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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아카리의 발렌타인 스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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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의 달콤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기원을 마주하게 된다.

로마 제국, 그 야만의 시대. 당시 황제는 군단병들이 가족을 그리워해 탈영할 것을 우려하여 그들의 결혼을 법으로 엄금했다. 사랑은 금기였고, 혼인은 반역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성 발렌티노 신부는 몰래 연인들을 모아 혼인성사를 집도했고, 결국 발각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요컨대, 이 날은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을 억지로 이어 붙인' 날인 셈이다. 훗날 제과 회사의 상술이 덧칠해졌을지언정,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자신의 애인임을 증명하려 했던 풍습의 밑바닥에는 그런 의식이 남아있는 셈인 것이다.

그래, 그런 날이다.

***

와니부치 아카리라는 학생이 있다. 그녀는 가위표의 동공을 가진 학생이자, 미식가이자, 대식가이자, 미인이자, 결국엔 한 명의 학생이다. 선량한 듯하면서도 심하게 뒤틀린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강조하고 싶다.

그녀는 오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선생님, 좋은 오후예요~☆”

그 꾸러미의 정체를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였고, 이미 내 책상 위에는 다른 학생들에게 받은 초콜릿과 초콜릿을 기반으로한 먹을거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다만 의문이 드는 것은 저 압도적인 부피였다. 아카리의 식성을 고려하더라도 저건 도를 넘었다.

아카리를 단순히 대식가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위장은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블랙홀과 같다. 음식을 섭취하는 속도가 소화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비라는 초상적인 힘이 개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의 식사량은 수학적인 무한대에 가깝다.

“아카리, 아무리 봐도 양이 좀 지나친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거니?”

“어머, 평범한 사람들의 1인분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실수해 버렸답니다~☆”

아카리는 입가에 손을 살짝 얹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분명 거짓말이다. 상대의 당황스러움을 즐기며 서서히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내가 말한 그녀의 뒤틀린 성격 중 일부였다.

“그래도 이건 무리인데.”

내가 그녀가 건넨 초콜릿 박스를 건네받자 묵직한 중량감이 팔의 근육을 자극했다. 족히 15kg은 되어 보였다. 초콜릿이라기보다는 바벨에 가까운 무게였다.

“후훗, 물론 그걸 전부 혼자 드시라는 건 아니랍니다.”

아카리는 특유의 선량한 듯하면서도 포식자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제가 선생님과 ‘같이’ 먹기 위해 준비한 거니까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당번의 업무 중 하나잖아요?”

과연. 다른 학생들의 선물은 전달에 의미가 있었다면, 아카리는 이 시간을 통째로 공유하길 원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같이 먹고 싶어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휘몰아치는 업무 탓에 마주 앉아 오붓하게 초콜릿을 먹어치울 짬이 있는 것은 오늘 당번인 아카리 뿐이었다.

“그럼, 내 몫은 따로 있는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억지로 먹이는 것만 아니라면 이런 달콤한 휴식도 나쁘지 않다. 그러자 아카리는 기다렸다는 듯 품 안에서 또 다른 꾸러미를 꺼내 놓았다.

“짠~ 여기 있습니다! 이건 선생님만을 위한 특별제작이에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카리가 들고 온 본체보다는 작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초콜릿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크기였다. 센티미터로도 두 자리가 되는 듯한 두께를 보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어... 아카리, 이걸 다 먹었다간 수명이 몇 년은 줄어들 것 같은데...?”

그러자 아카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 화사하고 맑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선생님☆ 이건 저당 초콜릿이라서 당 함유량이 극히 적답니다. 선생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제가 직접 성분을 따져가며 만든 거니까요.”

“...그렇구나. 저당이라니 다행이네.”

그녀의 눈동자 속 가위표가 묘하게 빛났다. 저당이니 괜찮다는 논리적인 안심과, 하지만 양이 문제라는 본능적인 공포가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아카리는 이미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초콜릿 포장을 뜯고 있었다.

