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키리 공안국의 국장, 오가타 칸나는 오늘 썩 심기가 불편하다. 어느덧 찾아와버린 가을 하늘은 상당히 쾌청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도 심히 상쾌하건만,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녀에겐 이것들이 별 의미가 없는 모양이다.
하기사, 그것도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드높은 가을 하늘 대신 갑갑한 취조실 천장을, 청청한 밝은빛 풍경 대신 칙칙한 건물 벽을 바라보는 입장에서야 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요소였으니.
끼이익-하고, 취조실 옆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채 쳐다 본 것도, 그렇기에 결코 우연은 아니리라.
"오우, 칸나! 얘기한 대로 얼굴 보러 왔어!"
이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 일순간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방이 환히 밝아진다.
...한 손에는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선생이 찾아 온 것이다.
"아, 오셨습니까."
선생이 방문을 닫자, 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칙칙한 어둠 속에 잠기고 만다.
"죄송합니다. 용의자 신문이 바빠, 부득이하게 이런 곳에서 만나뵙게 되는군요."
"아냐, 칸나가 일하는 데 내가 멋대로 찾아왔을 뿐인걸.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국원들에게도 좋은 기분 전환이 되겠죠. 그 봉지는 뭡니까?"
칸나가 선생의 손에 들린 봉지를 바라본다. 털레털레 몸뚱이만 찾아 올 위인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곤 해도 취조실에까지 뭔가 챙겨들고 올 줄은 몰랐다.
"닭꼬치 포장해왔어. 보나마나 칸나도 뭐 안 챙겨먹었을 거고......다른 애들 몫까지 넉넉히 사 왔지!"
"...닭꼬치입니까."
칸나가 콧방위 섞인 숨을 내뱉는다. 닭꼬치...주전부리라! 업무 중에도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그 딴에는 자신들을 제법 배려해 준 것이리라. 쉽게 그러한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사소하지만 능숙한 배려에 통달한 인물이었으니까.
"국원들이 좋아하겠군요. 다른 사람들 먼저 챙겨주십쇼. 전 괜찮습니다."
"어, 칸나는 안 먹어? 칸나가 좋아하겠지 싶어서 고른 메뉴인데......"
공안국장이 피식 웃음지었다. 때마침 다른 학생들이 이 방에 없어 다행이었다. 그녀가 아주 살짝 목소리를 낮춘다.
"전 애초에 업무 중에는 음식을 별로 먹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안국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니까요.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이가 근무 중 취식이라니, 그만한 어불성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차피 다른 학생들도 없으니 후딱 먹으면 괜찮을텐데......대단하네, 칸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요. 괜찮으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친 개' 국장의 믿음직한 옅은 미소에, 땡땡이 좋아하는 선생은 결국 그 고집을 스스로 꺾어버려야만 했다.
그건 그렇고, 라고. 칸나는 그렇게 주제를 돌리며, 자신의 앞에 놓여진 두 개의 서류 뭉치로 시선을 돌린다.
"......골치아픈 두 용의자가 동시에 압송되었습니다만......후우."
칸나는 스스로도 기가 찬다는 듯, 자신의 말조차 끝맺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었다. 튼튼한 발키리 건물이 아니었다면 필시 이 한숨에 땅이 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선생은 현명하게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떠한 거물이길래, 눈 앞의 이 악명 자자한 공안국장이 한숨을 푹푹 내쉰단 말인가. 선생은 그의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걸 참으라는 것은 일 중독자에게 일을 끊으라는 것이며, 인간에게 산소를 끊으라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선생이 매직미러를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어라?)
마치 게헨나 출신이라고 모두에게 소리치는 듯한 두 뿔과, 그 뿔보다도 우뚝 각이 살아있는 진한 브라운빛 머리카락. 그리고 그 머리카락 가운데에 솟아 있는 몹시 인상적인, 안테나처럼 삐죽 솟아있는 머리카락.
시선을 약간 내려보면 보이는 것은, 마치 그녀가 일을 할 때 자주 보이는 것과 같은 붉은 와이셔츠. 그 위에 걸치고 있는 몹시 오버사이즈의 흰 가운.
게헨나 학원 최고의 사고뭉치이며, 키보토스 최고의 테러리스트 중 하나이자, 그 이름도 악명높은 온천개발부의 당돌한 수장!
키누가와 카스미였다.
"아니, 카스미가 왜 발키리에까지 잡혀와 있는거야?"
"......선생님, 그거 진심으로 물어보신 겁니까?"
