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24자
#유우카 #호시노
원문 はる
#주의2 이 작품은 사람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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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룰을 지키고 있으면 바꾸고 싶은 미래를 쟁취할 수 없다고?』
"감정이 눈동자에 반영"되는 특수한 질병으로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 않은 호시노의 이야기
- 작가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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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다시 말해줄 수 있을까?"
"네, 타카나시 호시노 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걸까. 눈앞에서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사활이 걸린 국면을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야, 별 거 아니었잖아."
"응,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면 일단은 안심."
그러나 나와는 반대로 너무나도 가볍게 받아들이는 후배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멀리 떠났던 의식이 돌아왔다. 내가 지금 화가 났기 때문이다.
"... 호시노 선배?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그것보다 미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눈동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을까?"
"네, 알겠습니다. 잘 들어주세요. 지금 타카나시 호시노 씨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눈동자의 색이 달라집니다. 화나거나 초조하거나 한 분노의 감정은 빨강, 괴롭거나 외롭거나 한 슬픔의 감정은 파랑, 즐겁거나 기쁘거나 한 밝은 감정은 노랑으로 눈동자가 바뀝니다."
꿈이 아니구나, 다시 얘기를 듣고 눈을 내리깐다. 눈앞의 분홍색 머리를 한 아이는 리포트 자료를 보면서 말을 하고 있어서 다행히 내 새빨간 눈동자를 보지 않고 넘어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의 소개로 트리니티에서 온 의료에 대해 잘 아는 아이와 마주하고 내 뒤에는 아비도스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으니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도망쳐?
애초에 도망친다니 무슨 소리냐고,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
우선 대전제부터 얘기하자.
나는 살인을 좋아한다.
경험과 재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우월감과 죽이는 순간 터져 나오는 피는 아름다워서 좋아한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은 확실히 부드럽고 고귀한 것을 짓밟는 감각이 있고, 다시 말하자면 『심장을 쥐어짜는 감각』이 되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향락을 가져온다. 그래서 살인을 멈추지 못하고 이미 수십 명은 가볍게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모두가 평등하게 갖고 있는 파괴 충동의 드문 연장선을 가졌을 뿐이다.
────다만 그것이 미쳤다는 자각은 있다.
결국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에 나는 분명한 소수자다. 그러니 그 시점에서 내 가슴 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분명하다.
더욱이 말할 것도 없이 살인은 범죄이자 금기다. 일반적으로는 가장 해서는 안될 금기로 분류되는 이 하찮은... 일을 수없이 많이 한 나는 죄악의 덩어리같은 존재이고, 이미 죄책감 가득히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나라는 인격의 핵심이다. 살인이라는 금지된 행위를 즐기면서도 실망이나 전율의 감정을 받는 것을 싫어해 이를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고 두려움을 느끼거나,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어리석은 자책감에 사로잡히는 등 내 마음과 행동은 엄청나게 모순되고 있다.
"... 으헤."
그런 너무나 강렬한 이중성 때문에 나는 시로코처럼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입과 마음이 동시에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얼굴은 웃고 있어도 나 자신은 화나거나 슬픈 경우도 자주 있다.
... 다만 그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비밀리에 살인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명을 가진 나라도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아비도스의 나』일 뿐이다. 결코 살인자가 본체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불평도 불만도 참아야 할 사명이 있고,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그것을 웃고 흘려보낼 수 있는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모두의 일상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조각이 된다. 말하자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모두와 나를 지키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 호시노 선배?"
생각에 잠겨 고개를 숙인 나를 보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뒤에서 노노미가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와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바로 후회했다.
지금 내 눈동자의 색깔은──
"호시노 선배... 슬퍼?"
"... 어?"
"눈동자, 파란색인데?"
시로코에게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피했다.
감정이 눈동자 색에 반영된다는 괴질에 걸렸다는 것, 즉 그것은 나의 양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 운명이 나를 싫어했는지, 아니면 무언가의 변덕인지 이런 동화같은 병을 앓게 된 것이 나였다. 왜 나일까, 이런 불편한 괴질에 걸리고, 생각만 해도 짜증 난다.
"... 화났어?"
"어, 아니..."
쓸데없는 생각에 눈이 붉어지고 다들 불안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금방 눈과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자각한다.
"괜찮아...?"
흔들리는 파란 눈동자가 선생님의 눈동자와 마주쳐서 선생님이 무심코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워서..."라는 편리한 말로 얼버무렸지만 과연 의미가 있었을까. 웃으며 얼버무렸기 때문에 모두의 얼굴은 더더욱 불안으로 가득했다.
"... 확실히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보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혼자만 드러내게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한 일입니다. 그러니 타카나시 호시노 씨는 천천히 본인의 페이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여러분은 타카나시 호시노 씨를 최대한 배려해 주세요."
