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오역 의역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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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살아온 자
조마에 사오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뺨까지 가린 뒤, 지하철 플랫폼을 거닐고 있었다. 전철을 타는 것 뿐인데도 그녀는 경계를 풀지 않는다.
D.U.는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여학생의 향수 냄새와 시바견족 남성에게서 풍기는 담배 냄새에 섞인 자신의 냄새가, 사오리는 신경 쓰였다. 화약 냄새와 먼지 냄새. 희미한 피 냄새도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약속한 시각에 늦어질까봐 사오리는 계단을 오르는 인파 사이를 빠져나와 개찰구로 서둘렀다.
감싸 온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그리고 숨이 차오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오리는 집무실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책상 위는 빈 에너지 드링크병 투성이다. 그 난잡함에도 사오리는 익숙해져 있었다. 오늘 선생님은 수면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 눈가의 다크서클이 없는 것 같다.
「선생.」
사오리가 말하자 선생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입술을 꽉 다물었다.
"사오리, 잠깐만 와봐."
평탄한 어조로 선생님이 손짓했다.
「미, 미안하다. 제시간에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그게 아니야, 봐봐, 빨리."
선생님 옆 데스크에서 돌돌 의자가 끌려나와 사오리를 꼬셨다. 빈 병들이 밀어내지고 구급상자가 놓여졌다.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었어?"
「……아. 현상금 헌터들의 습격을 당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심각한 상처는 입지 않았으니.」
"……코트도 벗어봐."
「…………………알았다.」
선생님의 눈빛에 압도되어 사오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선생님은 어깨와 팔뚝의 찰과상을 눈에 담았다.
"치료도 안 하고 오다니..."
소독용 솜의 알코올에서 새침한 향이 난다. 그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다는 말대꾸도 억지로 밀려나고 만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상처에 닿는 소독액은 한층 스며든다. 사오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솜에 묻은 피는 산화돼 거무스름했다.
크고 두툼한 손바닥이 긴 검은 머리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목덜미를 스치고, 몹시 간지럽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어깨의 뒷 부분은 자력으로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 어려운 것도 확실했다.
"자, 좋아. 자기 몸은 자기가 돌봐야지."
「이 정도는 놔둬도 낫는다.」
"그렇게 말해도. 만난 학생이 상처를 입으면 걱정되니까."
「상처…」
답답한 죄책감이 플래시백했다.
"아, 내 상처라면 이제 괜찮으니까"
「그…그렇군.」
사오리의 동요를 읽은 듯했다.
왜, 스스로에게 중상을 입힌 자의 간청을 들어 주고, 선생님은 협력을 신청한 것일까. 사오리는 아직 그 대답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렇다 선생, 이것을 봐줘.」
가방에는 먼지가 남아 있었지만 내용물은 무사하다. 몇 권의 책을 꺼내 사오리는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키보토스의 일반 교양 텍스트였다.
「기습을 당해도 이놈들은 지켜냈다. 선생에게 지시받은 미션은 완수했다.」
군데군데 주름이 잡혔으며 습격으로 몇 권은 표지가 탔고, 늘어진 피가 검은 반점이 된 페이지도 있다. 선생님이 한 권을 펴자 모래알이 떨어졌다.
"제법 진지하구나, 사오리는. 좋아, 빨리 확인할까?"
제출한 텍스트가 쌓이고, 포스트잇을 붙인 페이지를 선생님이 훑어본다. 다정한 눈빛인데 괜히 사오리는 긴장했다.
"글씨가 엄청 예뻐졌네. 읽기 쉬워."