칸나가 천천히 선생을 바라본다. 키누가와 카스미가 대체 어째서 발키리에 연행되었는가? 그 질문을, 명색이 키보토스의 선생이라는 자가 던져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아, 미안. 어떻게 이제서야 잡혀 온 거야?"
오늘따라 참으로 현명하게도, 선생은 자신의 질문 실수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트리니티 자치구와 게헨나 자치구 경계지역에서 테러 행위를 저지르다가 체포됐습니다. 트리니티 정의실현부와 게헨나 선도부 사이에서 처리 주체를 놓고 다투는 바람에, 저희가 키누가와 카스미를 구속하는 것으로 결론났죠."
선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납득가는 이유였다.
"...두 학원 경계지역에서 테러 행위라......"
"본인은 온천 개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해당 지역에는 온천 수맥이 흐르지 않는다고 방금 보고받았습니다. 이미 행해진 테러에는 트리니티와 게헨나 모두 피해를 입었습니다."
키보토스 최악의 테러리스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온천개발부는 '그 곳에 온천이 있다' 라는 일념만으로 온갖 동네를 들쑤시고 다녀왔다. 설령 그 곳이 타 학교 자치구라고 할 지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는지, 이젠 하다하다 동시에 두 곳의 학원에다가 민폐를 끼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사실, 그 흉포한 집단의 리더인 카스미야말로 '일곱 죄수' 에 걸맞을 지도 모른다고, 선생을 포함한 몇몇이 이미 우려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다.
"정확한 피해 상황도 들을 수 있을까?"
"트리니티의 경우엔 외곽 변전소가 폭발의 여파로 붕괴해 부분 정전이 일어났고, 외곽순환고속도로의 교각 붕괴가 우려되어 구간 통제중입니다. 하필 변전소와 고속도로 반경 15미터가 폭파 지점이라......"
"......오우......이건 큰 민폐인데......"
선생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런 피해가 게헨나 안에서 났어도 히나는 반쯤 졸도했을 터인데, 타 학원인 트리니티 자치구에서의 피해이니, 이건 만마전도 골치 꽤나 아플 일이었다.
...아니지. 이로하만의 고통일 것이다.
"게헨나 쪽은?"
"아주 간단하게도, 온수관이 터졌습니다."
"아, 오케이. 아주 명확하게 알 것 같아."
일단 적어도 히나는 실신했을 것이라고, 선생은 감히 짐작하기로 한다.
"이번에야말로 키누가와 카스미를 대대적으로 처벌해 엄격한 법 집행을 공포하려고 했건만......트리니티 상층부가 사태의 확산을 우려하는 듯해서요. 이 정도 선이라면 뒤집어지는 속을 끌어안고 애써 넘어가려는 모양입니다."
칸나의 말에 선생이 누군가를 떠올린다. 트리니티의 최상층부, 권력의 중심. 비록 요새 들어 그 권위가 흔들린다지만 여전히 실세의 자리에 있는 티파티. 그러한 티파티의 현 호스트. 홍차를 각별히 좋아하는, 게헨나와의 큰 사건사고를 심히 염려하는 바로 그 학생.
...키리후지 나기사.
에덴 조약도 이미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마당에 게헨나와의 분쟁은 썩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미카의 존재와, 거의 다 말라버렸다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호전파인 파테르 분파에, 트리니티 전체에 뿌리내린 유서깊은 '반 게헨나' 성향까지. 온갖 핵폭탄들이 산재해있는 이 마당에 게헨나와의 직접 충돌은, 나기사 입장에선 절대로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 카스미는 이러한 상황에, 속칭 '똥' 을 뿌렸다. 그것도 거대한 걸로!
"......나기사의 혈압이 심히 걱정되는데......"
"티파티 걱정이라면, 저도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군요. 전 오히려 그 반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 역시 칸나 너도......어?"
공안국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선생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을 크게 키우고 싶다는 그 원대한 꿈은, 적어도 공안국장의 입에서, 하다못해 법 집행기관 발키리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그동안 저질러 온 키누가와 카스미의 만행을 샅샅히 밝혀서 대대적으로 처벌하고, 이를 키보토스 전역에 공포해서 법 집행기관 발키리의 위상을 드높인다......이게 제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겠죠."
높으신 분들에겐 송구스러운 말이겠지만. 그렇게 말을 매듭짓는 칸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는 것에 더욱 눈을 떠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그것도 선생 자신이 스스로 발키리에 '놀러' 온 지금?!
"...그러니 지켜봐주십쇼. 선생님께선 부패 경찰이 새로이 태어나는 현장에, 가장 가까운 목격자로 계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음흉하게 미소짓는 칸나의 얼굴은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와도 같은, 통제불능 악동의 것과도 같았다.