... 라고 어색한 분위기를 백점 만점의 대답으로 마무리해준 트리니티의 아이에게 감사하다. 그 배려를 무시하지 않고 고맙다고 말하자 트리니티의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신경쓰지 말라고 말한 뒤 "눈동자, 노랗게 변했어요."라고 한 마디 귀띔을 해줘서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다, 다들 미안~ 아저씨에게 마음 정리할 시간 좀 줄래? 선생, 샬레의 수면실 좀 빌려도 되지?"
눈동자 색이 기쁨을 표현하는 노란색으로 변했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일어서고,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내 부탁을 거절할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되지 않아서 말을 함과 동시에 걷기 시작한다.
아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일념으로 모두의 옆을 지나는 중 선생님의 승낙이 나와 안심했다.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나 혼자만 이 눈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걸 그랬다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몹시 지친 내 얼굴에 달린 귀찮은 눈동자의 색은 지금 아마 파란색으로 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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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안녕~"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수면실에서 한숨 잔 덕분인지 기분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결국 될대로 되라는 말밖에 할 수 없고 이 상황을 비관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미래와 명예를 지킬 뿐이다.
"잘 잤니 호시노, 기분은 어때?"
"괜찮아 괜찮아, 걱정시켜서 미안~"
오늘의 나는 그다지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웃는 나를 보고 안도하는 선생님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두 잔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오랫동안 컴퓨터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난잡한 서류를 돕는 것은 너절한 나로서는 무리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휴식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애들은~?"
"호시노를 푹 재우고 싶다고 먼저들 돌아갔어."
"그렇구나. 왠지 잘못한 것 같네..."
점심에 낮잠을 잔 것은 좋았지만 너무 푹 잔 모양인지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두에게 신경을 쓰게 한 것 같고 내일 제대로 사과해야겠다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와중 선생님이 마주앉아 커피를 건넸다.
그렇지 않아. 자, 여기."
"고마워, 선생."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내 손에는 차가운 음료가 하나 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댄 뒤 몇초 동안 음료의 차가움과는 별개로 컵의 차가움이 입술에 전달되며 생각이 멈춘다.
"... 이 컵은?"
"아, 그건 트리니티 학생회, 티파티 애들에게 받은 찻잔이야. 세 개 세트로 받아서 하나는 나, 다른 하나는 그 애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손님용이라는 느낌으로 쓰고 있어."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기능미를 추구한 샬레의 이 공간에서 장식미를 구현한 이 쓸데없는 부분이 많은... 컵을 선생님이 이용하는 것은 수동적인 이유가 아닌 이상은 없을 것이다. 떨어트리면 깨질 듯한 섬세한 소재로 만들어진 컵이 떨어져도 씻으면 다시 쓸 수 있는 심플한 컵보다 낫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흐음, 그렇구나."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앉은 이 소파도 밀레니엄의 세미나에서 받았다고 들었고, 나와 선생님이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선생님이, 그리고 샬레가 여러 색으로 물들었음을 실감했다.
"... 호시노?"
"응? 왜 그래?"
... 라고 말하고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선생님의 눈동자에 반사된 내 눈동자는 더없이 푸르게 빛나고 있어, 또다시 내 마음이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눈이 마주친 뒤 몇 초간 묘하게 무거운 침묵이 흘렀지만 결코 내 눈이 푸른 것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 그렇다 해도 역시 지금의 나는 슬프구나. 선생님을 외면하는 동시에 창밖에 보이는 아무것도 아닌 건물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이 한순간 멈췄다. 앞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날까지 언제까지나 이 귀찮은 눈동자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언젠가 스트레스와 피로로 죽어버릴 것 같다.
"... 미안, 이상하지. 그치만 그냥 마음의 정리가 안 돼서 그런거니까 신경쓰지 말았으면 좋겠어."
"... 힘들면 언제든지 상담해줘도 괜찮아?"
"물론 그럴 생각이야~ 이럴 때 가장 의지되는 건 선생님이니까~"
평소처럼 히죽 웃으며 이 화제는 종료. 그 뒤 한숨 돌리고 모처럼 샬레의 업무를 돕다 보니 시각은 이미 8시가 넘어 역시 선생님으로부터 돌아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정말로 배웅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아저씨 걱정보다는 빨리 선생도 일을 끝내고 쉬라고?"
"나는 일보다 호시노가 더 중요한데..."
우리는 그냥 배웅할까 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마음이 들뜨는 말을 들어 나도 모르게 곤란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키 차이로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려다보며 마주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며 뺨을 긁적였다.
아아, 정말로 곤란한 사람이다. 내심 기쁘면서도 눈앞의 선생님에게 어이가 없었다. 이 모습이라면 지금 내 눈동자는 노란색일 것이다, 거울 따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 아저씨는 가볼게, 또 보자."
"응, 조심해."
때마침 드러난 노란색 눈동자로 선생님에게 작별을 고했다. 걸음을 재촉해 샬레 건물에서 멀어져 뒤를 돌아보면 선생님의 모습은 이미 없었고, 이제 나를 보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함의 증거다.
