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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방에 들어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 한 면의 유리창.
불어오는 듯한 푸른 하늘이 시야 가득 펼쳐져 무심코 심호흡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안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큰 책상.
사용한 흔적은 있지만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그것이 바로 린이 말하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음을 깨닫고 다시 한번 하늘을 본다. 맑고 투명한 햇살이 마치 미소짓듯 쏟아지고 있다.
어딘가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방 분위기였지만, 잠시 후 신기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자신의 발소리만 들려오는 실내를 나아간다. 책상 앞에 다다를 무렵엔 긴장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책상 위에 있던 건 몇 개의 파란색 파일과 심플한 만년필. 그리고――
『이 편지를 당신이 읽을 때쯤이면, 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겠죠.』
――「그녀」가 보낸 편지였다.
총학생회장의 편지
"내 앞으로?"
"그렇습니다, 선생님."
린의 연락으로 총학생회에 얼굴을 내밀자, 거기에는 한층 눈 밑의 다크서클이 심해진 행정관이 있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은 뒤로 연일 격무가 이어지고 있는 거겠지.
예쁜 얼굴이 못쓰게 되니 자라고 전했지만, 그녀는 미간의 주름이 깊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선생님에게 듣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하고 째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나도 현재진행형으로 눈 밑에 다크서클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얼마 전 보고서가 미비점이 있었던 영향인지, 아니면 단순히 나를 싫어하는 것인지.
짐작가는 게 너무 많아 더 이상은 파고들지 못하고 있자 그녀는 선 채로 본론을 말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그 『총학생회장』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한 것 같다.
"제게 보내는 것과 선생님 앞으로 보내는 것 두 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발신인 불명이지만 필적으로 봐도 회장 본인이 아닐까 합니다."
"편지를 보냈다는 건, 무사한걸까?"
"......모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 썼는지도,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린쨩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뭐래?"
"누가 린쨩입니까."
그녀는 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회장답다고 하면 회장답습니다만...... 어쨌든, 선생님 앞으로 온 것은 저쪽 방에 놓여 있으므로, 확인해 주세요. 내용은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알았어."
갑작스럽게 실종된 총학생회장에게서 온 편지.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그녀의 귀중한 연락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까지는 눈앞에 있는 그녀의 표정에선 알아볼 수 없었다.
원래부터 린은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화가 난 건지. 편지 내용을 입 밖에 내지 않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알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녀들 사이에 내가 끼어들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더 궁금했다.
"학생회장실이라."
"선생님."
"응?"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린이 다시 말을 건다.
"그...... 만약, 뭔가 아시게 된다면......"
"아, 그때는 바로 알려줄게."
"잘 부탁드립니다."
어찌됐든 그녀도 걱정하고 있는 거다.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내용이길 바라며, 나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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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으로 발을 옮겨 순백색 편지지를 집어든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읽게 해주는 건 린의 배려겠지.
싯딤의 상자를 조용히 책상 끝에 놓았다.
"역시 「여기」에 앉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는데."
이 의자에 앉아도 되는 건 그녀뿐.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선 채로 편지를 열었다.
『선생님께』
부드러우면서도 가지런한 정중한 문자.
『이 편지를 당신이 읽을 때 쯤이면, 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겠죠.』
"......"
최악의 서두로 본문이 시작됐다. 즉 이것은 그녀의 유서――
『라고 써보기도 하고』
"하?"
예상치 못한 변화구에 그대로 놀라고 만다.
의외로 러프한 느낌일까.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유서』
불길한 말은 쓰지 말아줘.
『이예이~ 선생님, 읽고 있나요?』
"이제 버릴까......"
제법 각오를 다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뭐냐고 이건.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코멘트가 달려 나온다.
『아앗, 잠깐, 버리지 말아주세요!』
"어째서 버리려던 걸 아는 거야. 자각이 있다면 제대로 써줘."
『크흠.』
문장에 일부러 기침을 의성어로 써 놓았다.
