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음집
https://m.dcinside.com/board/projectmx/11655305
―――――――――――――――――――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7482754
원문: 4,944자
―――――――――――――――――――
주의: 일섭 데카그라마톤 편 이후의 시점이니 읽을 때 유의해주세요
「지금 당장 밀레니엄으로 와줄 수 있어?」
시각은 이미 해가 떨어진 지 한참 지났고, 어느덧 밤하늘의 별빛만이 창밖을 비추고 있었다.
슬슬 늦은 저녁을 챙겨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에이미로부터 모모톡으로 메시지가 한 통 날아왔다.
마침 잘됐으니 저녁은 밀레니엄 근처에서 해결할까.
초현상특무부 아이들에게는 항상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는 것 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웬일로 잔업이 없었다. 모처럼 중요한 결재 안건들만 처리하면 끝이라,
평소라면 산더미처럼 책상을 점령하고 있었을 서류가 싹 치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적 같은 날에 감사하며, 최소한의 외출용 짐만 챙겨 샬레를 나섰다.
「평소 쓰던 그 부실이 아닌가……?」
에이미에게 답장을 보낸 직후 전송된 좌표를 따라가자,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폐건물에 도착했다.
주변은 기분 나쁠 정도로 으스스하고 어둑어둑했다.
가로등 빛이라고는 바닥의 윤곽을 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희미했고, 건물 자체도 꽤나 낡고 음산했다.
뭐, 평소의 수사부 부실도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고 사람의 발길을 멀리하는 묘한 분위기였으니,
그냥 여기저기 비슷한 폐허에 부실을 새로 하나 더 구한 모양이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자, '삑'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무기질적인 철제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 수고했어 선생님. 밤늦게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
「괜찮아. 오늘은 새로운 부실을 소개하는 날이야?」
어스름한 실내로 들어가자마자, 에이미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그녀 특유의 파격적으로 가벼운 차림새도 이제는 눈 둘 곳을 잃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어른으로서 약간 문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여기서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나저나 이 방, 조명이 너무 어둡다. 아지트 거실치고는 지나치게 앤티크한 조도인 데다
안쪽이 아예 캄캄해서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도 가늠이 안 된다.
「? 아니, 아니야. 우리 부실은 평소 쓰던 그곳이야.」
「어? 그럼 여기는 대체 무슨 용도로……」
「선생님을 감금할 장소.」
「……어?」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아니면 요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돌발성 난청이라도 온 걸까.
제발 내 귀가 잘못된 것이기를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던 찰나,
내 등 뒤에서 육중한 철문이 닫히고 찰칵, 하며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울려 퍼졌다.
등줄기를 타고 기분 나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기분 탓인지 에이미의 눈동자에서 하이라이트가 스윽 사라진 것만 같았다.
「감금할 거야. 절대로.」
「……그건, 어째서?」
「간단해. 이건, 필요한 일이니까.」
큰일 났다. 뉘앙스를 보아하니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나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주머니 속의 싯딤의 상자에 다급히 손을 뻗어 외부로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아뇨, 오늘부터 여기서 얌전히 지내주셔야 곤란하지 않습니다.」
부드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내 손을 제지해 온 것은…… 언제나 퍼펙트 메이드를 자처하는 토키였다.
광원이 부족해서 짙은 그림자가 진 탓일까, 그녀의 눈빛 또한 에이미와 마찬가지로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토키……! 어째서 여기에……」
「갑작스러운 무력행사라 죄송합니다만, 부디 포기하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결국 허무하게 싯딤의 상자를 뺏기고 말았다.
남은 건 내 두 다리로 자력 탈출을 감행하는 것뿐이라 생각했지만, 무력을 지닌 이 두 학생 앞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이 얼마나 우수한 에이전트들인지는 요 근래의 임무들을 통해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양쪽 손목과 어깨를 단단히 붙잡힌 탓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점점 사방이 막힌 감방으로 몰려간다는 생각에 본능적인 공포가 밀려왔다.
