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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다차원 횡단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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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오역 지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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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된 마음은 결코 이전의 차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올리버 웬델 홈스 시니어

1. 향수

D.U. 뒷골목에 있는 막다른 먼지 쌓인 뒷골목. 연방수사부의 고문을 맡고 있는 '선생님'은 단말기에 저장된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나가미 린에게 받은 정보가 확실하다면 목적지는 여기일 터였다. 하지만 기차역으로 통하는 길이 있고,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는――그런 흔한 광경을 연상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는 단순한 막다른 골목. 폐쇄적이고, 불편하고,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공기가 뒷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불량 소녀들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가짜 정보였나."

툭 내뱉은 말은 아스팔트 벽에 빨려 들어갔다. "조심성이 없으시군요"라고 많은 학생들에게 들었던 잔소리가 귓가에 되살아난다.

린짱――그렇게 부르면 언제나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지만――에게서 받은 QR 코드를 스마트폰에 띄워 정면에 비춘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역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만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키보토스에서는 흔한 일. 귀중한 연휴는 집에서 잠이나 실컷 자는 데 쓰면 된다. 선생님은 그 정도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엣――"

멀리 뒤쪽에서 들리던 자동차 엔진 소리가 수도꼭지를 잠근 물처럼 뚝 끊겼다. 눈앞의 공간이 양쪽으로 열리며 선생님 앞에 길이 나타났다. 마치 광학미채로 숨겨져 있었던 것 같기도 했지만, 세계의 균열처럼 보이기도 해서 선생님은 발끝에 긴장을 느꼈다.

어둑어둑한 길이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형광등이 천장에 줄지어 있고, 발밑의 밝기는 미덥지 못하다.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쓰고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사람 그림자는 없다.

엉뚱한 계기로 키보토스에 온 이후, 믿을 수 없는 것을 얼마든지 목격해 왔다. 이런 광경을 목격해도 놀라움에 흐트러진 신경은 금방 평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공간의 경계 너머로 오른발을 내디뎠다.

* * * * *

「선생님은, '다차원 횡단 철도'를 알고 계시나요?」

볼일이 있어 연방 학생회 본부를 방문한 어느 날이었다. 연방 학생회 회장 대행을 맡은 행정관 나나가미 린이 긴 흑발을 손으로 쓸어 올리며 낯선 단어를 꺼냈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안경 너머로 린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처음 듣는데. 그게 뭔데?」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시겠어요?」

평소라면 로비에서 용무를 마치는 바쁜 그녀가 본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대부분 선생님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도 귀찮다는 듯이 대꾸한다. 그런 그녀가 용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꺼내다니,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떠오른 의문에 대한 답을 선생님이 찾기도 전에, 린은 티켓 같은 종이와 A4 크기의 유인물 몇 장을 내밀었다.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일부 관계자만 아는 기밀 사항입니다. 부디 다른 사람에게는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창밖의 빛에 린의 안경이 반짝였다.

다차원. 완전히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동일 시간축에서의 평행 세계는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키보토스에서는 일반적이 되어가고 있다.

평행 세계의 존재는 선생님도 믿고 있었다. 키보토스 전역이 색채의 군세에 멸망하려던 그 와중에 만난 어떤 인물. 그것은 평행하는 수많은 세계 속에서 온, 또 다른 자기 자신이라고 해야 할 존재였기 때문이다.

깨진 헤일로를 머리 위에 띄운, 성장한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프레나파테스라는 이름을 붙인 '선생님', 그리고 싯딤의 상자에 온 또 다른 OS──프라나의 존재는 평행 세계의 실재를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원래 키보토스 외부에서 오신 분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기억하시나요?」

「전철을 탔던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연방 학생회 본부 로비에서 린짱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역사 왜곡은 그만둬 주세요.」

「잘 기억하고 있네.」

놀리는 선생님을 진지한 린이 딱 잘라 막아버렸다.

「그래서, 이…… 다차원 횡단 철도라는 건.」

「읽는 그대로, 다차원 세계를 넘나들며 운행하는 철도입니다. 같은 이름의 다른 장소,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장소──전혀 관련 없는 두 지점을 연결하여 탑승한 사람들을 운반합니다. ……지체 없이, 운행 중단 없이.」

그녀에 따르면, 편의상 철도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전철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때는 비행기, 어떤 때는 버스, 또 어떤 때는 구름 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 어쨌든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 기관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원래 키보토스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은 그렇게 이곳에 오신 것이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저에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연방 학생회장이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린이 한숨을 쉬었다. 처음 선생님이 키보토스에 오기 전부터 중요한 연방 학생회장은 행방불명인 채였다. 린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다차원 횡단 철도가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 창설자는 수백 년 이상 전에 소멸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멸? 사망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고.」

