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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번역) 포근포근한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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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3357707

시구레 단편

=============

포근포근한 이불

(1)

"……뭐지 이건."

수면실에 존재하는 두 개의 침대. 일시적인 수면을 취하기 위해 준비되어있는 이불 하나가 어째선지 불룩하고 크게 부풀어 있었다.

튀어나온 크기는 어림잡아 한 명정도. 엄청 큰 인형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움직임이 있는 이상,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

오늘은 조금 쌀쌀한 날. 그저께까지의 여름 늦더위는 어디로 간건지, 갑작스레 북풍이 휘잉하고 불기 시작해서 서둘러 코트를 꺼내야할정도로 추워졌다.

실내인 사무실이었기에 난방을 틀면 됐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바깥이랑 비교하면 나름대로 버틸만한 정도였다.

나는 난방을 트는 것을 망설이고, 발목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각은 오후 9시. 오늘 업무는 여기까지 하자고 생각하면서 나는 손을 멈췄다. 집에 돌아가는 것도 귀찮아서, 저녁밥이나 샤워 같은 취침 전의 일과를 끝마치고 수면실로 향했다.

하지만 수면실의 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그곳에는 묘하게 부풀어있는 이불이 하나 있었다.

"누가 자고 있는건가……?"

수면실을 쓰겠다고 말한 학생은 없었을텐데, 하면서 나는 오전 중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번인 학생은 모두 돌아갔을테고, 누군가가 온다는 연락도 오지 않았다.

이것참 곤란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신경쓰일 정도도 아니었다. 수면실의 침대는 두 개있다.

일부러 부풀어있는 쪽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 라며 나는 생각하고 비어있는 침대 쪽으로 갔다.

"……으읏, 추워……."

이제 잠을 자기위해 이불 속에 다리를 넣자 꽤나 서늘한 촉감이 감싸는게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실내와 비슷한 정도의 온도였다.

오늘은 가을답게 서늘한 계절, 춥다고 느끼는건 당연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지만.

"……여기여기."

"응?"

내가 그대로 침대에 누우려고 했을 때, 문득 다른 침대에서 손짓을 하고 있는 손이 하나.

일어나 있었나, 하는 놀람과, 내가 깨운건 아닌것 같네, 싶은 안심을 느끼면서 나는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 반대쪽 침대로 갔다.

"……무슨 볼일일까?"

"후후."

그 손은 무척이나 새하얘서 겨울에 내리는 눈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렇다고는 해도 혈색이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흰 폭포처럼 아름답다.

그런 곳에서 자고 있는 학생은 누굴까, 하고 들린 목소리와 합쳐서 생각하고 있었을 때……내가 떠올리는 것보다도 먼저, 그녀가 답을 알려주었다.

"선~생님. 꽤나 추워보이네?"

"시구레!"

샬레에서 상당이 먼 곳에 있을, 붉은겨울에 소속되어있는 마요이 시구레가 그곳에 있었다. 싱글싱글거리며 즐거운 듯한 표정을 띠며 침대 속에서 나를 부르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왜 시구레가?"

"으응~…뭐, 변덕이려나."

"……변덕, 이구나."

그녀는 언제나 뭐라 짐작하기 힘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사이가 좋은 노도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실망시키지 말아줘, 라는 분위기를 내뿜는다.

노도카가 나에게 '그러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현재의 입장이 있는 이상 분명하게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대답을 해서 그녀와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시구레는 나한테 가까이 다가올 때가 많다. 놀리겠다는 마음도 있을테지만, 어딘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것을 직접적으로 묻지는 못하고, 모르는 척 넌지시 질문을 해봐도 휘릭하고 피해버린다. 그녀 또한 싫어하는건 아닌 것 같아서, 뭐랄까 꽤나 신기한 거리감이었다.

"선생님은 어쩐 일이야?"

"뭐어, 잠깐 쪽잠을 자려고……라기보다는 내일에 대비해서 자려고 왔다는 느낌인데……."

"흐~응, 그렇구나."

