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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오역 지적 환영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주의※ 선생님 죽음 묘사 있음
해피엔딩도 새드앤딩도 아닌 여운이 남는 달콤씁슬한, 그러나 여전히 희망찬 엔딩이라 생각함
솔직히 이정도는 피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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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엘리베이터는 바닷속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심해어들이 두 사람의 마음도 모른 채 헤엄치고 있다.
이 육중한 상자가 바다와 하늘을 넘어 우주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4시간 15분.
「선생님, 아름답죠?」
곁에 앉은 선생님을 향해 그녀는 그렇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 동안, 아케보시 히마리는 고백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샬레의 선생님이 허약하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학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느다란 눈에는 언제나 다크서클이 두드러져 있었고, 『괜찮아』라고 반복하는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복부를 총에 맞았을 때는 말 그대로 죽음의 문턱을 헤맸고, 우주 전함에 타고 저 하늘 위로 여행을 떠났을 때는 거의 죽을 뻔했다.
그것은 그도 자각하고 있었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각오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앞으로 1년 정도일까요』
그래서 의사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도 그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후를 위한 정리와 준비를 시작하려 할 정도였다.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줄곧 그의 곁에 있었던 한 명의 학생.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케보시 히마리는 그와 마찬가지로 병약한 몸이었기 때문일까.
가장 먼저 들려온 작별 인사에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활용에서 시작하여 부분적인 기계화, 냉동 보존. 심지어 다른 학원에 전해지는 힘까지도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보았다.
「기다려 주세요, 선생님? 제가 반드시, 선생님을 구해 드릴 테니까요……!」
"전지"라고 불릴 만큼 현명한 그녀였기에 떠오르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구원의 손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빨랐고, 그 절망도 깊었다.
「죄송해요, 그러니까, 그…… 선생님은, 이제……」
비가 내리는 밤, 하얀 병실에서 히마리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단지, 내가 태어난 별이 나빴을 뿐이야」
낙담하는 히마리를 위로하며 선생님은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그 손끝은 볼품없이 가늘고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것을 알아버린 히마리의 가슴은 조여들었다.
그가 죽는다. 그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억지로 현실을 삼키고, 히마리는 그럼에도 이렇게 물었다.
「서, 선생님?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없으신가요?」
그가 죽기까지 앞으로 1년.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으로 따지면 더욱 짧아질 것이다.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적어도 그는 즐겁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다.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나온,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먹고 싶은 것이든, 가고 싶은 곳이든, 보고 싶은 풍경이든 뭐든지 상관없어요」
잔혹한 운명에 조금이라도 저항하려는 듯, 히마리는 매달리듯이 단언했다.
「──제가 반드시, 이루어 드릴 테니까요!」
더 살고 싶다는 그런 소원은 이루어 줄 수 없는 자신을 저주하며.
곰곰이 생각한 후, 마른 남자는 짧게 대답했다.
「그럼, 우주에 가고 싶어. 다시 한 번만, 그때처럼」
마른 손가락이 창밖으로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가리켰다.
"그때".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히마리에게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우주 전함에 타고 미지의 위협에 맞섰을 때일 것이다.
「특별히 이유는 없어. 하지만 그 풍경은 아름다웠으니까」
어디까지나 소박하게 선생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핼쑥한 뺨에 외면하고 싶기도 했지만, 히마리는 단단히 맹세했다.
「알겠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세요」
그날부터 히마리는 눈코 뜰 새 없이 키보토스 안을 뛰어다녔다.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충분히 활용하여 입장도 인맥도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했다. 협조를 꺼리는 세력도 있었지만, "샬레의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내세우자 바로 응해 주었다.
「그렇군요. 그럼, 심한 부담을 드릴 수는 없겠네요」
또한, 처음에는 소형 비행선을 계획했지만…… 선생님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가능한 한 부담을 주지 않고, 그러면서도 적어도 성층권은 넘는다. 그런 난제를 해결한 것은 다리가 불편한 히마리에게 매우 가까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엘리베이터, 휠체어를 탄 그녀가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것이었다. 그것을 우주 규모로 설립한다는 그런 황당무계하게도 생각되는 아이디어는 바로 실행되었다.
지진, 천재지변, 습격의 위험성……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선생님에게 닥쳐올 운명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었다. 도중에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고려하여 기계화된 의무실까지 아래쪽에 설치해 보였다.
그렇게 그의 죽음까지 약 두 달 남은 어느 여름 저녁.