「기록상으로는 행방불명 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또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총책임자였던 자가 사라진 후에도 운행은 계속되었습니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자가 진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현재까지 운행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운행 횟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무진장하게, 이 온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다차원 세계의 허브가 되려는 것처럼요.」

손에 든 자료에 선생님은 시선을 떨어뜨렸다. 기록된 연도는 상당히 드문드문했다. 줄줄이 늘어선 좌표 근처에는 읽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복잡한 수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하야세 유우카가 좋아할 것 같다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린은 입장상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까칠한 태도를 보일 때도 있지만, 결코 다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 처리가 서툰 자신을 위해 이만큼이나 신경 써주고 있는 것이다. 일단 아는 부분이라도 훑어봐야겠다고 선생님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꽤나 엉망진창인 철도인데, 이용하는 사람은 있어?」

「저희가 관측하지 못했을 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운행 스케줄이나 행선지는 완전히 무작위라고 여겨졌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운행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최근에는 '시간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키보토스에서 해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 들어오는 정보일 뿐이지만요.」

렌즈 너머로 린이 티켓을 보라는 듯 눈짓했다.

「적힌 지명에,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

「우리 집 근처 역이야, 여기. 일본이라는 나라의 수도인 도쿄라는 곳에 있는.」

「일본, 도쿄──키보토스에도 있을 법한 지명이네요.」

다시 한번 티켓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선생님에게는 아주 익숙한, 너무나도 익숙한 지명이었다.

「사흘 뒤 그 시각에, 그 좌표에 적힌 장소에서 선생님 댁 근처까지 운행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은 승차역이 다르지만, 키보토스로 돌아오는 왕복 티켓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일부러 사다 준 거야?」

「만약 필요 없으시다면 환불하면 그만입니다. 다음에 같은 지점을 지나는 것은 아무래도 4년 후가 될 것 같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하고 생각해서요.」

「으음…… 린짱, 다정해!」

「…………」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을 보고 린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방을 나가기 전에는 「푹 쉬세요.」라며 선생님을 위로해 주었다.

* * * * *

연휴에 본가에 가서 뭘 할까――선생님은 어두컴컴한 통로를 걸으며 다시 그 질문의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키보토스에 부임한 후 본가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본가를 나와 일을 시작한 건 좋았지만, 이미 회사는 퇴직했고 사원 기숙사도 나왔다. 다음 일자리도 정해지지 않은 채 PC방 난민이 될 뻔했을 때――정신을 차려보니 연방학생회 본부에 있었다.

가족에게 키보토스에 있다는 것을 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어떻게 지내니"라는 어머니의 안부 확인에도 꾸며낸 거짓말로 답할 뿐이었다. 중요한 연락도 소홀히 해온 불효자가 본가 현관을 들어서다니――.

나는 이미 가족에게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누나의 남편이 가독을 이어줄 것이다. 내가 없어도 혈통이 이어지는 것은 확정되어 있다.

포기와 비슷한 심정으로 싯딤의 상자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자……놀랍게도 답장이 왔다. "좀 더 때를 생각해서 연락하렴"이라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따끔거렸다.

심장 박동이 들릴 정도로 역까지 이어지는 통로는 조용하다. 잠들기 전 베개를 통해 들리는 심장 소리보다 어쩐지 박자가 빠른 것 같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콘크리트 통 안에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진다. 벽은 차갑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소리가 반사되어 두세 명이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다. 어쩌면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등골이 오싹해져 그럴 수는 없었다.

안내 표시 하나 없는 으스스함을 떨쳐내듯 오로지 발을 옮기자 이윽고 넓은 공간이 나왔다. 여전히 인적은 없지만 자동 개찰구 게이트가 있고 그 너머에는 전차가 멈춰 서 있다. 행선지를 표와 대조해 보니 자신이 타야 할 전차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자 게시판에 따르면 출발 시각까지는 앞으로 몇 분 남은 듯하다.

전차 장거리 여행에는 동반자가 필수다. 그렇게 생각한 선생님은 매점에 들렀지만 그곳에도 사람은 없었다. 역을 관리하는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면서도 무인 계산대에서 도시락을 살 수 있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체질이라면 분명 "맥주로 우승" 같은 행복한 시간을 맛볼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선생님은 녹차 병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서 스캔하고, 평소 키보토스에서 쇼핑할 때와 마찬가지로 결제는 현금 없이. 막상 타려고 플랫폼으로 이동하자 D.U.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2량 편성 열차가 가만히 서 있다.

