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이란 키보토스 사람에게 있어 목숨 다음으로 챙기는 물건.
총을 압류 한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을 뺏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손실이다.
"안돼! 무슨 짓이야!"
준코는 안그래도 쪼들리는 삶이라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근래 출석을 하지 않아 탄 보급도 못 받은 상태. 차가운 쇳덩어리라도 이 정도의 무게감
허나 샬레의 당번들은 인정사정 없이 두 정의 소총들을 뺏어간다.
"내일부터 정상 등교해. 거부할 시 곧바로 퇴학 처리다."
사키와 미야코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 공원에서 노숙한 경험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급작스러운 패배에 분했는지 준코는 맨몸으로도 날뛰었다.
"하루 결석한다고 퇴학 처리라니... 그딴게 어디 있어! 도대체 누구 마음대로- 꾸욱!"
미야코는 준코의 목을 잡은 다음 벽까지 밀고 들어갔다.
"그럼 나오지 마세요. 당신 같은 인간은 없는 편이 나으니까."
"으으..."
"헌데 계획은 있으신가요? 그 게헨나에서도 포기한 학생이란 게 키보토스 전역에 퍼질텐데. 재입학이 가능할 거 같아요?"
"중졸로 인생 종치고 싶으면 맘대로 하던가. 쯧"
라며 사실상 같은 중졸 신세인 사키가 일갈했다.
"하아~"
래빗소대가 떠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부모님한테 말해볼까? 하지만 마음이 약해지고 만다.
없는 살림 때문에 두 분 다 맞벌이로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 괜한 심려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
준코는 결국 제 발로 호랑이굴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
'뒤져' '걸레' '살인마'
책상엔 글로 형용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천박한 욕설들이 적혀 있었고
사물함엔 남은 급식 잔반과 썩은 우유가 쌓여 버섯이라도 나올 지경.
자리가 없는데 돌아오란 건 너무나 잔인한 처사였다.
준코는 쥐 죽은 듯 책상에 엎어져 자는 척을 한다. 그리고 책상 구멍으로 통해 핸드폰을 조작한다.
ㄴ혹시 학교 나온 사람 있어?..
테러 사건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미식연 단톡방.
조금만 스크롤을 올려보면 함께 만나자는 약속 문자가 있었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망가졌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ㄴ나뿐이야?... 다들 이제 학교 안나올 생각이야?...
ㄴ무서워...
핸드폰을 끈 뒤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학교에 망조가 들어서 그런가 평소보다도 출석한 학생들이 적다.
이대로 끝날 때까지 버티자. 준코는 다짐하였지만, 생리적 반응까진 억제할 수 없었다.
방광이 차오를 데까지 차오르자 잠이 오지도 않는다. 급우들에게 시선이 끌리지 않도록 은밀하게 교실에서 빠져나간다.
'으아~ 미치겠네!'
하지만 화장실은 전력이 끊긴 다음 봉쇄되었다. 상하수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층마다 있는 모든 화장실을 확인한 뒤. 유일하게 열려 있는 곳을 발견했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안심하고 들어간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여긴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슬슬 한계점. 핸드타올을 뽑은 뒤 변소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아오..."
헛된 희망도 사라진다. 급한대로 바닥에 눌 생각이었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게도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크흠."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고 나가려던 도중. 또 다른 학생들이 줄 지어 화장실로 들어온다.
다들 마치 준비했다는 듯 두꺼운 마스크와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가져왔다.
"...!"
세면대 아래에 구겨 버려져 있는 [출입 통제] 안내문
그제서야 이변을 감지한 준코가 뛰어갔으나, 마지막으로 출입한 학생이 문을 잠궈버린다.
"준코쨩~ 안녕?"
"......이, 이러지마."
"정말 심하지 않니? 우리 학교가 아무리 똥통으로 불리지만 진짜로 똥범벅이 될 줄은 몰랐다 야."
그녀들은 일찍 끝낼 생각이 없다는 둥. 준코의 무릎에 총을 쏴 제압했다.
"꺄악!"
급소는 아니지만 맞으면 이동이 제한되는 부위. 니 캐핑을 완수한 불량아들은 준코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이, 이거 놔아~!"
"우리가 말야. 널 어떻게 조질까 아주 많이 고민했거든? 블랙 마켓 흥신소라도 가볼까 아님 밀레니엄 해커들한테 주소 좀 털어달라 의뢰할까... 돈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으윽...! 제발!"
"세상사 사필귀정. 설마 짭새가 우릴 도와줄 줄은 몰랐다."
화장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난다. 하지만 헛된 희망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선생님과 히나 선도부장도 부재한 상황에서 정의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곳이니
"한 년 잡았어!"
"들어와"
문이 열리자마자 폐기물을 버리듯 희생양을 내동댕이 쳤다.
"이즈미!"
"으으..."
터진 입술 사이로 끈적한 침이 흘러내렸다. 고문 흔적을 확인한 준코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애걸복걸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한 짓이 아니야...! 진짜야아!... 제발!"
"헤에~ 설마 바보같이 제 발로 함정에 걸릴 줄은 몰랐어"
허나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불량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다.
"잠깐만, 잠깐만, 홀드 온. 여기 직접 왔다는 건... 급한 상태 아냐?"
"아하하! 그런 거야 준코쨩? 말을 하지~"
"엣-"
심중을 읽기도 전에 거센 발길질이 준코의 하복부를 강타했다.