"-근데, 두 명이 잡혀 온 거지? 남은 한 명은 누구야?"
그렇기에, 선생 입장에선 빠르게 주제를 돌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 남은 한 명은 게헨나의 쿠로다테 하루나인데, 식-"
"-그만. 거기까지.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
심히 애석하게도, 더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동시에 콰당! 하는, 철문 열리는 소리. 고개를 홱 돌려보면, 당혹스러워하는 얼굴의 공안국 학생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뭘까. 도대체 또 무슨 일이 터진걸까. 선생이 엄습하는 불안을 직감한다.
"크, 크크, 큰일났습니다, 국장님! 아직 체포하지 못한 게헨나 미식연구회 잔당들이, 이번엔 D.U. 시라토리 구에서 테러 행위를......!"
"...뭐?"
칸나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다. 그 표정을 채 즐길 새도 없이,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래, 맞아! 하루나만 잡혀왔다면, 아직 준코와 아카리, 이즈미가 잡히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고, 하루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학생들 역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것을 너무 늦게 떠올려버려서 문제겠지만.
"크윽, 그럼 가용 가능한 모든-"
"큰일입니다! 큰일입니다, 국장님! 방금 연방교정국에서, 재액의 여우가 또 다시 탈주했다고...!"
"......뭐?!"
전혀 반갑지 않게도, 또 다른 학생이 헐레벌떡 달려 와서 한다는 소리가, 마치 연례 행사와도 같은 와카모의 탈주 소식이었다. 자고로 불청 손님과 나쁜 소식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다.
"구, 구구구, 국장님-! 온천개발부 잔당들이, 총학생회 사무국 주차장을 폭파했습니다-!"
"뭐?!?!"
마치 자신들을 잊지 말라는 듯, 또 다른 비극도 문을 비집고 찾아왔다. 곁에 있는 선생마저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상황인데, 이 모든 일들을 당장 해결해야 할 칸나의 기분은 대체 어떨 것인가.
"......선생님."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칸나는, 방금까지와는 다른 차분한 어조로 선생을 불렀다.
"선생님께선, 다른 이에게 의지해야만 할 때도 있다고 가르쳐 주셨죠."
"응? 아, 으응......그랬지."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선생의 외마디 되물음에, 칸나는 세상 둘도 없을 정중함으로 고개를 숙였다.
"...키누가와 카스미와 쿠로다테 하루나의 신문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을, 저희는 꽤나 신뢰하고 있습니다."
"......어? 예? 그건 대체 무슨 말씀-"
외롭게도, 선생은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의 털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뛰쳐나간 공안국장이 세심하고 섬세하게 선생을 체크해 줄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폭풍과도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 그 취조실 옆 방에는 어안이 벙벙한 선생과, 퇴장할 타이밍을 놓친 채 상황을 파악하고자 애쓰는 발키리 학생 하나가 남았을 뿐이었다.
붉은겨울 학생마저도 감기에 걸려버릴 어색함과 함께.
"......저기, 미안한데."
"녜?! ㅇ, 아, 아아, 넵?!"
"...쿠로다테 하루나 좀, 이 취조실로 같이 데려와줄래?"
* * *
"어머......선생님께 받는 취조라니, 이건 또 새로운 미식이군요."
하루나는 연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며 생글생글 즐거워하고 있다. 너무나도 평소와 같은 얼굴이라, 상황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SNS에서 한창 시끌시끌한 카페가 아닐까 하고 착각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사실 하루나라면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운 타입이다. 확실한 목적을 가진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확신범. 사건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레 하나하나의 요소가 모두 이어지고, 그렇기에 사건의 진상과 동기 등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아니, 바라던 대로야! 공안국장이 아니라 선생님인 건 계획 밖이지만, 이건 이거 나름대로 좋아."
문제는 눈 앞의 이 유쾌범. 잠깐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종일 귓가에 맴돌 호탕한 웃음을 짓는 이 학생이 문제였다.
"...카스미. 미안하지만 일단 넌 잡혀 온 입장인데?"
"하하하핫! 그것 또한 하나의 매력이라고!"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온천을 파기 위해 변전소 옆을 터뜨리고, 정의실현부와 선도부가 딱 마주쳐 체포 주체가 모호해지고, 발키리가 떠안아버려서 그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해결이 되고, 그 와중에 추가적으로 사건이 터져 발키리의 인력이 부족해지고. 이 모든 상황 자체가 온천 개발이라는 행위에서 파생된 나비 효과이지. 즐겁지 아니할 수가 있나?"