「크흠.」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사오리는 볼이 뜨거워졌다. 아르바이트 보수로 펜글씨 연습장을 산 것은 정답이었다. 선생님의 글씨와 비교해서, 방황하는 듯한 자신의 손글씨가 한심하게 느껴졌던 것도, 지금은 그립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를 위해서--그것이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아리우스 분교의 교육은 크게 왜곡돼 있었다. 에덴조약 사변의 한 건으로, 사오리는 그 아리우스에서도 사실상 퇴학되어 있었다. 찾는 사람의 몸으로는 직장을 구하기도 불편하다 고용주에게 속아 불리한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증오를 각인시키고 자란 사오리의 삶이 더 이상 착취당하지 않기 위해 선생님으로부터 제시받은 선택지 중 하나가 검정고시였다. 테러 실행범이라는 엄청난 우려사항이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진학해 전문적인 학문을 배울 수 있고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 데도 불리한 일이 적어진다.
아리우스를 나와 그때까지 살아온 세계의 협소함을 뼈저리게 알고 있으면서도 일방적으로 베풀기를 사오리는 싫어했다. 아리우스 분교에서는 시판의 학습 교재가 사용되고 있지 않고, 대용품으로서 트리니티 자치구의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도, 아물지 않는 상처 자국을 빼앗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쿼드 세 명도 같은 프로그램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오리의 등을 떠밀었다.
"응, 지정한 범위는 다 돼 있네. 화상수업은 할 수 있었어."
「아아……이것 덕분에.」
코트에서 소형의 액세스 포인트를 꺼내, 사오리는 선생님에게 보여 주었다.이 덕분에 사오리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남아 있으면 어디서든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가? 공백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 이상한 해답란은 그것 때문이구나. 이럴 때는 억지로 안 채워도 돼. 공부하거나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마크를 붙여놓는 거야. 근거 없는 해답은 맞았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적으니까."
「알겠다.…참고로 잘 몰랐던 것은, 여기와 여기와……」
"알았어. 알려줄께."
과제는 초등학교 내용의 단계로부터 시작이었다고 한다. 화상 수업은 중학교 내용부터였지만, 사오리에게 있어서는 이미 미지의 일이었다. 작전 행동에 필요한 지식과의 중복도 많아 이과 과목은 쉽게 머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문과 과목, 특히 사회과목이 사오리는 서툴렀다. 그것이 세상의 구조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어도.
"이게 다인건가. 사인을 남겨둘게."
텍스트의 구석에 서명과 빨간 마루가 기록되어 간다.
「방금 건 뭐지? 다른 마크랑 다른데.」
"하나마루인데? 엄청 귀여우니까.네코짱 스탬프가 더 좋았나?"
선생님의 하나마루는 사오리의 눈으로 봐도 어린아이답게 보였다. 하지만, 잘 해왔다는 표시라고 생각하니 나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음 번까지의 과제 일람에, 사오리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평론문 - 선생의 존재 의의.」
「...선생,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렇구나……그렇다면, 사오리는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카타콤의 가장 안쪽에서 들었던 한마디가 되살아난다.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고작이었고, '앞으로'라고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던 사오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고,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어 그때는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되는 거지?」
소박한 질문에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 어려운 질문이네..."
선생님은 책상 위의 머그잔을 들고 일어나 예쁜 컵을 두 개 가지고 돌아왔다.
"따뜻한 거라도 마시면서 얘기할까?"
사오리는 컵을 받는 것을 잠시 망설였지만 고소한 코코아 향에 손을 뻗었다.
"어쩌면 사오리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에서의 교과학습은 거의 화상수업이고, 실기과목을 담당하는 강사도 자율형 AI로 제어된 로봇이야."
「그러면 내가 읽어온 이야기에 나오는 '선생님' 이라는 것은.」
"……응. 학교에서 교과지도나 생활지도를 하는 인간 교사는 이제 키보토스에서는 멸종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사실 나도 교실 안에서 공부를 가르치지는 않으니까."
「…그렇군.」
선생님은 코코아를 후루룩 마시고 사오리에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선생님이란 게 교사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야. 변호사, 의사, 작가, 강사, 여러 사람이 선생님이라고 불리고 있어."
「…당신은,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인가?」
"음, 전부 아니지 않나?"
