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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많아 대강 4편 정도로 나눠서 업로드할 예정
pixiv에 업로드된 '여고생이 물로켓으로 달에 그림을 그리러 가는 이야기(女子高生がペットボトルロケットで月に絵を描きに行く話)'의 전자책 배포 버전 '無機質より愛を込めて'를 한국어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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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줄곧 하늘을 보고 있었다.
스프레이 아트의 좋은 점은 캔버스를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난 생각해. 콘크리트 벽이든 통나무집이든 스프레이 캔 하나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이거 의외로 굉장한 거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 뭐냐면, 어디든지 그릴 수 있다면 ‘그거’에도 그릴 수 있지 않나? 그런 이야기야.
그게 나의 꿈! …이었는데. 처음에는 ‘언젠가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런 말을 들었어. 다들 진심으로 웃는 얼굴로. 하지만 내가 점점 어른이 되어 가면서 왠지 모르게, 그렇지 않게 되었어. 실컷 웃어대거나, ‘아~’ 같은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하거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다들 딱 잘라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 ‘언젠가’란 이미 한참 전에 지났고,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된 거야. 그러면서 가르치려 드는 표정으로 나를 둘러싸. 다들 말야, 코드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거나, 평행세계가 있고 그곳에 나와 닮은 존재가 있다… 그런 이야기 좋아했잖아. 아 진짜~. 꼭 성공해서 보여줄게. 그렇게 웃는 얼굴로 나는 마음을 다잡는데, 지나가버린 거라면 내 ‘언젠가’는 대체 언제였냐고, 사실은 그렇게 묻고 싶었어. 물어보는 대신 핸드폰에 걸작 FPS 게임을 슬쩍 설치해 줘. 애들 놀기에도 좋고, 포교하려는 목적도 있고.
나로서는 의외였는데, 어쩌다 보니 능력을 인정받아서 고등학교는 사이언스 스쿨로 가게 됐어. 물론 뭔가 만드는 계통의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있었어. 풍선에 타바스코를 가득 채운 다음 피자 위에 부어버리는 타바스코 배달 서비스를 개발한 적이 있대. 완전 최고잖아. 여기라면 분명 되겠다, 그런 생각으로 동아리 체험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도 반응은 냉담했어. 엄~청 긴 이론(체감상 한 시간 정도?)으로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 줬던 아이랑, 필요한 재료비가 모자랄 거라 해 준 아이가 인상적이었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으~음… 난 그래도 역시 그거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부실을 나와서 어찌저찌 컴퓨터부 같은 곳에 입부 신청서를 덩크 슛. 힐끗 방을 봤는데 자연광이 하나도 안 들어오고 에나멜 냄새로 가득하더라.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계단을 하나하나 타닥 내려와서 신발장에서 신발하고 넣어뒀던 캔을 꺼냈어. 신발을 탁탁 두드려서 제대로 신고 학교 뒤편으로 달려갔어. 달그락달그락, 안에서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내 심장의 엇박을 바로잡았어. 입학식 때 왔을 때부터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이 학교, 너무 하얗다고!
커다란 벽 앞에 스프레이 캔을 우선 내려놓고 분필을 꺼냈어. 벽과 분필의 흰색이 서로 달라서 이걸로 글자 외곽선을 만들 수 있어. 벽은 내 생각대로 미끄러워서 걸리지 않고 분필이 잘 움직였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달리기 좋은 길 같은 그런 감촉. 근데 이거, 비 오면 너무 쉽게 벗겨지겠는데.
대강 틀을 잡고 나서 오늘의 주인공, 스프레이가 등장해. 두세 번 흔들고 나서 선 안쪽부터 뿌리기 시작했어. 귀여운 느낌은 들지만 반듯하고 파란 글자가 완성됐어. 아직 너무 옅으니까 두 번 덧칠하면서 마무리하고 다음 순서는 검정색. 분필 부분을 위에서부터 칠하니까 살짝씩 떠올라서 만지면 느낌이 좋을 것 같은 윤곽이 만들어져. 으음, 도넛이라고 할까.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우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 같은 느낌인데, 뭔지 알겠어? 글자를 집어올린다고 생각하면서 ‘야옹’에서 ‘야옹야오옹’, 이렇게 어미가 올라가는 통통 튀는 느낌으로 만들기 위해 윤곽선을 굵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하얀색. 적당한 곳에 뿌려주니까 도넛으로 치면 설탕이 묻어서 맛있어지고, 글자로 치면 춤을 추기 시작했어. 한 발짝 물러나서 땀을 닦고 팔짱을 꼈어. 이건 두 가지 색깔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슬로우 업’이라 불러. 좀 더 정교하게 그렸어도 좋았겠지만 누군가 덧칠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여유는 남겨 둬야지. 좋아, 완벽해. 아니, 완벽한가? 뭔가…
“그렇구나.”