「도망치지 마, 선생님.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선생님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순순히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설마 납치 감금이라니. 샬레를 비운 사이에 밀린 결재 서류가 얼마나 탑을 쌓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아직 나에게는 키보토스의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참지 못하고 힘주어 팔을 뿌리치고 문 쪽으로 도망치려 하자,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신 건가요.」
「케이……!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얘들이 날 감금하려──」
안쪽의 어둠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것은── 눈동자를 적자색으로 날카롭게 빛내고 있는 케이였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진심 어린 표정에 나도 모르게 주춤하며, 덜덜 떨리는 다리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선생님. 말로 해서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때론 강압적인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내, 내가 대체 무슨 훈육 받을 짓을 했다고 그래……!」
「호오……? 본인에게 자각이 전혀 없다니, 참으로 뻔뻔하시군요. 이제 구차한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케이!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변명은 듣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자,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등 뒤에서 토키의 손에 떠밀려 억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결코 억세게 밀어붙이는 건 아니지만, 내 힘으로는 도저히 버티거나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감금당하는 거야. 괜찮아. 우리가 옆에서 제대로 돌봐줄 테니까.」
「이 완벽초인 메이드에게 모든 것을 맡겨 주십시오. 식사부터 세탁, 청소, 잡무까지 무엇이든 전부 해드리겠습니다.」
「네. 이제부터 선생님의 일과는 제가 철저히 통제하고 관리하겠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이전과 같은 엉망진창인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돌아갈 곳을 끊어버리는 강압적인 말들이 나를 옭아맨다.
그 절망적인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핑 도는 현기증과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세 사람이 귓가에 무언가 말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까무러쳤다.
◇◇◇◇◇◇
깊고 아득한 졸음 속에서, 마치 부드러운 요람처럼 흔들리던 몸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도 샬레가 아닌 이 낯선 방에서 눈을 뜨는 것에 여전히 위화감은 남아 있지만, 신기하게도 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나의 몸과 정신이 이 특수한 환경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인간은 환경에 무섭도록 잘 적응하는 생물이니, 이것도 당연한 생존 본능일지도 모른다.
「자, 벌써 아침이에요. 어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케이…… 안녕.」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매일 아침 케이가 깨워주는 것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시각은 오차 없이 정확히 아침 7시. 그녀의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알람이다.
「준비 다 되셨나요? 그럼 산책하러 가죠.」
「응…… 알고 있어.」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가볍게 산책을 나간다. 그것이 이곳 수용소…… 아니, 세이프 하우스의 규칙 중 하나다.
하지만 절대로 혼자서 행동할 수는 없다. 반드시 호위와 감시를 겸해서 최소 한 명 이상의 학생이 내 곁에 동행해야만 한다.
아무도 없는 음산한 폐허, 기능을 정지한 낡은 로봇 잔해들을 바라보며
케이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 아침 산책은 참으로 기묘하고 오묘한 기분이다.
「이곳 생활에 뭔가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아니, 딱히 없어. 편해.」
「그렇습니까.」
단답형의 간단한 대화만 오가는 분위기지만, 결코 어색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한구석에는 아직 뽑히지 않은 작은 가시가 남아 있다.
「역시 선생님은 이렇게 감금당해 지내는 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케이, 이건.」
「……무엇입니까.」
「이건 정말…… 감금이야?」
며칠 전, 샬레를 나선 내 몸에 일어났던 일들을 조용히 반추해 본다.
에이미의 문자에 불려 나간 뒤 일어났던 일련의 무서운 사건들에서는,
어떤 타협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의지가 느껴졌었다.
나를 철저히 통제하고 가두겠다는 세 사람의 확고한 의지를.
「? 네, 감금이에요. 선생님의 무너진 컨디션을 강제로 개선하기 위한.」
「……역시 그렇구나.」
「아직 잠이 덜 깨신 건가요? 감금 첫날에 분명히 다 설명해 드렸을 텐데요.」
그렇다. 나를 감금한다는 이 무시무시한 프로젝트의 실체는, 실로 단순하고 허무한 것이었다. 그것은──
◇◇◇◇◇◇
「오늘 아침 식사는 영양을 맞춘 일식 정식이 메인입니다만, 입맛에 괜찮으실까요.」
에이미 일행에게 납치 감금 선언을 듣고 기절했던 다음 날, 낯선 침대에서 깬 나를 케이가 무덤덤하게 깨웠다.
어째서인지 감금 첫날부터 강제로 아침 산책에 끌려 나갔다 돌아오니 토키가 앞치마를 두르고 마중을 나와 주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영문도 모르는 와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식탁 의자에 앉혀져 있었고,
내 앞에는 완벽한 세팅의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연어 소금구이에 달걀말이, 낫토와 시금치무침, 그리고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따뜻한 미소된장국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히고 있었다.