"......"
방금 전 선생님에게 보여줬던 부드럽고 여유로운 표정에서 일변해 우울하고 지친 얼굴로 밤길을 걷는 나는 주변 환경은 축복받았어도 결코 행복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정상성 편향을 지니지 않고 태어난 죄, 어설프게 뛰어난 인격으로 미쳐도 미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으로 성장해 버린 나의 말로, 태어날 공간과 시대가 잘못되었는지──아니, 태어난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생각하게 된다.
"... 하아."
오늘 몇 번째 한숨일까.
인생이라는 길에서 나는 불행 중 다행으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만남이었다. 내 이중성 속 이면처럼 지루한 사람이 왔구나, 정도의 인상이었지만 막상 선생님과 가까워진 나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나는 『살인』 이상으로 맹목적일 수 있는 것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 그렇다 해도 그것으로 살인을 그만둘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럴 리가 없고, 욕심많은 나는 살인의 길와 선생님에 대한 마음 모두를 이 몸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기를 안듯 부드럽게 감싼 이 둘은 정반대의 존재다. 살인자의 나를 선생님에게 보인다면 금세 관계는 퇴폐하고 이 생각도 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살인이 버릇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어째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방해한다고 인식하고 애증하는 복잡한 상황, 나는 이 두 감정을 사랑하지만 도무지 조화를 이룰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매우 불안정한 심경으로 인해 나는 괴질에 걸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내가 사랑했던 선생님에게 나의 무명이 들통날지도 모른다.
"반드시 숨겨야 해..."
──『나는 일보다 호시노가 더 중요한데...』
녹음해 둘걸 그랬다. 그런 후회를 할 정도로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선생님의 말에 설레는 나를 보며 오늘 다시 한 번 나라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를 숨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마음 속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마음 속 괴물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절대 조건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해피엔딩이 정해진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으로 남고 싶다, 평범하게 연애하고, 일상에서 때때로 부끄러워 하거나 화를 내는 그런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 거기에 사랑 이외의 것은──필요 없다.
◇
"... 응?"
그런 굳은 결심을 새로이 품고 한적한 밤길을 혼자 걸으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에... 미안, 너희들은 누구?"
누구냐고 묻긴 했지만 투박한 총에 허름한 마스크, 조금 낡은 교복과 불량배같은 옷차림을 보자마자 굳이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곳은 이미 아비도스의 자치구, 풍기를 단속하는 존재가 없어 모래먼지만 곳곳에 날리는 이곳은 안타깝게도 무법천지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서 나는 지금 습격당한 것이다.
"... 훗!"
선수필승, 상대는 세 명. 상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는 샷건의 전방 수직 손잡이와 후방 스톡을 각각 손으로 잡으며 자세를 낮추고 정면의 상대에게 육박한다. 상대의 복부에 어깨로 충격을 가한 뒤 곧바로 뒤돌려차기로 한 명을 다운시킨다.
이어 순간적인 상황에 당황하는 왼쪽 불량배를 무시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겁먹지 않은 오른쪽 불량배를 향해 산탄총을 몇 발 발사한다. 얼굴, 가슴, 팔, 배, 다리. 곳곳에 총알을 맞은 상대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쓰러졌고, 그제서야 왼쪽 불량배가 정신을 차렸는지 당황하며 총을 겨누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두 명째를 쓰러트린 나는 곧바로 세 번째 사람에게 정면으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밀치듯 산탄총의 스톡 부분을 상대 턱에 세게 밀어 넣어 의도적으로 뇌진탕을 발생시킨다.
"후우..."
세 명째를 쓰러트리고 한숨을 돌리는 와중이지만 비교적 가벼운 충격만 줬던 첫 번째──정면의 상대가 일어날 무렵이다. 나라는 적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여유로운가.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서려는 상대에게 나는 가차없이 산탄총을 쏘아댔다.
"으헤."
절호조. 산탄총을 맞고 이미 의식을 잃은 상대에게 나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얼굴은 굳어지고 재장전 타이밍에 방아쇠를 당기는──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쾌락의 여운에 젖어 산탄총에 탄환이 장전되면 나는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그 모습을 끔찍할 정도로 기계적이고, 그렇지만 인간적인 의지가 있고, 그럼에도 인간으로서의 윤리는 없었다. 방아쇠를 계속 당기다 문득 총성 사이로 물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을 때 상대의 죽음을 확신하고 황홀한 얼굴을 하늘로 향했다.
"... 아하핫."
나답지 않게... 웃음을 터트려버려서 그 웃는 얼굴을 남은 한 손으로 가렸다. 딱히 여기 감시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웃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작은 손 하나로 내 얼굴이 가려질 리도 없고 그 가면 틈새로 지금도 붉어진 뺨이 똑똑히 보인다.
"... 하아."
향락을 느끼며 그 여운에 잠기기 시작할 무렵에야 비로소 이 흐트러진 얼굴도 원래대로 돌아와 천천히 얼굴을 가리던 손을 떼었다.