엑, 누구야!? 엄청 자연스럽게 옆에 서 있는데, 키가 커서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고 어른… 이라기에는 교복을 입고 있고, 아무튼 멋있어. 그런 사람이 방금 전 나랑 완전 똑같은 식으로 팔짱을 끼고 이제 막 완성된 그래피티를 보고 있었어.
“우리 동아리 간판치고는 너무 크지 않으려나.”
그 말을 듣고 깨달았어. 여기 아까 체험하러 갔던 엔지니어부 뒤쪽 벽이잖아! 그렇다는 건 이 사람이 거기 부원이라는 말인데, 아까 전에는 없었던 것 같고, 아니지 아니지, 있었으면 무조건 알았을 걸. 아마도 마침 자리를 비웠었나 봐.
“으음, 더 작게 할 수도 있어.”
뺨을 긁적이며 말하는 나를 내버려둔 채로 아마도 부장? 은 벽 쪽을 바라본 채 입을 열었어.
“엠, 오, 오… 문 샷*인가?”
“맞아!”
이거 말야, 뭔가 화내려는 분위기일까? 근데 관심을 가져 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잘 말하면 봐줄 것 같기도 하니까 이렇게 된 이상 갈 때까지 가 버려!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에 빗대어,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도전을 이르는 말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거든! 저기에.”
그런 말과 함께 하늘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그림을 그리는 게.”
늘 있었던 상황. 밀어붙인 건 좋았는데 여태까지 중에 가장 승산이 없겠네. 그럴 것 같아. 왠지 꽉 막혔을 것 같달까, 겉보기에는 그렇고. 그런데 일단은 놀랐는지 나를 보던 부장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렇게 말했어.
“그럼 정말로 문 샷이구나.”
그리고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좋네, 해 보자.”
“저기에…”
부장도 하늘을 가리키면서 웃었어.
“......달에, 어떻게 그림을 그려 볼까?”
빙긋, 아이들만이 지을 수 있는 환한 얼굴로.
문 샷
요즘 내 마음 속의 뜨거운 감자는 ‘우산이 너무 변화가 없어서 문제’야. 몇 년 전에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손을 못 쓰게 되는 디자인인데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아? 아마도 처음 만든 사람은 젖는 게 너무 싫으니까 이미 그 정도로 만족했는지도 몰라. 등에 짊어지는 우산 같이 더 좋은 방법이… 있잖아!? 그건 또 그거대로 허리가 이렇게… 아플 것 같은데. 나는 결국 우산만 혼자 떠 있으면 좋겠다고 멋대로 생각해 버렸어. 뭐 그것도 아마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건물 그림자 밑까지 날아가서 꼭 수국처럼 될 것 같긴 한데.
몇 년이 지나도록 우산이 떠다니지 않는 건 그만큼 떠다닌다는 게 어려우니까, 하늘이 이렇게 높은 것도, 햇볕이 너무 뜨거운 것도, 자전거가 두 바퀴로 움직이는 것도, 내가 달에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도, 전~부 다 중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야. 그래도 중력이 없었더라면 걸작 레트로 게임인 핑퐁은 탄생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건 고마워, 뭐 그런 느낌이야.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녁이 됐고, 기지개를 켰더니 허리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어. 이거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 는 아니겠지. 그런 것 가지고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아. 전혀. 주변은 늘 그렇듯이 헤드폰을 끼고서 화면만 붙들고 있는… 코드네임 <Frequency>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어(코드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게 갑자기 유행하고 있어. 시작한 사람은 나). 파형을 보면서 튜너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니 EDM 만드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보아하니 자율형 도청 로봇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는 거 같아. 나는 그쪽 분야는 문외한이긴 한데, 파형을 보면 알지. 모터 소음 때문에 하나도 안 들리겠는데. 그리고 아까 전까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있었던… <EMPyre4n>(엠페리언이라고 읽어. 불만 엄청 많았어)이 낮잠을 자고 있어. ‘에너지드링크 마시고, 한숨 자고’, 그런 식으로 역시나 여기저기서 항의가 들어올 것 같은 가사를 써 놨네. 평소랑 똑같아. 최고야.
