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8자
#마리나
원문 夜の機動戦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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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외출》
Hold Hands(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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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날의 일이었다.
이케쿠라 마리나와 붉은겨울에서는 몇 번 만났지만 그녀의 당번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총학생회 본부를 자주 찾는 학생은 특별한 안내가 필요없다. 교외에 사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녀처럼 멀리서 오는 학생들은 낯선 타지에서 길을 잃곤 한다. 키보토스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와는 샬레의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배웅하러 가기로 했지만 도착 예정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열차가 연착되었다는 말도 없었으니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커피를 한 잔 더 내리려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마리나의 모모톡이었다.
『선생, 포위당했다!』
『현 우치ㅣ, KR샬레역.』
『원호를 바란다!』
"... 응?"
내릴 역을 착각한 것은 둘째치고 오타를 신경 쓸 여유도 없는 듯 하다. 『바로 갈게.』라는 메시지만 보낸 뒤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머그잔을 싱크대에 담그고 곧바로 재킷을 걸쳤다. 싯딤의 상자의 배터리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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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문을 열자마자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는지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경계하며 역 입구에 다가가자 개찰구 근처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 금빛의 단발이 보였고 익숙한 다부진 목소리가 울렸다.
"만날 상대가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러지 말고, 멋진 언니~! 우리랑 놀자~"
"아뇨, 명함을 받으셨으니 저희와 얘기 좀 하셨으면."
"여, 역에서 소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카키색 외투를 입은 마리나가 그녀의 말대로 몇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두 명의 여학생과 로봇 머리의 양복 남자, 그리고 불쌍한 역무원.
"낯선 땅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학교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지만... 더는 참을 수 없군! 보안위원장을 얕보지 마라!"
"잠깐! 스톱!"
붉은 스트랩의 SMG가 불을 뿜기 전에 간신히 다툼 사이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연방수사부 샬레의 학생입니다."
아직 싸움이 벌어진 것은 아니므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역무원이었다. 선생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여학생들 역시 샬레라는 이름을 듣고 (시비를 걸면 좋지 못한 꼴을 본다는 소문 때문인지) 허둥지둥 떠나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기로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 명함을 건네며 정중하게 부탁했다.
"재앙이었네, 마리나."
"... 덕분에 살았다, 고맙군..."
개찰구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마리나에게 말을 건 모양이다. 처음에는 한 두 마디씩 하고 갔지만 몇몇이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가 아까의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D.U.에는 저런 사람들 뿐인가?"라고 중얼거리는 마리나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이 역 주변은 호객행위가 특히 심하거든. 애초에 마리나가 잘못된 역에 내리기도 했고."
"응? 그치만 역 이름이 샬레라고..."
"샬레와 가장 가까운 곳은 새로 생긴 지하철역이야. 원래라면 여기 KR역 근처에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헷갈리게...!"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마리나는 모모톡 이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잘못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안하다. 선생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서."
"뭐, 초행길이면 헷갈리는 게 당연해."
나도 그랬거든, 이라고 덧붙이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갈까. 전철로 가면 복잡하니까 샬레까지는 걸어가자."
"괘, 괜찮나? 오늘은 당번으로 온 것인데 그러면 늦어질 텐데..."
"괜찮아. D.U.는 처음이니까 둘러볼 겸 걷자고."
"앗, 기다려, 선생!"
소동이 끝나고 사람들도 평소처럼 돌아간 역을 나서기 시작하려는 순간 마리나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왔다.
"놓치면 또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다급한 어조에 나는 아까 필사적인 모모톡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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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너무 많아서 하늘이 좁군..."
"정말 답답한 광경이야..."
"조금만 잘못 들어서도 완전히 길을 잃을 것 같다..."
역을 나온 뒤 마리나는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사는 붉은겨울 자치구는 키보토스에서 가장 광활한 곳이므로 층층이 건물을 올린다는 발상이 없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는 콘트리트로 된 정글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 마리나. 그렇게 세게 잡으면 조금 아파."
"아... 미안하다."
마리나를 이끄는 내 왼손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166cm라는 평균보다 큰 키에 철봉이라도 꽂은 듯 늘 등을 꼿꼿이 펴고 다니는 그녀지만 지금은 새우처럼 구부정한 모습이었다. 내 생각보다 낯선 땅에 대한 불안감이 큰 듯 했다.
"이, 이 정도는 괜찮지...?"
부드럽게 달라붙듯 마리나의 손가락이 엉킨다. 손깍지를 끼는 법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서 심장이 터질 뻔 했다. 하지만 촉촉한 손길은 곧 사라지고 섬세한 여자의 손은 곧 매달리는 아이의 손처럼 느껴졌다.
마리나를 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불안한 눈빛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고 보니 마리나, 아까 『명함을 받았다』고 했지."
"아아, 이것이다. 모델이 되어볼 생각 없냐고 말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의심스러우니..."
"여기 자성당이네. 업계 1위 화장품 회사. 저기 가게 앞에 저거."