두 사람을 태운 궤도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하늘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거의 느껴지지 않는 구동음을 울리며 기계 장치 상자가 올라간다. 속도는 달리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일까.
주위를 둘러보기에 딱 좋은 속도다. 이름도 모르는 심해어들을 곁눈질하며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풍경이네」
맑은 목소리. 하지만 눈동자는 소년처럼 빛나고 있었다.
엄청난 수압이 걸리는 심해에 있는데도 그 표정에 공포의 빛은 없다. 설계자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리라.
「후훗. 그럼 다행이네요」
그것이 기뻐서 히마리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한동안 빛도 닿지 않는 어두운 세계에서의 풍경을 즐긴 후에.
희미한 빛에 모여드는 기묘한 물고기들에게 둘러싸여 두 사람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풍경도 기쁘지만…… 어째서 이렇게 심해에서 시작하려고?」
바로 선생님에게서 이런 질문이 날아왔다.
「입지 문제로 이쪽이 더 편했어요. 원래 외부 세계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고요」
조금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솔직하게 그렇게 대답할 수 없어서 히마리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런가. 하지만 어쨌든 다행이야」
곤란한 듯한 얼굴에서 눈치챘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전혀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둠으로 가득 찬 세계를 등지고 선생님은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마지막".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풀이되면서 히마리의 미소에 금이 갔다.
하지만 지금 울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자신에게 그렇게 타일러서 고개를 숙이려는 얼굴을 들어 보였다.
「크흠. 하지만 감동하기는 아직 일러요?」
그리고 하얀 손가락을 위로 향했다.
「아직 상상도 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하하. 그거 기대되네」
고요한 세계에서 두 사람은 희미하게 웃었다.
올려다보면 저 멀리 바다 표면까지 두 사람을 이끄는 레일이 뻗어 있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이제 막 올라가기 시작했다.
■
어둡고 깊은 바다를 유리로 된 상자가 떠오른다.
해저 부근에서는 솟아오른 바위나 새우 같은 생물이 보였지만, 어느새 주위는 어둠 일색이 되었다.
「──아니, 무서운데」
엘리베이터의 불빛도 몇 미터 앞에서 끊기는 가운데, 선생님은 단순히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왕오징어나 거대한 상어가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큰 남자는 빙글빙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가요? 후훗, 선생님도 귀여우시네요」
「그럼 히마리는 무섭지 않다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그래도 설계자인데요? 시뮬레이션도 미리 다 해놨어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히마리는 그렇게 단언했다.
「그럼 아까부터 누르고 있는 그 버튼은?」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손끝은 조작반 중앙의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버튼 위에 놓여 있다.
「뭐, 그냥 미사일 발사 장치예요. 혹시 몰라서요」
「그런가……?」
잘못하면 이 엘리베이터는 무기 종류가 되는 건 아닐까.
어이없는 나쁜 예감도 느끼면서 선생님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데──
「앗!」
툭
자기 뒤에서 들려온 그런 소리에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질렀다.
「뭐야, 그냥 해파리잖아. 깜짝 놀랐네」
돌아보니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가 가까이 와 있었던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곁에 있는 히마리의 유난히 힘이 들어간 손끝을 보고 다시 한 번 눈빛을 바꿨다.
「아. 저기, 눌러 버렸어요……」
「그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어디선가 미사일이 날아갈지도 몰라!
태평하게 떠다니는 해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런 두려움에 히마리는 선생님에게 매달렸다.
몇 초 후일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일까……? 벌벌 떠는 두 사람이었지만, 잠시 후 이런 음성이 흘러나왔다.
『삐! 길게 누르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아』
치히로의 목소리일까.
그 말대로 아무리 기다려도 미사일이라는 것은 발사되지 않는 것 같다.
「다, 다행이다……」
무심코 가슴을 쓸어내린 히마리였지만, 점점 바로 곁에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갔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 몸은 너무나 가늘고 부서질 것 같았다.
「히마리, 슬슬 놔주지 않을래?」
짧은 말을 내뱉었을 뿐인데도 연약한 몸은 무너질 것 같아서.
「아니요, 싫어요」
잠시 동안 히마리는 휠체어 위에서 그에게 기대어 있었다.
이상한 실루엣의 두 사람을 신경 쓰지도 않고 궤도 엘리베이터는 심해를 달린다.
■
잠시 후, 육중한 상자가 바다 표면을 빠져나왔다.
물보라가 걷히자마자 두 사람은 석양에 비춰졌다.