말리고 있었던 접이식 우산을 둥글게 말고, 가방을 챙기고, 의자를 빙글, 반 바퀴 돌리고 탁 멈췄어. 내일 보자면서 부실 안에 대고 손을 흔들었더니 <EmPyre4n>이 낮잠에서 깼는지 얼굴은 책상에 박아둔 채로 손만 흔들어 줬어. 2초 뒤에는 잠들겠다 싶은 손짓이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발장에서 신발이랑 넣어뒀던 데이터팩을 챙겨서 신발을 구겨 신고 달리기 시작했어. 어차피 금방 벗을 건데 구겨 신었다고 뭐라 할 사람 없잖아. 어디로 가냐면 맞아, 특별동에 있는 부장의 비품 보관소야. 예전에 그림 그렸던 그 벽 맞은편에 있는 그늘지고 습한 물품 창고를 살짝 개조해서 쓰고 있어. 딱이잖아.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도 끝나면 부장이랑 모여서 계획을 세우는 곳이 바로 여기야. 매일같이 드나들면서 알게 된 점은 역시 나쁜 짓을 계획하려면 다른 누군가랑 같이 하는 게 더 즐겁다는 거야. 아이디어가 두 배, 다리도 두 배. 도망칠 때는 두 갈래로 나뉘면 누구를 쫓아가야 할지 헷갈리잖아. 그래서 재밌어. 아니면 편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 아니, 뭐 딱히 지금 하려는 게 나쁜 짓은 아니지만.
문고리를 만져보니 조금 젖어있었어. 아까 전까지 내리던 빗줄기가 그렇게 굵지는 않았으니까 아마도 비 때문은 아니야. 생각해 봤어. 우산을 말아서 끈으로 고정할 때 튀었을 물방울. 그대로 문을 열고서 먼저 이 방에 들어갔을 누군가.
완전 정답. 주변에 높이 쌓인 골판지 상자들 속에 급조한 넓은 안치소에 부장이 있었어. 나는 인사만 하고 문 옆에 세워진 부장의 우산에 부딪히지 않게 손잡이 쪽에 접이식 우산을 걸었어. 뭐 만드냐고 물어보면서 내가 옆에서 들여다봐도 부장은 안 보이는 위치에서 작업을 하면서 잠시 기다리라고만 했어. 별 수 없이 노트북을 켜고 비품인 화이트보드를 바라봤어. 가장 처음에 만들었던 계획서 같은 건데, 필요한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놓은 거야. 음, 어디 보자. 항해 계획, 미완료. 동력원 확보, 미완료. 통신 제어, 미완료. 물론 기체 제작도, 미완료. 기체 제작에는 엔진이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팔 같은 것도 있는데, 그것도 미완료. 끄아아아. 첫날이랑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진척이 하나도 없으면 좀 그러니까 써 놔야지. 의욕, 만땅. 비밀기지 확보, 완료.
펜 뚜껑을 뺐다 끼웠다 하면서 딸깍딸깍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부장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어. 기다렸지, 하면서 빨간 펜을 들고 기계 팔에 뭔가를 적었어. 왼쪽에 사람 인변(⺅), 오른쪽이 반(反)… 가(仮)?
뒤를 돌아보니 부장이 앉아있던 자리에 뭔가 있었어. 조금씩 가늘어지는 원기둥, 이 두 개가 이어져 있고 끝에서 활짝 펼쳐져서 다섯 갈래로, 아니 물론 설명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다시 설명하기에는 조형이 너무 난해해. 저건 팔인가? 그리고 손? 팔이 좀 많지 않나?
“이걸 좀 봐.”
그렇게 말하는 부장을 보니 손을 내리고 있어. 평소 같은 부장이야. 한참 보고 있었더니 흔들기를 멈추고 검지손가락만 세웠어. 자기 반대쪽 팔을 가리키고 있어. 어? 없는데? 부장 오른팔이 쭉 뻗어있지가 않은데? 오버사이즈 옷도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애초부터 팔이 없으니까 알 수 있다고 할까.
“인간의 팔은 그림을 그리기에 가장 적합하니까.”