"아아..."
죽었다. 지금 여기서 한 명, 두 명, 그리고 세 명의 고귀한 생명이 사라졌다. 지겹도록 맡은 피 냄새와 탄피와 연기 냄새가 섞여 모든 것이 끝났음을 다시 한 번 피부로 느꼈다.
"......"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여운이 사라진 뒤 느껴지는 것은 새하얗지도 새까맣지도 않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다. 최대 0이자 최소 0. 즐겁지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은 허무의 상태에서 나는 그곳의 시체의 뒷덜미를 붙잡고 이 사막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엿차."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멈춘 나는 곧바로 끌고 온 세 구의 시체를 그 곳 공터에 던져버렸다.
──자연이 만든 천연 쓰레기통.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지만 생명이 사라지만 그것은 그저 시체 쓰레기일 뿐이다. 그렇게 끌고 온 핏자국조차 이곳에서는 하루아침에 아무 일도 없었던 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세차게 불어오는 모래가 점점 이 땅의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아비도스라는 개척도 못하고 살 곳도 적은 외딴 변경에 누가 찾아올까, 이런 사막 한복판에 무슨 볼일이 있어 올까, 당연히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시체는 여기서 쓸쓸히 가라앉는다.
이렇게 나는 살인을 반복하고 있다. 몇 명을 죽이든 무한히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는 탓에 살인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러한 바람에 점점 더 도착적인 인격이 되어 지금의 내가 태어난 것이다.
"... 잘 가라."
잘 가라, 어디의 누군지 모를 사람.
하지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저 습격받았기 때문에 죽였을 뿐이다.
~~~~~~~~~~
"선생님, 보고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잠깐 시간 되시나요?"
그 괴질에 걸린 지 아마 몇 주쯤 지났을 것이다. 역시 그렇게나 시간이 흐른다면 이 눈을 다루는 방법도 다소 익숙해지게 된다. 화가 나서 눈이 붉어지면 솔직하게 화가 났다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고, 설령 눈앞의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고 해도 은근한 분위기로 적당히 말하면 그럴듯하게 된다. 요점은 평정심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눈을 다룰 수 있다. 그래도 전보다 말이 조금 많아졌을 뿐 아무 문제도 없다.
"응, 무슨 일이야?"
그런 평온한 일상을 되찾아가는 요즈음. 오늘은 놀라울 정도로 한가해서 나는 혼자 샬레에 놀러 왔다.
"최근 밀레니엄에서 실종된 학생이 있어서 그 학생의 행방을 여러 방면으로 쫓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실종된 학생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요..."
"그게... 무슨 소리야?"
"밀레니엄의 실종자는 한 명이지만 다른 지역 학교에서는 총 수십 명의 실종자가 나온 것 같고, 그것과 이번 실종이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 동일인의 범행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나온 실종자, 그리고 이번 밀레니엄의 실종자 모두 아직 흔적을 찾지 못해서 선생님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
수면장애 때문에 대낮에도 졸려서 푹신한 소파에 누워 물속에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의 수중음을 환청하던 중 음성의 선택적 주의로 뒤쪽 말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서 잠에서 깨어났다.
"꽤 수상하네.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 아직 실종자의 흔적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네, 그 실종자는 평소 행실에 문제가 좀 있어서... 무단결석을 일삼는 상습범이여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어요."
"어렵네, 범인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모르겠어요, 발자국 하나조차 남아있지 않아요."
──가슴의 두근거림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알았어, 이쪽에서도 알아볼게."
"감사합니다. 밀레니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지만 키보토스 전체로 보면 이미 꽤 규모가 큰 사건이니까 조심해 주세요. 저희도 세미나 일 중간에 대책을 마련하고 수색을 실시하고 있지만 진척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밀레니엄 내에서 피해가 더 없으면 밀레니엄 전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알았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학생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용서할 수 없어."
"윽...!"
────그리고 심장이 짓눌리는 감각에 빠졌다.
"하아, 하아."
숨이 가쁘다.
나는 정체 또는 안정을 원했지만 상황은 치열함을 원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방금 내뱉은 그 몹시 진지한 『용서할 수 없어』라는 말이 영원히 되풀이하며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호시노?"
점점 커지는 거친 숨소리에 선생님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내게 다가온다. 하지만 선생님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인지한 것도 잠시 꽤 심한 심신상실이 찾아와 누워 있는데도 떠 있는 느낌이 들고 시야가 흔들려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이 행위가 규탄받을 일이라는 것은. 뒤가 캥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숨겨왔던 것이다. 살인을 저지른 이상 시체를 묻든 불태우든 내 업보로서 따라다닌다. 거기서 얼마나 선행을 쌓던 뒷면은 그대로 뒷면이다. 나는 영원히 죄를 짊어지고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선생님의 『용서할 수 없어』라는 말의 의미. 딱히 선생님은 나를 향해 한 말이 아니지만 인과관계를 따지면 나에게 한 말이나 다름없고 나는 사실상 선생님과 적대하게 된 것이다.