그녀는 그렇게 묻고는 씨익하고 웃었다. 그녀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평소에 입고있는 교복이 아니라 이유는 모르지만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온천장을 열었을 때에 준비했던 것으로, 그녀는 꽤나 마음에 든 옷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방에서 입고 지낼 옷으로 입어도 괜찮을지도, 라고 말할 정도로.

"……시구레도 여기서 잘거야?"

"응."

"그, 그래."

"후후, 그러면 이리와."

"이리와가 아니지!?"

마치 그 때……여관에서 방 하나밖에 빌리지 못하고 그녀가 같이 자자고 제안했던, 그 때를 떠오르게 만들듯이 그녀는 그 이불을 살짝 들어올리고 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학생과 같이 잘 수는 없다. 혼욕이나 탈의 중에 보인 적도, 아예 학생들 앞에서 알몸이 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같이 잘 수는 없다.

같이 자면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았다, 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만.

"에~? 그래도 이쪽은 따뜻한걸? 내가 따뜻하게 만들어뒀으니까 말야."

"그래도 그럴 수는 없어. 그 때와는 다르게 침대도 두 개 있으니까."

"안추워?"

"……아니, 뭐, 춥긴한데."

사실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자고 싶다. 하지만 아마도 그녀는 같이 잘 생각일테고, 나갈 생각은 없겠지. 그녀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모르는 이상, 섣불리 호응할 수는 없다.

노도카를 위해 어떤 시련을 내리고 있는건지, 아니면 이걸 약점 삼아 거래를 하려고 하는건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계속 권유를 거부했다.

"나는 같이 자도 괜찮아."

"아니, 내가 안괜찮으니까……."

"그래도 선생님이 추운 곳에서 자서 몸 상태가 안좋아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내가 손을 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관계가 있는 이상, 그러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놀리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나를 믿고 있는 것이겠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긴장하고 있는 내 입장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자,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같이는 잘 수 없어."

"괜찮아 선생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응?"

"아무리 꼬셔도, 못하는건 못하는거야."

그녀는 슬쩍 손을 뻗어왔지만 나는 그 손을 피하듯이 뒤로 물러났다. 아무렇지 않게 이불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을 보아, 그녀는 어떻게든 같이 자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걸까.

"……아~…… 선생님이 오질 않으니까 추워지기 시작했네~……."

"……."

"선생님이 와주면 엄청 따뜻해 질텐데 말이야~"

"들춘 이불을 다시 덮으면 되잖아……."

일부러 그렇게 말하면서 유혹하는 시구레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 이불을 다시 덮어주려고 다가간다.

이불의 가장자리를 향해 팔을 뻗어 집는다. 그것과 합을 맞추듯이 그녀도 내 팔을 꼭하고 잡았다.

"……왜."

"있지. 같이 자자."

"안돼."

"왜? 나는 같이 자도 괜찮다고 하고 있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그리고, 선생님 아까부터 떨고 있는데."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내 팔이나 다리가 추위로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추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몸이 식고 있을 뿐이다. 참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정도는 익숙해."

"그렇게나 같이 잘 생각이 없나보네."

"……뭐, 그렇지."

그녀를 본다. 씨익, 하고 미소짓는 그녀의 표정과 조금 풀려있는……아니, 풀어둔 가슴.

폭신폭신한 꼬리가 뒤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덤으로 좋은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과일 같은, 샴푸 같은 그런 기분 좋은 향기다. 뛰어들고 싶다, 라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이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눈을 돌린다.

"……노도카도 알지 못할테니까, 조금이라면 괜찮은데?"

"…………."

"후훗, 표정이 엄청나네."

"시구레, 놀리지 마……."

이 이상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간 정말 그녀와 같이 자버리고 말것이다. 달콤한 권유를 거부하듯이 내가 "그만하고 자자."하고 말하며 이불을 덮어주려고 팔을 움직였다.

"……알았어, 히힛."

"──어?"

