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1~100,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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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일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다. 소녀가 자신의 영혼을 사오리에게 흘려넣은 것은, 분명 소녀 자신의 힘을 사오리에 덧씌워 사용케 하려는 의도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사오리가 보여주고 있는 건 그녀의 의도대로 매우 잘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령의 힘을 사오리가 쓰고 있다는 것은 상정치 못한 일이었다. 고작 몇 시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는 건 당황스럽고 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오늘 놀랄 노자 백 자는 써야 하나? 계속 예상의 위를 웃도는 일만 일어나니 정신이 나가겠구만."
"떨어지라 했어...!"
영체로 이룬 가면에서 검은 진물을 뚝뚝 떨어트린 채 헤일로 역시 검붉게 변해가며, 사오리는 실로 사나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악령(惡靈)과도 같았다.
"님아, 우린 지금 딱히 위해를 가하려는 게 아니니까 일단 진정을..."
-슈악!
"워우!"
미처 말을 하려는 순간에, 또 하나의 촉수가 금발머리 소녀에게로 날아들었다. 곧바로 고개를 숙여 피해내긴 했지만, 그 살기는 영혼에 제대로 와닿는다.
"알았음, 알았음. 일단 떨어질게."
"저리 가...!"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상황에 감히 태클을 걸지 못할 정도로 상황은 괴랄하다. 정상도 아니고 제정신도 아닌 것같은 그 모습. 외치는 것은 그저 선생에게서 떨어지라는 말뿐.
"허억... 허억..."
"리, 리더....?"
"........."
"삿 짱..?"
스쿼드가 당혹과 두려움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 사람은 유달리 침착했다.
"사오리, 진정해. 지금 나에게 뭘 어쩌려는 건 아닐테니까..."
"허억. 허억...."
"사오리?"
"끄으으...윽. 아.."
그리고 순간, 푸른 눈동자가 다시 붉게 변했다. 살점으로 만들어진 가면이 녹아내릴 때, 그녀의 찡그린 얼굴이 밖으로 드러났다.
"아이씨, 뭐야. 너 뭐 어떻게 한 거야?"
"사오리?"
그리고 동시에, 사오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불량하고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의 표정에서 의아함이 드러나려 하는 지금, 다시 상황은 또 발생한다.
-빠아악...!
꽉 쥔 왼손으로 또다시 자신의 얼굴을 후려쳤다. 자해였지만 동시에 자해가 아닌 이 행동에, 선생은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사오리, 왜 그래? 사오리!"
"내 몸 이리내..! 이 기생충같은 자식이!"
"응?"
"끄아아아아악....!"
주먹을 지르는 왼손과 그걸 다시 막아내는 오른손, 그리고 이상이 생긴듯 몸에 흐르기 시작하는 영체와 미친듯이 명멸하는 헤일로. 선생이 오기 전 일어났던 그 상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오리? 사오리!"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질 상황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그만하세요..!
"프라나..?"
순간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사오리의 몸 역시 멈췄다. 우연의 일치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오리 씨, 정신 차리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크으으으윽....!"
어째서 프라나가 사오리와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 이외엔 그 목소리가 닿지 않을 터인 그녀가 어찌 말을 걸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그 전에 꺼져 있을 싯딤의 상자는 대체 왜 켜져있는 것인가.
"프라나, 지금 대체..."
-푸화아악!
그리고 선생이 말을 걸기도 전에, 또 하나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느샌가 거대하게 뭉쳐진 물방울이 그대로 사오리를 향해 낙하했다. 그리고 지금 사오리는 또다시 흠뻑쇼에 강제로 참가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쯤 하지? 계속 그러다간 이 연못의 물이 전부 바닥이 나겠어.
".......크허."
무슨 상황인지 알기엔, 다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이 생긴 선생이었다.
***
"뭐? 싯딤의 상자가 사오리한테?"
-그렇습니다. 본디 선생님에게만 반응했어야 할 터였는데, 지금 조마에 사오리 씨에 의해 작동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분석을 해보고 싶어도, 불가. 지금은 오로지 대화 기능만 켜두고 있어야 하기에...