그렇게 이야기하는 카스미는 너무나도 즐거워보이는 얼굴이었다. 과연, 그것이 너무너무 즐거웠던 탓인지 얼굴마저 옅게 상기되고 있었다. 그녀가 키보토스 최악의 지명수배범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거기에 선생님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라니. 이번 개발은 아주 만족스러워!"
탁, 탁, 하고 바닥을 두어 번 두드리는 소리. 그녀는 꽤나 즐겁다는 듯, 종종 꼬리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반대급부로, 선생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후후후. 제법 곤란하신 모양이네요."
카스미 옆의 하루나도 제법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지었다. 따져보자면, 그녀 둘을 제외한 이 곳의 그 어느 누구도 마음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였다면 이 곳에서의 식사는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만...선생님과 함께 하는 카츠동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미식일 터. 이래뵈도 꽤나 기대하고 있답니다."
더욱이, 이 곳에서의 식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눈 앞의 이 숙녀분 말고는 없을 것이다. 아니면 칸나에게 끌려 왔을 때의 선생 자신이거나.
"...이봐, 부장 아가씨. 오늘은 카츠동이 아니라 오야코동이야. 공안국장은 지금 부재중이거든."
카스미가 나지막하게 하루나에게 귀띔하며, 자신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참으로 눈치빠르게도, 선생은 마치 소름이 돋는 듯한 불길함을 느껴버렸다. 그것은, 필시 그녀의 만면 가득한 악동 미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어머나......그건 그것대로 좋을 지도요."
"메뉴 따위는 어찌되든 좋다는 건가. 하하하핫! 그런 부장 아가씨에게 즐거운 제안을 하나 해 볼까 하는데."
호탕한 웃음과 함께, 카스미는 보는 사람들 모두가 불온한 무언가를 직감할 만한 제안을 건넨다.
"제안, 인가요?"
"뭐, 물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식사가 즐거운 건 인정해. 그렇지만 새로운 친구와 함께 하는 식사도 그에 못지 않게 즐거울 것이고, 신선한 맛이 나지 않겠나?"
"......조금 더 들어볼까요."
미식의 길을 끝없이 탐구해나가는 방랑자는, 아무래도 제법 흥미가 동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선생님과의 식사는 분명 각별하지. 하지만 그건 이미 아가씨가 겪어 본 맛! 아가씨의 부원들과, 우리 온천개발부가 함께 하는 식사 자리는 여지껏 없었단 말이지?"
"...온천개발부와 함께...분명, 그랬던 적은 없었습니다."
"마침 우리에게 새로운 온천 개발 계획이 있어. 제법 그럴 듯한 온천이 개발될 텐데, 갓 지은 온천장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식사 한 끼를 즐기는 건 어때?"
하루나가 잠시 생각에 빠져든다.
서로 다른 두 동아리가 갓 지은 온천장에서 따뜻한 식사 한 끼라! 이건 이것대로 또한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다. 물론 온천 여관에서의 식사는 제법 경험해 보았으며, 자신의 부원들과도 몇 번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갓 준공되어 사실상 전세 상태의 온천은 즐겨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건설 주체도 흔한 건설사가 아닌, 온천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진심인 온천개발부가 주체. 제안만 들어도 제법 혹할 이야기인 것은 확실하다.
...선생과의 식사는 언제나 각별하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그 식사들에서, 하루나 자신은 [ 소중한 사람과 함께 즐기는 식사 ] 의 맛을 배웠다. 분명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미식 탐구는 크게 바뀌었던 참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소중한 이들인 자신의 부원들과 함께, 새로운 인연들과 즐기는 식사의 맛은 어떠할 것인가. 어떤 맛인지 모른다면, 기꺼이 그 맛의 탐구를 위해 발걸음을 떼야 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이 아니었는가?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온천을 파 내는 것은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가씨와 그 동료들에게 대접할 음식이 문제로군."
"메뉴인가요? 그렇다면 전혀 걱정할 게 없답니다."
"아니아니, 메뉴의 문제가 아니지."
카스미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 음식을 조리할 사람이 문제지. 우린 온천 개발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요리에 관해선 일견 문외한이거든."
"후후, 그거라면 더욱 걱정이 없군요. 저희에겐 키보토스 최고의 특급 요리사가 함께 하거든요."
키보토스 최고의 특급 요리사. 거기에 미식연구회와 함께 한다.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선생의 머릿속에선 불쌍한 한 게헨나 학생이 울고불고 절규하는 얼굴이 그려지고야 만다.