“설마 선생님은 학생이 정성껏 만들어 온 선물을 남기실 분은 아니겠죠? ☆”

아카리의 목소리는 감미로웠으나, 그 이면에 실린 압박감은 집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무, 물론이지... 그럴 리가 있겠니.”

나는 눈앞의 갈색 덩어리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군침은 아니었다.

아카리가 미리 준비해온 나이프로 초콜릿 한 덩이를 크게 잘라 입에 넣었다. 그녀의 말대로 저당 초콜릿이라 그런지 혀끝에 닿는 감각은 의외로 담백했다. 지나치게 달지 않아 처음엔 먹기 수월했지만, 이 덩어리가 앞으로 수십 번은 더 반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눈앞이 아찔해졌다.

“선생님, 맛은 어떤가요?”

아카리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어느새 그녀는 내의 몫의 양 정도의 초콜릿을 먹어치운 상태였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에 새삼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정말 맛있는걸. 고생해서 만든 보람이 있겠어.”

거짓은 아니었다. 맛은 확실히 훌륭했다. 다만 그 ‘양’이 문제일 뿐.

“후후... 만든 사람으로서 정말 기쁜 대답이네요.”

그녀는 정말로 만족스러운 듯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평소의 아카리다운, 참으로 우아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러면 다 드실 거라 믿을게요, 선생님. 후후훗.”

“어... 그건 좀 물리적으로 무리일지도...”

“시도는 해보셔야죠. 선생님이 기쁘게 먹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전 정말 행복해진답니다?”

학생이 저토록 순수하게 행복을 논하는데, 포기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나는 다시 나이프를 들었다. 아직은 괜찮다. 페이스 조절만 잘한다면, 실패란 없을 터였다.

“...살려줘.”

오만이었다. 반 정도를 간신히 밀어 넣었을 때, 내 위장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파업을 선언했다. 아니, 거부 반응은 진작에 시작되었다. 지금 내 위장은 초콜릿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그저 갈색 덩어리를 담아두는 창고가 된 상태였다.

포만감을 넘어선 고통에 책상에 몸을 기대고 헐떡이던 그때, 아카리가 움직였다. 그녀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나이프를 들어, 남은 초콜릿 덩어리를 다시금 큼직하게 잘라냈다.

“아니죠, 선생님. 더 드셔야죠.”

“아카리, 정말 이제는 한계...”

아카리는 자신의 얼굴을 나한테 들이밀며 말한다.

“다른 아이들의 것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포크로 초콜릿을 푹 찍은 아카리가 내 턱을 붙잡았다. 양 볼을 강하게 부여잡는 그녀의 손길에 입이 강제로 열렸다.

순간, 나는 보았다.

눈웃음이 걷히고 선명하게 드러난 그녀의 눈동자. 그 안에는 평소의 가위표 대신, 지독하게 짙은 핑크빛으로 타오르는 기이한 동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귀엽다. 그렇기에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광기가 소름 끼치도록 공포스러웠다.

“자, 들어갑니다~ 아~ 하세요☆”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여성들이 남성에게 달콤한 증표를 건네며 자신의 소유임을 낙인찍는 날.

내 눈앞의 미식가는, 그 사실을 조금 과격한 방식으로 내 각막과 위장에 새겨넣고 싶은 모양이었다.

밀려 들어오는 차갑고 달콤한 덩어리 너머로, 아카리의 핑크빛 안광이 나를 향해 소용돌이친다.

그것은 아마 포식자의 증명이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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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2.15창작

소설)아카리의 발렌타인 스토리로

#와니부치 아카리#소설
좋아요 0댓글 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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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DC
치동작가
게시물 2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X
게시일2026.02.15 20:44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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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나
ㅇDC
ㅇㅇ126.02.15

묘하게 모노가타리 서술 느낌이네 잘쓴당

ㅇDC
ㅇㅇ226.02.15

아카리 발렌스가 이렇게만 뽑혔어도 시발

ㅇDC
ㅇㅇ326.02.15

크아악 많이 못 먹는 거 알면서도 독점하려고 이런 짓을 차라리 그냥 납치를 해 다오

ㅇDC
ㅇㅇ426.02.15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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