"전력이 얼마나 남아있길래?"
-2.5%입니다. 보호막을 한 번이라도 가동했다간 다시 꺼지겠지만, 모든 기능을 정지하고 어떻게든 이렇게 대화만 하는 수준으로 끝낸다면 한 두시간 정도는..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그때 모든 전력이 소모된 거 아니었어?"
분명 그랬었다. 어째서 다시 소생한 것일까, 그 해답은 프라나도 내려주지 못했다.
-...불명, 표기에 오류가 난 것이었는지 어디에 축전(蓄電)이라도 됐는지 모르겠지만 남은 전력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다행이라고 해야겠네, 아로나는?"
-...아로나 선배는 혹시 다른 쪽에서 남은 전력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알았어."
의문을 해결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어째서 사오리가 싯딤의 상자를 가동할 수 있었는가, 총학생회장의 유산은 사용하고 싶다고 해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자격이 충족되어야 하고, 그 자격은 바로 선생 본인. 그것이 유일한 자격이었다.
'어째서지? 왜...'
-슈아아...
그리고 그 순간, 선생에게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기억.
-크아아아아악...!
[어른의 카드]를 사용해 자신의 삶을 조마에 사오리에게 양도했던 그 기억. 그 모든 것으로 설명이 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지금 완전히 늙어버린 것도, 그리고 어째서 그녀가 싯딤의 상자를 사용할 수 있는 이변이 일어났는지도.
'...이유라면 그거 하나밖에 없겠지..? 생각해보면 싯딤의 상자는 내 생체 정보를 인식한다기보단 나 자신을 인식한다는 느낌이 강하긴 했는데..'
분명 선생은 그녀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하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오리? 그.. 괜찮니?"
그리고 선생은 사오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 거의 폭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혼란은 표정으로 드러나, 그녀의 당혹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모르겠다... 다행인데, 분명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같다."
"그럴 수 있지, 그럴만 해..."
하지만 그럴만하지 않았다. 사오리의 눈 앞에 있는 선생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왜..."
하루도 안 돼서 세월이 몇십 년이 흘러버린 그 모습은 도저히 충격이 걷히지 않았다. 대체 누가, 어떻게.. 선생을 저렇게 만들어버렸단 말인가.
"나도 잘 모르겠네, 뭐 하늘에서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그럴 리가 없잖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차라리 사오리 그 자신이면 몰라도 하늘이 선생에게 이럴 순 없었다. 그렇기에 이는 선생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그런 자가 벌인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는 세상에 단 한 명이고, 그 한 명은 곧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이라.
"베아트리체... 분명 그 망할 자식이야. 그 자식이...! 그 천박하고 끔찍한 놈이..!"
소녀에게서 다시금 원념 어린 살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과거는 산산이 흩어버려도 돌 밑에서 지렁이처럼 기어나온다. 겨우 떨쳐냈다고 생각한 그 악연의 실이 묶여버린 지금이 너무나 증오스럽고 끔찍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일까, 시령의 영체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얼굴과 몸에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는 좀처럼 통제되지 않아, 강제로 받아들인 새로운 육체로 분출된다.
"내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텁.
하지만 그런 반응은, 절대로 선생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생은 그래서 다시 한 번 사오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에이, 무섭게 왜 그래. 그 녀석 때문에 네 감정이 상할 필요는 전혀 없어."
"하지만 그 놈은....!"
"그러지 말고, 그러다 또 물벼락 맞는다. 진정해, 진정."
그리고 놀랍게도 선생의 말을 듣자 사오리의 육체에서 영체가 사라져갔다. 선생의 말 몇 마디에 다시금 평정을 되찾으려는 소녀릐 모습에, 두 시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
그리고 둘은 진실을 알고 있다. 선생이 늙은 건 베아트리체가 한 짓이 아니다. 그것은 선생이 학생을 되살리기 위해 행한 기적이자, 세상의 순리를 거슬러버린 행동에 대한 대가였다.
'근데 그건 딱히 이야기하자 않는군. 저쪽이 밝히지 않는다면 뭐 우리야 이야기할 필요성은 없다만..'
