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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 미식연구회 편
/블루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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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리즈)

이 글은 시리즈의 45~48편 분량을 담고 있음

오타·오역 지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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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문

【블루 아카이브】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블루 아카이브의 인연 에피소드나 메모리얼 로비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SS를, 『되도록』 매주 투고하고 있습니다.

(미보유 학생이 있어서, 그 부분은 자료나 스토리 등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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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코와 내기

「선생님, 그 유명한 가게 케이크를 구했다는 게 진짜야!? 먹게 해 줄 거지!!」

샬레의 문을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열어젖히고, 전력 질주로 뛰어 들어온 것은 준코였다.

불과 수십 분 전, 좀 괜찮은 가게에 훌쩍 들러 케이크를 여러 개 사 온 것을 준코에게 사진까지 찍어 자랑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단시간에 뛰어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일단 여러 개 있긴 한데…… 이건 전부 내가 먹으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미식가인 거 알면서 자랑한 거야!? 저 가게 가격 엄청 비싸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론 못 사 먹는 거 알고 자랑한 거지!」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준코는 언제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고, 당번일 때도 평범하게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 먹게 해줘도 괜찮긴 한데…….

이 가게의 케이크는 준코가 말한 대로 무척 비쌌다.

그야말로 며칠분의 식비가 케이크 한 개로 날아가 버릴 정도로.

하지만 가게에 들어간 이상 아무것도 안 사고 나오기도 뭣하고, 점원에게 이것저것 추천받아 기간 한정이라느니, 프리미엄 상품이라느니 하는 말에 넘어가는 바람에 그대로 낚여서 사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내 월급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케이크를, 쉽게 먹게 해줘야 할까.

아니, 그럴 순 없다.

여기서 쉽게 먹게 해버리면…… 어라…… 그게…… 왠지 뭔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

「“줘도 괜찮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 뭔데? 선생님 일을 도와주면 되는 거야?」

「“훗훗후, 그것도 좋지만, 더 간단하고 준코가 피곤하지 않을 일이야”」

「뭐야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알려줘!」

「“간단한 내기를 하자. 이긴 쪽은 케이크를 먹을 수 있고, 진 쪽은 못 먹어. 심플하지?”」

「그 말은 즉…… 계속 이기면 이 케이크 3개 다 먹을 수 있다는 거야!? 정말 그래도 돼?」

「“어른이자, 선생님으로서 두 말은 안 해“」

「앗싸! 거짓말이면 용서 안 할 거야!」

기뻐하는 준코와 미소 짓는 나였지만, 이때는 알 길이 없었다.

설마 이때의 내 선택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게 될 줄은…….

「그럼, 우선 뭐부터 해? 내기라고 해도 여러 가지 있잖아?」

「“그럼, 일단 도둑잡기를 할까. 사기도 칠 수 없고, 포커페이스 같은 실력 요소도 있으니까 괜찮지?”」

「그렇네…… 이래 뵈도 나, 미식연구회 안에선 포커페이스가 특기인 편이라구! 이건 내가 이겼네!」

포커페이스가 특기, 라.

생각해 보면, 이즈미는 애초에 거짓말을 못 할 것 같고, 하루나도 서툴 것 같다. 아카리는…… 잘할 것 같으니 준코는 2인자, 확실히 평균보다는 위겠군.

하지만, 이 선생님을 얕보면 곤란해. 이쪽은 사회인으로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데에는 도가 텄단다.

카드를 꺼내, 섞은 카드를 차례대로 나눠준다.

자, 승부다!

※ ※ ※ ※ ※

「져, 졌어…… 거짓말이지…… 이 내가 지다니……」

「“약속이니까, 좋아하는 케이크를 고를게”」

마지막 세 장이 남았을 때, 나는 적당히 준코의 카드를 뽑았는데, 그걸로 짝이 맞춰져서 내기에서 이겼다.

너무나도 싱거운 시합이었지만, 둘이서 하는 거라면 이런 일도 있겠지.

상자 안에는 쇼트 케이크, 몽블랑, 초콜릿 케이크 3개가 들어 있다.

이 중에서라면…… 글쎄…….

「“그럼, 초콜릿 케이크로 할까”」

「앗, 나도 그거 노리고 있었는데!」

「“유감이지만, 선착순이야. 잘 먹을게!”」

케이크를 한입 크기로 포크로 잘라 먹자, 진한 카카오의 향기와 부드러운 크림이 혀 전체로 느껴진다.

입안의 온도로 스르르 녹고, 남은 스펀지에는 은은한 오렌지 향과 쌉싸름한 카카오의 비터함이 어우러져 매우 만족스러운 일품이었다.