단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이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이 강하게 당겨지는 바람에 한쪽 다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몸이 침대 쪽으로, 그녀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문득 그쪽을 보자, 그녀의 즐겁다는 듯한 얼굴이 보였다.

"응, 웰커~엄, 이야."

"후읍!? 우으읍."

내가 풀썩하고 침대에 쓰러짐과 동시에 그녀의 한쪽 팔과 양다리가 내 몸을 침대 쪽으로 끌어당기고, 묶는다.

마치 벗어나게 두지 않겠다고 말하듯이 그녀는, 그대로 내 위로 이불을 뒤집어 씌웠고, 그 때문에 내 시야는 새까맣게 변하고 말았다.

꼬오오오옥, 하고 몸이 그녀에게 끌어안겨서 밀착하고 있다, 라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두근 시끄럽게 뛴다. 위험하다, 완전히 당했다.

"후후후, 어때? 선생님."

"~~~!?!?"

"아~아, 얌전히 있어."

"───!!!"

그녀가 가슴 쪽으로 내 얼굴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여자아이 특유의 부드러운 그것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얼굴에 밀착한다.

천 너머라고는 하지만 명백히 "그것"이라고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전부 흡수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그녀가 힘을 더 강하게 조이게 만들 뿐이었다.

그녀의 몸 전체에 딱 달라붙어서 부드럽고 따뜻한 것 때문에 이성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머리속이 부글부글 끓고, 찐득해지면서 느끼고 있던 감각도 희미해져 간다.

"……자. 어떄?"

"푸하앗, 하아……."

의식이 날아가버릴 것 같은 그 순간, 갑자기 그녀가 확하고 놔주었다.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거리를 벌리고 필사적으로 산소를 보급했다.

머리에 피가 너무 쏠려있는건지, 산소가 부족했던건지, 평형 감각이 사라져서 어질거린다. 언제였나, 술을 단숨에 마신 것같은, 취한 듯한 느낌에 조금이지만 행복한 느낌도 들고 있었다.

"와아, 얼굴 새빨게 졌네. 그렇게 좋았어?"

"……머리, 터지는줄 알았어……."

"후후, 한 번 더 할래?"

"사, 사양, 하겠습니다! 이젠, 됐어……!"

그녀의 권유를 다급하게 거절하고 그녀에게서 가능한만큼 거리를 둔다. 이불 속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정도 밖에 떨어지지 못했지만 밀착하는 것보다는 낫다.

아직 이불 속은 그녀의 좋은 향기로 가득차 있었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열도 달아나지 않는다.

학생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것만으로 생각이 흐릿해진 상태여서인지 어른의 존엄이고 자시고 없구나, 라고 마치 남 일인 것마냥 생각했다.

호흡을 할 때마다, 두근, 두근 거리는 심장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역시나 라고 해야할까, 거리를 뒀다고 해서 머리가 진정될리가 없었다.

지금도 눈 앞에는 위험한 그녀가 있고 도망치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불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해도 금방 눈치채겠지.

그녀의 감이라고 할까, 제6감은 뭐랄꽈 묘하게 예리하다.

"그러면 선생님, 잠깐 이쪽으로 고개 내밀어봐."

"아, 으응……."

그녀의 말에 기어서 이불 바깥쪽……그녀의 머리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은 일단 그녀의 지시에 따르고 생각은 나중에 해야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 다소 머리가 식을테니 냉정해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이불 안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주변의 공기가 단숨에 차갑게 바뀌면서 정신이 확 깬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지, 그것을 맛보기도 잠깐, 갑자기 휙하고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겼다.

"꼬~옥."

"으에."

저항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후끈후끈한 그녀에게 안긴채로 다시 온몸이 따뜻해진다. 겨우 그녀의 얼굴을 보았는데 뭐랄까 평온하다고 해야하나, 즐거워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씬, 하고 그녀에게서 모르스의 냄새가 났다.

"……또 모르스 마셨어?"

"응? 뭐……이불을 덥히기에는 조금 필요했으니까. 일부러 덥혀둔거야."

"내가 온다는건 알고 있었어?"