어차피 베아트리체한테 증오를 품는다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때로는 밝혀지지 않아도 될 진실도 있는 것이다.
"아,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샜구나."
어느새 선생은 다시 두 소녀 앞으로 향했다. 잠시의 소란은 덮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너희들, 전부 다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
"그래야지. 애초에 그러려고 다시 돌아온 거니까. 알고 싶은 것부터 물어봐. 아는 선에서는 전부 말해줄게."
게임이라면, 지금 하얀색 바탕의 선택지가 세 개가 화면에 놓여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저주'에 대해 물어본다.]
['발광 현상'에 대해 물어본다.]
['헤일로가 깨진 소녀들'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당연히, 선생은 첫 번째 선택지를 눌렀다. 그리고 붉은 머리의 소녀는 대답했다.
"그래, 그게 제일 궁금하겠지. 아까도 말했듯 그건 베아트리체가 당신에게 건 이상현상이야."
"그랬지."
"이유없는 분노와 증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부추겨 살의를 만들어내. 그리고 그 여파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
모든 학생들의 적이 되어 쫓겨다녔던 지난날. 그 모든 것의 원인. 너무 지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일까. 분노가 들끓어오르긴 커녕, 마음 속에는 씁쓸함만이 남아있었다.
"한 번 분노에 먹히면 이성은 그저 허울 좋은 이야기일뿐, 저항할 수 없어. 사리 분별도 못하고, 맹목적이게 만들어. 모두 바보가 되는 거야. 기억은 얼마든지 바뀌고 덮어씌워져."
"역시, 이성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던건가..."
"직접 겪어봤을 때 알 수 있었지. 이건 헤일로 폭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최악의 무기라고 할 수 있어."
소녀의 말대로였다. 사람의 정신과 감정을 조작하여 모두를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다. 꼭두각시는 줄에 묶여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나니, 끔찍할 뿐이다.
"근데 겪어봤다는 게 무슨 소리야?"
선생은 소녀의 말에서 의아한 점을 캐치해냈다. 그리고, 소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증오를 한 번 살아있을 때 겪어본 적이 있어. 다만 선생, 당신에 대한 건 아냐. 그리고 그건... 지금 우리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원인이기도 해."
"'살아있을 때'? '증오'?"
"...그래, 이것도 설명해야겠지. 어느 것부터 이야기해주면 되겠어?"
['발광 현상'에 대해 물어본다.]
['헤일로가 깨진 소녀들'에 대해 물어본다.]
이제 선택지는 두 개. 그리고, '저주'와 연계되는 것은 바로 '발광 현상', 그렇기에 선생은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른다.
"이건... 윽?!"
외마디의 신음과 함께, 소녀의 육체, 아니 영체가 갑작스레 들끓기 시작했다. 헤일로 역시 깜빡이고 있는 것이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님, 괜찮음?"
"....야, 이건 네가 설명하고 있어봐. 아무래도 난 지금 타오르는 것부터 해결해야 할 거 같다."
"님?"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설명의 화자. 소녀는 당황스러운 눈빛이였지만, 그건 자신의 친구를 걱정함에 나오는 것일뿐,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설명할 처지에 있어서는 아니었다.
"음.. 그럼, 님, 아니.. 선생님. 제가 설명하도록 하겠음요. 선생님이 말하는 '발광 현상'이라는 게, 헤일로가 붉게 변하는 현상이 맞음요?"
"맞아."
"....그러면 이야기할 건 간단하죠. 님.. 아, 또 님이랜다. 그게 바로 저 녀석이 말했던 '저주'의 본질임요. 선생님한테 걸린 건, 변형된 거라고 해야 하나."
"....응?"
그 말에 모두의 이목이 소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시선이 몰리자, 금발 소녀는 조금 당황스러운 건지 손깍지를 껴버렸다.
"시선이 이렇게 집중되면 부담스러움."
"헛소리 말고 이야기나 계속하지?"