...미안, 후우카. 오늘도 지켜주지 못했구나.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라지는군. 사실 우리 부원들에겐 아가씨네 부원들과 접촉하라고 일러뒀어. 지금쯤은 만났지 않았을까 싶은데?"
카스미가 악동...아니, 악마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아무래도 오늘 하루나가 잡혀왔다는 것을 미리 알아냈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발키리는 지금 인원 부족이야. 우리가 온천 하나 더 판다고 해서 추격이 바로 붙지는 않을 테니, 온천 파고 밥 먹는 시간은 충분하겠지!"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때맞춰 하루나의 휴대폰이 울린다.
[ 하루나 씨, 지금 발키리에 계신가요? ]
전화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법 텐션이 오른 듯한 와니부치 아카리였다.
"어머나. 좋은 타이밍이네요, 아카리 씨."
[ 온천개발부와 합류했어요~ 부장끼리 협의가 끝났을 거라던데 아시는 거 있나요? ]
"......후후, 카스미 씨는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셨나보네요. 네, 협의가 끝났답니다. 저희는 오늘 온천개발부와 함께 움직입니다."
하루나 역시 싱긋 웃어보였다. 한 방 먹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후우카 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 우리와 함께 해 주시기로 했어요~ ]
분명 과격한 방식이 쓰였을 거라고, 선생은 그렇게 확신했다. 밧줄에 묶인 채 절규하는 후우카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 슬슬 준비하세요~ 거의 다 왔어요~]
"후후, 이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니 제법 설레네요."
"내 계획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다행이네!"
카스미는 이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까부터 부쩍 잦아진 꼬리의 살랑거림이 그 점을 증명하는 듯하다.
"...뭐, 그래서 말야, 선생님."
고개를 찬찬히 이 쪽으로 돌리는 카스미는, 언제나의 그것처럼 자신만만 위풍당당한 웃음을 짓고 있다.
"슬프지만, 오늘 선생님과의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지어야겠어. 공안국장의 부탁을 받았겠지만, 이 정도면 선생이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재해, 불가항적인 참사 아니겠어?"
"......뭣,"
"이별이 있기에 다음 만남이 더욱 아름다운 것. 멀지 않은 때에 또 만나자고!"
그와 동시에,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거대한 폭발음. 선생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린다. 놀라우리만치 정확하게 계산되었는지, 자신의 몸에 생채기 하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로나의 도움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타난 건, 반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게헨나 급양부의 급식 트럭. 그리고 해맑은 얼굴을 한 채로 손을 흔들고 있는 미식연구회. 그 옆에서 급양부 스쿠터를 탄 채 검은 고글을 쓰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시모쿠라 메구.
왔구나, 악당 녀석들!
"자아, 가 보자고! 이번 개발지는 샬레 옆이다!"
"후후후. 이건 제법 기대되는군요. 시끌벅적한 식사가 되겠네요! 선생님, 그럼 다음에."
뭐라고 토를 달 새도 없이, 게헨나 급양부의 급식 트럭과 스쿠터를 나눠 탄 채로, 테러리스트 동맹은 그렇게 떠나가버렸다.
......악당들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악당들이다. 선생은 전율을 느껴버렸다.
"선생님! 방금 무슨 폭발ㅇ......우와앗?! 취조실이?!"
거하게 늦은 타이밍의 발키리 학생이 발견한 건, 반쯤 날아간 채로 밖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처참한 취조실. 그리고 얼이 빠진 채 주섬주섬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려는 듯한 선생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 그건 그렇고, 칸나 오면 말 좀 전해줄래?"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발키리 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부탁 못 들어줘서 미안하다고. 그리고......가능한 한 빨리 샬레로 좀 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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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생각만 하고 있었다가 일섭 카스미 실장된 거 보고 개꼴려서 호다닥 씀
ㅅㅂ 생각하던 이미지 그대로의 계획적 썅년이라 좋아
막상 하루나랑 카스미는 서로 나름 잘 놀지 않을까?
뉴신소 다 먹었다
시발애들너무좋아
행복해
소설 아이디어도 받음
언제 쓸진 모르겠지만 맛있어보이는건 밥상에 올릴지도?

댓글 20


개판났네ㅋㅋ
키보토스에 미래는 없다
제정신들이 아닌 녀석들..
사실 와카모보다 더 위험한 애들이 아닐까?
미각에 장애가 생긴 하루나 써줘
그건 너무 피폐겠는걸?
취조고뭐고 한마디도 못하게하고 지들끼리 떠들다가 나가버리는게 존나 그럴법하놐ㅋㅋㅋㅋ
말이 취조실이지 사실상 동네 카페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