"호시노?!"
호흡이 가쁜 호흡에서 불규칙한 호흡으로 바뀌고, 목을 움켜쥐고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몸을 구부리고 피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의 행동은 아직 들키지 않았다. 증거는 하루만에 대부분 사라지니 시체가 묻힌 곳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나 파헤쳐지는 천문학적인 확률이 아니고서야 행방조차 묘연할 것이다. 하지만 사형 선고는 이미 내려졌다.
내 사랑이 점점 더 분명하게 위험한 것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병원으로 갈게! 유우카도 준비해 줘!"
"아, 네! 바로 준비할게요!"
명백한 이상 사태에 선생님도 밀레니엄의 아이도 허둥지둥 외출 준비로 뛰어다닌다. 이윽고 준비를 마친 선생님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를 공주님 안기로 옮겼지만 단순히 그것을 기뻐할 여유가 지금의 내게 남았을 리도 없고 여전히 나는 생사를 넘나들 뿐이었다.
◇
"으음..."
암흑. 심신상실이 가라앉고 사실상 기절했던 상태에서 깨어난 병실, 달빛에 비춰 간신히 빛을 유지하는 이곳은 한 마디로 최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대로 영원히 잠들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가 영원히 잠든다면 내게 내려진 죄도 무게도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
마음대로 벗어도 되는지 모르는 산소마스크를 벗고 창문을 보니 내 얼굴은 비치지 않았지만 두 개의 푸르고 둥근 빛이 반사되어 눈이 촉촉해졌다.
나는──그렇다, 슬프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슬프다.
"히끅..."
슬픔의 근거는 생각할 수록 불어나고 도망갈 길을 찾듯 몸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아련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에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닦아내지 못하고 결국 손 전체로 눈물을 닦아낸다.
──다르다.
나는 이런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수많은 취향 중 우연히 살인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어 태어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항상성은 과할 정도로 기능하고 있고 다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정도 풍부하다.
나도 피해자다. 자연체라면 금방 도태될 듯한 세계에 태어난 불행, 때때로... 우연이라는 하찮은 단어로 촉발되는 운명이라는 녀석은 나에게만 유독 다른 카드를 나눠주었다. 트럼프의 와일드 카드같은 존재도 아니고, 포커의 스페이드 3이나 우노의 와일드 드로우 4처럼 한정된 상황에서 유일무이한 효과를 발휘하는 특수한 카드도 아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소지한 사람을 몰락시키는 도둑잡기의 조커와도 같은 카드였다.
나는 자진해서 살인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미치고 싶어서 미친 것이 아니다. 나는 정도를 벗어나고 싶어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나는 피해자다. 나도 남들과 비슷하게 태어나고 싶었다.
"으아아아아아앙...!"
어린아이처럼 흐느낀다. 지금까지 밤마다 베개를 적신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성통곡한 적은 없었다. 오랜 세월 품었던 자기혐오가 눈물로 바뀌어 무너진 댐처럼 일방적으로 쏟아져 온다. 본의가 아니라고, 본망이 아니라고, 다르다고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그것을 원했던 내가 분명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생님을 위해──이 사랑을 위해 옳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부정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욕망과 사랑 둘 다 생리현상과 같은 것이기에 양자택일할 수 없고 이건 이거, 저건 저거라는 의미없는 토톨로지를 만들고 자기완결로 끝나 버린다.
궁극적인 선택이기에 선택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게 되도록 태어나 버린 것 또한 피해자의 한 단면이다.
"괜찮아 호시노?!"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기 때문인지 곧이어 병실 문이 힘차게 열리고 선생님이 달려왔다.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나는 그저 울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다. 상황을 모르는 선생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지만 나는 결국 바로 옆의 선생님을 끌어안고 울었다.
──지금이라면 괜찮다. 지쳐 허약해진 정신의 치유를 요구해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울고, 선생님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껴안고, 그런 평소의 나답지 않은 욕심을 부리자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쓰다듬었다.
────역시 무리다.
도착적 인격을 품고 살인을 애증하는 나지만 선생님의 친절함과 선생님의 사랑에 접할 때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선생님과 가까운 이곳이라는 것을 아프도록 느낀다.
──그래서 무리다. 살인을 우선시하고 선생님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멈출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것은 생리현상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결국 빙빙 돌고 있다.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은 제자리다. 한 바퀴 돌고 개운해지는 체념과 함께 나는 다시 정도를 벗어난다.
"... 고마워, 이제 괜찮아."
한참을 울고 마음이 진정된 나는 포옹을 그만두고 선생님에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것도 선생님 덕분이다.
"... 괜찮을 리가 없잖아?"
"... 응?"
하지만 웃는 나와는 달리 정반대로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로 분노가 담긴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호시노가 쓰러진 원인, 심한 스트레스성 장애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 눈의 괴질이 제일 큰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호시노가 우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어.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 않아?"
