, 왜 네가 고맙다고 하냐고.”
진짜, 헬멧이 없어진 뒤로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일만 잔뜩이라니까.
널부러져 있는 카쿠카쿠 녀석들과 구호기사단 폭력 단장. 기가 센 건지 약한 건지 모르겠는 수수녀와 헬멧 없는 헬멧단 대장.
웃음이 나올 정도로 엉망진창이지만, 웃을 수 있을 만큼은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후후. 이해했습니다. 구호란 사랑. 당신 또한 구호를 원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시군요.”
“읏…”
“? 뭔데 그게?”
미네가 왠지 기쁜 듯이 웃고, 수수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아래를 쳐다본다.
“이젠 지쳤어. 나는 나기사를 호위해서 보상으로 헬멧을 사고 싶었을 뿐인데.”
“나기사…? 설마 나기사 님께서 이 열차에 타고 계신가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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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가 필요하신가요?" 개무섭네 ㄷㄷ

러브가 구해 준 머리 긴 트리니티 학생 누구인지 한참 생각했는데 그냥 모브인가
나도 기존 학생인가 싶었는데 오리지널이긴 해. 그래도 자캐딸 같은건 없고 조연 수준으로 나옴
문열리고 구호가 필요하신가요는 ㅅㅂ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