『선생님. 먼저 한 가지, 사과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과해야 하는 것.
그 문장을 보자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녀가 이런 걸 쓰면서까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린쨩의 푸딩을 먹은 건 저예요.』
"린쨩에게 사과해!"
혼자 큰 소리로 츳코미를 걸어버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고 있을 수 없었다.
『그 유명점의 한정 푸딩이 너무 맛있어보여서......』
"알까보냐! 자신이 직접 사!"
『선생님이 대신 사과해 주세요.』
"싫어! 직접 사과하라고! 왠지 내가 혼나는 미래가 보여!"
『싫어요! 무조건 혼나잖아요!』
"알면 먹지 마! 그보다도, 따로 사과할 일이 있잖아!"
『이상입니다.』
"훔쳐먹은 걸 사과할 뿐인 편지!?"
어째서인지 대화처럼 진행되는 문장에 언성을 높이며 답해버렸다. 내 반응까지 예상하고 이걸 썼다면 초인이라는 이야기도 수긍이 간다.
"어쩐지 이 느낌, 어딘가에서......"
휘둘리기만 하는 채로 읽어나간다.
『선생님, 린쨩과는 잘 지내고 있나요? 미움받거나 하진 않나요?』
"뭐 그럭저럭."
『밥은 제대로 먹고 있나요? 편의점 도시락만 먹으면 안 돼요?』
"엄마냐."
『바쁘더라도 수면은 제대로 취하세요. 그리고 서류 일을 뒤로 미루는 건 좋지 않은 일이에요.』
"그건 뭐, 내일의 내가."
『내일의 선생님이 어떻게 해줄거라는 것도 안 돼요. 린쨩에게 혼날거라구요?』
"전부 들켰어......"
『그리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주변에 잔뜩 있다고 헤벌쭉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어디서 보고 있어?"
그리고 나서도 걱정만 했다.
나, 총학생회, 키보토스.
나는 누가 듣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 하나하나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사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더 모두와 함께 웃고, 울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어요.』
"......"
『선생님. 만약 제가 당신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더 많이 이야기해요.』
"......그래."
『과자를 잔뜩 사서 밤을 새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론."
『약속이에요? 무조건이니까요?』
"알고 있어. 그 대신 제대로 푸딩 일은 린쨩에게 직접 사과하는 거야."
『아, 그래도 그 전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안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힘껏, 꼬옥~』
"그건...... 생각해 볼게."
『후후, 기대되네요.
그럼 선생님. 다음에 또――』
거기서부터는 왠지 목이 메여 읽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저도 모르게 미소가 넘친다. 글인데도 그녀의 감정이 전해진다.
마치 그 미소마저 보일 정도로.
미소?
어째서 지금 나는 그녀의 미소가 떠올랐지?
어째서 그립다고 느꼈지?
대체 왜 이렇게 친밀한 말이 나오는 걸까?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는다.
키보토스에 오기 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그녀와 만난 적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랐다.
단순히 떠오른 것 뿐인가. 실제로 만났던 건지. 자료로 본 건지. 영상으로 본 건지, 아니면 꿈이나 환상인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 투성이였다.
나는 지금까지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기억이 애매한 것도, 총학생회장에게 지명받았다는 것도, 샬레에서 하는 업무도, 자신의 책임과 의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걸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아무런 의문도 품고 있지 않았었다.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총학생회장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자료든, 영상이든, 현 학생회 멤버에게 물어보든, 얼마든지 방법은 있었다.
그래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건가?
모른다.
『제 실수였습니다.』
그때.