"응. 안그러면, 여기까지 안왔지."

후우, 하고 귀에 숨결이 닿아서 부르르 하고 몸이 떨렸다. 그녀에게 직접 그 진동이 전해지고, 그녀가 히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귀, 약하구나. 그렇게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러면, 변덕, 이란건 거짓말이야?"

"으응~……어떠려나?"

천천히 스며드는 따스함. 방금전까지의 몸 전체가 찐득하게 녹아버릴 것같건 포옹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평온하고 부드럽다.

이건 그녀 나름대로의 배려인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그런 기분이기 때문일까.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는 아니어도 살짝 기분은 좋은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

"응."

"최근에 모르스 말고도, 다른 음료를 만들고 싶어졌거든."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구나."

"에헷, 들켰나?"

그녀는 모르스를 만든다, 라고 하면서 때때로 술을 만들려고 한다. "발효됐을지도." 같은 말을 할때가 있는데 그녀가 건내주는 용기에서 풍기는 냄새는 확실하게 알코올 냄새였다.

그녀가 음료를 제조하는 스킬은, 온전장에서 후르츠 밀크 바로 대성황을 이뤘을 정도로 높긴 하지만……그녀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건 "술"이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었다.

"……학생이 술을 마시는건 내 입장으로는 허용하기 힘든데."

"힘든데?"

"……조금이라면 도와줄 수 있어."

"후후, 말했네."

학생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모두 부정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확실히 학생이 술을 마시면 안되지만 그런 경험을 쌓는 것은 장래를 위해서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녀는 만든 술을 스스로 마시겠지만 술을 취급하는 법에 대해선 다른 학생들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건지 알려줬으면 하는데."

"뭐, 나중에 모모톡으로 보내둘테니까. 약속해줄래, 도와주겠다, 라고."

"……알았어. 약속할게."

그녀가 이상한 재료나 비싼 술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면서 그녀와 약속을 했다. 토닥토닥 하고 모포에 닿는 그녀의 꼬리가 그녀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2)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은 의외로 순수하네."

"갑자기 찔리는 소리를 하는걸."

"후후. 선생님 심장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궁금해서."

냉정을 유지하려 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그녀와 바짝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꽤나 긴장하고 있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기는 힘들다. 그녀가 종종 치는 장난이 더해져서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후웃."

"으우옷……!?"

그녀가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순간, 오싹한 느낌에 신체가 움찔하고 떨린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몇번이고 귀를 쓰다듬고, 그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큭큭하고 웃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리고 부끄러워졌다.

"선생님은 장난을 치는 보람이 있네. 귀도 새빨개졌어."

"……칭찬 고마워……윽."

후우, 후~욱, 하고 연이어 공격하듯이 또 귀에 숨을 불어넣는다. 몇 번을 당했다고 해서 그 감각에 익숙해지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조금씩 민감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즐거워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질문을 던졌다.

"……시구레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응?"

"취해있는거 아니지?"

그녀는 그 질문을 듣고, 으~응 하고 조금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안취했어, 라고 하면 선생님은 믿어줄거야?"

"……조금은."

취한 사람의 "안취했어."만큼 믿기 어려운 말은 없다. 하지만 그건 옆에서 봐도 "완전히 맛이 갔다."고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 평소의 모습하고 별 차이없는 상태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그녀는 취해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

심하게 취해있을 때에는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데헤헤~ 하고 웃으면서 주정을 부린다, 라고 노도카가 말은 했었는데.

"흐~응. 그럼, 취했어."

"에에……?"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후후, 하고 내뱉어지는 숨결에서는 그렇게까지 알코올의 냄새를 느낄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체온은 무척이나 따뜻하다고 여겨졌다.

이 이불을 덥히기 위해서 모르스를 마셨다고는 했었지만, 지금 들려오는 심장박동이 약간 빠르게 들리는 것도 알코올이 원인일까.

"그래서 취했으면 어떻게 할거야?"

"어?"

"궁금하네~. 선생님은 취한 학생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던걸까나~"

"말투……! 그대로 재워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후후, 정말로?"