음, 확실히 이건 맛있다. 그 금액이라도 납득이 가는 최고급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

「서, 선생님. 적어도, 한 입만이라도……」

「“어쩔 수 없네…… 자, 딱 한 입이야?”」

들고 있던 포크로, 아까보다 조금 큼직하게 잘라 준코에게 내민다.

그러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어 받아먹고는, 볼에 손을 대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마, 맛있어…… 선생님, 더 줘!」

「“안 돼. 다음에 이기면 다른 걸 먹을 수 있으니까, 알았지?”」

「으으으…… 절대 안 질 거야!」

일단 여기서 전부 먹어버리는 것도 아깝고, 준코도 못 기다릴 것 같으니 다음 승부로 넘어간다.

다음은――

「이건…… 주사위?」

「“그래, 이걸로 큰 숫자가 나오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자. 같은 눈이 나오면 다시 굴리기. 한 번만 하면 불공평하니까, 3판 승부로”」

「알겠어. 그럼 나부터 굴릴게」

준코가 던져서 나온 주사위의 눈은…… 5였다.

「좋아! 이겼네!」

「“그건 어떨까? 던져보기 전까지 결과는 모르는 거야”」

내가 던져서 나온 눈은…… 6이었다.

「어째서!? 왜 5/6 확률로 지는 거야!?」

「“워워, 이것도 운이니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으으응, 분명 기분 탓일 거야. 다음엔 기필코!」

다음으로 준코가 주사위를 던져 나온 눈은…… 6이었다.

「이겼다! 이걸로 1승 1패네」

「“아직 난 안 던졌는데…… 뭐 일단은”」

일단 던져서 나온 눈은…… 1이었다.

「좋아! 그럼 이걸로, 피니시!!」

마지막 준코가 나온 눈은…… 3.

확률적으로는 절반 정도인가…… 뭐 한 번 지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고 나온 눈은…… 무정하게도 4였다.

「어째서!? 왜 이렇게 항상 중요한 순간에 못 먹는 거야!?」

「“음…… 그럼 다음은 몽블랑으로 할까”」

「선생님은 지독해, 악마!!」

「“내 돈으로 산 걸 먹는 것뿐인데 말이지…… 그런 말을 하는 준코는 한 입도 필요 없어?”」

「……미안해 선생님. 한 입만 줘」

「“사과할 줄 알고 착한 준코에게는, 이 한 입을 주도록 하지”」

위에 얹혀 있던 밤까지 통째로 뜬 포크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달려든다.

「음~ 맛있어!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라, 밤의 풍미가 제대로 살아 있는 게 포인트가 높네!」

「“어디 어디…… 정말이네, 마치 밤 그 자체를 먹고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토대가 된 수플레 반죽도 맛있어!”」

아까 먹은 초콜릿 케이크 못지않게, 이쪽 몽블랑도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으뜸가는 맛이었다.

둘 다 맛있었으니, 마지막 쇼트 케이크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 한입 크기의 케이크밖에 먹지 못한 준코는 눈이 약간 충혈되어 있다.

……역시 너무 짓궂었나, 하나는 준코에게 그냥 줄까.

「준코, 쇼트 케이크는――」

「다음! 다음은 내가 뭘로 승부할지 정할 거야. ……가위바위보라면 틀림없이 공평하겠지. 딱 한 번뿐인 승부야. 절대 이겨 보일 테니까! 가위바위…… 보!」

준코의 구호에 맞춰 무심코 내버린 보자기에 대해 준코가 낸 것은 주먹, 즉 바위였다.

「끝났어…… 모든 게……」

방금 전까지의 혈기 왕성함은 어디로 가고, 준코는 새하얗게 불타버려 있었다.

「“저기, 이기긴 했지만 이 쇼트 케이크는 준코한테――”」

「선생님. 내가 무슨 동아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미식연구회잖아. 그게 왜?”」

「나, 험한 일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이렇게 하거든」

갑자기 시야가 반전되어 놀라고 있는 차에, 복부로 무언가가 뛰어 올라왔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준코에게 밀려 넘어져서 올라타인 것 같다.

「“저기…… 준코 양? 내려와 줄래……?“」

「흥. 눈앞에서 전부 먹힐 바에야, 이렇게 해줄 테니까!」

준코는 케이크 상자를 테이블 위에서 집어 들고는, 포크로 케이크를 찍어, 그 입가로 가져갔고…… 입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도중에 케이크가 자체 무게를 견디지 못했는지, 찍힌 부분이 두 동강 나서 그대로 낙하해, 밑에 있던 내 안면에 직격했다.