신장, 방광, 대장, 자궁, 난소, 난관. 여러 장기들이 얽혀 있는 아랫배는 여자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부위.
"끄흐윽!......"
격통과 함께 원하지 않는 배설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아깝다. 작은 거였네"
이마저도 감지덕지인듯. 불량아들은 준코의 치마를 거꾸로 들추고 촬영을 시작했다.
"흐흑... 으흐흑..."
"전 학교에 망신 당하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야 한다?"
준코와 이즈미의 뿔을 붙잡아 손잡이처럼 머리를 조작하였다. 그녀들이 끌고 간 곳은 고장난 변기칸.
인간의 추한 이면이 쌓여있는 혐오의 온상이었다. 다들 가식을 떨 뿐 근본은 이리도 더러운 존재란 거다.
"꾸윽!"
"자, 자. 사양하지 말고. 이즈미는 평소에도 이상한 거 잘 집어먹으면서 왜 이럴까?"
"잘못했어!!! 그니까! 제발!"
"아 씨 시끄럽네. 빨리 박아버려!"
준코의 날카로운 악바리가 메아리쳤다. 발악이 통했던 걸까 화장실 문이 갈라지며 누군가가 난입한다.
"어머. 여기 있었군요 다들"
"끄흐흑... 아카리..."
이런 인외마경 속에서도 아카리는 평소처럼 미소를 머금으며 나타났다.
"아아~ 와니부치 선배. 그 쪽도 미식연이었죠?"
"그런데요?"
"그냥...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라고요."
불량아들은 총을 겨누었다. 그 순간 아카리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지면서 안광이 빛난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무슨 허세입니까 선배? 총도 없는 주제에"
"글쎄요~ 이걸 보면 생각이 다를 걸요?"
아카리는 코트를 펼치며 내부를 보여주었다.
온갖 전선이 뒤엉킨 모습. 진짜 테러범처럼 온 몸을 폭발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뭐, 뭐야?! 제정신이냐? 너희들은 비무장화 처분 받았거든?"
"콩밥 먹기 싫으면 해제하시죠?"
"헤에~ 역시 다들 공부랑 담을 쌓고 살았군요? 이건 무기가 아니랍니다."
"엉?"
"제 화기는 모두 반납했어요. 이건 살상용 무장이 아닌 공업용 다이너마이트랍니다~ 온천개발부랑 연이 있어서 조금 빌려왔죠."
"......"
과연, 게헨나에서 가장 악마에 가까운 학생답다. 아카리는 법의 허점을 노려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그딴 억지가 통할 것 같아!?"
"부글부글 끓는 용변을 뒤집어 써서 피부병 생기기 싫다면, 제 친구들 좀 돌려줄래요?"
"시발..."
결국 불량배들은 준코와 이즈미의 뿔을 놓아 주었다. 죽다 살아난 두 명은 통곡을 하며 아카리에게 달라붙었다.
"흐아아앙~ 아카리 최고!"
"붙지 마세요 준코씨. 오줌 냄새 나요."
"너무해!"
그리고 아카리는 퇴장할 때 다이너마이트를 점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야! 미쳤어!?"
"자세히 보니, 여기에 온천 수맥이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으음~ 아님 말고"
셋은 폭발에 휘말리기 전에 재빨리 화장실에서 나갔다.
'콰앙~'
화약과 인분 냄새가 뒤섞인 생화학 연막을 뚫으며 교정 밖으로 향한다.
"그나저나 아카리는 이제 어쩔 거야?"
"글쎄요~ 철면피 깔고 버티려 했는데. 이 정도 반감이면 퇴학 처리가 낫겠네요."
"......그치만 우리가 갈 곳이 있을까?"
"걱정 마세요. 퇴학 처리를 당해도 선생님이 회복하고 깨어나시면 저희를 구제해 줄 거에요."
"정말? 선생님 괜찮은 거야? 의식은 찾았대?"
"몰라요."
"그런데 왜 그리 태평한 말을..."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잖아요."
순간, 아카리의 입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 광경을 본 준코는 입을 다물고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운동장으로 나가니 선도부원들과 만마전 의장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서도 아카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이미 저희들은 연방법으로 처벌 받고 있는데요. 설마 가중 처벌할 생각이신가요?"
"......"
그저 조용히 총구를 위로 들어올릴 뿐. 일절의 소통도 없었다.
한편 지하 감옥에서도 동태가 감지된다.
'꿈틀'
정말 친근한 사이는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걸까. 미식연구회가 학교로 등교하자, 하루나에게서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쿵. 쿵. 쿵. 쿵.'
벽에다가 머리를 박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선도부원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부에에..."
"어?"
고귀한 아가씨에게선 나기 힘든 맥 빠진 소리.
이상을 감지한 선도부원은 감옥 내부를 확인한다. 하루나의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다.
"망했네. 야! 일어나!"
황급히 열쇠로 문을 딴 다음에 하루나의 부상을 확인한다.
피가... 차갑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식을 리가 없는데
'퍼걱'
하루나는 선도부원의 턱을 정확히 타격한 뒤 열쇠를 챙긴다.
"거기... 거기 서라!"
후우카가 챙겨준 도시락에서 케찹과 우롱차를 챙기기 잘했다. 둘을 잘 섞으면 피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이제 폐를 끼치진 않을 테니까."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무장을 챙기곤 계단으로 올라간다.
교수대로 향하는 듯 엄숙한 움직임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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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리는 그래도 제앞가림 잘 하네..


분명 고추주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