「그렇구나, 벌써 이런 시간인가」
「네. 돌아올 때쯤이면 이미 해가 다 졌을 거예요」
돌아보니 석양에 물든 키보토스가 보였다.
위에서 되돌아와 돌아올 때쯤이면 이미 주위는 깜깜할 것이다. 선명한 주황색을 눈에 새기듯 두 사람은 저물어가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
그때 어디선가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히마리의 것도 아니고, 라디오 종류를 들고 온 것도 아니다.
그럼 어디서 들려온 걸까?
『선생님! 앗, 드디어 이쪽 봤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시선을 아래로 내린 순간, 마침내 두 사람은 이해했다.
「정말, 저 애들은……」
보이는 광경에 히마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엘리베이터에 휘말리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진 곳에 여러 척의 배가 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확성기를 한 손에 든 모모이의 모습. 그리고 그 옆에서 귀를 막고 있는 게임개발부의 모두일 것이다.
『선생님, 그리고 히마리 선배도! 즐겁게, 왓──』
더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확성기를 인솔자인 유우카에게 빼앗긴 것 같다.
그렇다면! 이라고 말하려는 듯 붕붕 손을 흔들기 시작하는 것도 또한 그녀답다. 그렇게 생각되어서 두 사람 모두 쓴웃음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니 다른 애들도 있네」
건조에 참여한 베리타스나 엔지니어부를 비롯하여 리오나 코유키도 합세한 세미나의 면면도 보였다. C&C의 배도 있으니 만일 습격이 격화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분들도」
트리니티나 게헨나의 학생들도 절묘한 분위기로 나란히 떠 있다. 아비도스의 모두는 어디선가 본 듯한 호화로운 크루저를 타고 있었다.
크로노스나 발키리는 일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산해경이나 백귀야행, 심지어 레드윈터까지…….
「후훗. 선생님은 역시 사랑받고 있네요」
학교라는 경계선 따위는 없는 듯, 모두가 한결같이 석양의 바다에 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나 장엄해서 히마리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행복한 일이야」
눈시울을 누르며 대답하는 그 목소리는 어딘가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따라서 울 것 같은 것을 히마리는 또 참았다.
하늘에 가까워질수록 바다 표면에 보이는 많은 학생들의 얼굴은 점점 멀어져 갔다. 모든 것이 몇 개의 점으로 변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울어서 부은 눈을 비볐다.
「……아니. 이제 다시는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울 일은 아니지」
모두를 두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 광경은 선생님에게 좋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조금 히마리의 얼굴이 흐려진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유리창에서 떨어져 선생님은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게다가 너는 아직 함께 있잖아」
옆 의자에 앉아 마른 남자는 웃었다.
「갈 길이 멀잖아? 그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네, 그렇네요!」
저물어가는 키보토스의 거리를 뒤로하고 궤도 엘리베이터는 새벽빛으로 물든 구름을 향해 간다.
기압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 조용한 실내에 두 사람의 대화만이 울려 퍼졌다.
「선생님은 영혼이나 천국을 믿으시나요?」
히마리의 소박한 질문에 선생님은 몇 초를 두고 바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믿지 않아. 이유는 뻔한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생각은 없어」
그런 말이 너무나 솔직해서 히마리는 희미하게 웃어 버렸다.
이어지는 말에서 강한 척하는 종류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없는 편이 나는 더 기쁠 것 같아」
「그, 말씀은?」
구름 사이로 왔을까,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가 보였다.
반짝이는 주황색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죽음을 앞둔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도, 모두가 매일을 살고 있는 거야」
그러고는 뼈만 남은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래서 죽음 너머에서 그것을 뒤집히는 것은…… 조금, 화날지도 몰라. 선악의 심판 같은 것도 포함해서」
화난다. 선생님의 그런 허물없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일지도 몰라서 히마리는 희미하게 숨을 삼켰다.
곧 멍한 숨을 되돌리고 그녀도 또한 석양을 바라보았다. 옅은 색의 긴 머리카락에 선명한 주황색 빛이 잘 어울렸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와 닮은 온화한 목소리로 히마리는 살며시 내뱉었다.
「천국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가는 곳이 당신과 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살짝 시선을 돌려 옆의 연인에게 장난스럽게 웃었다.
「마지막에 헤어지게 될 바에는 같은 무의 세계에 있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해요」
「응, 히마리답네」
곤란한 듯 웃으며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건 아직 나중으로 해줘. 백 년 정도는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어」
「그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뭐, 선생님의 부탁이라면」
이 좁은 공간에서는 그의 절실한 표정이 잘 보여서. 히마리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다시 주위를 구름이 덮었다. 차가운 형광등만이 비추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히마리는 있는 힘껏 강한 척했다.