「아아! 아까워라!!」

준코는 내 얼굴에 묻은 크림을 핥아먹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얼어붙었다.

「……어라? 나 지금 뭘……? 선생님 얼굴을…… 핥았어?」

얼굴이 새빨개진 준코는 내게서 엄청난 기세로 멀어지더니, 그대로 방 구석까지 후퇴한다.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아도…… 뭐, 저런 행동을 할 만큼 몰아붙인 나도 나쁘지만.

「미, 미안해 선생님.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나야말로 미안해. 그럼 지금부터 같이 새 케이크를 사러 갈까”」

「……그래도 돼?」

「물론이지, 조금 지나치게 놀렸네. 사과의 의미로 원하는 만큼 케이크 사도 좋아」

「에, 정말? 그럼, 오늘 먹은 거 전부 사달라고 할 거야!」

이렇게 사과의 의미로 준코에게 케이크를 사준 탓에, 내 지갑은 텅 비게 되어 한동안 간식 없는 배고픈 생활을 하게 되어버렸다.

이 경험에서 얻은 결과로는, 학생을 놀리는 건 적당히 하자, 그리고 도박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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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를 기르는 법

「선생님! 점심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자~!」

서류 더미에 파묻혀 필사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차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나타난 건 이즈미였다.

약속은 없었지만, 안성맞춤이란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일이 엄청나게 바쁜데 당번인 아이가 없을 때 마침 나타나 주었다.

「“이즈미, 마침 잘 왔어! 지금 바빠서 좀 도와줬으면──”」

「그런 것보다 빨리 밥 먹자~, 모처럼 가져온 라면이 불어버린단 말이야?」

「“……그것도 그렇네. 그럼, 다 먹고 도와주면 고마울 것 같아. 당번인 아이가 갑자기 못 오게 돼버려서……”」

「응! 다 먹고 나서 말이지. 그럼 늘어놓고…… 잘 먹겠습니다!」

이즈미는 능숙하게 가져온 라면(어떻게 그릇째로 가져온 건지)을 테이블에 늘어놓더니, 자기 몫의 라면에 빨갛고 파란 잼이며 소스를 뿌리고는 맛있는 듯이 볼이 미어지라 입에 넣었다.

그럼 나도 대접받아서…… 잘 먹겠습니다.

……음, 갓 만들어서 따뜻한 돈코츠 국물에 뜬 등지방과 꼬들꼬들한 면발의 조화가 최고라, 감칠맛과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토핑으로 올라간 숙주와 차슈, 파채와 김도 국물과 어우러져서 질리지 않는다.

이 실로 완성된 일품요리에, 이즈미는 극채색이 될 때까지 온갖 것을 뿌려대고 있었다.

「응? 선생님도 이 명란 오징어 먹물 딸기 버터플라이 피 자색 고구마 머스터드 소스가 궁금해? 내 것도 먹어볼래?」

이즈미는 렌게*로 국물을 떠서 내 입가에 들이민다.

*역주 : 散蓮華라 쓰고 치리렌게(ちりれんげ)라고 읽으며, 라멘집 가면 보이는 숟가락이 이거임

보통 줄여서 렌게라고 부름

「“아, 고마워. 먹을게……”」

이즈미가 준 국물은 단 듯하면서 짜고, 신 듯하면서 쓰고, 그리고 매웠다.

덧붙이자면 냄새가 조금 독특했다.

「“으, 응. 맛있네”」

「그렇지! 원하면 이 소스 뿌려줄게──」

「“그건 이즈미 거니까 미안해서 안 돼. 이즈미가 소중하게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가? 그럼 조금 더 뿌려야지!」

이즈미의 국물에 소스가 추가되어, 끝내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색이 되었다.

이건 마치, 논에 날이 따뜻해질 시기에 나타나는, 철 박테리아 같은 무늬가 국물에 그려져 있다.

……일단 내 몫의 라면을 먹고 얼른 업무로 돌아가야겠다.

※ ※ ※ ※ ※

휴우, 어떻게든 산더미처럼 쌓인 숙주를 다 먹었다.

완식했다는 것은…… 업무로 복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보다 빨리 다 먹은 이즈미는, 그릇을 반납하기 위해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즈미, 그게 끝나면 서류 분류를 부탁하고 싶은데…… 해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이걸 분류하면 되는 거지? 평소 당번 할 때처럼 하면 돼?」

「“그러면 돼. 그럼 난 이쪽에서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모르는 거나 곤란한 게 있으면 말해줘”」

「응! 그럼 시작할게!」

이즈미는 그렇게 말하더니, 집중해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날 것 같은데?