“에에에에엥! 농담하는 거지!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너무 나갔잖아!”
“이왕이면 좀 더 멋지게 디자인해 볼까, 애착을 담는 느낌으로.”
“그거 문신이잖아! 이제 온천에 못 들어가게 되잖아!”
“온천에 들어갈 때는 빼면 되잖아.”
아, 그거 좀 편리할지도?
“장난이야.”
부장은 옷 안쪽에 숨겨뒀던 팔을 소매에 끼우고 팍 내밀었어. 무심코 펜으로 찔러보니까 멀쩡한 팔이었어. 무서워라~.
“아~. 놀래라. 올해는 이제 무서운 얘기 안 들어도 되겠다.”
그나저나 왜 속았냐면 저게 팔이 너무 많아서 그랬어. 가까이 가서 팔을 만져보니까 손가락이 약간 가라앉아서 딱딱한 뭔가에 닿는 느낌이 들어. 약간 촉촉한 느낌도 있고, 촉촉하면서 매끈매끈하기도 해. 뒤에서 불쑥 진짜 부장의 팔이 튀어나왔어. 같이 만져봤어. 오오, 똑같은데.
“이제 이것만 움직이면 일단 프로토타입은 완성이네.”
오, 혹시 내가 나설 차례인가? 열려있던 노트북으로 뛰어들어 주머니를 더듬어서 데이터팩을 꺼냈어. 연결하고, 출력. 달칵 끼워넣고. 팔에서 부장이 가리키고 있는 부분. 근데 사람한테 삿대질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팔을 가리키는 것도 매너 위반인가?
전원도 연결했고 시동을 거니까 팔이 부장의 팔 안에서 꿈틀거렸어. 우선 팔꿈치 관절이 움직이고, 손목도 움직였어. 손가락, 하나, 둘 셋, 넷, 다섯, 전부 움직여. 딱 하나를 음수값으로 지정해버려서 팔이 좀 이상한 방향으로 휘었는데, 그거 말고는 괜찮아. 하나, 넷, 다섯. 좋아, V자. 바닥에 놓고 움직여보니까 무슨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 같아서 재밌어. 팔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구나. 그야 그렇겠지.
내가 열다섯 개로만 할 수 있는 수신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장이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이트보드를 봤어. 일보 전진, 하고 중얼거리면서. 38만 킬로미터 중에 한 걸음이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완전 글렀지. 특히 힘든 부분이 기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맞아! 그거. 달에 손을 뻗었던 그날부터 구름이라도 낀 것마냥 앞이 보이지 않았던 건 이거 때문이야.
“차세대 소재가 갑자기 어디서 말야, 쿵! 하고내려오지 않으려나?”
“그런 기대만 해서는 과학은 앞으로 100년은 더 발전 못 하겠지.”
그야 그렇지만 어렵잖아~. 빙글빙글, 회전의자가 돌아가는 데 맞춰 머리도 돌아갔어. 그림을 그릴 때 색깔은 어떻게 할까, 글자 사이즈는 어쩌지. 종이가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동안 막막했던 적은 없었는데. 원하는 곳에 원하는 색을 골라서, 원하는 대로 그릴 뿐. 벽이 38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게 아니고, 초속 11킬로미터도 더 내야 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에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골판지 상자들까지도 점점 답답해 보이기 시작했어. 그러네, 나 가장 위에 있는 상자에도 손이 안 닿으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 팔을 뻗어! 그러면 뿅 튀어나온 팔이 문을 쾅 열어젖히고, 쭉쭉 학교 건물을 넘어서 구름을 뚫고 올라가. 이때 팔은 좀 축축해질까, 그런 것쯤은 어찌 되든 상관없을 만큼 뻗어서 산소가 없는 새파란 세상으로. 이쯤이면 팔이 쭉쭉 뻗어나가는 효과음이 사라질 거야. 산소가 없을 테니까. 손가락 끝이 달에 닿고, 나는 평소처럼 벽을 보면서 소매를 걷어. 엥!? 어떻게? 팔이 너무 기니까 소매부터 걷은 다음에 다시 뻗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팔이 줄어들어서 나는 반동으로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어.
“부장은 그럴 때 어떻게 해? 아무리 찾아봐도 더 이상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벽이 없을 때.”
의자 틈 너머로 보이는 부장은 핸드폰을 조작하던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간단해, 벽 밖으로 나갈 거야.”