「선생님이야말로. 아직 살아 계셔야 해요?」
「아아, 알고 있어」
그런 문답은 헛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조금,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은 가라앉았다.
가려진 시야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겼다. 이어진 정적을 깨뜨리려는 듯 궤도 엘리베이터는 구름을 빠져나왔다.
「대류권을 벗어났네요. 조금 더 있으면 구름도 보이지 않게 될 거예요」
곁에 있는 계측 기기류에 눈을 돌리며 히마리는 그렇게 말했다.
저 멀리 아래에서 비치는 석양을 마지막으로 보려는 듯 두 사람은 난간에 몸을 기댔다.
「선생님, 그럼…… 비는, 좋아하시나요?」
맑은 시야는 축축한 분위기를 잊게 해 준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을 입에 담자 대화의 리듬이 돌아왔다.
■
오존층을 빠져나갈 무렵에는 시야가 완전히 맑아졌다.
험난한 온도와 기압에 더해 자외선도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다. 설계한 것이 히마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두 사람 모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 기분은 어떠세요?」
넓은 세상에는 병약해 보이는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서 있다.
한 가닥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히마리는 선생님을 바라본다.
「……좀 더 센스 있는 감상을 말하고 싶었는데, 도무지 나오질 않네」
눈을 감고 선생님은 살며시 중얼거렸다.
「아름답다」
몸을 좀먹는 아픔이나 괴로움도, 죽음을 기다리는 자로서의 슬픔도 없는……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다.
지금만큼은 모든 것을 잊은 듯하여 히마리도 눈앞의 풍경에 의식을 집중했다.
「네, 아름답네요」
도시의 빛에서 벗어나 여러 겹의 구름도 빠져나와.
겨우 만난 밤하늘은 무엇에도 가려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이 점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든 누군가의 마음도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았다.
「……한 가지 사과해야 할 것이 있어요」
조금 죄책감을 느끼는 듯이.
별빛에 섞여 히마리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정확히는 우주까지 가지 않아요. 안타깝게도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종점에 도착할 거예요」
정지 궤도에서 뻗을 수 있었다면 정말로 우주까지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과 물자, 그리고 기술의 한계였다.
이런 고도까지 뻗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성층권을 겨우 넘고 중간권의 중간. 어떤 정의로도 그런 고도에서는 우주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위로 뻗어가는 레일은 이제 곧 끊기고 만다. 두 사람에게 가해지는 중력도 지상과 거의 변함이 없다.
결국 선생님의 꿈을 이루어 주지 못했다. 계속 말하지 못했던 사실 앞에서 히마리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 일인가. 응, 별로 상관없어. 애초에 그 배도 완벽하게 우주까지 간 것은 아니었고……」
어두운 분위기를 선생님은 웃어넘겼다.
흠집 하나 없는 강화 유리에 기대어 멍한 얼굴의 히마리 앞에서 중얼거린다.
「나는 분명…… 우주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 풍경을 보고 싶었던 거야」
일부가 유리로 된 바닥에서 저 멀리 아래로 펼쳐진 키보토스를 바라보았다.
태양은 세상의 가장자리에 지고 지상은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야」
점점이 빛나는 도시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 밤하늘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아, 나는 행복한 녀석이야. 마지막 순간에 내가 살았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펼쳐지는 지표는 아름다웠다. 남자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려진 것보다 훨씬 더.
몇 번 기침을 하고 그는 곁에 있는 학생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전부, 네 덕분이야」
근육이 심하게 빠진 다리를 구부려 휠체어의 히마리와 시선을 맞췄다.
쉰 목소리로 분명히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히마리. 마지막으로 최고의 선물이 되었어」
평소라면 바로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 귀찮아하는 것도 눈치채면서 지체 없이 자신을 자랑하는 말을 되돌려주려 했지만.
「……네」
눈물로 목이 막혀 히마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 이 엘리베이터도, 꺼져가는 그의 생명도.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선생님의 팔에 안겨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동안…….
■
궤도 엘리베이터는 종점에 도착했다.
덜컹. 무거운 소리를 내며 희미한 부유감도 멈춰 버린다.
「쿨럭. 네, 도착했어요」
도착한 곳은 소리 없는 어둡고 고요한 세계.