※ ※ ※ ※ ※

「서, 선생님~」

「“이즈미? 무슨 일 있어?”」

「배, 배가 고파서 머리가 안 돌아가~」

이즈미는 이제 한계라는 듯이 책상에 엎어져 늘어져 있었다.

말을 듣고 깨달았는데, 아까 식사하고 나서 세 시간은 쉬지 않고 일한 모양이다.

나는 아직 괜찮지만, 학생인 이즈미에게 이 시간만큼의 노동은 힘들었겠지. 휴식을 가져야겠다…….

「“미안해, 이즈미. 조금 쉴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뭔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거라면…… 솔직히 지금은 미식의 추구보다는 잔뜩 먹고 싶은 기분이야……」

「“알겠어. 잠깐만 기다려”」

꽤나 쇠약해진 이즈미를 두고 뜨거운 물을 준비하러 간다. 오랫동안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이거라면 이즈미도 만족할 수 있겠지.

그리고 몇 분 후.

「“기다렸지 이즈미. 이거라면 만족할까?”」

「이, 이건…… 그 유명한 1kg 컵 야키소바?! 에, 이거 어떻게 구했어?! 아카리도 못 구해서 먹고 싶다고 했던 거야!」

「“발매일에 우연히 샀거든. 나 혼자서는 먹을 기회가 없어서. 이걸로 괜찮겠어?”」

「물론이지! 이만큼 있으면 아직 못 해본 조합도 잔뜩 시험해 볼 수 있어! 고마워, 선생님!」

이즈미는 허리에 차고 있는 파우치에서 빨강, 하양, 노랑 등 다양한 색의 소스와 잼을 꺼낸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속이 더부룩해질 것 같은 양의 컵 야키소바는 순식간에 사라져 갔고, 마침내 완식해 버렸다.

「후우…… 역시 배불러! ……라니 앗!! 나 혼자 다 먹어버렸다! 미안해 선생님. 둘이서 먹으려고 했던 거지」

「“신경 안 써도 돼. 아직 예비도 있어서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까”」

「정말? 그렇다면 하나 더 받아도 될까? 아카리한테 먹여주고 싶어서!」

「“그럼. 이즈미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으니까“」

「아싸! 그럼 이 다음에도 열심히 할게!」

그렇게 이즈미는 계속 열심히 했고, 오늘 할 분량이었던 서류 더미는 관계 부처에 제출하는 것까지 끝났다.

「학교별로 서류도 정리했고, 선생님이 봐야 하는 부분은 포스트잇을 붙여뒀어. 이러면 돼?」

「“응, 고마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오늘은 이 컵 야키소바 선물 가져가서 푹 쉬어”」

「……선생님. 아직 서류 남았는데 괜찮아?」

「“이건 내일까지가 기한인 서류라서. 문제없어”」

등 뒤에 아직 남아 있는 서류들은 내일까지가 기한인 것들이다.

양은 좀 되지만, 지금부터 손대면 내일까지는 끝날 것이다.

「으~음…… 그럼, 내일도 또 도와주러 올게. 선생님도 요즘 안 쉬고 있잖아! 제대로 쉬지 않으면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없다구?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어」

「“이즈미……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 대신, 내일도 같이 밥 먹어줘. 그게 내 부탁이야!」

「“응, 맛있는 거 준비해서 기다릴게“」

이렇게 나는 이날 야근 없이 귀가할 수 있었고, 푹 잠들 수 있었다.

※ ※ ※ ※ ※

「선생님, 안녕~! 오늘도 힘내자!」

「“오늘도 잘 부탁해. 자, 약속대로 아침밥 준비해 뒀어. 좀 싱거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준비한 것은 핫샌드위치.

햄치즈와 달걀 필링 두 종류에 샐러드와 콘소메 수프를 준비했는데, 이걸로 한창 먹을 나이인 이즈미가 만족할 수 있을까?

「와아! 이거, 선생님이 만든 거야? 엄청 맛있겠다!」

「“어서 먹어. 나도 옆에서 같이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으~음! 맛있어! 맛있다구 선생님!」

이즈미는 내가 만든 아침 식사를 볼이 미어지게 넣고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평소의 식사 풍경과는 다른 것 같다.

……아! 평소처럼 맛을 바꾸지 않고 있구나.

「“이즈미, 소스나 잼으로 맛을 바꾸거나 안 해? 어디 맛이 이상했어?”」

「으응, 그 반대야. 이 요리는 평소처럼 뭔가 부족한 게 없고, 왠지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달까, 뭔가 뿌리면 맛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뭔가 이상하게 간을 했나? 만약을 위해 맛도 보면서 만들었는데.