"......"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린다. 그런 단도직입적이고 핵심을 꿰뚫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이상은 나도 선생님도 둘 다 행복해질 수 없다고?
"그, 그럴리가 없잖아, 선생님. 별 거 아니라고?"
"... 눈동자, 파란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반사적으로 한 쪽 눈을 가리는 행동을 취하지만 이제 와서 숨겨도 소용은 없다. 궤변을 늘어놓다가 논파되면 남는 것은 변명도 통하지 않는 일방적 자백일 뿐이다.
나는 지금 터무니없는 궁지에 몰려 있다.
"... 아무 것도 아니라고? 정말이야."
이 지경까지 와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용기. 선생님은 잠깐 얼굴을 찡그리더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다, 그만큼 나를 걱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말한다면 내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 구원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백할 것이다. 하지만 살인을 자백한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나는 역시 신용할 수 없는 거야?"
"그 말투는... 비겁하다고 생각해?"
... 게다가 설령 이 살인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해도 무언가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탁하지 않은 순백의 사랑. 거기에 살인이라는 장애물은 필요 없고, 애초에 살인을 고백한 뒤 선생님과 맺어질 미래도 보이지 않고, 보일 리가 없고, 내가 선생님과 맺어질 자격이 있을 리도 없다.
"... 그치만 진짜로 아무것도 아니야. 제발 믿어줬으면 좋겠어."
──물론 내가 살인을 고백하지 않아도 선생님과 맺어질 자격은 없다. 그래도 최소한 아무도 나를 살인범으로 의심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직... 정상이다.
궤변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도 교활하게 선생님의 신용을 바랐다.
"미안, 그 말은 믿을 수 없어. 나는 선생님이니까 학생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고민을 간과할 수 없어. 게다가 호시노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분명 호시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그 걱정은 다른 학생들에게 했으면 좋겠다. 나에겐 그저 잔인할 뿐이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에게 말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야.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기다릴 테니 그 언젠가가 된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
정말로 교활하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누구나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미안.
"... 응, 알았어."
──이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일은 평생 없을 테니까.
"그럼 나는 이제 갈 건데 호시노도 같이 갈래? 이제 밤이니까."
"... 아니, 마음을 조금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하니 먼저 돌아가도 괜찮아. 나도 곧 갈게."
"그래, 알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이른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상관 없어."
선생님은 그 말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
"후우... 하아..."
그리고 나는 큰 한숨을 내쉬며 탈진했다.
"으헤에..."
당연한 것이,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나 다름 없다. 밀레니엄의 학생을 죽인 것은 실수였지만 당시에는 모두 사복이었기 때문에 밀레니엄 학생인 줄 몰랐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
"......"
역시 규모가 큰 학교, 특히 선생님과 관련된 학교의 학생은 죽이면 안 되는구나. 딱히 지금까지 피하던 것은 아니지만 아비도스라는 폐혀 근처에 큰 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약소 학교의 학생이나 도덕과 학문이 부족한 어중이떠중이 학생들만 왔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신경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밀레니엄이 경계 태세에 들어가든 선생님이 무언가를 감지하든 나는 멈추지 않는다.
... 아니, 멈추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 돌아갈까."
대략적이긴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장르로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50%의 정의감과 50%의 식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식으로 그 사람의 근간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단어와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를 단어와 수치로 표현한다면 100% 선생님과 살인에 대한 사랑이다. 이해가 되는가?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것은 단일 개체이면서 복수 개체인 것이다. 한번 섞이면 다시는 나눌 수 없는 믹스쥬스같은, 누가 뭐라고 하든,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나』를 둘로 나눌 수 는 없는 것이다.
"선생에겐 뭐라고 하지..."
물론 내 비밀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 얘기다. 내 상식으로는 죽어가는 나를 병원까지 데려간 것은 『고마워』라는 말 한 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다시 선생님을 만나면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다, 선생님이 병실을 나서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나도 병실을 나와 여러 접수를 마치고 병원을 떠났다. 병원에서 이어지는 밤길은 지루할 틈 없는 번화함을 띠고 있어 역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후아암..."
어제 그렇게 많이 자고 오늘도 낮부터 기절해 한참을 잤는데도 하품이 난다. 수면장애의 영향일까, 아니다. 이 도시가 나에게 지루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하나쯤은 마음에 들 문화의 집합소, 여기저기서 말소리와 고함소리와 총성이 들리지만 이것이고 저것이고 다 시끄럽다.
시끄럽고 지루해서 졸음이 몰려온다.
"영차."
조금 붐비는 기차에서 앉을 수 있던 것은 행운이다. 내가 가는 곳은 시골이라서 의자에 앉아 졸다 보면 점점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결국 이 차량에는 나 혼자 남게 되고, 그런 쓸쓸한 차를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가 풀어진다.
