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0자
원 제목: '피나(가이드)의 다리와 치마 사이에서 흥분을 느꼈다. 반성은 하지 않고 있다' 라고 샬레의 선생은 진술했다
연일 이어지는 격무.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업무.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은 치히로보다 더 심하고 피부색은 카요코보다 더 하얗다. 말 그대로 격무였다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휴식을 갈구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높이가 생텀 타워는 훌쩍 넘길 서류 더미를 품에 안고 찾아오는 린 쨩. 기회다… 옮기는 걸 도와주는 척을 하면서, 아침 햇살을 받아 흐릿하게 빛나는 린 쨩의 안경을 향해 그 와카모한테 “당신, 이건 좀…” 그런 말을 들었던 명품, 아방가르드 군 가면(세금 포함 60엔, 떨이)을 던진다.
‘만약 솔직하게 부탁을 했어도 나나가미 린은 내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샬레의 선생은 이와 같이 진술했으며…
있지도 않은, 아니 어쩌면 예언일지도 모르는 크로노스 스쿨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출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 나간다… 오늘의 나를 치유해 줄 타깃을 향해.
“Wow!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양이 폭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아 주는 이 아이는 아사히나 피나. 이번에 내가 선택한 도피처리조트는 다름아닌 백귀야행이다.
“불초 피나, 선생님 말씀대로 Guide 복장을 착용하고 왔습니다!”
“어때요 선생님. 잘 어울리나요?”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은 채 빙글빙글 도는 피나… 역시 좋다. 두말할 것 없이 최고다. 부탁하길 잘했다.
피나(가이드)의 허벅지에 파묻히고 싶다. 내 욕망은 그것으로 귀결된다. 아마 30데니아 정도일까. 피나의 맨발이 지닌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결코 허벅지의 탄탄한 질감을 저해하지 않는 기적의 스타킹.
그리고 백야당의 찹쌀떡과도 같은 그 고귀한 다리에, 피나의 날씬한 허리나 둔부로 인해 자연스럽게 펼쳐진 스커트 밑단의 절묘한 고저차가 자아내는 그늘의 삼각지대Delta of Shade.
꼭 그런 것들에 시선을 향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입는 화려한 옷차림과 정반대로 모노톤으로 그 몸을 감싼 피나의 모습은 마치 조형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듯한 소조상에 흉폭한 여성미를 담아낸 듯하여, 그야말로 잿빛 청춘그레이 아카이브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잃어버린 나의 청춘, 즉 흔히 말하는 그레이 아카이브란 분명 피나의 치마와 스타킹 사이에 생긴 음영에 덮어 씌워진다는 카타르시스를 오늘의 내가 누리기 위하여 존재했다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아아, 어쩌면 백귀야행이란 이 성역생츄어리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거듭하는 수라들의 표정을 보고 붙여진 이름인지도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저기, 선생님…?”
아차. 잠시 행복에 젖어있었더니 피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황하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안색도 좀 나쁩니다… 정말 괜찮으세요?”
그거야 뭐 피나 허벅지에 파묻히면 만사형통이야… 그렇게 말하려다가 내면에 있는 선생으로서의 긍지가 기다리라고 외친다.
‘야한 건 안 돼! 사형!! (cv.시모에 코하루)’
그와 동시에 다른 차원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해 통제력을 상실한 내 자아가 반응한다.
‘야하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야말로 정말 야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cv.우라와 하나코)’
‘그럴… 리가. 사형해야 하는 게, 나… 라고…? (cv.시모에 코하루)’
순식간에 결판이 나 버린 머릿속의 싸움(feat. 보충수업부)에 정신이 팔려 있었더니 갑자기 피나가 오른팔을 붙잡았다.
“솔직히 이 피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업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은 오늘 가이드로서 무협 영화 성지순례를 마음껏 즐기려고 했지만, 관두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선생님의 피로 회복 Tour를 하죠!!”
아니, 그냥 허벅지에 파묻히게 해 주기만 해도 되는데… 그런 ‘선생’으로서 해도 괜찮을까 싶은 말은 피나의 반짝거리는 의욕에 찬 표정을 보자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맴돌 뿐이었다.
명소를 둘러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평소보다 조금 목소리 톤이 낮아진 피나와 함께 웃고 떠드는… 그런 편안한 백귀야행 투어는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선생님, 우선은 저기 있는 Cafe에서 쉬었다 가요!”
피나가 가리킨 곳에 있는 오두막으로 둘이서 무아지경으로 달려간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난처한 듯한 피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현관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폐점합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Oh, 아무도 없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엣취!”