……먹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어제는 염분을 잔뜩 섭취해 버렸으니, 좀 싱겁게 만들기는 했지만…….

뭐 이즈미가 만족해 준다면 문제는 없겠지. 나도 이대로 먹도록 하자.

※ ※ ※ ※ ※

「후우, 오늘도 열심히 했네 선생님!」

「“이즈미도 고생했어. 오늘도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이날은 하루 종일 이즈미의 도움을 받아,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하는 서류도 해가 지기 전까지 휴식을 취해가면서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도중에 내 점심도 답례 겸 내어주었지만, 이즈미는 그 맛에 변화를 주는 일 없이, 그대로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즈미, 몸은 괜찮아? 피곤하다거나 감기 기운이 있다거나 하지 않아?”」

「……? 그런 거 없어. 오히려, 선생님이 점심에 내준 정어리와 생강 완자국이 맛있어서 리필해 먹었더니 몸이 후끈후끈하고 아주 쌩쌩해!」

「“그래? 그럼 다행인데……”」

「그것보다, 내일도 와도 돼? 선생님 밥 기대되거든!」

「“내일도? 확실히 아직 안 끝난 일은 있지만, 도움받을 정도는 아닌데?”」

「에~? 그럼 뭐든 할 테니까 선생님 밥이 먹고 싶어!」

「“여자애가 함부로 뭐든 한다고 말하면 안 돼. 뭐, 내일도 또 밥 준비해서 기다릴게. 조심해서 와”」

「와아! 선생님 정말 좋아!」

이렇게 그로부터 며칠에 걸쳐 이즈미는 샬레를 방문해, 일을 도와주고는 내가 만드는 식사를 졸랐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이즈미에게서 갑자기 모모톡이 왔다.

『선생님…… 하루나랑 아카리한테 들켰어…… 독점하지 말라고 혼나서, 지금부터 다 같이 샬레로 쳐들어간다는데 어떡하지?!』

오…… 정말 어떡하지.

일단 폭파당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인원수만큼 추가로 준비해야겠다.

이렇게 들이닥친 미식연구회 멤버들에게 아침 식사를 심의받았고, 어떻게든 폭파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즈미는 샬레에 눌러앉아 있었던 걸로 호되게 혼났는지, 이후로는 가끔 몰래 샬레를 찾아와 서류 작업을 도와주고,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내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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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리의 식욕 부진

『선생님, 은밀하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래 주소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아카리가 보내온 주소는 샬레 근처에 있는 케이크 뷔페 가게였다.

은밀한 일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슴 한편에 일말의 불안을 안고, 지정된 가게로 향한다.

※ ※ ※ ※ ※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있던 건 평소와 다름없는 아카리.

어디 다친 곳도 없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테이블 위에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케이크와 커피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테이블을 가득 채울 정도로 요리가 늘어서 있어야 하는데…….

「“아카리, 늦어서 미안해.”」

「아뇨 아뇨, 거의 제시간인걸요. 바로 본론입니다만, 선생님은 뭔가 주문하시겠어요? 이 가게는 오페라*와 티라미수를 추천해요♪」

「“그럼, 그 추천 메뉴로 주문해 볼게.“」

*역주: Gâteau opéra, 프랑스 케이크 이름임

케이크를 권했다는 건, 이제부터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쪽도 어색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먹을거리나 마실 거리를 시켜야겠지.

점원에게 주문하자, 과연 뷔페라고 해야 할까, 금세 케이크 세트 일식이 운반되어 왔다.

「그럼 선생님, 드시면서 들어주셨으면 해요…… 실은, 요즘 식욕이 없어서요……」

「“엑…… 그거 괜찮아? 병이라도 걸린 거야?”」

「아뇨, 병원에도 가 봤지만, 이상은 없다고…… 딱히 체하거나 피곤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갑자기 식욕만 사라져 버려서……」

으음~, 나도 어떻게든 해주고 싶지만, 전문직인 의사가 아무 이상 없다고 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만 아카리가 곤란해하고 있다. 어떻게든 단서라도 잡아야 해.

「“최근 뭔가 평소와 다른 걸 먹거나, 과식하거나 하진 않았어?”」

「최근 먹은 거라면…… 음식점의 초밥이나 고기구이, 정식집이나 뷔페가 맛있는 가게에서, 영양가는 신경 쓰고 있었고, 먹는 양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히려 조금 자제하고 있었는걸요?」

「“그렇구나…… 미식연구부 아이들은 뭐라고 해?”」

「준코 씨에게선 자양강장에 좋은 산나물과 푹 자고 쉬라는 메시지를, 이즈미 씨에게선 마늘 달걀 노른자 소스와 함께 먹으면 낫는다며 쌀을 잔뜩. 하루나 씨에게선 위장 활동을 돕는 약과 식사량 조절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았어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감사한 일이죠.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일각이라도 빨리 걱정거리를 없애지 않으면 모두와 함께 부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요.」

확실히 식을 제일로 여기는 미식연구회에 있어 이건 치명상이다.