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적이 나는 좋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려 한참을 걸으면 그곳은 내 친숙하고 쓸쓸한 아비도스 자치구다. 이 꽃봉오리가 터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고요함은 참으로 안심이 된다.
"... 응?"
──그리고 조금만 걸어도 칼부림이 일어날 듯한 이 치안 상태도 굉장히 안심이 된다. 분명 나는 키가 작으니 얕보이기 쉽겠지. 헬멧을 쓴 2인조가 갑자기 시비를 걸고 총성의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개구제일(開口一番)이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서 개구는 어디까지나 총구를 말하는 것이다.
"읏차."
총에 맞은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등에 멘 산탄총을 손에 들고 질주하자마자 전방의 기관단총을 든 상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산탄은 정확도를 포기했다는 특성 상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대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 더 강하다. 즉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산탄총을 쏘면 상하좌우로 흩어지는 총알은 반드시 상대에게 명중하고, 겁에 질린다. 거기서 더 가까워지면 근접전이 빛을 발한다.
"악!"
스톡 부분을 과감하게 헬멧에 강타해 상대를 뒤로 비틀거리게 만들어 뒤에 있던 두 번째 상대를 끌어들여 쓰러지게 만들면 끝이다. 쓰러진 상대의 배에 스톡을 찌르듯 힘차게 밀어넣어 겹친 두 사람의 의식을 한번에 빼앗는다.
"... 으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산탄총으로 시체를 쏘았다. 즐거운 총알 낭비에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웃고 만다. 이 어둠 속에서 나와 전투를 벌인 이상 이기고 지든 이원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고 이기는 것은, 죽느냐 죽이느냐다.
"... 후우."
피웅덩이가 고인 것을 보고 사망을 확인한 뒤, 별로 흘리지도 않은 땀을 닦으며 숨을 들이마쉰다. 이래서 도덕을 배우지 못한 녀석들은 곤란하네, 라고 어이없어하며 조롱 섞인 말을 했지만 사실 나는 이 무지한 아이들을 환영한다. 누구든 가리지 않고 싸움을 거는 그 용맹함과 패기, 그렇다면 나도 죽일 명분이 생긴다. 그것이 평생 계속되는 아비도스야 말로 천국이다.
"뭐, 하는 거죠...?"
"......?!"
그런 낙원을 더럽히는... 아니, 이 경우에는 헤메어 들어왔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까.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서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머리가 하얘졌다.
왜 내가 떨어트리는 식빵은 항상 버터를 바른 면이 아래를 향하는 걸까. 이것이 카르마의 법칙이라는 걸까.
"... 유우카? 왜 여기에?"
"저, 저는 호시노 씨의 일로 아비도스 분들에게 직접 보고를 하러 갔다가 퇴근하는 길에 총성이 들려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보다 거기 있는 것은..."
쓰러진 사람을 향해 사람이 아니라 것이라고 말한 시점에서 상황을 짐작했을 것이다.
"... 시체야."
"호시노 씨가... 저지른 건가요?"
정곡을 찌르는 추궁에 시체와 정면의 밀레니엄 학생──유우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저기요?"
내가 아무 대답도 없자 긴장감이 피분수처럼 흐르고 그녀도 점점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한다.
언젠가 광기가 들통날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자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내가 시체 앞에서 산탄총을 들고 서 있으니 내가 죽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 시체들이 굴러다니는 참상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내 입으로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결국 살인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름없다.
"아니~ 그게 말이지..."
... 그렇다고 해도 내가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호소해 봐야 뭔가 달라질까? 나도 그녀도 선생님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나도 유우카라는 아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분명 무자비하게 이 사실을 선생님에게 알리거나 나를 부드럽게 타이르며 자백을 유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투른 변명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결국은 의심만 더하는 자백이나 다름없지만.
"────미안해."
아직 나의 광기가 들통날 때가 아니다.
결국 다시 침묵이 찾아온 것도 잠시, 미지근한 한줄기 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스치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그녀에게 명확한 살의를 품고 달려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이 방법 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되었을 때 운명을 바꿀 힘이 없을 정도로 무력하기 때문에 나는 상대를 죽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럴 순 없어요!"
"... 윽!"
전투가 시작되었음에도 그녀가 처음 손에 쥔 것은 총이 아닌 작고 얇은 단말기로, 화면을 터치하자 그녀를 둘러싸는 구형의 실드가 만들어져 접근을 저지당하고 무심코 눈을 크게 뜬다.
──그러고 보면 밀레니엄의 학생들은 이런 마법같은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학교와의 공동전선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큭..."
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장비도 숙련도도 차원이 다르고, 그 실드까지 더해져 좀처럼 공격할 수 없어 짜증이 나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역시 밀레니엄이라는 대형 학교의 톱 조직에 몸담은 학생답다, 단지──
"뭣...!"
실내에 틀어박혀 종이와 기계만 만지작거리는 회계사가 강할 리 없다.