"진짜라니까……."

토닥, 토닥, 하고 꼬리가 이불에 닿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즐거운 듯한 기분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뭐야, 선생님. 꼬리가 신경쓰이는거야?"

꼬리 때문에 이불이 불룩 솟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그녀로부터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은 그녀가 눈치챌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해버리고 말았다.

"엑, 아니."

"아까부터 힐끔힐끔 보고 말이야, 야하네~"

"아니……시구레!"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런 농담을 하는 그녀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은 안된다, 라는 선을 긋고 그녀의 공세를 조금 억누른다.

이미 프라이드니 존엄이니 하는 것은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으로서 학생의 지나친 행동을 꾸짖을 필요는 있다.

"……그래서 선생님? 꼬리, 만져보고 싶어?"

"……."

"지금이라면 아무도 안보니까. 어때."

"……그럼……."

……욕망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선생님 실격이다.

(3)

"그러면, 자."

"우옷……."

이불 속으로 들어간 뒤, 그녀가 반대편으로 몸을 돌린다. 그녀의 허락을 받아 커다란 꼬리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폭신거리는 그 꼬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감춰버릴 정도로 커다랬다.

"그, 그럼……실례하겠습니다……."

그녀의 그 꼬리를, 얼른 손으로 만져본다. 깔끔하게 정돈된 꼬리는 무척이나 푹신푹신복슬복슬해서, 매우 감촉이 좋았다. 이걸 쿠션 삼아서 끌어안고 잘 수 있다면, 분명 깊게 잠들 수 있겠지.

"……오오……."

"……뭔가 만지는게 야릇하네~"

"미, 미안……."

반사적으로 사과해버렸지만, 꼬리를 야릇하게 만지는 법 같은건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소리일까. 키보토스에는 그런 문화라고 해야하나 상식이 있는걸까. 꼬리를 만지게 허락하면 구혼이라든가. 그런게 있나?

"털이 엄청 찰랑거리네……."

"노도카가 항상 손질해주고 있으니까."

그러고보면 시구레는 꼬리가 있지만 그대신 머리카락은 짧은 편이다. 그에 반해 노도카의 머리카락은 길고, 꼬리가 없다.

어느 쪽이나 닦는게 큰일인 이상 시구레의 꼬리와 노도카의 긴 머리, 서로 닦아주거나 하는걸까. 특히 꼬리는 물기를 빼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떤 것을 떠올렸다.

"시구레, 꼬리에도 감각은 있는거지."

"응. 선생님이 어떻게 만지고 있는지, 제대로 잘 느껴진다고~"

"……의외로 감각이 예민하다거나?"

"적당한 수준이야."

적당한 수준인가. 그렇구나, 라고 나는 잠깐 생각한 뒤, 눈 앞의 꼬리를 빤히 바라본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시구레의 꼬리.

일반 사람들에게는 달려있지 않은, 짐승……족제비의 꼬리가 달려있다. 만지는 감촉이 무척 좋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과연, 냄새는 어떨까?

"그래서 왜 그러는데, 선생님?"

"아니, 괜히 신경을 쓰게 만든게 아닌가 싶어서."

역시 그녀라고 해도 꼬리의 냄새를 맡게 해달라고 했을때 흔쾌히 허락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쪽인가하면 질려버리거나, 심하면 경멸당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의 행동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라는 설도 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발버둥을 친 뒤라면, 그정도는 허락해주지 않을까, 몰래 맡아도 화내지는 않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나 밀착했었다는건 나름대로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超)라는 글자가 붙을 정도로 알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궁금하기는 궁금하다. 신뢰를 무너뜨려가면서까지 알고 싶냐고 물으면, 곧장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그런 어중간하고 몸을 내던질 수는 없는 욕망을 품으면서 꼬리를 토닥토닥 만진다. 코를 움직이면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불 속에 가득 찬 시구레의 향기 때문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응~……에잇."

"우웁."

갑작스럽게 그녀의 꼬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멍하니 얼굴을 묻어보고 싶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에 직격한다.