빗소리에 녹아드는 찰나의 파열음. 그 뒤에 꼬리를 물듯이 들려오는 훌쩍거리는 소리. 나는 피나에게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예쁜 방이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피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조금 먼지는 많아도 휴식을 취하기에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다. 영업했을 때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만 들려온다. 한동안 고요가 이어진다.
“선생님, 그게, 좀 추워서… 조금만 더 가까이 가도 될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피나가 묻는다. 물론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감사히.”
그러더니 피나는 내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
…피나가 머리를, 허벅지에, 올렸다고…??
이런. 비상사태다.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힐 줄은 몰랐다고. 미래 예지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걸 예측하는 건 불가능해. 전성기 때 세이아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세이아는 직감이 예리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더니, 얼마 전에 트리니티를 산책하다가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인데도 자신만만하게 한 발짝 내딛었는데 신호가 초록불로 안 바뀌어서 소매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던 세이아 on the 횡단보도를 봤었지. 그래, 나중에 미카랑 나기사한테 그때 찍은 영상을 보내주자.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비상사태란 말이다. 진짜 비상이다. 이딴 소리나 하는 걸 보니 의외로 문제없는 게 아니냐고 오해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피나는 현재 얼굴을 내 배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내 하복부에 빈틈없이 닿고 있다. 그리고 한번 떠올려 봐라. 내가 왜 백귀야행에 있는 피나에게까지 찾아왔는지.
이는 다시 말해… 무엇을 의미할까?
…선생님의 선생님이 눈을 뜨고 마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옳은 행동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선생님의 피로를 풀어드리는 게 목적이었는데… 결국 제가 선생님에게 치유를 받고 말았습니다… 아하하, 만약 ‘마츠리운영관리부’ 조직의 ‘가이드’ 파가 있었다면 저는 파문당했을 거예요…”
기분 탓인지 몸을 더욱 심하게 떠는 피나가 내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지 마 피나. 이러다가는 가장 쓰고 싶지 않은 의미로 “(선생님의 가랑이에 있는) 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그야 사악한 마음으로 피나를 불러낸 건 사실이다만, ‘쿄야마 카즈사’-덮쳐진다고, 정말로-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 내 긍지(cv.시모에 코하루)야... 아, 그러고 보니 자아(cv.우라와 하나코)한테 졌었지.
“선생님, 피로는 좀 풀리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불초 피나, 이 한 목숨 바쳐서라도 반드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더없이 순수한 눈빛. 같이 우롱차로 잔을 나눴던 사이이기에 들을 수 있었던 그 말. 조용한 오두막 안에 남녀가 단둘이 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다…
(이성이 붕괴하는 소리)
“그럼 피나, 선생님의, 아니. ‘두목’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 Yes 두목! 피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찾았네요, 선생님.”
등골이 오싹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와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아방가르드 군(cv.나나가미 린)이 서 있었다.
“What!? Enemy입니다. 수상한 사람입니다. 괴상한 가면입니다!!”
“...아사히나 피나 씨, 이분을 잠시만 빌려도 괜찮을까요?”
“선생님은 피곤하시단 말입니다! 제가 완벽하게 치유해 드릴 때까지는 넘겨드릴 수 없어요!”
“그래 린 쨩! 나는 피나한테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하아… 그렇지만 선생님께서는 현재 자신의 본업을 방임한 채 백귀야행으로 이른바 도주를 하신 상태입니다. 알기 쉽게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삼류 악당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아니 린 쨩, 말이 너무 심하잖아!?”
“Really!? 두목! 책임은 확실하게 지셔야 합니다! 의협심을 저버리는 일이라구요!!”
“피나아아아아!!!! 배신한 거냐아아아!!!!!!!”
“용서하세요, 두목… 그게 바로 의협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는 백귀야행에서 다시 샬레 책상으로 끌려왔고, 이렇게 추가 업무로 주어진 반성문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적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격무로 상처받은 내 마음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빈말로도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횡포에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단호하게 항의하겠다.
[이 지면에 샬레의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하여 선언한다. 총학생회는 즉시 샬레 선생의 업무와 관련하여 뭔가 좋은 느낌… 구체적으로는 서류업무 전반 신청서류 정리 인감 업무 번거로운 승인 확정신고와 같은 각종 업무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제출하고, 총학생회장 대행 나나가미 린은 매일 샬레 선생의 멘탈을 케어할 것을 의무화한다.]
…자, 이제 반성문이랑 탄원서도 다 썼으니까 빨리 린 쨩한테 제출하러 가자.
어, 왜 발키리가 여기 왔
댓글 4



진짜 보기드문 피나 그것도 소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