『제 결정들.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된 모든 상황. 결국 이 결과에 도달하고서야 당신이 옳았다는 걸 깨닫다니......』
처음 린쨩 앞에서 의식을 되찾은 그 순간 본,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니 염치없지만 부탁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어차피 제 말을 잊어버리게 될 테지만, 그래도 상관없겠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도, 당신은 아마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선택을 하실 테니...... 그러기에 아마......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선택. 당신만이 가능한 선택들.』
그게 꿈인지, 정말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책임을 지는 사람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의 저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당신의 선택. 그것이 의미하는 바까지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러니, 선생님. 제가 믿을 수 있는 어른인 당신만이, 이 뒤틀리고 일그러진 종착지가 아닌 다른 결과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의문조차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총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선생님. 부디.......』
"선생님."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고.
목소리의 근원을 찾자 거기에는――
『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어요.』
"아로나......?"
『네, 괜찮으세요, 선생님? 몸이 안 좋다거나....... 일단 어디서 쉬시는 게...』
책상 끝에 둔 싯딤의 상자에서 불안한 듯 이쪽을 바라보는 아로나를 보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멍하던 머리가 푸른 하늘처럼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로나."
『ㄴ, 네! 뭔가요?』
"......아무것도 아냐. 슬슬 돌아갈까."
『어, 이제 괜찮으세요?』
그래. 지금은 이거면 된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응. 린쨩에게 인사하고 샬레에...... 아니, 잠깐 딴 데 들렀다 갈까."
『돌아서 가실 건가요?』
"잠깐 살 물건이 있어서 말이야."
『살 물건...... 크흠. 혹시, 간식인가요?』
그녀의 순진함에 마음이 구원받는다.
나는 편지지를 주머니에 살짝 넣고는 문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하, 뭔가 단 거라도 먹을래?"
『괜찮은 건가요? 와아! 근데 갑자기 왜 무슨일이세요?』
"뭔가, 응석을 받아주고 싶어져서."
『으응?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 걸 먹을 수 있다면, 불만은 없어요.』
"뭐가 좋아? 원하는 대로 사도 괜찮아."
『워, 원하는 만큼!? 정말로 괜찮나요?』
"오늘은 서비스야."
『지금 말하셨죠! 약속이에요? 무조건이니까요? 와~ 뭘로 하죠...... 딸기 우유랑 푸딩......』
"그리고, 고민하는 사이 문구점에 들러도 될까?"
『물론 상관없지만, 뭘 사실 건가요?』
"편지지랑 봉투."
중후한 문을 열자 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안쪽에서는 아유무가 종종걸음으로 서류 더미를 나르고 있다.
"선생님."
린이 이쪽을 알아차리고는 또각또각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어딘가 간청하는 듯한 눈동자. 그 기대에는 아쉽게도 부응하지 못할 것 같다.
"아, 미안, 뭔가 알게 된 건 없었어."
"――그렇, 습니까."
"다만......"
"다만?"
"걱정했어. 린쨩을 말이야."
"하아.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러게. 돌아오면 마음껏 불평해줘야겠네."
"정말로요."
그렇게 말하는 린의 표정에는, 아주 조금 상냥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이걸로 됐다.
왜냐하면, 마지막은 아니니까.
그녀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그때까지 간직해야 한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녀가 돌아올 이 장소를 지켜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 맞다. 린쨩이 좋아하는 푸딩, 이 근처에서 팔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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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계
총학생회장에게
이 편지를 네가 읽고 있다는 건, 이번에는 내가 없어진 차례겠지.
그렇게 되돌려주기도 하고.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될 생각은 없어.
편지 고마워. 기뻤어.
나도 너와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어. 그때까지는, 이 평범한 일상을 계속해 나갔으면 해.
여기에는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여러가지 일이 생겨서 힘들었지만, 다들 열심히 해줬으니까.
언젠가 돌아왔을 때 얘기하기로 할게.
하지만 나는 기억력에 자신이 있는 편이 아니라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일기를 쓰기로 했어.
언젠가 너와 함께 그 하나하나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아직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말이야.
사전처럼 두꺼워질 예정이니까 아무리 초인인 너라도 읽는 데에는 고생할지도.
제목은 이미 정해놨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기적 같은 일상을 담은 청춘의 이야기.
그 이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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