걸려있던 접이식 우산을 건네주며 문을 열어주는 부장. 아, 벽 밖으로 나간다니. 물리적으로?
“갈까.”
“가다니, 어딜?”
부장이 웃었어.
“그걸 지금 얘기하면 로망이 없잖아.”
“그러네! 내 생각도 그래!”
“어, 공원이잖아!”
결국 그 뒤에는 평소처럼 집에 갔어. 그날이 아니라 다른 날, 아침 일찍부터 길고 긴 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마침내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공원. 어떻게 된 거지?
“아, 알겠다! 부장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 오는 좋아하는 장소 같은 곳이야!?”
“아니, 여기는 처음 오는데.”
진짜 뭔데 이게?! 머리를 쥐어뜯는 나를 내버려둔 채 부장은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가. 아니 근데 엄청 더워! 머리 만지는 손이 뜨거워! 고개를 들어보니까 태양이 건어물로 만들어주마, 그런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체감상 두 배는 커진 것 같아. 어차피 먹힐 거면 건어물보다는 슬라임 쪽이 낫겠는데. 살짝 녹아내리는 레어. 아니, 웰던?
“늦은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 공원 한가운데로 시선을 돌렸어. 두 다리를 쩍 벌리고 허리춤을 양손으로 짚은 채 서 있는 여자애 하나랑 쥐 한 마리.
“과학자들은 다들 시간 개념이 없는 것이냐?”
“과학자이기 전에 학생이니까. 5분 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나님은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즈스케는 어떠냐?”
“그 쥐 이름이 네즈스케구나.”
“찍!”
“용서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이게 무슨 모임이야?”
“아직 얘기하지 않았나 보네, 이건.”
“나님이 설명해주는 것이다.”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어.
“여름이라 하면 자유 연구*, 주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고민하는 학생들과 함께 자유연구를 하는 모임, 이름하여 ‘두근두근 푸른 하늘 실험!’”
“그걸 얘가 연구비를 타내려고 매년 개최하는 거야. 마지못해.”
“사람 말을 뭘로 듣는 것이냐. 과학자를 육성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여름방학에 많이 내 주는 숙제. 원하는 주제를 골라 탐구하고 리포트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
뭐, 일단은… 얘기만 들으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올해는 뭘 하는데?”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자유 연구의 핵심이라 하면.”
발밑에 놓여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어. 우선 자전거 공기 주입기, 플라스틱 받침대, 그리고…
“페트병! 그렇구나.”
“그래, 물로켓인 것이다!”
그립다~! 마지막으로 해본 게 아마 십 년쯤 전이었나? 바람을 넣다가 도중에 빠져서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왕창 커스터마이징을 했더니 오히려 못 날게 되기도 하고, 아무튼 완전 좋아하는 실험이었어!
“좋아~. 막 두근거려! 바로 조립해도 돼!?”
장비로 다가가려 했더니 두 사람이 말렸어.
“아니, 우리는 보조 역할이야.”
“그보다는 조력자인 것이다. 주인공은 아이들인 것이다.”
“테스트 플레이! 테스트 플레이야!”
“그럼 적어도 페트병이라도 직접 준비하는 것이다.”
“오케이!”
달려가기! 가까운 편의점으로!
“탄산으로 사야 돼!”
뒤에서 부장의 목소리가 날아들었어.
“나도 알아! 아, 이거 좀 빌릴게!”
“그건 내 스케이트보드인 것이다!
“...제법 센스가 있는 것이다.”
“다음에 대회라도 열어볼래?”
“거절하는 것이다. 그보다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눈치가 빠르네.”
“네가 연락해올 때는 매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어, 그랬나? 뭐 그렇다 치고.”
“너는 물로켓으로 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 …언제부터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한 관계로 되돌아간 것이냐?”
“농담할 거였으면 나는 좀 더 그럴싸한 주제로 하지.”
“...잠깐 생각해 보겠다.”
“그래, 편할 대로 해. 페트병 자르면서 기다리고 있을까.”
“...첫째로 구조재. 플라스틱 화합물에 경량, 유연성, 견고함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물건을 알고 있다. 그 소재라면 로켓에 쓸만한 페트병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게 더 이상 ‘PET’는 아니겠지만.”