……다소 거친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무리를 해서라도 먹게 해 보자.

「“아카리, 예전에 내가 페이스메이커를 해준 적 있지? 그때처럼, 나도 지금 눈앞에서 먹을 테니까, 거기에 맞춰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네, 먹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으니까요. 그럼 선생님, 부탁드려요.」

아카리가 포크를 쥐고, 결의를 다진 듯이 이쪽을 바라본다.

그렇군…… 우선은 티라미수부터 먹어 볼까.

「선생님, 어떠세요? 이곳의 티라미수는 마스카포네 치즈를 듬뿍 사용했고, 달걀도 계약 농가에서 직접 구입한 특별 사양이라, 에스프레소의 풍미와 정말 잘 어울려서 맛있죠~」

「“아카리 말대로, 이거 엄청 맛있네. 아카리도 한 입 먹을래?”」

「괜찮으세요!? 하지만, 통째로 하나 시키면 다 못 먹을지도 몰라서……」

「“혹시 입을 댄 거라도 괜찮다면 이걸 덜어줄게. 앞접시를 받아 올게.”」

「감사합니다! 실은 선생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맛있게 먹었을 때의 일이 떠올라서…… 조금 먹고 싶다는 기분이 돌아왔을지도 몰라요!」

아카리가 식욕을 조금이라도 되찾아 주었다면 대성공이다.

점원을 붙잡아 앞접시를 받고, 되도록 먹던 부분을 피해서 아카리에게 건넨다.

「음~. 이 농후함, 먹기 전에는 무거울까 싶었지만, 먹어보니 의외로 그렇지도 않네요. 이 정도라면 다 먹을 수 있겠어요!」

「“그건 다행이야. 그럼, 나도 같이 먹을 테니까 아카리도 페이스를 맞춰서 먹어 봐.”」

「네! 평소에는 제한 시간이 아까워서 빨리 먹곤 했으니까, 이렇게 하나를 오랫동안 음미하며 먹는 건 신선하네요♪」

이렇게 아카리와 천천히 케이크를 계속 먹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하나를 다 먹어치운 상태였다.

「후우, 맛있었네요. 오늘은 왠지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기요~, 초콜릿 케이크 하나 주세요!」

느릿느릿 소걸음 같은 속도로 어떻게든 하나를 다 먹었지만, 아직 더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평소의 아카리와 비교하면 아직 본래 컨디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도 큰 한 걸음이겠지.

아카리는 대식가인 데다 빨리 먹기도 하니까, 일단 평범한 속도로 먹는 게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카리의 초콜릿 케이크가 도착한 시점에서, 나도 오페라 케이크를 먹기 시작한다.

「이 초콜릿 케이크는 일부러 트리니티산과 게헨나산 카카오를 섞어서 만든 초콜릿을 사용해서, 풍미가 무척 풍부하고 단맛도 적당한 편이라 정말 먹기 편해요! 평소에는 30개 정도 먹어버리는데, 선생님도 어떠세요?」

「“그럼, 이쪽 오페라도 아카리랑 교환해서 줄게. 지금 앞접시에――”」

「아뇨, 앞접시엔 티라미수가 묻어서 맛이 섞여버리고, 새로 접시를 달라고 하는 것도 죄송해서…… 그대로 포크로 먹여 주세요!」

「에? 그러면 미안하니까 적어도 포크만이라도――」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수저통이 옆으로 쓰러진다.

「어머? 손이 실수로 닿아서, 제 포크까지 떨어뜨려 버렸어요! 이래선 케이크를 당장 먹을 수가 없네요…… 선생님, 먹여 주실 거죠?」

「“……네.”」

포크나 접시를 새것으로 교환받아도, 어떻게든 이유를 붙여서 먹게 만들겠다는, 그런 위압감이 느껴졌다.

거역하면 안 된다고 본능으로 느끼며, 내가 이미 입을 대버린 포크로 오페라 케이크를 떠서 먹여 준다.