「그럼 왜 너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거야? 너는 무슨 선생님이야…?」
사오리의 물음에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오리는 조심스럽게 그의 말을 기다렸다.
"먼저 살았다는 뜻의 선생님. 나이나 경험이라는 의미로 누군가 앞에 서는 사람, 혹은 먼저 산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어른이고, 나는."
실시간으로 생각하면서 선생님은 말을 돌리고 있다. 코코아를 휘젓는 사오리에게 선생님은 한마디씩 깨물듯이 말을 이었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주는 부탁의 밧줄.
길을 잘못 들어 보이는 아이가 멈춰 서는 브레이크.
길 잃은 아이가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등불.
그런 어른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머그잔을 살짝 흔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사오리는 눈 깜빡이는 것을 잊고 있었다.
"조……조금 멋을 부렸나. 창피하니까 지금 것은 비밀로 해줘."
「어? 아, 아……」
선생님은 귀를 살짝 붉히고 수줍어하며 다시 한 입 코코아를 입에 머금었다.
"뭐, 그런 식으로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사오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듣고 신경이 쓰이고 있었지만……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당신처럼 될 수 없다…….
사오리의 코코아는 미지근했다. 입맛은 달콤한데 쌉쌀함이 그것을 도배시킨다.
"스스로 가능성에 뚜껑을 덮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뭐든 이룰 수 있어."
「그렇군………」
사오리는 머그잔 가장자리를 입술로 깨물었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나는 사오리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잠깐 선생님을 해 보지 않겠니?"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좋아"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벽의 건락을 향해 갔다.
"사오리에게 이것의 사용법을 배우고 싶어"
「뭐…설마 전쟁터에 나갈 생각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가!」
나도 모르게 사오리는 고함을 질렀다.
"아, 아니야. 분수는 알아. 나는 싸울 수 없어. 하지만, 학생 모두가 사용하는 것이고, 나도 다루는 법 정도는 배워 두고 싶어."
"그렇다면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라! 격발한다!"
순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총기 초보자다. 저 정도로 뛰어난 전술 지휘를 할 수 있는데.
총을 들고 휴대하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는 셈이다. 그러한 상대에 대한 공격은 주저하지 않는 것은 키보토스의 상식이다.
아, 그렇구나.
그는 선생님의 롤 플레이를 시키려는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사오리는 머리의 화끈거림을 피한다.
「소리 질러서 미안했다.」
"아니, 위험한 것은, 지금 정도로 격하게 말하는 편이 몸에 각인될꺼야. 고마워."
「그래서 정말 총 다루는 법을 알고 싶은건가?」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야. 남자아이...의 마음으로 말이야"
「……?」
사오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의 제안을 감사하게 받기로 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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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겨드랑이를 조여라.」
"이……이렇게?"
「더 그렇게. 오른쪽 팔꿈치는 틈을 만들지 마라.」
샬레의 사격장에서 사오리는 인컴 너머로 선생님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개머리판은 단단히 어깨 밑동에 대라.」
스쿼드를 지도할 때의 날카로운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목소리에 나오고 있었다. 조준으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볼에 긴장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냥 개머리판에 뺨을 대라. 목은 되도록 기울이지 말고.」
"이것으로……오케이?"
「그냥 좋아라고 할 때까지 자세를 유지해라.」
"꽤, 꽤 힘들지 않아?"
「말하지 마.」
선생님의 호흡은 침착성을 잃고 있었다.
너무 고압적인가.
「가르쳐 줄 때의 리더는 무섭다」라고 히요리가 말하고 있던 것을, 사오리는 떠올리고 있었다. 사오리는 항상 필사적이었다. 그 생각은 말로 드러났다. 감정적인 말투로 미사키와 충돌한 적도, 아츠코에게 던진 부주의한 말을 후회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을까. 지금은 곁을 떠난 아즈사도--.
「……앗.」
옛날을 떠올리다 보니 신호를 보내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좋아, 일단 편하게 해도 된다. 총구는 내려라.」
"…후~…!"