미사키가 사납게 쏘아붙히자, 소녀는 바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시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오늘 일어났던 대규모 폭주가 바로 진정한 '저주'의 정체임. 그러니까, 이를 뭐라고 해야 하나. 아, 그거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해야 할 거임. 그리고 오늘 일은 그 편린이 드러난 거 뿐이고."
".....허?"
발광 현상과 저주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 붉은 구슬에 대한 실험으로 알고 있긴 했었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듣는 건, 추측에서 확신으로 변하는 건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우리가 남기고 간 붉은 구슬을 기억함? 그 구슬이 저주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함. 이름이 '판도.라'라고 지어지긴 했는데,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미카를 폭주시켰던 게 너희들이었니?"
선생의 표정이 굳어버리자, 소녀는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건 사고였음요. 그리고 그 폐성당은 임시로 우리가 쓰던 거처였고. 어쩌다 보니 만난 김에 정보만 적당히 전해주고 가려 했는데, 우리 모습 보고 무차별 난사하다 구슬이 깨져버린 건데..."
"............"
"아무튼 절대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쪽지 써서 남겨드렸잖아요."
"그래, 그랬구나."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이 내쉬는 한숨이어서 그런 것일까, 그 한숨은 유달리 깊어보였다. 하지만 그 한숨이 깊게 느껴지는 건, 이게 결국 자신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결국 키보토스에 재앙을 몰고 오려는 것이었나... 젠장..!'
"근데 님들은 왜 멀쩡함? 구슬의 파장을 맞고 변하지 않은 것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저주에 걸리지 않은 거임?"
소녀가 표출한 의아함에, 선생은 바로 대답했다.
"그 저주가 완전하진 않나 봐, 면역 체계가 있는 걸 보면 말이야."
"그래요? 베아트리체 말로는 완벽하다고 했는데... 하긴, 뭐 자기가 하는 건 다 완벽하다고 하는 사람이었으니."
"...베아트리체가 이걸 몰라?"
"모를... 걸요?"
자신의 무기가 어떤 약점이 있는지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생은 그 점이 더욱 의아했지만 이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상대는 베아트리체였으니까. 게마트리아에서 제일 사악했지만, 제일 허술했던 인물이기도 하였으니까.
'........됐다. 이건 어차피 그 녀석 머릿속에 들어가보지 않고선 모를 일이지.'
그리고 선생은 이내, 소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헤일로가 깨진 소녀들'에 대해 물어본다.]
"너희들은 누구니?"
그리고 그 말에, 금발 소녀는 바로 고개를 자신의 친구에게 돌렸다.
"님, 몸은 다 나았음?"
"....어느 정도는, 영혼 분리의 부작용인가... 모르겠는데."
"괜찮으면 일단 오셈, 선생님이 우리들에 대해 물어보려 함."
"알았어, 간다, 가."
그리고 스쿼드와 선생 앞에 다시 선 소녀들은, 이내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늘 봐서 알겠지만, 우리들은 이런 존재야."
-파아악!
붉은 머리 소녀가 팔을 촉수로 만들어 금발 소녀의 목을 쳤다. 그리고, 이내 금발머리 소녀는 그대로 목이 잘린 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뿌, 뿌에에엥....!"
"...으."
느닷없는 참수쇼에 스쿼드가 당황해하고, 선생 역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금발 소녀의 얼굴은, 땅바닥에 덩그러이 놓여진 채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함?"
"직관적이잖아."
"쩝."
그리고 이내 목이 잘린 금발 소녀의 몸이 그녀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리고는, 마치 찰흙을 접합하듯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붙혔다. 이 기괴한 모습에 히요리는 아예 헛구역질까지 내뱉고 있었지만, 소녀들은 태연했다.
"너희들... 대체?"
"그러니까 그런거죠. 좀비, 귀신, 언데드... 뭘 선택하든 상관없지만, 우리는 우리들을 시령(屍靈)이라 부름요."
"시령?"
주검 시(屍)자에 영묘할 령(靈)자, 영혼 담긴 시체라는 이름은 그녀들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었다.
"우리는 베아트리체에게 살해당하고, 또 되살려졌지. 그리고.. 이렇게, 그녀의 명령을 받드는 꼭두각시이자, 망령이라 할 수 있지."