「저기……」
「어서 드세요.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정성껏 차린 밥이 식어버리니까요.」
케이는 당연하다는 듯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우아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내 옆으로 다가온 토키가 시원한 물 한 잔을 내려놓으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의 지금 그 혼란스러운 의문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감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선생님을 건강하게 만들자 주간' 프로젝트이니까요.」
그 뒤로 식사 내내 담담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케이가 토키의 지나치게 과장된 첩보물식 표현을 츳코미를 걸며 정정해 가면서.
아무래도 이 무시무시한 납치극은, 최근들어 특히 썩어가는 나의 건강을 걱정해서 벌인 강경책인 모양이다.
내가 샬레에서 매일 새벽까지 잔업에 시달리는 탓에 지극히 불건강하고 피폐한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태를 보다 못한 케이가 세미나에 비밀리에 타진을 했고,
연방학생회를 통해 내 스케줄을 통째로 비워두도록 사전에 완벽하게 입을 맞춰두었다는 것이다.
그 감금 임무의 실행조를 맡게 된 것이 바로 초현상특무부였다.
그 이유는 한가해서──라기보다, 마침 최근의 일로 큰 특이현상을 해결한 직후라 당분간 부의 공식 활동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여기 이 건물은 대체……」
「원래 아무도 쓰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세이프 하우스입니다. 지금은 내부를 쾌적하게 개조해서 선생님을 위한 임시 요양 거처가 되었습니다만.」
「그때 에이미나 토키가 무섭게 말했던 건……」
「말로 타이르고 설명해 봤자 워커홀릭인 선생님이 절대 납득하고 쉬어 주지 않을 거라 판단해서, 조금 강압적인 롤플레잉으로 감금하게 되었습니다.」
「방에 불을 다 꺼서 유독 어두웠던 건……」
「후훗, 그건 전적으로 제 연출이랍니다?」
어둠 속에서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휠체어에 앉은 한 송이 가련한 꽃.
무릎 앞에 전용 트레이를 두고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초현상특무부의 부장, 히마리가 싱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왕 납치하는 거, 확실하게 스릴 넘치게 놀래켜 주자고 기획했답니다. 픽션에서 흔히 말하는 '얀데레 감금물'이라는 건 보통 이런 식의 클리셰로 전개하잖아요?」
장난이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듯 승리의 미소로 웃어 보이는 그 요망한 모습에,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이런 쓸데없이 이상한 부분에서 연출에 진심으로 공을 들이는 학생이다. 나중에 졸업하면 첩보 시나리오 작가 같은 게 적성에 맞지 않을까.
「뭐, 부장의 그 분위기 잡는 연출 덕분에 멘탈이 나간 선생님을 기절시켜 재우는 건 아주 간단했지.」
「참고로 넘어지실 때 수면 스프레이를 가볍게 뿌린 건 접니다만. 피스 피스.」
「하아…… 저는 그 쓸데없는 연출극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브리핑도 듣지 못했기에, 선생님이 진심으로 겁을 먹고 패닉에 빠지셔서 속으로 얼마나 곤란했는지 모릅니다.」
정말로 곤란하고 무서웠던 건 납치당한 이쪽이었다고…… 라는 억울한 말은 조용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로 했다.
따뜻한 미소된장국을 들이켜며 그런 억울함을 삭이고 있자니, 히마리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조금 강압적이고 무례했던 점은 이 자리를 빌려 정중히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샬레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푹 쉬셨으면 좋겠다는 건…… 저희뿐만 아니라 키보토스 모든 학생들의 굳건한 총의라고 이해해 주세요.」
「맞아요. 최근에는 정말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이 연달아 터졌으니까요…… 옆에서 보는 저희가 다 걱정될 정도입니다.」
이어서 케이도 평소의 독설을 거두고 진지하고 애틋한 표정으로 말해온다.
이렇게까지 내 몸을 걱정해 주고 배려받았는데, 굳이 지금 당장 샬레로 돌아가 서류 더미에 파묻히겠다고 고집을 피울 정도로 속이 좁은 어른은 아니다.
「……그동안 걱정 끼쳐서 정말 미안해. 그럼 당분간 모두의 호의에 기대서 신세를 좀 질까.」
나는 솔직하게 졌다며 사과했다.
내가 학생들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 또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다는 것을 이 엉뚱한 감금극을 통해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다.
「다행이야. 우리가 식단부터 수면까지 완벽하게 케어해 줄 테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안심하고 푹 쉬어.」
에이미가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을 지우고 조금…… 아니, 꽤나 기쁘고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와 가사 전반은 주로 퍼펙트 메이드이자 최고의 에이전트인 제가 선생님을 1대1로 모시겠습니다만.」
요리 주도권을 뺏기기 싫다는 듯 토키도 자신의 역할을 은근슬쩍 과시해 온다.