「자세'라고 하면 바로 아까 자세를 취할 수 있게 준비해라.」
"하하, 할 수 있을까……"
「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하는 거다!」
"………………"
「좋아…자세!」
사오리는 소리를 질렀다. 몇 초나 걸렸지만, 선생님은 조금 전과 거의 같은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조준기을 들여다볼 때는 두 눈을 다 떠라.」
"……중심의 광점이 조준이 되어 있어?"
「그렇다. 광학 사이트는 겨냥하기 쉽지만, 들여다보는 각도가 나쁘면 시차가 생긴다. 똑바로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거다.」
사오리는 선생님이 겨냥하기를 기다렸다.
「…타깃을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겨라. 조용히, 똑바로.」
거리두기 몇 초. 머즐 플래시와 발포 소리가 난 직후 선생님은 리코일에 휩쓸려 비틀거렸다. 착탄 부분은 원형 타깃의 바깥쪽이다.
"당장 준비!"
"……준...비!"
「자세를 무너뜨리면 시선이 어긋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조준 대상이 될꺼다. 긴장 풀지 마!」
"정말이지… 사오리는 엄격하네."
「당연하지. 싸움판에서는 한순간의 긴장이 목숨을 앗아간다.」
선생님의 총격전은 있을 수 없다.
스쿼드를 질타하던 시절의 컨디션으로 돌아가던 사오리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정정은 자제했다.
"생각보다 안 맞네. 제대로 과녁과 조준점이 겹친 후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데."
「두려움이다. 발사염, 발포음, 반동을 두려워 해 총구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복창한 턱에서, 땀이 떨어졌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발사 때 몸이 흔들린다. 트리거는 손가락의 배로 조용히 쥐어짜는 이미지다. 관념적인 말이지만 추운 밤 서리가 내리는 것처럼.」
"한밤……서리……"
「아리우스의 교본에 있는 옛말이다. 조준을 할 때는 마음을 가다듬고 서리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 가슴속에 이르라는 뜻이다.」
"……해볼게."
너무 많이 말한걸까, 하고 사오리는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사격 자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세미 오토의 어썰트 라이플에서 한 방 쏠 때마다, 선생님은 자세를 바로잡고, 다음을 준비했다. 과녁의 가장자리를 스쳐가던 총알이, 서서히 중심을 향해 수렴해 간다. 사오리의 말수도 줄어들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 약협이 구르는 소리만이 이어머프 너머로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이윽고, 매거진의 30발을 다 쏜 곳에서, 사오리는 「쏘는 방법 금지」의 신호를 냈다.
"……하아, 하아…"
무릎부터 무너져 내리고 선생님은 바닥에 웅크렸다. 사격 자세 그대로 발포의 반동을 받아들이는데, 고생했을 것이다. 사오리는 콘솔을 조작해 착탄 데이터를 내놓았다.
「……」
예상 밖이었다. 마지막 한 방이 원의 중심을 깨끗하게 꿰뚫고 있었다.
「!」
사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큰 걸음을 내디뎠다.선생님은 오른쪽 가슴을 누르고 창백해졌지만 달려드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입술 끝이 올라갔다.
「이 결과를 봐라!」
선생님의 나약한 미소에 사오리는 히요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괴롭다느니 괴롭다느니 하고 말해도 응석을 부려 때로는 사오리의 승인을 눈으로 요구해 오곤 했다. 아찔하게 한 일을 사오리는 그대로 투영했다.
「마지막에는 중심에 닿아 있다. 잘 만들었잖아. 잘했다!」
"뭐, 아……그, 사오리……"
「무슨 일이지?」
톡톡 등을 두드린 뒤 사오리의 왼손은 선생님의 정수리에 있었다.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 받는게 어릴 때 이후 처음이라."
「…이상했나?」
"수줍다고 해야 되나, 부끄럽다고 해야 되나?"