마구 쏘아붙인 실드를 확인하고, 아무리 피해를 줘도 시각적인 변화가 없어 강도를 알기 어렵지만 그 부분은 경험으로 커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 실드를 총알로 깨지 않는 것이다. 중거리에서 깨트린다 하더라도 실드가 재생성될 뿐, 그렇다면 실드가 깨지기 직전까지 총알로 공격하고 마지막 한 방은 근접에서 총을 내리쳐 깨고 논스톱으로 속공하는 것이 최선이다.
설마 그녀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지 방패가 깨지며 파편으로 흩어지는 VFX와 함께 입을 벌린 채 경악하는 얼굴이 잘 보인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달려드는 동시에 산탄총을 버리고 양손을 사용한다. 초근거리에서 총을 사용하는 것은 삼류다, 사람에게는 손발이라는 대인 최강 무기가 있는데 그것을 묶어놓고 총이라는 공격 수단 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미숙하다. 그녀는 내가 총을 버린 것에 대해 더 놀란 것 같았지만 이 경우에는 체술과 근접이 최강이다.
"아직..."
그녀도 무술에 소질이 있는지 양팔을 교차시키며 내 주먹의 위력을 흘리지만 어떻게 해도 기세는 죽일 수 없다. 막을 수 없는 충격을 계속 주며 한발 두발 물러서며 겁에 질린 그녀의 복부를 향해 최후의 무릎차기를 날린다.
"크헉..."
폐에서 공기를 뱉어내며 배를 움켜쥐고 웅크린 그녀를 나는 허무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괴로운 소리를 내고 있어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도와주지는 않는다.
"왜... 이런...?!"
웅크리고 있던 그녀가 살짝 고개를 들고 내게 말한다.
──왜?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해준다.
"세상의 룰을 지키고 있으면 바꾸고 싶은 미래를 쟁취할 수 없다고?"
합법이 반드시 옳은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경우 나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살인』이라는 수단을 쓰고 있을 뿐이다.
"으헤."
나는 떨어트린 산탄총을 주우며 웃었다.
안타깝지만 나는 범신론도 유신론도 믿지 않는다. 이 세상에 신같은 존재는 있어도 신은 없다. 세상을 통치하는 절대적인 존재는 없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윤리를 저버린다.
"잘 가, 저 세상으로."
나는 만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말은 하지 않는다. 패배한 자에겐 신속한 죽음을 줄 뿐, 나는 살인이 좋은 것이지 사디스트는 아니다.
"아하핫."
의식을 잃은 몸에 총알을 쏘는 향락은 물론, 오늘은 유우카라는 비교적 가까운 존재를 죽이는 배덕적인 행위가 더 큰 쾌감을 느끼게 해서 금세 뺨이 붉게 물들었다.
나름의 강자를 이겼다는 우월감, 깨끗한 몸이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을 보며 느끼는 죽음의 길,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의 쾌락.
"음~ 최고야."
이 자리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소보다 몇 발 더 쏜 탓에 손에 묻은 피를 닦기 위해 핥았더니 쇠맛이 났지만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쓸쓸하고 창백한 달빛에 비친 내 눈동자는 마치 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읏챠."
만약을 대비해 그녀가 갖고 있는 휴대폰은 파괴해 둔다. 요즘은 위치정보라는 첨단 기술이 일상화되어 있어서 이 휴대폰의 위치 정보를 제3자가 확인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부숴버리는 것이 옳다.
"바이바이."
사막 한복판에 시체를 내던진다.
잘 가라, 어디의 누군지 모를 사람과──
────내가 잘 아는 사람.
~~~~~~~~~~
"유우카..."
다음 날,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어제 병원에 데려다 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는 명목으로 샬레에 방문하자 선생님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
거기서 내가 그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신경한 행동이다. 근거도 없는 괜찮다는 말이나 초조하게 만드는 추리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선생님도 지금 건드리면 깨질 듯한 섬세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자극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 선생."
──하지만 그래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향한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소파에 앉은 선생님의 뒤로 돌아 다정하게 껴안는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선생, 나는 유우카를 대신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확실히 선생님 곁에 있어. 나는 절대 선생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이제 같이 범인을 찾자고?"
광기는 달콤하게 속삭일 뿐이다.
이제부터 함께 찾지 못할 허상의 범인을 찾으러 가자.
"호시노...!"
참다못한 선생님이 나를 마주보고 껴안는다.
참으로 따뜻하다. 생각해보면 평소의 나는 꽤 내성적이여서 이렇게 껴안는 일도 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
껴안은 뒤 서로 아무 말 없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일의 발단은 나지만,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지만, 내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이지만 선생님을 구원하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그러니 나아가자. 둘이서. 때로는 모두와 함께.
선생님이──정의의 편에 서는 것에 능숙하고, 작은 이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능숙하고, 사람을 죽이는 데 능숙한──
────미쳐버린 나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선생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나의 눈동자는 아름답고 요염한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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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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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인 깨고 나서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