“...둘째, 추진력. 연료로 압축된 물이 아니라 얼음을 사용하는 방법이 생각났다. 얼음에는 여러 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얼음은 ‘얼음Ⅰ’, 밀도는 물보다 낮다. 그래서 물에 뜨는 거다만.”
“계속해.”
“고압, 저온으로 갈수록 육각형처럼 삐뚤빼뚤하고 무질서한 결합에서 점차 변화하는 것이다. 영하 75℃, 3천 기압에서 ‘얼음Ⅱ’, 이건 방금 전 얼음의 1.02배의 밀도를 가지는 것이다. 얼음 Ⅵ이 되면 틈새를 메우듯이 서로 결정 구조가 복잡하게 겹쳐지고, 여기서 더욱 초고압, 저온을 목표로 하면 ‘얼음Ⅹ’에 도달하는 것이다.”
“제10상 얼음 말인가.”
“이전까지 얼음은 산소 원자의 위치가 깔끔하게 배열되어 있었지만, 이 얼음 Ⅹ는 공유 결합과 수소 결합의 틀을 없애고 수소를 포함한 모든 원자가 깔끔하게 배열되어서 아름다운 결정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군.”
“고밀도의 결합으로 형성된 얼음 Ⅹ가 한번에 상전이돼서, 모두 일반적인 물로 변화할 때 팽창하는 부피는 물을 압축하는 일반적인 물로켓의 부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그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힘이라면 탈출 속도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는 것이다.”
“훌륭하네, 이론적으로는.”
“그 말대로 이론에 불과한 것이다. 구조재로 쓰일 화합물은 소량밖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고, 얼음Ⅹ는 자연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둘 다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애초부터 연료로 쓰일 물의 질량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중력을 이길 만한 추진력을 얻기가 어려워.”
“그 말대로인 것이다. 아무리 고도로 압축한 얼음을 만들어내도 결국 물은 물인 것이다.”
“...응, 도움이 됐어. 고마워.”
“아직도 해볼 생각인 것이냐? 거의 불가능할 텐데?”
“후후, 실은 말야. 에너지는 무진장 넘쳐나거든.”
“아~아, 과학자가 제일 해서는 안 될 농담인 것이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학생이니까 말야.”
“알았으니 어서 손을 움직이는 것이다!”
“...기념품을 기대해도 되는 것이냐?”
“치즈를 가지고 돌아올까. 녹색 치즈를.”
“아아아아, 이제 당분간 콜라는 보고 싶지 않아.”
“나도 완전히 같은 기분이야.”
그럴 수 있지. 나도 가끔씩 물건 잃어버리니까.
“할 수 없지. 페트병을 안 가져온 애들이 생각보다 있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말야, 콜라를 여섯 병이나 마시라는 게 말이 돼?
“지금 나, 흔들면 달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도.”
“내일 신문 1면은 따놓은 당상이네. 사상 최초 완전 생체 비행에 성공.”
“좋아, 남은 건 나중에 애들한테 나눠줄까.”
“부장 말야, 처음부터 그랬으면 됐던 거 아냐?”
“추억이 콜라 색으로 변해버리잖아.”
“참고로 나는 이미 그렇게 됐어.”
배도 꾸르륵거리니까 가라앉을 때까지 좀 쉬자. 지금은 다들 페트병을 다 자르고 나서 뚜껑을 교체하는 작업으로 넘어갔어. 단단히 안 조이면 바람을 넣는 도중에 빠져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리거든, 저거. 근데 은근히 끼우기 어렵다 보니까…
“선생님~! 다음 내 꺼 봐 줘!”
“순서!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네. 힘들겠다~. 의외로 콜라 왕창 마시는 게 더 편했으려나?
먼저 봐 준 아이는 원하는 대로 커스텀을 하기 시작해서 친구들이랑 서로 비주얼로 경쟁하고 있었어. 오, 저거 굉장한데! 새빨간 바디 끝에 드래곤 헤드. 바느질 키트에서 저런 거 본 것 같은데. 머, 멋있다~! 용이니까 무조건 날 수 있겠지! 내가 그런 말을 했더니.
“브레스가 입이 아니라 엉덩이에서 나온다는 의외성이 좋네.”
부장이 대답했어. 그런 부분을 보는구나.
