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EP /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 (1)
“코하루, 아즈사 씨. 아주 잘 해 줬어요.”
“가, 감사합니다.”
코하루가 쭈볏거리면서 대답했다.
“별것도 아니었어.”
아즈사가 흥. 콧김을 뿜으면서 대답했다.
“트리니티로 통하던 대교를 넘은 전차가 급선회해서 블랙 마켓 쪽으로 달려갈 때는 모두 사단이 난 줄 알았습니다. 마시로와 하나코 씨가 전차의 기능 정지를 확인했을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여러분은 모르실 거에요.”
하스미가 뭔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잠깐 피했다.
“그 시간에 이미 잠들어 버렸던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구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해요.”
“하, 하스미 선배님은 나쁘지 않아요!”
“맞아. 그 시간에 안개의 중심부 근처에 있었던 것이 아주 운이 나빴을 뿐이야.”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선배로서 좀 더 모범을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스미가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어쨌건 미카 씨가 깨어났을 때 창고 안이 아닌 여러분의 전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상황 설명을 듣고 빠르게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초에 생각하던 흐름은 아니었지만… 여러분이 가장 중요한 일을 해 주셨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하스미가 미소지었다.
“그래서 티파티에서는 여러분의 감투 정신과 용기를 높이 사서 표창과 칭호를 내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됐네요. 여러분.”
“표, 표창? 저한테요?”
코하루가 양 손으로 뺨을 감싸쥐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자놀이 부근에서 날개가 작게 파닥거렸다.
“...단지…”
이 부분에서 하스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소한,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는데요.”
“그게 뭐지?”
아즈사가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무언가 다른 ‘일’이라도 남았나? 공식적으로 종결된 이 사건 이면에 아직 누군가 처리해야 할 더러운 잔업이 남아서, 그걸 우리가 비밀리에 책임지고 끝장내 줬으면 하는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아즈사 씨. 왜 그런 것들부터 떠올리는 건가요.”
하스미가 그렇게 말하며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여러분의 성적 문제입니다.”
그 종이엔 오늘 오전에 치뤘던 코하루와 아즈사의 성적이 적혀 있었다.
“왜 또 보기 좋게 낙제하신 건가요!”
거기서 뭔가 울컥한 하스미의 목소리가 커졌다.
“타의 모범이 되어서 내리는 표창인데, 받는 사람이 모조리 낙제생이면 그건 농담조차 되지 못하잖아요!”
“하으우우! 죄송해요!”
“...크윽.”
아즈사가 쓰라린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나빴어. 쏙독새의 학명 같은 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그건 시험 문제조차 아니었어요!”
“...그랬었나.”
아즈사가 시선을 피했다.
“애시당초 당신은 왜 또 떨어진 건가요, 하나코 씨! 이 둘을 잘 지도해야 하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어마나~ 갑자기 제 이야기인가요.”
다른 사람 이야기마냥 코하루와 아즈사 뒤에서 우아하게 찻잔을 기울이고 있던 하나코가 말했다.
“으음, 도무지 집중이 되지를 않더라고요.”
“진정이요?”
하스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몸에 익어 버린 우아한 고개와 손끝의 움직임. 향기를 음미하는 표정까지, 아가씨 그 자체였다.
“집중이라고 할까, 진정이라고 할까… 너무나 충격적인 것을 봐 버렸다고나 할까…”
“...네?”
“그런 말까지 들어 버리면, 그것밖에 하루 종일 생각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너무나도 전위적이고, 대범하고, 솔직하고, 또 파격적인 그런 이야기를 들어 버렸거든요…”
“...?”
“오기가 빚은 흥분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유대와 예속이 만나서 이룩하는 금지된 로맨스라고나 할까, 선생님의 숨겨진 취향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네…에.”