둥근 세계를 눈 아래에 두고 변함없이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고마워, 좋은 여행이었어」
이제 조금 머물다가 지상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갈 뿐이다.
그 전에 그녀에게는 해야 할 말이 있다. 계속 숨겨 왔던, 전해야 할 마음이 있다.
「……」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선생님은 다시 히마리 쪽으로 돌아섰다. 가는 그를 향해 용기를 내어 고백하려고 한다.
선생님
냈을 그런 목소리는 말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말하려고 해도, 아무리 목을 축여 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우스꽝스럽게도 보이는 자신 앞에서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다정하게 기다려 주고 있다.
그것을 알았기에 히마리는 크게 심호흡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저기, 그……」
부서질 것 같은 두 손을 꼭 잡고.
터질 듯한 가슴을 누르고 제대로 전한다.
「좋아해요」
소리 없는 세계에 고백의 말은 잘 울려 퍼졌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감정이었을 것이다. 선생님과 많은 날을 함께 보냈을 때부터, 남은 시간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아니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병약하면서도 용기 있는 어른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아케보시 히마리는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었다.
「응, 고마워」
그 말을 결코 무시하지 않고 마른 남자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 너의 사랑은 어울리지 않아」
변함없는 다정한 미소로 선생님은 쓸쓸하게 웃는다.
「너는 아이고, 나는 어른이야. 선생님으로서 그 선을 넘을 수는 없어. 너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되니까」
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상식과 윤리의 이야기.
썩어가는 듯한 몸을 하고 있어도 그 말에는 심지가 있다.
「네, 알고 있어요. 백번 양보해서 제가 아이가 아니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겠죠」
이제부터 경험을 쌓아 봐야 겨우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그런 것을 히마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 ・・]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받아들였겠지만……
「하지만 선생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야」
서두르듯 이어진 말을 선생님은 웃으며 피했다.
「곧 나는 네 앞에서 사라질 거야. 어차피 잃어버릴 거라면 그 마음은 사랑으로 남겨둬야 해」
그가 고백을 받아들이면 사랑은 애정이 되어 버린다. 형태 없는 애매한 감정에서 깊이 마음에 뿌리내리는 추억이 되어 버린다.
어디까지나 선생님으로서 학생의 미래에 화근을 남기지 않도록. 이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알고 있어도 그라는 인간에게 긍정의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 신념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도저히 반론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비통한 소원을 삼켜 버릴 수는 없어서 히마리는 말을 짜냈다.
「……선생님은 그걸로 괜찮으신가요?」
연보라색 눈동자가 흔들린다.
어딘가에서 유성이 반짝인 것 같았다.
「세월이라는 것은 잔혹한 것이에요. 떠나간 타인의 일을 모두 조금씩 잊어갑니다. 누구도 예외는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현명함이 있었다.
병의 영향으로 학교에 발길이 뜸해진 선생님에게 향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에서…… 실감하지는 못했어도 그런 미래는 보인다.
「──분명, 선생님과 저도」
그녀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결코 오만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찾아올 감정의 마모를 내다보며 가만히 듣고 있는 선생님에게 말을 건넨다.
「이대로라면 저에게 선생님은 그저 은사로 끝나 버릴 거예요. 앨범에 실릴 만한 청춘의 한 페이지로서 언젠가 어딘가에 처박혀 버릴 거예요」
그것이 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히마리에게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잊혀져 버리는 거예요?」
더 깊은 곳을 탐색하듯 눈앞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선생님, 당신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 키보토스에 와서 선생님이 이룬 일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이면에는 고생과 고민1도 있었다는 것을 줄곧 곁에 있었던 히마리는 알고 있다.
그 날들이 잊혀져서는, 헛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에 눈물을 닦고 히마리는 가슴을 쳤다.
「저라면! 선생님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잠시라도 선생님 곁에 있을 수 있었다면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다음 가을도 기다리지 않고 사라져 버릴 그의 손을 다정하게 꼭 잡았다.
「그러니까──!」
응답해 달라고 히마리는 그렇게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색깔 없는 듯한 그의 눈동자에 움직임이 멈춘다.
「히마리는 착한 아이구나」
제자의 손에 선생님은 더욱 자신의 손을 겹쳤다.
정지한 세계에서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은 정말 기뻐. 나도 내가 잊혀지는 건 무서워」
희미하게 떨린 목소리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너를 상처 입힐 수는 없어」
쓴웃음을 짓듯,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듯.
충분히 말을 고르면서 잔혹한 현실을 전해 간다.