포옥, 하고 얼굴에 닿으면서 그와 동시에 꼬리의 냄새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향기와는 다른, 살짝 동물같은 냄새. 샴푸 향기도 있긴 하지만, 작지만 그러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냄새가 난다고는 생각하지만 신기하게도 싫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때, 선생님."

"으으읍."

"……꼬리 냄새, 맡고 싶었잖아. 변태같네?"

윽, 하고 가슴에 박히는 한마디. 단지, 그녀도 싫어하는건 아니었는지, 오히려 나를 놀리듯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눈치챈다.

얼굴에 문지르듯이 복실복실복실, 하고 꼬리가 흔들린다. 그녀가 후후, 하면서 웃을 때에는 꼬리에 얼굴을 파묻고 킁킁하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중독이 될 것같았다. 몇 번이고 맡고 싶어진다.

"그렇게 좋은거구나? 내 꼬리."

"으으으읍……."

"……왠~지, 질투가 나는걸~. 이라고 할까. 에잇."

"웁."

그녀가 내 쪽으로 허리를 내민 탓인지, 꼬리의 보다 깊은 냄새를 느낀다. 샴푸 향기는 점점 옅어지고 동물 냄새가 더욱 강해진다.

몸이 조금씩 얼굴을 꼬리에 파묻고 점점 그 냄새를 맡으려고 한다. 킁킁 정도로 억누르고 있었을텐데, 스읍하, 스읍하하고 심호흡을 할 정도까지 커져버려서, 이제 냄새맡는 것을 멈출 수 가 없다.

중독성이 있어서 그녀의 꼬리에 푹 빠져있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머리속이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햐아아앗!? 서, 선생님?"

시구레가 당황하고 있는 것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의 나는 꼬리를 양팔로 끌어안은채로, 꼬리 안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을 하고 있다.

그녀도 이정도면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냄새를 맡고 싶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무시해버린다.

"……선생님? 내 말 들려?"

둥실둥실 떠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저, 머리가 천천히 녹아내리는듯한 폐인이 되어가는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멈출수가 없다.

"어~이……괜찮은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단지, 들리고 있지만 그에 대답할 수가 없다. 대답은 커녕,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꼬리는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으움……에?"

"괜찮아, 선생님?"

"어, 아, 우으?"

"……."

꼬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머리속 어딘가에서는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출력해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으응."

"자, 꼬~옥."

그녀가 재촉하는대로, 꼬~옥 하고 그녀에게 안긴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탓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뇌가 녹아서 텅 비어버린 머리속에 따뜻한 우유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멍하니 졸음이 찾아온다.

"착하지~ 착하다 착해~."

"우으."

손이 등을 토닥, 토닥하고 부드럽게 두드린다. 이 시점에서 겨우 어떻게 된건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 저항할 필요가 있을까.

이대로 그녀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잠이 들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후후, 마치 아기 같네."

"아……."

"괜찮으니까~ 어리광 피워도. 착하지~."

머리속이 흐물흐물해진다. 머리속에 채워진 따뜻한 우유로 인해서 초콜릿처럼 녹아내려 사라진다. 둥실, 둥실하며 생각이 흐릿해지고, 점점 뿌옇게 변한다.

"잘자, 선생님."

그렇게 부드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탁하고 손을 올려지면서 의식은 사라졌다.

(4)

"대단히 죄송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엄청날 정도로 상쾌해진 상태로 수면실에서 그녀에게 넙죽 엎드려 있었다.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젠 선생님은 고사하고 어른의 존엄조차도 사라진 여러 행위에 미안해졌기 때문이다.

학생을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잠이 들다니, 있어서는 안된다. 꼬리를 껴안고 습하습하 냄새를 맡고 있던 일도 마찬가지다.

"아하하……안그래도 되는데, 어제 일은."

그녀는 당혹스러워 하면서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특히 아직까지 잘 이해하지 못한 시구레에게 이렇게 약점을 드러내버린 것은 매우 귀찮아지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시구레가 싫어할만한 짓을 해버렸으니까……."