“저로서도 상상만 했던 그런 짓을 정말로 저질러 버리는 그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고 나니까, 제 세계가 아직 너무나도 좁았다는 것을 통감하게 된지라… 정말이지, 사쿠라코 씨를 통해 저도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트리니티 밖은 모를 일 투성이네요. 저로서도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한가득이에요…”
거기까지 들은 하스미는 그냥 이해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자기가 알 필요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하나코 씨는 어차피 티파티의 특전 일체를 사양하셨으니, 표창을 받고 싶다면 여러분이 낙제생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사항입니다. 그 전까진 공치사는 보류에요.”
하스미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건 히후미 씨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히후미 씨는 또 시험에 불참을 했었더군요. 이번엔 어딜 갔었던 거죠?”
“아, 그거 말인데요.”
코하루가 손을 소심하게 들고 그만큼이나 작게 말했다.
“게헨나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고…”
하스미가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뭐라고요??”
이로하는 오전부터 아주 바쁜 참이었다.
게헨나 전체가 업무 마비 상태가 되었던 동안 쌓여 있었던 서류들이 그녀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돼요…”
분명 전에는 업무 마비라고 바빴던 것 같은데.
업무 마비가 끝나니까 업무 마비를 만회한다고 이전보다 더 바빠지다니 그건 말 같지도 않은 장난질이었다.
애시당초 이 일을 처리해야 할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는 게 아주 질이 나쁜 부분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만마전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맞긴 하지만,
나도 만마전 소속이 맞긴 하지만.
아무튼 이 사단을 벌인 당사자들도 좀 나눠서 가져가는 것이 순리에 맞지 않은가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항상 그래 왔었고.
"사실 업무 대부분은 선도부가 다 가져간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전화가 울렸다.
“계란 후라이요? 아니, 또 당신인가요. 급양부장이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수화기 너머에서 뭔가 시끄러운 비명 소리와 긴박한 총성이 들렸다.
“네? 급양부장이 휴가를 냈다고요? 샬레에 밥을 하러 가요? 그걸… 그런가요. 제가 그런 걸 결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거랑 계란 후라이가 전차 중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게 무슨 상관인데요?”
말을 하던 이로하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애시당초 계란 후라이가 전차 중대를 공격한다는 게 무슨 소리에요?”
이로하가 질문을 마치자마자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전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뭔가요 대체. 싱거운 사람들이라니까. 정말이지.”
이로하가 잠시 기지개를 쭉 폈다.
“이게 뭐야...”
이번엔 나도 노력했는데. 나도 칭찬 정도는 듣고 싶은데.
그녀뿐만이 아니라 나도 하루 정도는…
똑똑똑.
“누구시죠?”
이로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 일을 도와주러 오신 누군가가 아니라면 들어오지 마세요.”
누군가 또 일거리를 가지고 찾아온 거겠지.
“저, 저기, 전차장님이 계신 곳이라고 해서 왔는데요, 맞나요?”
“...?”
그러나 밖에서 들린 목소리는 이로하의 기대와 좀 다른 것이었다.
“네?”
“여기가 게헨나 최고의 전차장님이 계신 곳이라고 들어서 왔는데요…”
묘하게 띄워 주는 것 같은 호칭에 이로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일단은… 맞는…것 같습니다만.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그게, 그, 아우우, 저, 그 전차장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요.”
문 밖에서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로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 블랙 마켓에서 승무원 단 한 명인 상태로 크루세이더 전차와 술래잡기를 했던 바로 그 전차의 전차장님 맞으신가요? 아니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선도부장님을 맞춘 바로 그 전차장님이 계신 곳이 맞나요? 그, 그 말을 듣고 찾아왔는데요… 여기 계시다고…”
“대체 누구시죠? 그 말을 어디서 들은 거예요?”
“아, 그게 그, 그, 저, 하우우, 트리니티에서 찾아왔거든요.”
“네? 트리니티요?”
그건 아주 뜻밖의 이름이었다.
“죄! 죄송해요! 여기 분들이 트리니티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는 건 아는데… 그분을 꼭 만나고 싶어서요!”
이로하는 해명을 들을수록 더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었다.
"저, 전차가 너무너무너무 좋아서요. 그런 굉장한 전차장님에 대해 들으니까… 아니, 그것보다 직접 봤다고 할까. 제대로 만나고 싶어서요. 그래서… 그래서 찾아온 건데…”
확신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민폐일까요?”