선생님은 홍조가 도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려고 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보여주는 앳된 몸짓은 사오리의 가슴을 신기하게 간지럽혔다. 하지만 이대로 손을 만지다간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에 마음이 사로잡힐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사오리는 손을 놓았다.
「어쨌든 훌륭하다. 이제 안전장치를 거는 거다.」
"뭐....기다려"
매거진을 교환하고 선생님이 일어섰다.
"한 라운드 더 해도 돼?"
「무리하지 마.」
"선생님···이 칭찬해 줬으니···그러니까, 조금 더 노력하고 싶어졌어. 괜찮지?"
「…상관없겠지. 이번엔 총알받이까지 꿰어 봐.」
어른도 이렇게 생겼나.
그의 말을 되새기며 사오리는 선생님의 사격을 조용히 지켜봤다.
심각성의 한 조각도 없는 사격장에서의 한 장면. 하지만 어른들이 보여준 천진난만한 기쁨은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발견한 사용 손난로처럼 따끈따끈한 사오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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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그으으읏! 아파아아아아!"
「한심한 소리 지르지 마!」
익숙하지 않은 자세는 근육에 피로를 남긴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도왔지만 선생님의 몸은 녹슬어버린 투박한 금속문 같았다.
「선생, 아무리 그래도 너무 딱딱하다.」
"그, 그런 말을 들어도, 체조를 하는 시간은 좀처럼…… 으윽, 끄으윽~~!"
「변명할 필요 없어! 그래, 몸이 딱딱하면 그만큼 다치기 쉬워져. 스트레칭을 적절히 하면 피로 회복도 빨라진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몸 관리는 게을리 하지 마라.」
"……변명할 말도 없습니다……"
재장전을 한 뒤로는 활력을 찾던 선생님이었지만 이번이 한계인 것 같다. 엎드려서 누운 그를 일으켜 세우고 사오리는 집무실까지 선생님의 손을 잡아주었다.
* * * * *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블랙마켓 외연부가 오늘의 현장이다.
"수고했어, 사오리."
선생님이 안경을 닦고 있는 동안에도 책상 위의 프린터에서는 문서가 계속 출력되고 있었다. 종이를 받는 트레이가 부러질 것 같다.
「당번으로 왔는데 도와줄 수 있는 도움은 못 줬군. 선생일은 괜찮은가.」
"응, 어떻게든 될 테니까, 이쪽은 괜찮아. 그보다 어땠어?"
「어땠어?」
"선생님 해본 소감?"
「…………」
사오리의 속내에 벌어진 잔물결을 언어화하기는 어려웠다. 적절한 말에 망설이고 있자 선생님은 의자를 권해 왔다.
"내 소감부터 먼저 얘기할까? 좀 무섭고 힘들지만… 내가 학생이라면 꼭 사오리 선생님을 따라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
「그건…왜지?」
"엄격한 지도 끝에 저런 칭찬을 들으면. 좀 창피하긴 했지만 그건 효과가 있었어. 뚝딱뚝딱이었는데 갑자기 의욕이 생기더라고."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상냥했다. 말투가 난폭했나 하고 돌아보는 사오리와는 달리.
"놀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도 사오리는 진지하게 총 다루는 법을 가르쳐줬어. 자신을 진지하게 마주해 주는 것은 역시 기뻐. 사오리는 쿨하지만 뜨거운 면도 있고, 그 대하는 방식을 일관한다면 분명 제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착한 선생님이 아니어도 되는건가?」
--당신처럼.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학생들이 따라올 거야. 거기에 사랑이 있다면."
「……사랑…?」
"아가페 하면 알아?"
「아, 윤리과목에 실려 있었다.」
"사오리의 가르침에 그런 게 느껴졌어. 무상이고, 이타적이고, 분명 때로는 자기희생적이기까지 하리라 생각해. 기억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마 스쿼드도 사오리에게서 그런 애정을 느꼈을 거야."