"죽었다고?"
선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괴이한 존재라면 누구라도 저런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녀들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몇 달 전만 해도 살아있는 채로 아리우스 분교에 있던 녀석들이었는데, 지금은 뭐 우리와 같은 신세. 다시 만나면 익숙한 얼굴들도 있을걸? 한때 같은 분교였으니까."
"...언제?"
선생의 표정이 더욱 굳어진 채 물어보자, 금발의 소녀는 바로 대답해주었다.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던 그날, 바로 그날은 아니고, 그날 이후로 시간이 조금 흘러서? 대부분 그 언저리쯤에 죽어서 그녀의 부하가 됐음요. 뭐.. 우리는 거기서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죽긴 했는데, 그냥 베아트리체한테 죽었다는 것 정도로만 알아두시면 됨요."
소녀들은 여기에 대해서 아주 간단히만 넘어가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겪어서 죽었다라는 것보단 그냥 여기에 대해선 중요한 것만 전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설명이 단순하다.
"뭐 그렇게 몇 명을 제외하곤 기억은 깡끄리 날아가고, 충실한 종이 되버렸지. 그리고 여기에 영혼만 있다가 시령이 된 녀석들이 절반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령들이 한 사백? 오백 정도 되려나. 그 사이 소멸당한 녀석들이 좀 있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살해당한 녀석들이 베아트리체 그 녀석을 어떻게 따른다는 거야?"
평범한 관점에서 보면, 일생의 원수를 따르기보단 차라리 개길 생각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미사키의 말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붉은 머리 소녀는 다시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이야기했잖아, 따르고 싶어서 따르는 거 아니라고. 죄다 기억이 깡끄리 날아가서 그런지 복수심보단 삶에 대한 집착이 더 큰 녀석들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베아트리체가 손가락 한 번 튕기면 죄다 폭죽 터지듯 터져버리는데, 뭘 어떻게 개겨. 탁 치면 억 하고 죽어.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정보를 알려주려 해도 걍 몸이 박살나고."
그녀들의 생사여탈권은 베아트리체 손에 있으며, 그렇기에 절대로 반항할 수 없는 구조.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베아트리체에게 반항할 수 없다 소녀들은 말하고 있지만, 그 점에는 모순이 있다.
"그럼 너희들은 뭔데? 기억도 온전하고, 지금 우리한테 정보를 알려줘도 멀쩡하잖아. 네가 설명한 거하고 완전히 다르지 않아?"
"그게 우리가 돌연변이인 이유지,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야. 아마 죽으라 해도.. 우린 안 죽을 걸. 뭐 그걸 알아챈 시점은 너무 늦었지만 말이야."
"이해가 안 되는데."
"이해하지 않아도 돼, 그냥 그런갑다 생각하면 될 뿐이지. 변질된 신비로 만들어진 찰흙 덩어리. 그쯤으로만 생각해도 문제 없어."
그리고, 소녀는 이내 다시 미사키에게서 선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소녀는,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럼 우리는 도망쳐도 되는데 왜 따르냐, 그건 베아트리체가 내 친구를 인질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걜 풀어주는 대가는 선생과 아리우스 스쿼드를 데려오는 것이라 했지."
하지만 소녀들은 이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이곳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소녀들이 베아트리체에게 명백히 반항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
선생이 물었다.
"그래, 맞아. 할 이야기가 있어."
소녀는 답했다.
-"어떤 이야기니?"
-털썩.
선생의 이 질문에, 소녀는 무릎을 꿇었다.
"도와줘, 우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이번 주 목요일이 시험인 관계로 다음 연재는 금요일날 올라올 예정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댓글 24
와 존나빨리왔다 내 마약
금요일 새벽에 올라오는거 맞지???? 나 안자고 다릴게에에에에에에에
시령화... 제어하고 싶제?
이러니까 제어 성공해도 베줌마는 커녕 베줌마 간부 6등도 겨우 이길 것 같아서 불길함.
꼬였던 실타래가 천천히 풀리는 느낌 다음편도 기대하겠슴
아리우스에는 무릎을 꿇는 전통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