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최종편 스포일러

싯딤의 상자에서 아로나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 힘이 부족해서......!』
『저와 선배의 힘을 합쳐도 모든 걸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지만 위의 조금 아래 부근에 묘한 부유감이 있고 발밑이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대지를 딛고 자신의 목숨이 확실히 있다는 걸 실감했다.
"사과히지마. 두 사람 덕분에 나는 이렇게 살아있어. 정말 고마워."
『하지만, 선생님.』
그녀들은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옷이.......!!』
죽음을 각오했던 초고고도에서의 낙하였지만, 그녀들의 기적의 힘으로 선생님은 간신히 살아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입고 있던 옷이 전부 타버리고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갔다.
목숨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옷을 잃는 것 따위는 오히려 거스름 돈이 올 정도로 싼 손실이다.
그러나 막상 생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당장 내놓은 싼 대가마저 후회하기 마련이다.
여하튼 선생님은 이제 지상에서 기다려주는 학생들에게 달려가 감동의 상봉을 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건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네."
『민폐 방지 조례 위반, 거기에 경범죄법 제1조 제20호*에 저촉, 형법 제174조*의 죄로 추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그건 곤란해요! 이렇게 열심히 한 선생님이 체포되는 건... 린씨에게 도움을 청하면 어떻게든 안 될까요?』
"린쨩은... 오히려 정색하고 나를 투옥할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선생님의 중얼거림에 그녀들도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더라도."
선생님은 겨우 안정된 발밑을 밟고 똑바로 먼 곳에 보이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겠어. 계속 학생들을 걱정시키는건 선생님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선생님.......』
『알몸으로 학생들에게 달려가는 것도 선생님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만.』
정론에 저도 모르게 꺾일 것 같지만 선생님은 그래도 걷기 시작한다.
"...그건 뭐, 있잖아, 뭔가 이렇게 감동적인 분위기로 얼버무리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되, 될까요.』
『아뇨, 이제 그 가능성에 걸 수밖에 없어요. 가능한 한 학생들이 벌거벗은 것을 의식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그렇네. 차라리 내가 벌거벗은 걸 지적하는 게 지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선수를 치는거야. 어른의 교섭술을 보여줄 때야."
『.......으음.』
『가죠, 선생님! 위화감 없는 산뜻한 미소로!』
선생님은 서서히 보폭을 키워 전혀 부끄러운 기색 없이 양팔을 흔들며 학생들 쪽으로 달려갔다.
하야세 유우카는 당황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쏟아지던 눈물은 쏙 들어가고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고작이었다.
"선생님, 용케 무사하셨군요."
"대체 어떻게 산 거야? 뭐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지만..."
"뭐, 저는 처음부터 괜찮을 거라고 믿었지만요?"
"정말이지, 아무리 시로코 선배를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렇게 자신을 희생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제 절대 살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선생님이 지금 살아서 눈앞에 있다.
알몸으로.
그러나 선생님을 둘러싼 학생들은 일절 그 사실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의 세계에 빠져버린 듯한 정체 모를 불안감이 유우카를 덮친다.
"아니 뭐~ 하지만 역시 대기권에서 앞머리가 타버려서. 이마가 좀 추울지도."
앞머리가 아니라 옷이 전부 불타버렸다고, 유우카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때,
"크흡.......!!"
참다못해 뿜은 아마우 아코에게 주위에서 싸늘한 시선이 쏠렸다.
"어머, 무슨 일이신가요, 아코씨?"
"선생님이 살아있어서 너무 기쁜 나머지 울어버린 거겠지. 선도부원 중에서도 유독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니까."
"죄송합니다... 이 자리에 찬물을 끼얹어버려서. 저는 물러갈테니 여러분은 신경쓰지 마세요."
그렇게 말한 아코는 입을 손으로 누르고 등을 굽힌 채 떠났다.
거기서 유우카는 이해했다.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 정도의 싸움이 있었고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탈출 수단을 포기한 선생님에게 모두가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어떤 수단을 썼는지 멋지게 생환하여 학생들을 안도시켜 주었다.
그 감동의 장면에서 옷이 어쩌고라며 눈치없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어느새 빚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있는 멤버들은 각 학원 내에서도 정상급 두뇌파들.
곧 전원이 『선생님은 자신의 생환에 모든 자원을 할애해 의복까지 지킬 여유가 없었다. 이것은 장난쳐도 좋을 일이 아니다.』라고 이해했으리라.