그리고 상대 기체도 완전 강렬해! 금색 종이랑 은색 종이, 종이접기 색종이 안에 한 장씩만 들어있는 거, 그 종이들을 오려서 붙이고 또 붙여서 모든 면이 반짝반짝. 저만큼 모으려고 종이접기 팩을 몇 개나 뜯었을까? 아마 가장 눈에 띄겠는데. 만든 애조차도 너무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다들 생각하는 대로, 처음 크레용을 잡았을 때처럼 자기 기체랑 마주하고 있어. 그래서 내 건, 그래. 아직은 괜찮아. 약간 지고 싶지 않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자.”
부장이 뭔가 던졌어. 가볍게 던지는 스냅. 왼팔을 뻗어서 잡았더니 내가 아주 잘 아는 원통이었어.
“추억이 콜라로 끝나버려도 되겠어?”
바로 그 말을 기다렸다구? 옆에 뒀던 로켓을 반대쪽 손으로 잡았어. 아까 전에 만든 내 기체. 방금 막 씻어서 물방울이 묻었어. 소매로 닦아도 안 지워지는 게 이 알갱이들 분명 안쪽에 맺힌 거겠지. 표면은 뽀송뽀송. 훌륭한데! 스프레이 캔을 세 번 흔들고 소매를 걷어. 로켓에 적을 말이라면 ‘그것밖에 없잖아!’ 싶은 말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
부장이 로켓을 가져오면서 말했어.
“다 끝나면 내 것도 부탁해도 될까.”
알고 있었어. 부장이 의외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았어! 뭐라 쓰고 싶어?”
그렇게 묻자 글쎄… 하면서 내가 그리던 걸 가만히 보고 있더니.
“두 번째 곡은 어떨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내가 어리둥절해 있었더니,
“그거 네 번째 곡 아니야? Discovery 중에.”
땡그랑, 스프레이 캔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부장도 들어!?”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수줍게 웃는 얼굴로 말했어.
“맞아. 예전부터 좋아했거든.”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마음 속에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내면에서 흥분이 솟구쳤어. 아, 나 기쁜가 봐. 부장이 나랑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떨어뜨린 캔을 주우면서 생각했어.
“두 번째 곡이라면.”
““Aerodynamic!”” ―공기역학
“하늘을 날기 위한 학문이니까, 주문사항에 딱 맞지 않겠어?”
부장이 엄지를 세우면서 말했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엄지를 세우면서 대답했어.
“완전 최고로 멋있잖아.”
좋아, 얼추 다 그렸어. 들어올려서 바라보니 태양에도 지지 않을 만큼 글자가 또렷하게 그려져 있었어. 내친 김에 달이 아니라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버리겠다는, 그런 표정으로.
그 푸른 배경에 로켓이 날아올랐어. 푸슉 소리를 내며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물보라가 비행기 구름처럼 궤적을 남기면서 여름 하늘에 무지개를 만들었어.
아~! 날아가버렸잖아!
그냥 실수한 거야!
치사해~! 나도!
두 개, 세 개. 계속해서 날려진 로켓은 무지개를 따라가듯이 궤도를 따라 나아갔어. 그 궤도를 넘어서는 기체와 채 닿지 못하고 떨어지는 기체. 추락해서 부품이 빠진 동체에 잠자리가 앉더니, 아직 높이 날아오르려 하는 로켓 하나를 힐끗 보고는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어.
부장이 부르고 있어. 보니까 받침대가 두 개 있고 이미 ‘공기역학 호’는 세팅이 끝나 있었어. 나도 뛰어서 그 옆으로 갔어.
“잠깐 진정하는 것이다! 나님이 신호를 보낼 테니 신호에 맞춰서 날리는 것이다!”
3~.
“애초에 너는 왜 이 곡으로 한 거야?”
“그걸 지금 물어봐!?”
2~.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데, 나는.”
1.
“이런 의미라고 생각하거든.”
0.
‘더 멋지게, 더 높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푸슉, 일제히 날아가기 시작했어. 구름 저편으로, 달을 향해서.
“안 닿겠지?”
부장이 웃었어.
“그건 모르는 거야.”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달맞이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
“만두는 아무 때나 먹어도 되거든!”