피로에 찌든 모습은 어디로 가고 호기심 때문에 이로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뭔가 얼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어머. 린 쨩. 역시 있었군요.”
“...누가 린 쨩입니까.”
“아.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린의 사무실에 전동 휠체어의 모터 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뭔가 너무 잘 달라붙는 명칭이라서요.”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죠? 리오 회장이 다시 잠적한 지금 밀레니엄에서도 처리할 일이 많을 텐데요.”
“아, 그건 귀여운 후배들한테 떠넘기고 왔답니다. 오늘은 세미나가 바쁜 모양이니, 보고서 정도는 제가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후배…? 아, 유우카 씨와 노아 씨 말이군요. 그러고 보니 두 분 다 무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히마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린의 책상 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렇죠. 선생님이 고생해 주셔서 유우카 쨩 기억도 다시 돌아온 것 같구요."
"다행이네요."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해결되자 린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건 그냥 여쭤 보는 겁니다만. 어떻게 한 겁니까? 치료가 완전하진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그게요. 정말로 간단한 방법이었답니다."
히마리가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선생님이 '출장 가 있었던'사이에 장난감을 정말 한가득 사 왔다고 말하니까, 유우카 쨩이 반사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더라구요. 스스로도 왜 화를 냈는지 몰라서 넋이 나가 있으려니까, 선생님이 '이제 괜찮지?'라고 하면서 웃으셨는데... 후후. 그건 참 재밌는 광경이었답니다."
"...하아."
"물론 사무실에 한가득 채워 놨던 프라모델들은 다 가짜였고... 뭐 그런 거죠. 노아 쨩도 생각보다 어리숙하다니까요. 선생님 기억 같은 걸 정말로 지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정말 그런 걸로 해결됐다고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진 건 린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렇고, 히마리 씨는 다시 특무부 부장 자리로 돌아가신 건가요?”
“그렇죠. 세미나의 실권을 잠깐 잡고 있던 건 꽤 색다른 경험이긴 했지만… 역시 저하고는 좀 안 어울리는 일이더라구요.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앉아 있는 건 그렇게 재밌는 일도 아니었고 말이죠.”
히마리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도 다 잘 해결됐네요. 무엇보다 후배들이 믿음직해서 다행이에요.”
“...두 분은 서로 괜찮으신가요?”
린이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하지만 히마리는 미소지으면서 손끝을 털었다.
"둘이 고작 그런 일로 틀어질 사이도 아닌걸요."
"그걸 고작이라고 불러도 되는 일입니까?"
"후후. 걱정이 너무 많아도 탈이에요. 일단 보고서 제목이라도 대충 봐 주시겠어요?"
"그러죠."
히마리가 건넨 보고서 가장 윗장에는 '샬레 거주구 보안 강화 프로젝트'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 적힌 관련 인원에는 '프로젝트 최종 관리자 : 아케보시 히마리, 시설관리 정 : 하야세 유우카, 시설관리 부 : 우시오 노아'라고 적혀 있었다.
"보세요. 걱정할 필요 없죠?"
"...그렇네요."
그걸 본 린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이건 히마리 씨가 직접 제안한 프로젝트니, 세부 사항에 큰 문제가 없다면 바로 예산 심사가 통과될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이상한 점을 떠올렸다.
“보안 이야기를 하려니까... 조금 이상했지요. 아코 씨와 히나 씨는 샬레에 어떻게 들어갔던 걸까요?”
"아 그거요."
“히마리 씨처럼 해킹이 특기인 분들도 아니었잖아요? 입구를 부수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왜 아코 씨가 들어갈 때는 샬레 경보가 울리지 않은 걸까요?”
“...뭐어… 샬레 보안 시설은 공공재 같은 것이라서요.”
“예?”
이상한 말을 들은 린이 안경을 고쳐 썼다.