「게다가. 너와 내가 맺어진다고 해도 이제 남은 시간은 없어」
눈 아래 펼쳐진 대지로 그는 시선을 옮겼다.
완전히 밤에 휩싸인 키보토스에는 많은 불빛이 빛나고 있다.
유난히 큰 빛은 분명 도시일 것이고, 그 옆에 점점이 보이는 것은 마을이 빛나고 있고, 그것들을 잇는 궤적은 도로일 것이다.
「이제 몸도 움직이지 않게 됐어. 한 달만 지나면 누워 지내게 될 거야. 갈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그 눈부신 빛 중 얼마나 많은 것을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함께 보았을까.
펼쳐지는 빛들에 남자는 아무래도 생각하고 만다. 비록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은 너무나 적으니까──
「남는 건 분명 후회뿐이야」
───많은 곳을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 풍경도 보고 싶었고, 아직 즐기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 있었다……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어쩔 수 없는 후회를 안고서.
「오늘도 그런 장면이 있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물으니 히마리에게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짜증나, 그런 불평을 하는 선생님은 본 적이 없었다. 화를 내고 있는 모습도 아니었고, 친구나 가족과 있을 때는 저런 걸까.
천국에 관한 이야기도 선생님에게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 전생이나 윤회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다른 철학 이야기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도착하는 것은 잔혹한 사실.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모르는 것도 깨닫게 된다.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가 없어서 히마리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이 밤하늘만으로 충분해. 이 추억이 있다면 나는 죽음 따위 무섭지 않아」
그렇게 단언하는 그의 미소에 강한 척하는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프게도 거짓은 없었다.
「……하지만」
빙글빙글 도는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히마리는 만류할 말을 찾으려 한다.
그 답이 나오기 전에 궤도 엘리베이터는 하강을 시작했다.
■
밤하늘이 멀어지고 지상이 가까워진다.
선생님은 휴식을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넓은 공간에는 히마리 혼자뿐이다.
「네,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구원을 구하기보다는 누군가를 구하려는 사람이니까요」
지상을 떠나기 전부터 그 고백의 가부는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히마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를 기대해 버렸어요.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도」
그런 자신을 비웃으며 히마리는 조작판 근처로 이동한다.
「저는 이 기계를 변명거리로 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냉담한 운명에서 눈을 돌리고, 애매한 선생님과의 관계를 모호하게 남겨둔 채로. 이런 우주 공간에 가면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열중했던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히마리는 조작판을 만지작거렸다. 이 엘리베이터는 사실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안전을 위해서와……
「……이제 시간은 필요 없으니까요. 일찍 끝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이 헛돌아버린 것 같아 혼자 잠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되는 대로 히마리는 몰래 스위치를 조작하려 한다. 비밀번호도 입력하면 앞으로 몇 초 안에 조작은 끝날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도 마지막에 접어든 듯한, 그런 때에──
「──저건?」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가 빛났다.
이 고도이니 미사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위성 종류일까.
눈을 가늘게 뜬 히마리의 눈에 비친 것은 여러 겹으로 겹쳐진 별의 궤적.
「유성인가요」
이름도 붙지 않은 유성이 궤도 엘리베이터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방어 시스템에 파괴되었을, 그런 근거리다.
「그렇군요! 소원을 빌어야…… 그 전에」
반사적으로 손을 모으려 했지만 히마리는 멈췄다.
기도하는 것이 바보 같아졌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선생님, 유성이 보여요!」
아래를 향해 히마리는 힘껏 소리쳤다.
우울한 분위기를 깨뜨리려거나 그런 이유도 있었을지 모른다.
「네, 정말 아름다우니까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단순한 이유일 것이다.
아이 같은 미소로 히마리는 올라온 선생님의 손을 이끌었다.
「자, 여기서──」
의기양양하게 아직 빛나고 있을 유성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라?」
「아아. 아무래도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같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있었을 빛은 아래에 보이는 옅은 구름에 섞여 버렸다.
이미 다 타 버렸는지 밤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정말, 늦으셨어요? 정말 아름다웠는데」
「하하, 아깝게 됐네」
평소처럼 불평을 늘어놓자 선생님은 뺨을 긁고 있다.
그리고 흰머리가 섞인 머리를 쓸어 올리는 사이에 살짝 중얼거렸다.
「……보고 싶었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그 표정은 또다시 히마리가 모르는 것이다. 마음이 따끔거리지만 더 큰 감정이 그녀의 뇌리를 스친다.