「그렇군...」
선생님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한 사오리는 먹다 만 채 방치돼 있던 머그잔에 손을 뻗었다. 코코아는 냉랭했다. 그러나 시원한 단맛이 목을 축이고 몸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그대로 단숨에 나머지를 다 마셔버리자 사오리는 빈 컵에 일종의 쾌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어졌어?"
「모르겠다.」
"선생님이 된다면 고졸 자격부터 따놔야 겠지."
「아직 된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조금 흥미가 생겼을 뿐이다.」
흥미--사오리의 생에는 그저 관계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기묘한 존재감이 가슴 사이로 스며들면서 왠지 앞으로 내디디고 싶은 기분을 사오리는 느끼고 있었다.
"흥미가 생겼다면 큰 진전이지."
「과장이다. 사소하다.」
"아니, 아니, 그 사오리가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어. 이건 기념할 만한 하루가 될 수도 있어."
선생님이, 셀 프레임의 안경을 다시 썼다.
"모든 것은 허무하다고 오늘은 입에 담지 않았네."
「――……!」
그리고 선생님은 머그잔으로 차가워진 코코아를 단숨에 들이켰다. 거기에는 평소와 같은, 조금 피곤하고 맥빠진 얼굴이 있었다.
다음 번까지 오는 거야, 라고 선생님은 쌓아올린 텍스트를 똑똑 책상 위에서 정리해, 사오리에게 내밀었다.
"사오리 깊은 곳에 걸린 자물쇠가 열릴 때도 의외로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서, 선생.」
해질녘의 붉은 빛이 사오리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췄다.
전달된 텍스트는 은은하게 따뜻하다.
확실한 무게가 팔에 가해지다.
발끝에서 올라오는 간질간질함이 사오리는 아직 무서웠다.
「…아르바이트 시간이다. 가야겠다.」
"응, 잘 다녀와."
사오리는 바닥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텍스트를 몇 권이나 채운 가방의 소중한 무게가 어깨에 걸린다.
「하나 가르쳐 줘요, 선생님.」
"뭐야?"
「그……하나마루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느 정도의 달성률이 기준이야.」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내 볼을 풀었다.
"글쎄... 명확하게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음... 정답률 95%"
「아주 까다로운데.」
"높은 허들이 사오리는 기쁘지?"
「괜찮겠지. 다음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좋다.」
「다음……후훗, 그래. 기대하고 기다릴게. 그때는 다시 사격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체조를 빼놓지 않고 했다면 생각해 주겠다. 기술을 싸게 팔지는 않겠다.」
「그게 내 숙제라는 거지. 알았어. 얼마나 돼 있어야 돼?」
「……다리를 쭉 편채로 손끝을 발가락게 닿을 수 있게. 무릎은 굽히지 말고.」
"꽤 힘들지 않아?… 아니, 해둘게."
「일을 이유로 게으름 피우면 안된다.」
사오리는 짓궂게 물은 생각이었지만 선생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발끝을 만지게 되면 칭찬해 줄 거지?"
「아아.」
"머리 좀 쓰다듬어줄래? 사오리 선생님한테 칭찬 많이 받고 싶어."
「응……?」
뜻밖의 기습에 사오리의 머리는 갑자기 식고, 갑자기 뜨거워졌다.
「알겠다! 하나마루라면 얼마든지 줘버리겠다!」
사오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집무실을 떠났다.
여유를 부린 선생님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샬레를 나가고 싶어 홀을 달리자 엘리베이터는 1층을 향해 나가버린 곳이었다.
요란한 고동이 진정될 때까지 사오리는 심호흡을 반복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가방을 열고 숙제 한 권을 사오리는 다시 바라봤다. 텍스트 구석에 '응원할게' 댓글이 남아있다.
「……선생님이라…」
사오리는 캡을 깊이 뒤집어 쓰고, 주어진 승인을 가방에 넣어 버렸다.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사오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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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진국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