"그, 그게 말이죠, 코유키 쨩이 샬레 보안 취약점을 딥웹에 뿌린 적이 있어서, 그게 아카이브에 남아 있어요. 아마 그게 원인이 아닐까 하고..."
"...하아. 히마리 씨."
무언가 더 캐물으려던 그녀는 히마리가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자 작게 한숨쉬었다.
문득 촌스럽게 느껴지는 알람 소리가 히마리 주머니에서 울렸고, 그녀가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역시 오래는 못 있겠네요. 슬슬 에이미가 데리러 올 때가 된 것 같거든요.”
“그렇군요. 전달해 주신 서류는 잘 검토해 보겠습니다.”
린이 보안 관련 서류 아래에 위치한 또다른 파일을 대충 훑어 봤다.
‘레일건(슈퍼노바)가 발생시킨 블랙 마켓의 사유재산 피해가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되는 근거’
그 아래에는 네코즈카 히비키와 하나오카 유즈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종이에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내용들이 전반적으로 빽빽하게 적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학을 위해서'와 '제발 선처를'이라는 두 가지 요지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을 뿐이었다.
“...”
벌써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그걸 치워 버렸다.
“그쪽도 지금부터 일을 한가득 떠안은 아오이 씨와 협의해야 할 일이 많지 않나요?”
물론 그랬다.
이 건도 아오이가 알아서 하게 두자.
“벌써 그런 시간이네요.”
린이 시계를 바라봤다. 오후 회의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정말로 총학생회 일을 도와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등을 돌린 히마리가 집무실을 나가기 전에 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주 때 일도 그렇고, 당신 같이 유능한 사람이 여기 있어 준다면 정말로 큰 도움이 될 텐데요.”
“미안해요. 말했듯이 저랑은 안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습니까.”
“...하지만 우리 쓸쓸하신 대행 쨩을 위해 가끔 놀러 오는 것 정도는 할까... 하고.”
“누가 대행 쨔…”
린은 그냥 작게 한숨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그 말을 처음 할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래요. 가끔 찾아와 주면 고맙겠네요.”
노아의 병실 문 밖에는 '병문안 사절'이라는 문걸이가 매달려 있었다.
"...진심이냐고 이거."
닫힌 병실 문 앞에서 그것을 잠깐 멀뚱히 바라보던 네루는 내용을 무시하고 성대하게 미닫이문을 밀어젖혔다.
거의 와장창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픈 게 다리가 아니라 머리 쪽이었구만, 아앙?"
노아는 놀란 기색도 없었다.
"...병문안은 다 거절했을 텐데요."
"거절을 거절한다 짜샤. 난 지금 병원 관계자 자격으로 온 거니까. 전해 줄 게 있다고."
네루가 손에 든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그녀가 터덜터덜 다가오는 동안 노아는 침대에서 노트북을 곁눈질하며 무언가 바쁘게 타이핑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쉬고 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진 네루가 헛웃음을 흘리며 노아의 가슴팍에 놓인 노트북을 가리켰다.
"그게 쉬는 거냐?"
"적어도 누워 있는걸요."
"넌 환자야. 적어도 퇴원할 때까지는 노트북은 좀 치워 놓으라고."
"전 괜찮아요. 이제 아프지도 않은걸요."
노아가 웃으면서 처음으로 네루를 바라봤다.
"한창 바쁠 시기잖아요?"
노아 눈가에 번진 피로감을 살펴본 네루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나지막히 한숨을 쉬고 말았다.
사고친 만큼 열심히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에리두 타워가 폭발할 때 노아가 입었던 다리의 부상은 다행히도 이렇다 할 후유증은 남기지 않았다.
노아는 금방이라도 퇴원을 하겠다고 우겼지만, 당연하게도 그녀의 주변인은 절대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뭐. 이런 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기 마련이지.'
그런 그녀였으니 네루가 뭐라고 하던 간에 듣지도 않을 것이 확실했다.
"간호사 분이 환부를 절단해야 한다고 우기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빨리 퇴원했을 텐데요."
"아. 그 미치광... 아니. 조금 이상한 간호사 말이지."