순간적으로 히마리는 언젠가 확인했던 유성1우 데이터를 떠올렸다.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일 년에 몇 번 있는 유성1우가 올 것이었다고.
「그렇다면! 분명 열흘 후에──」
하지만 말은 거기서 멈춰 버린다.
"함께"라는 권유 앞에는 또다시 현실이 가로막았다.
『남는 건 후회뿐이야』
분명히 그 말에 납득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 만큼 그녀는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다.
「……열흘 후에 유성1우가 내려요」
일단 말을 내뱉으면서도 아케보시 히마리는 망설였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감정대로 한 걸음 내디디면 행복한 시간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나면 그를 잃은 인생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얻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으니 그의 일 따위 애매하게 남겨둔 채 이 청춘에 가두어 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소용돌이치는 생각을 아랑곳하지 않고 궤도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돌아간다.
눈 아래 보이는 구름을 빠져나가면 바다 표면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두가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답은 흐지부지하게 끝나 버린다. 그 후를 기다릴 여유 따위 두 사람에게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까요, 선생님?」
분위기를 띄우려던 말은 그녀 자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구름 상층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고 하늘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곧 끝난다. 잠정적인 것도 보류도 허용되지 않고 잔혹하게도 지금 당장 0과 1을 결정해야 한다.
구원을 구하듯 밤하늘을 봐도 신이나 영웅이 날아오지는 않는다.
단지 별 하나가 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중얼거림이 뚝뚝 흘러나왔다.
「금성, 그것도……」
새벽녘 동쪽 하늘에 빛나는 샛별.
그것은 지상보다 한 발 먼저 보이고 있다.
다른 빛나는 별도 있는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한밤중인데도 때아닌 곳에서 빛나는, 자신과 같은 이름이 붙여진 그 별이…… 그녀에게는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져서.
「함께 보러 갈까요」
마음 가는 대로 히마리는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어」
입술을 깨물고 역시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용서받을 수 없는 관계야. 이 감정에 몸을 맡겨도 언젠가 너를 후회하게 만들 거야」
그런 반응이 너무나 절실해서 히마리는 또다시 말이 막혔다.
「아니요, 그러니까, 그──」
고집을 부려도 되는 걸까 하고 이성이 돌아오지만.
「──바,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넘치는 지성을 지금만큼은 고개를 저어 떨쳐내고.
감정대로 넘쳐흐르는 말을 입에 담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는 훨씬── 앗」
조금이라도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기세 좋게 바닥을 찼다.
흐트러지기 직전에 한쪽 무릎을 꿇은 선생님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히마리 쪽을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알았다, 아직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을.
「저, 저는요? 당신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더욱. 부끄러움도 다 포함해서 히마리는 말을 계속했다.
「즐거운 날들이 끝나고 혼자만의 밤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엉엉 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제대로 일어나 보일 거예요!」
둘만의 세상 속에서 기묘한 고백의 말이 울려 퍼진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다시 어두운 구름 속으로 돌진했다.
「당신의 일은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소중한 사람 따위는 또 한 명 정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어색한 내용이다.
하지만 한쪽에게는 변명이 되고 다른 한쪽에게는 구원이 되어…… 이어지는 목소리는 분명 두 사람을 이어준다.
「언젠가는 극복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테니까요!」
히마리는 기다시피 서투르게 거리를 좁혔다.
마찬가지로 하얀 두 뺨이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니까 당신은 편하게 여생을 즐기면 돼요. 제 미래 따위 신경 쓰지 말고요」
그렇게 단언하고 심술궂게 웃었다.
「아니면 제가 싫으신가요?」
「……물론 아주 좋아해.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 다음은 말하게 하지 않고 히마리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더욱?」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는 듯한 강한 압력을 발산하고 있다.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 같지만 도중에 그만뒀다.
「자, 모두가 보여 버리잖아요?」
짧게 남은 시간은 이번에는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가 이제 곧 들려올 것이다.
몇 번이고 말을 삼킨 후에 선생님은 옅은 보라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
입버릇처럼 말하던 구호가 이제야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 전지라고 불리는 그녀의 현명함은 그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구의 말에 휩쓸리는 듯한 아이 같은 면도 가지고 있고. 하지만 어쨌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배려심 있는 소녀다.
「……그렇네」
그런 그녀라면 과보호할 정도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구름을 빠져나왔다. 펼쳐지는 수평선을 곁눈질하며 남자는 살며시 중얼거렸다.