「음, 고소한 아몬드 크림과 다크 로스트 커피, 그리고 아주 약간의 브랜디 향이 훌륭하네요. 이게 무한리필이라니 그야말로 천국이에요!」

「“그, 그건 다행이네. 그럼, 새 포크를 받아서……”」

「당장 먹고 싶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아직 더 먹여 주실 거죠?」

「“……녜.”」

그 후로도 새 포크를 받는 건 허락되지 않았고, 추가로 과일 타르트를 주문해서 먹여 주게 되었다.

이날 아카리가 먹은 케이크는 총 4개로 여고생치고는 평범한 양이었지만, 그 후 연일 음식점에 끌려가 내가 먹여 주는 일을 반복한 결과, 날이 갈수록 식욕은 늘어갔고, 3일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인은 불명이었지만, 앞으로 또 식욕이 없어졌을 때는 내게 부디 먹여 달라고 부탁받았다.

팔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기에, 그런 날이 아카리의 재학 중에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하루나와 이유식

하루나에게 미식 연구의 고문을 맡아달라고 불려간 곳은, 예전에 폭파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폐쇄된 게헨나의 학원 식당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던 하루나는 나를 의자에 앉혔다.

「"저기…… 수고했어, 하루나. 오늘은 뭘 하려는 걸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폭발하거나 무언가를 약탈하거나 하는, 위험한 짓을 할 예정은 없으니 안심해 주세요.」

그건…… 다행이네. 뒷수습을 하는 건 딱히 상관없지만, 하루나가 다칠지도 모르는 걸 지켜보는 건 조마조마하니까.

……? 그럼, 오늘 나는 뭘 하면 되는 거지?

「선생님, 계란 과자라고 하는 간식을 알고 계신가요?」

「"분명…… 작고 바삭바삭한 과자였던가? 그게 왜?"」

「준코 양이 요전에 먹고 있길래, 한 입 얻어먹었습니다만 그 그리운 맛에 감명을 받아서요…… 거기서 떠올린 겁니다. 식사란, 어린아이가 처음 입에 댄 음식의 맛이 평생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 된다고들 하죠. 그러니 진정한 미식 연구의 첫걸음으로서, 오늘은 원점 회귀라는 취지로 선생님과 함께 이유식을 먹어보고자 합니다!」

과연, 이번엔 그렇게 나오셨나.

뭐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하루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 주자.

「그럼, 우선 이 죽부터 드시죠. 후우카 양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만…… 주문했을 때 믿기지 않는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을 받았습니다. 대체 뭐가 이상했던 걸까요?」

「"그건…… 주문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여기 게헨나 학식에서 이유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그런 식으로 기이한 시선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루나가 내놓은 죽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어,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뜻한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먹어 볼까요! ……흐음, 이건…… 흰 강낭콩을 으깨 넣어서, 소금기가 전혀 없는데도 풍미가 풍부하여 즐길 수 있는 일품이 되었군요! 역시 후우카 양입니다! 하지만, 지금 먹으니 그…… 뭐라 할까요…… 심플한 맛이네요.」

「"이유식을 먹기 시작할 무렵엔 소금이나 후추를 안 넣고,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넣을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육수가 없는 만큼 맛이 밍밍하기 쉽지. 정 그렇다면 소금이라도 가져올까?"」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밤의 테마는 이유식. 거기서 벗어나는 행위는 선생님이 허락하셔도 제가 용서치 않습니다! 오늘은 있는 그대로의 이유식을 만끽해야 비로소 미식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나의 결의는 굳건한 듯하다.

그렇다면, 거기에 어울려 주는 것도 어른으로서의 의무.

……과연 이 행위가 선생님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무인 걸까? 생각하려 했지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으니 생각하는 건 관두자.

「후우…… 맛있게 먹었네요. 마치 요정에서 나오는 작은 그릇에 담긴 요리 같았습니다.」

「"그렇게 들으니 확실히…… 그럴지도?"」

요정에 갔을 때 나오는 작은 그릇 요리는 확실히 양이 적고 맛도 섬세한 게 많으니까.

듣고 보니 꽤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다음은, 호박과 순무 포타주입니다. 이건 아카리 양이 조리해 주셨습니다만…… 굉장히 진해 보이는군요.」

「"그러네. 아까 건 생후 반년 정도 된 아이의 레시피 같았는데, 이쪽은 부드럽게 삶았다고는 해도 원형이 남아있고…… 생후 1년 정도 된 아이용일려나?"」

「반년 만에 아기는 꽤나 성장하는군요…… 나중에 다른 레시피도 시도해 보죠. 그럼, 이쪽도 먹겠습니다…… 음, 이건 은은하게 짠맛이 있네요. 호박의 진한 맛과 순무의 산뜻한 풍미가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도 이어서 입에 넣어보았는데, 호박과 순무가 혀로 끊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어서,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그 식감은 일품이었다.