네루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보라색 머리에 트윈테일을 한 간호사를 말하는 거로군.
트리니티에서 의료 지원을 나왔다던데. 뭔가 엄청나게 의욕에 가득차 있는 건 사실이지만. 좀 그게 과하다고 해야 하나.
전기톱을 들고 '치료를 개시합니다!'라고 말하는,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먹을 걸 좀 가져왔다."
"...정말로 저는 괜찮은데요."
"야. 선배가 이런 걸 가져오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는 침상 식탁을 멋대로 펼치고, 가져온 봉투 속의 음식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노아의 노트북은 얼떨결에 접혀 버렸다.
"말대꾸하지 말고 먹어. 간호사가 너 병원식에 손도 안 댄다고 아주 걱정하더라고."
네루는 하긴 병원식이 맛이 없긴 해. 라면서 잠깐 궁시렁댔다.
"그래서 허락을 받고 만들었지!"
사양할 생각이었던 노아는 생각보다 좋은 향기에 홀린 듯이 음식들을 살펴봤다.
잘게 찢긴 닭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죽, 버섯 갓에 두부를 채운 구이, 새순과 양상추에 과일을 조금 넣은 샐러드. 묽은 스프.
세심하게 보온 도시락통에 담긴 음식들에선 하나같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염도나 당은 다 고려해서 만든 거니까, 맛있게 먹으라고!"
노아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부끄러워진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그걸 놓칠 리 없는 네루가 뿌듯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치? 맛있어 보이지 인마?"
"...어째서."
목이 메인 노아가 나직하게 말했다.
"어째서 저한테 이렇게 잘 해 주세요?"
"아앙?"
"...그런 짓을 했는데. 모두들 얼굴 보기도 미안한데..."
북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부여잡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노아가 혼자 추진했던 계획을 알 리가 만무했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의 자책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병문안 사절'같은 네루가 보기에 시덥잖은 문걸이를 매단 것도 그래서였다.
"그야 당연하지 짜샤!"
네루가 가슴을 치면서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모질이 후배들 챙기는 게 선배가 할 일이잖냐!"
네루가 멍하니 있는 노아의 등을 가볍게 툭 쳤다.
설교나 충고 같은 건 단 한 마디도 없이, 네루가 병실 입구 쪽의 달력을 바라보면서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너 퇴원이 다음주랬지?"
"...네."
"흐음."
네루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
"뭐! 아무튼 전해줄 건 전해줬으니까! 난 간다! 몸조리 잘 하라고!"
설교나 충고 같은 같은 것도 없이, 네루는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이 바로 등을 돌려 병문 쪽으로 다시 멀어져 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노아는 목소리를 짜내어 간신히 한 마디 했다.
"...고마워요."
"그래 짜샤."
쾅. 손을 대충 흔들어 보이고, 병실 문이 열릴 때만큼이나 거칠게 다시 닫혔다.
음식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 노아는 도시락통들 사이에 아직 열리지 않은 작은 선물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이건?"
예쁜 나비 리본을 풀어헤치고 상자를 열자, 거기엔 고운 빛깔의 쿠키들과 앙증맞은 초콜릿들이 가지런하게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미안해 노아.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어.
직접 찾아가고 싶었는데, 네가 병문안을 안 받고 있다고 해서...
그래도 병원식은 맛이 없을 것 같아서, 과자를 조금 만들어 봤거든? 네루 선배가 대신 전해 주겠대!
음... 그리고 사과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다음 주 선생님 당번을 나 대신 너로 바꿔 놨거든!
아마 퇴원 다음날일 거야! 둘이서 즐거운 시간 보내!
p.s. 그리고 제발 모모톡 좀 확인해! 답답하게 편지까지 쓰게 하고 뭐야 진짜!'
"...사과라니."
편지를 읽던 노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제가 해야 하는 거라고요. 유우카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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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개추후감상
메데타시 메데타시

네황 진짜 건강하네
뭐야 선생 어케 돌아온거임?
전전편에서 애들이 메시지 남겼잖아
아 그래서 돌아왔구나
대 네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