"싫어하지 않았으니까. 얼굴 들어줘."

"아니, 그래도……."

"괜찮으니까, 자?"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화가 나지도, 실망하고 있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저, 약간이지만……씨익, 하고 볼이 일그러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말야, 선생님."

"……뭔데."

역시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거래를 제안할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체 무엇을 요구해올지, 이다.

그녀가 쥐고 있는 약점은 상당히 강력한 것이다. 증거가 없다는 점을 제외한다쳐도 사회적 신용을 잃기에는 충분히 영향일 미칠테지.

그녀가 그렇게까지 커다란 것을 요구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경계는 할만하다.

그런 그녀가 제시한 것은, 살짝 엉뚱한 요구였다.

"달에 한번씩 같이 저녁 반주를 해주면 좋을것 같아."

"……저녁 반주를."

"응. 혼자서 마시는 것도 좀 그래서 말이야."

저녁 반주. 밤 시간대에 술을 마시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것을 같이 해달라는 것. 즉, 같이 술을 마시자는 단순히 그뿐일 내용이었다.

학생이 술을 마시는 것을 못본 척하는 일이기도 할테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봤자, 다. 이미 술을 만들 재료를 주기로 약속해버린 상태이고, 그녀라면 술을 건내주더라도 나쁜 일에 쓰지는 않겠지.

마실 때도 그렇게 심하게 취할 정도로 마시지도 않는다. 미성년자니까 술로 인한 악영향은 있겠지만……그것을 감안하고서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지적할 만한 것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술 좀 마셔?"

"어느쪽도 아니려나."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취했을 때에는 부탁해도 될까나."

"괜찮아."

그녀는 후후 하고 미소짓고는 양팔을 벌리면서, "안아줘."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와 서로 끌어안았다.

"이번엔 얌전하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것도 안좋은가 싶어서."

"흐~응."

딱히 흥미가 없어보이는 느낌이다. 그녀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면서 꼬오오옥하고, 조금이지만 끌어안는 힘이 강해졌다. 이불을 나온 뒤라 살짝 추운데도 신기하게 포근해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시동안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고 있자, 그녀는 갑자기 저녁 반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만약 선생님이 취하면 어떻게 할까."

"……되도록 취하지 않도록 할건데."

"후후. 그래도 어제처럼 돼버릴지도 모르잖아."

놀리듯이 그녀가 어제 일을 떠오르게 만든다. 역시나 라고 해야할까 그녀는 그 때의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같다.

그걸 알기에 그렇게 아이를 달래듯이 재운 것이다.

"그래도 뭐, 선생님이 취하면 그때는 내가 챙겨줄게."

"……."

"만약 어리광부리고 싶어지면 마음껏 어리광부려도 되니까."

"……읏……시───."

"후~~욱."

"크으으윽!?"

역시 너무 지나치다, 라고 혼을 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귀에 후우하고 바람을 불어 내 입을 다물게 만든다. 한심하게 몸이 움찔움찔하고 떨리고 그녀한테 전부 들켜버린다.

"선생님. 한가지 더 질문해도 될까?"

"……뭔데."

"그때의 선생님, 귀여웠어."

"…………~~~~윽…………!!!"

"또 보여줘, 선생님. 후~우."

"~~~~~!?!?!?"

몸이 한층 더 후덜덜 떨린다. 그녀가 후후훗하고 웃는다. 귀까지 새빨개졌네, 라는 말을 듣고 나는 침몰했다.

결국 그녀는 그저 나를 놀리고 싶었던 것뿐인지, 노도카를 위해 조사를 하고 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좋아하니까 하고 있는 것인지, 해방된 이후에도 알 수 없었다. 평소처럼 그녀의 꼬리는 흔들리고 있고, 기쁜듯이 웃으면서 나를 본다.

그녀는 대체 뭘까. 나는 그녀에 대해 여전히 짐작도 하지 못한채로 이번달 두번째의 저녁 반주 권유를 받아들였다.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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