「내일 아침에는 어디로 갈까?」
조심스러운 대답을 듣고 히마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하는 기세로 그의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런, 조심해? 병약하니까」
「후훗, 저도 그래요」
만났을 때부터 같은 처지였고, 처음부터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감이었던 것도 있을 것이다.
좁혀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거리는 마침내 0이 되었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두 사람의 머릿속 한구석에 있을 것이다.
「별도 바다도 봤으니 이번에는 산으로라도 갈까요?」
「그러네. 케이블카를 타고 싶은 기분이야」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풍경도 점점 떠오른다.
그러다 보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아서.
「선생님, 사랑해요」
그렇게 고백한 순간은 영원처럼 느껴졌다.
서투른 사랑의 말을 주고받는 동안 긴 여행은 끝나간다.
「정말, 아직도 있었나요? 저 아이들은 정말……」
보이는 바다 표면에는 변함없이 게임개발부의 모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모모이의 모습만이 보이지 않는다.
「히마리, 귀를 막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선생님은 곁에 있는 히마리에게 충고한다.
「그건 대체──」
순간적으로 선생님이 그녀의 귀를 막은 다음 순간.
유우카에게 쫓겨 모모이가 기세 좋게 갑판으로 나온다.
한 손에 든 것은 분명히 거대한 확성기.
『선생니이이이이이이임~~~~~‼! 그리고 히마리 선배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새벽녘 키보토스에 치명적일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렇게 어이없어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메아리치는 큰 소리는 어딘가 두 사람의 여행길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아서…….
쓴웃음도 상쾌한 미소로 바꾸고 두 사람은 지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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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궤도 엘리베이터가 어두운 바다를 올라갑니다.
당신이 없는 여름이 다시 찾아왔어요. 홀로 남은 심해에서 저는 중얼거립니다.
「이걸로,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마지막이네요」
본래의 역할을 마친 뒤에도, 이 궤도 엘리베이터는 결국 관광용으로 남겨지게 되었답니다. 개수를 거듭하며 오랜 시간 키보토스에서 사랑받아 왔죠.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 내일 아침이면 철거가 시작될 테니, 공교롭게도 제작자인 제가 마지막 승객인 셈이네요.
「벌써 먼 옛날이 되어 버렸지만…… 즐거웠죠, 선생님?」
아무도 없는 실내에서, 누군가를 향해 살며시 말을 건네봅니다.
그 후로 붉은겨울부터 백귀야행까지, 저희는 참 많은 여행을 했어요.
맑은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냈죠. 때로는 말썽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달력을 넘기는 것도 잊을 만큼 반짝이는 나날들이었어요.
『자, 히마리, 다음엔 어디로 갈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렇게 말씀하신 다음 날의 일.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당신은 조용히 숨을 거두셨어요.
「……저희의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어요」
눈을 감으면, 아직도 떠오르고 마니까요.
함께 보냈던 수많은 날들을, 쏟아지는 유성1우를 바라보던 당신의 옆모습을.
잊을 생각 따윈 없고, 마음을 정리하거나 합리화할 수도 없겠죠.
생각을 곱씹는 사이, 궤도 엘리베이터는 해수면을 빠져나왔습니다.
물방울이 튕겨나가고, 저녁놀에 물든 키보토스의 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말 많이 변했네요」
그날 밤 둘이서 함께 봤던 풍경을 떠올려 보면, 모르는 건물도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어요.
학생들도 각자의 길을 나아갔고, 저 역시…… 네, 제가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전하고 싶을 만큼 멋진 인생을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그때와 같은 속도로, 궤도 엘리베이터는 구름을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이고, 옆자리는 텅 비어 있죠.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조용히 말을 이어갑니다.
「생각해 보면, 정답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천국도 믿지 않는 저희니까, "언젠가 다시" 같은 말은 할 수 없겠죠.
후회도 미련도 남긴 채로, 아름다웠던 나날들은 새로운 매일에 섞여, 천천히 기억 속으로 녹아들어 갑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거겠죠」
명확한 해답 따윈 내리지 못한 채, 저는 그 여름을 계속해서 생각합니다.
이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언제나, 언젠가 당신과 같은 무가 될 때까지.
작게 웃으며, 저는 그렇게 말을 맺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둘이 하는 것보다 빨리 지나가네요.
구름을 지나자, 지상에서부터 저녁 해가 들어옵니다.
왼손의 장신구가, 옅은 주황색으로 반사되어 반짝였습니다.
그 여름의 감동도 후회도 실은 채…… 궤도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우주에는 닿지 못하지만, 별하늘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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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운 개쩐다.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