그리고 전원 『자신이야말로 옷의 유무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의 귀환을 제일 진심으로 기뻐하는 학생』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그것을 짐작하는 게 한 발 늦은 유우카는 조금 이를 갈면서도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아직 자신이 아코처럼 탈락한 것은 아니다. 여기선 참고 반격의 기회를 기다리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지체없이 유라기 모모카가 움직인다.
"머리가 추우면 내 모자를 줄게."
그렇게 말하며 모모카는 제복 모자를 선생님 머리에 얹었다.
알몸에 검정과 흰색의 격식있는 모자는 놀라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고,
"흐하하하하하!?"
모모카는 곧바로 자폭했다.
"모...... 크흡, 모모카쨩! 뭐하는거야!!"
이와비츠 아유무도 덩달아 웃었고, 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떠났다.
"......."
"......."
역시 모모카가 날린 공격이 너무 강력했고 그 자리에 남은 학생들도 한동안 웃음을 참느라 벅찼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단 한사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가 있었다.
"하지만 저희끼리만 무사함을 기뻐하고 있을수는 없죠. 각 지역을 방위해 주신 분들께도 선생님의 무사함을 전하고 싶고... 최후에 출현한 허망의 생텀을 저지해주신 C&C 분들의 안부도 신경쓰여요."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표정이나 감정이 복잡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둘 이상의 강한 감정을 동시에 품지는 못한다.
우라와 하나코는 이 순간, 강한 성욕으로 인해 다른 일체의 감정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하나코는 진지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다가가 선생님의 젖꼭지를 문지르며 말을 건다.
"그렇네. 히마리, 토키의 용태는 알 수 있을까?"
선생님은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슬픈 얼굴로 아케보시 히마리에게 질문한다.
"큭..... 저기, 하나코씨. 그... 만지작거리면서 얘기하는 것 좀 그만 해주시겠어요?"
히마리는 고개를 떨구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항의한다.
"네?"
하나코는 귀를 기울임에 이어서 선생님의 젖꼭지를 꼬집는다.
"아파!?"
역시 무시하지 못하고 아픔을 호소하는 선생님에게 히마리와 유우카는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아프다잖아요!? 애초에 뭐하는 건가요, 두 분은! 반칙이잖아요, 그건. 안 그런가요!?"
"무, 무슨 소리야, 유우카? 반칙?"
"유우카양, 저희의 패배에요. 지금은 물러갑시다. 더 이상은 연약한 제 복근이 버틸 수 없어요."
히마리의 말에 유우카는 분개하면서도 히마리의 휠체어를 밀고 돌아갔다.
남겨진 오니카타 카요코와 오쿠소라 아야네, 나나가미 린은 차라리 지는 편이 자신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서서히 후회가 더해진다.
그런 답답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듯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인가...... 다행이다, 옷 입고 있지 않아서."
그 나직이 중얼거린 한마디에 카요코와 아야네는 탈락했다.
"결국 말했잖아!!"
카요코는 웃으면서 짝하고 선생님의 등을 치고, 아야네는 눈물을 글썽이고 이젠 싫다며 도망친다.
"저, 전혀 다행인게 아닙니다...! 옷을, 입으세요."
린도 참다 못해 자신의 외투를 선생님께 내던지고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좋아, 어떻게든 얼버무렸군!"
떠나는 학생들의 등을 확인하고 선생님은 주먹을 불끈 쥐며 치켜든다.
『얼버무린 걸까요?』
『잃은 것도 큰 거 같아요.』
선생님은 린에게서 받은 외투를 걸쳤는데도 앞이 다 보인다.
그런 수상하기 짝이 없는 차림의 선생님에게 하나코는 자신의 제복을 벗고 다가간다.
"이제 겨우 단둘이 되었네요?"
"어?"
린이나 아야네같은 벌거벗은 몸에 저항할 것 같은 학생들이 없어지자 완전히 방심했던 선생님은 하나코에게 싱겁게 밀려넘어진다.
"목숨이 걸린 위기상황에서의 생환. 게다가 XXXX인 선생님. 역시 저도 XXX를 억누를 수 없어요......!"
"에, 하나코? 이거, 늘 하던 농담이지? 잠깐, 야한 건 안 돼! 사형이야!?"
"후후, 여기에 코하루쨩은 없다구요? 아아, 함께 죄를 짓는 것도 XXXX네요."
"아, 안 돼. 이거 스위치 들어갔어!! 아야네, 린쨩! 유우카! 누구라도 좋으니까 돌아와줘!? 체포해도 되니까! 얼버무리지 않고 자수할테니까! 응?!"
"자, 선생님. 같이 XXXX하죠!"
"아앗!?"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에 비명과 교성이 메아리쳤다.
모든 기적의 시발점 fin.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23073
*경범죄법 제1조 다음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이를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0호 공중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 공중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엉덩이, 허벅지나 기타 신체의 일부를 함부로 노출한 자
*형법 제174조 공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삼십만엔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에 처한다
제목은 가키노츠카이의 그거
댓글 29


ㅋㅋㅋ 하나코 처녀빗치 졸업했네

하나코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