방금 전의 죽에 비해 희미하게 짠맛과 버터나 된장 같은 조미료가 쓰인 만큼 어른인 나도 먹기 편해서, 순식간에 접시는 비워졌다.

「완식이네요. 그럼, 다음은 이 바나나 찐빵을 먹어보죠.」

「"오오…… 드디어 단 거구나."」

「네! 제가 감명을 받은 계란 과자라도 좋겠지만,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선생님께 내어드리는 건 대접하는 입장에서 조금 저항감이 있어서요…… 그래서 오늘은 미숙하지만 제가 조리한 것을 가져왔습니다.」

「"하루나의 수제 요리인가, 그거 기대되네."」

「사전에 맛은 봐두었으니, 맛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자, 드셔보세요.」

하루나가 내놓은 찐빵은 한가운데가 쩍 갈라져 있어서, 겉보기엔 다소…… 거시기했지만, 그 맛은――

「"음! 이거 맛있네. 바나나도 듬뿍 들어 있어서 달콤하고, 향도 좋아!"」

「그, 그렇습니까? 선생님께서 기뻐해 주시니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장래에 하루나는 좋은 신부감이 될 것 같다고 말할 뻔했지만, 평범하게 성희롱·모욕이 되기 때문에 그 발언은 취소했다.

「이건 수량이 꽤 있으니,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가져가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선생님 혼자서 빨리 드셔야 해요.」

「"……? 알았어, 이건 혼자서 먹을게."」

다른 사람이 먹는 건 아직 부끄러운 걸까? 뺨을 붉게 물들이는 하루나의 나이에 걸맞은 귀여운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럼 저도…… 음,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후우카 양에게 레시피를 물어봤습니다만, 확실히 맛있게 되었군요. 재료의 맛이 살아 있고, 설탕을 쓰지 않았는데도 맛있게 완성되었네요.」

작은 입으로 한 입 한 입 뜯어먹듯이 먹는 하루나의 모습은 왠지 소동물 같아서 흐뭇하다.

「……후우, 아무리 하나하나가 소량이었다고 해도, 이만큼 먹으니 배가 부르네요.」

「"그래서, 어땠어? 미식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어?"」

「이유식에는 일식과 마찬가지로 뺄셈의 미학이 있고, 몸에도 상냥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향후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의 편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거 다행이네.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하지만 선생님, 목이 마르진 않으신가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내 팔을, 하루나는 갑자기 붙잡았다.

「"확실히 조금 마른 것 같기도 하네. 여기 수도는 아직 살아있었지. 지금 물을――"」

「……이유식은 어린아이가 처음 입에 대는 "식사"라고 말했습니다. 거기서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그보다 전. 어린아이가 처음 입에 대는 "무언가"를 먹어보지 않겠습니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하루나에게 팔을 붙잡혀 도망칠 수가 없다.

하루나는 다른 한 손으로 책상 밑에 숨겨두었던 것을 꺼내――

「자, 이 분유를 마셔보죠! 사실은 모유를 준비하고 싶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미식연구회에서는 준비할 수가 없어서……」

「"그걸 준비했으면 설교 정도로 안 끝났을 거야. 어, 이거 내 몫도 있어?"」

「물론입니다, 자, 마셔보죠!」

눈앞에 놓인 젖병. 설마 어른이 되어서 이걸 입에 대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옆의 하루나는 이미 입을 대고 쪽쪽거리며 내용물을 빨아 마시고 있다.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젖병을 들고, 수치심을 무릅쓰고 빨아 보니 우유보다 달콤한 밀크가 입안에 퍼진다.

사람 피부보다 약간 더 따뜻한 그것은, 마실 때마다 맛있다는 감상보다 위화감이 아무래도 먼저 오고 만다.

「으~음, 확실히 맛있기는 합니다만 생각했던 정도는 아니네요. 이건, 시츄에이션이 문제인 걸까요. 선생님, 이걸 먹여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거 거부권은……"」

「안 됩니다. 그럼, 선생님의 무릎을 좀 빌릴게요. 이 젖병으로 먹여주신다면……」

이후, 하루나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을 강요당해, 한 병을 다 비운 시점에서 만족했는지 「배가 부르네요. 이것도 하나의 미식의 길이었습니다.」라며 만족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이날의 미식 연구는 종료되었다.

훗날의 일이다. 샬레에 후우카가 들이닥쳐서, 하루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아주 친절하고 정중하게 오해가 없도록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만 했다.

--------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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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2.18번역

소설핫산) 학생들과의 인연 너머로 - 미식연구회 편

#미식연구회#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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