"응? 아, 그러고 보니 붉은겨울에서도 광고를 본 기억이..."
우리의 눈앞에 마침 자성당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분위기를 보면 모델은 트리니티생일까. 립스틱을 들고 반들반들하게 윤기 나는 입술을 강조하고 있다.
"스카우트 할 생각이었나봐."
"어, 어째서지?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촌뜨기를 속이려고..."
"마리나가 미인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뭣...!"
"자각 없어?"
고급스러운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기품있는 얼굴. 길고 풍성한 속눈썹과 날카로운 눈매는 늠름하고 자칫 탐미주의에 빠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단발의 머릿결도 좋아 미남 미녀를 가리지 않는 중성적인 모습에 스타일도 뛰어나다.
붉은겨울에는 그녀의 팬클럽도 있다. 언젠가 사시로 토모에에게 들은 이야기다. 조각같은 미모에 싸울 땐 용맹하게 앞장서서 돌격한다. 마리나의 외모에 반한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 그런가. 나는 미인인가. 하핫, 나는 미인이구나...!"
처음 들었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마리나는 이내 활짝 웃음꽃을 피웠다. 자기긍정감이 생기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새 우리는 지하샬레역과 이어진 상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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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역 밖으로 나오면 바로 샬레 빌딩 앞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안내도 잘 되어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마리나는 아직 불안한 듯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놓치면 탈출할 수 없어..."라는 걱정을 하는 학생은 내가 아는 한 그녀가 처음이었다.
마리나의 표정에 자신감이 돌아온 것은 사무실에서 같이 홍차를 마시기 시작한 뒤였다.
"... 그래서 당번으로 오는 학생들이 하는 일은 이 정도일까."
"도움을 받으면서 선생은 각 학원의 사정을 듣는 것이군."
"맞아. 그래서 이렇게 잡담하는 것도 당번 업무의 하나라고 볼 수 있어."
"그렇군... 그렇다면 뭐든 물어봐도 좋다. 내가 아는 한 전부 얘기하지."
"아니,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역시 마리나는 걱정된다.
기밀 누설의 위험성을 설교하며 나는 체리노와 토모에가 얼마나 고생할 지 생각했다. 좋게 말해서 순수하고 솔직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쁜 꾐에 넘어가기 쉽다. 그런 나의 걱정을 뒤로하고 마리나는 외투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 선생. 이거 말이지만..."
"혹시 관심이 생겼어?"
"그런 말도 들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마리나의 말끝이 흐려지는 것으로 보아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반씩 섞인 듯 했다. 방금 전 대화에서도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은 듯 했었다. 자연스러운 미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말할 지 망설였다.
솔직히 말해서 미모의 마리나가 모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교외에서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는 학생도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그녀를 밀어주기에는 조금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나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그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해볼래?"
"나, 나는 미인이라고 했지? 선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해보고 싶을지도..."
자신만만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부끄러움이 올라온 듯 했다. 어색하게 뺨을 긁는 모습에서 외모에 대한 칭찬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보였다.
"이런 건 일단 면접을 보고 여러가지를 조율하고... 그런 것부터 시작이니까 연락하는 게 먼저일까."
"..."
빤히──
마리나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 알았어. 그럼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하는 것부터 시작할까? 일단 내가 전화할게."
*****
몇 분 뒤 자성당의 스카우트 담당 직원은 마리나의 연락에 매우 기뻐했다. 평소 붉은겨울에 있는 관계로 당번을 마치고 퇴근하기 전 면담까지 하자고 속도감 넘치게 일처리가 이루어졌다.
이야기가 급작스러워서 환한 얼굴의 마리나도 조금씩 표정이 흐려지고 있었다.
"저... 선생."
"역시 불안해?"
"면접도 그렇지만 거기까지 혼자서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 따라갈게. 걱정하지 마. 업무도 끝났으니 갈까?"
밖을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추위에 대비해 외투를 걸치면 마찬가지로 준비를 마친 마리나가 옆에서 서성이다가 당연하다는 듯 손을 잡았다.
"굳이 손.까지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자,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래야 길을 잃을 걱정이 없으니까!"
"마리나. 기운 내. 평소처럼 당당하게 서라고."
"음...! 아아."
그리고 나서야 마리나가 평소의 자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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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결과 마리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남성적인 분위기의 모델을 찾는 클라이언트와 도전을 원하는 그녀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다.
몇 주 뒤 용무가 있어 붉은겨울을 찾아갔을 때 중심가 백화점 광고탑에 마리나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사전에 내가 준비하기는 했지만 사무국에서도 승인이 난 듯 해서 안심했다.
약속 장소에 서 있으면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당사자가 달려왔다.
"예쁘게 찍혔네."
"그야 당연하지. 나는 미인이니까. 자, 사무국까지 안내하지."
"길은 기억하고 있는데... 그리고 손을 잡을 필요가 있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자."
마리나는 편안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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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