어젯밤의 그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던 납치극의 분위기도 어느새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이곳에서의 며칠이 마치 푹신한 휴양지처럼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등 뒤에 서 있던 케이가 흠흠, 하고 숨을 고르며 선언했다.
「자, 그럼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으니 우선 오전에는 트레이닝부 체육관으로 이동해서 운동을 하시겠습니다. ──스미레 부장님의 1대1 밀착 PT와 함께 말이죠.」
「……어, 방금 뭐라고?」
태연하게 케이가 무표정으로 오늘의 지옥 스케줄을 읽어 내려간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밝은 미래의 환상은 산산조각 났고, 순식간에 짙은 먹구름이 눈앞으로 밀려왔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책상에만 붙어사는 선생님을 위한 근본적인 육체 개조 재활 트레이닝이라고 합니다. 이 지옥을 이겨낸 끝에는, 몸속에 쌓인 찌든 노폐물이 전부 빠져나간 훌륭하고 건강한 육체가 선생님께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그거 노폐물이 아니라 내 영혼도 같이 빠져나가 버리는 거 아니야!?」
「그렇다면 저 역시 기계의 몸을 버리고 영혼을 빼낸 후 구천을 떠도는 선생님을 잡아와 다시 육체로 되돌려 놓겠습니다.」
「그거 평소에 하던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데!?」
「선생님. 제가 정성껏 만든 아침 식사가 식어버리니 수다는 그만두고 신속하게 드셔주십시오.」
「힘들면 내가 먹여줄게. 자, 아─앙.」
「그럼 저는 이 시금치나물을...」
양옆에서 에이미가 계란말이를, 히마리는 시금치나물을 젓가락으로 집어 내 입가로 동시에 들이민다.
스미레식 강제 트레이닝으로 너덜너덜해질 것이 뻔한 몸으로, 이런 과잉보호의 폭우를 매번 제지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몹시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 피로도는, 주로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절정에 달했다.
◇◇◇◇◇◇
「저기 얘들아…… 오늘 하루 정도는 제발 혼자 푹 자고 싶은데.」
근육통으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긴 하루가 끝나고, 취침 전 침대 위에서는 세 명의 학생이 베개 싸움 직전의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세이프 하우스의 침대가 제아무리 더블 사이즈라 해도, 성인 남성과 세 명의 여학생이 눕기에는 아무래도 인구 밀도가 너무 높다.
「선생님은 수족냉증이 있으니까 내 체온으로 밤새 따뜻하게 데워줘야 해. 그러니까 오늘 밤은 무조건 내가 여기서 잘 거야.」
「에이미, 불과 이틀 전에 동침턴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여기는 매일 삼시 세끼 밥을 차리고 가사를 도맡는 제가 같이 자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토키야말로 바로 어제 선생님의 팔베개를 받으며 잤잖아요? 슬슬 저에게도 순서를 넘겨주지 않으면 로테이션상 불공평하다구요?!」
침대 위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정실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옆방에서 문을 벌컥 열고 케이가 찾아왔다.
머리 끝까지 화가 단단히 난 듯한 매서운 분위기다.
「밤늦게 다들 뭡니까, 시끄러워요! 애초에 다 큰 학생과 선생님이 한 침대에서 동침을 하다니, 풍기 문란하고 불건전합니다!」
「어라, 케이도 선생님이랑 같이 자고 싶어서 질투하는 거야?」
「그…… 그건, 그……」
에이미의 돌직구 팩트 폭력에 케이의 뽀얀 얼굴이 순식간에 삶은 문어처럼 펑 하고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내가 침대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였을까, 메이저리그 투수급의 무서운 속도로 케이의 베개가 내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뭘 빤히 보는 건가요, 이 둔감한 어른!!」
「나, 난 가만히 있었는데 어째서!?」
건강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납치 감금당한 이 일주일은, 피곤하지만 무척이나 따뜻하고 아주 충실한 나날이었다.
다만, 선생님이 밀레니엄 세이프 하우스에 감금되어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이 특급 기밀을 알게 된 다른 학원의 무장 세력들이
조만간 진짜로 샬레를 습격해 선생님을 강제 납치 감금해 올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미래를……
선생님 본인은 아직 꿈에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
잔잔한 소설핫산 비축분

댓글 4
티스토리에서도 이거본거같은데 재밌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