간식으로 준비한 만두를 펼쳐놓고 있는데 부장이 방으로 들어왔어. 그 말을 듣고 달력을 보니까 정말로 딱 달맞이를 할 계절이었어. 왠지 먹고 싶어져서 편의점에 가서 사 왔는데, 그 왠지라는 것도 만두가 지닌 만유인력이 이 시기에는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 부장도 먹을래? 그렇게 물어보니까 고맙다면서 한입 베어 물고 가방을 내려놨어. 나도 만두를 베어물었어. 깨물었더니 달이 부서져. 왼쪽 반이 부서졌으니까 상현달 만두. 초승달을 지나서 바로 새로운 달을 가져와. 그 사이 15일 정도. 우물거리면서 달력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부장이 내 앞을 가로질러서 화이트보드 내용을 살짝 바꿔 적었어. 뭐야, 뭔데. 기체 제작이… 진행 중. 응?
“그래서, 물로켓으로 달에 가 볼까 해.”
“으급.”
만두가 목에 걸렸어. 무, 물. 오른손으로 가방을 뒤적이면서 왼손으로 가슴을 두드렸어. 방금 뭐라 그랬지? ‘그래서’라니, 뭐 때문인데?
“기체는 나한테 맡겨. 열심히 제작 중이니까.”
“푸붑.”
머금은 물을 뿜어버렸어. 소, 손수건. 오른손으로 가방을 뒤적이면서 왼손으로 물병을 들고 물을 마셨어. 곧바로 후속타가 들어올 줄은 몰랐달까, 벌써 로켓 본체 만들기 시작한 거야!?
“하아, 하아… 질문!”
“말해.”
“벌써 로켓 만들기 시작했어?”
“그래.”
“그래서 그게 물로켓이라고?”
“그렇지.”
“부장 혼자!?”
“거의 그렇게 되겠지. 보고 싶으면 설계도도 있어.”
잠깐만. 이래저래 따라잡을 수가 없는데. 건네받은 설계도를 봤어. 총 길이 4미터. 레몬을 한번 더 짜낸 것 같이 생긴 방추형. 구조재: 플라스틱 화합물・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 하지만 이미지 상으로는 플라스틱이라기보단 금속 느낌이 나는 은색 바디. 영화에 나올 것 같이 생겼어. 머, 멋있어. 기계 팔・메인 시스템・궤도 변경용 이온 엔진을 탑재했고,
…총 중량, 220kg. 음, 총 중량이 비교적 가볍다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그리고…
“누굴 태우기 위한 공간이 있네…?”
부장이 코를 훌쩍였어.
“그쪽에 달 주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PEEK? 이런 거 만드는 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
“실은 말이지. 에너지는 넘쳐나거든.”
아~. 부장, 조크 모드에 들어가버렸어. 일단 한번 이렇게 되면 농담만 계속 하는데. 뭔가 손을 들고서 이렇게 갖다대면 기계가 움직인다느니 중얼거리고 있어. 안 믿는 건 아니지만.
“이 ‘PEEK 물로켓’으로 진짜 달까지 날아갈 수 있어?”
“그건 괜찮아. 이론은 이미 짜 놨으니까 너한테는 시스템 제작을 부탁할게.”
부장이 펜 끝으로 화이트보드를 탁탁 두드리면서 말했어. 맞아, 내가 만들기로 한 건 경로 선택과 자세 제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과 통신 시스템 구축이야. 전자는 요구사항대로 만들면 되는데, 문제는 후자야.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는 헤드폰 낀 선배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장거리를 상정한 무선통신을 설계해본 적은 없나 봐. 500MHz 정도 되는 극초단파가 설계하기도 쉽고 가장 좋아 보이는데, 그걸 테스트할 수 있는 필드가 현재로서는 마련되지 않았나 봐. 구현할 수는 있어도 시운전 없이 한방에 본 게임에 돌입해야 할지도 몰라. 너무 와일드하잖아.
“부장, 혹시 아는 외계인 없어?”
“많이 있지. 우리를 외계인이라 한다면 말야.”
“그게 아니라~.”
“다만.”
부장은 핸드폰 화면을 조작해 뉴스 기사를 보여줬어.
―500년 만의 개기일식, 토요일 오전 9시 27분부터.
“태양을 먹는 녀석이라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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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귀한 우타하소설ㄷㄷ
엔지니어부에, 부장은 우타하인데, 부원이 코타마/하레/마키인가? 내가 이해한게 맞나?
마키 코타마 하레는 똑같이 베리타스고 우타하는 엔지니어부 부장. 소속 동아리는 다르지만 마키가 우타하랑 둘이서 따로 프로젝트를 하고있는거
(대충 이해가쏙쏙되잖아 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