운전사도 없다. 차장도 없다. 다만 자동 운행 철도는 밀레니엄 자치구의 모노레일에서는 흔한 일이고, 선생님의 눈에도 그다지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열린 문으로 오른발을 내디뎠다. 텅 빈 차 안, 박스석에 털썩 주저앉아 자리를 차지했다. 출발 전 음성 안내는 없었지만, 이윽고 부저 같은 소리가 울리더니――문이 닫혔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등받이 너머로 돌아보았지만, 덜컹덜컹, 덜컹덜컹. 이미 전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2량짜리 전차는 지하 터널을 느긋하게 달리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단조로운 콘크리트 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10분 정도 지났지만 아직 터널을 빠져나와 바깥 경치를 즐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 어차피 아무도 없다면. 어린 시절의 장난기를 떠올리며 일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자신 외에는 승객이 없는 듯하다. 차량 구석에는 자동판매기가 있어서 음료나 간식이라면 여기서도 조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옆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분명 옆 차량도 같은 구조일 것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자신의 예상대로의 광경을 떠올리며 옆 차량으로 이어지는 무거운 미닫이문을 당겼다. 그러자――

"엣."

"앗, 선생님――"

머리끝에 하늘색이 섞인, 무릎 뒤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머리카락에 오른쪽 옆머리의 시뇽. 천사를 연상시키는 날개에 흰색 컬러링의 제복과 우주의 은하를 형상화한 듯한 커다란 헤일로.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전 티파티, 미소노 미카가 있었다. 긴 좌석 구석에서 불편한 듯 움츠리고 있다.

"미카. 네가 왜 여기에?"

"저기…… D.U.에 볼일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혼자서 휘적휘적 걸어가시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미카는 안심한 듯 얼굴을 풀었지만, 그 표정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천천히 그녀가 일어선다.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말 걸려고 했는데, 전차에 뛰어드는 게 보여서, 그만――꺅!"

미카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무언가에 걸렸다기보다는 서 있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선생님에게는 보였다. "괜찮아?"라며 손을 내밀려 하자, 그곳에는 섬뜩한 광경이 있었다.

"미카. 날개가……!"

"헷!? 뭐야, 뭐야, 뭐야!?"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미카의 날개가 사라졌다. 허리에서 뻗어 나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천사족의 날개가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잘려나간 것도 아니고, 그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없었다"는 듯이 깃털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헤일로도 사라졌어……"

"엣."

손에 든 단말기로 미카를 촬영해서 보여주자, 미카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와앗, 이게 뭐야! 날개도 헤일로도 없어! 엣, 나, 혹시 죽은 거야?"

"죽은 사람은 좀 더 얌전하지 않을까."

커다란 눈을 깜빡인 후 미카는 화면을 응시하고,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등에 손을 돌려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수리 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그리고 다시 단말기를 들여다보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쩌면, 이지만."

선생님의 스마트폰은 전파를 잡지 못하고 화면 구석에는 "권외입니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키보토스 밖으로 나와서, 그런가?"

"키보토스 밖!?"

"어쨌든, 미카. 잠깐 얘기 좀 할까."

"으, 응…… 어라, 뭔가, 잘 못 걷겠어……"

"괜찮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가 무릎을 꿇는 미카에게 선생님은 손을 내밀었다. 의지할 곳 없이 작은 손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것처럼 연약해서, 어느 정도 힘을 주지 않으면 미카를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몸의 일부를 갑자기 잃으면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게 된다――사무라이의 전투를 그린 이야기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 선생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 * * *

"……그래서, 이 열차는 키보토스를 떠나는 것 같아."

"그, 그렇구나……."

자신이 아는 범위 내의 내용을 선생은 설명했지만, 미카는 아직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파벌의 수장으로 뽑힐 만한 인물답게, 린의 이야기를 듣는 선생 자신보다 다차원 횡단 열차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하는 듯했다.

신분을 박탈당해 일반 학생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트리니티 종합학원 학생회의 일원이라는 고귀한 아가씨가 페트병 음료 같은 것을 마실까. 자판기에서 산 달콤한 맛의 카페오레를 조심스럽게 내밀자, 선생의 걱정과는 달리 미카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왜 그래, 선생님?"

"아니, 이런 거, 미카는 안 마실 것 같아서."

"음~, 보통 마시는데? 잡초 뽑기 같은 거 하면 목마르잖아. 그럴 때 마시는 생수는 정말 맛있어. 나기쨩은 자판기만 봐도 좀 싫은 표정을 짓지만."

박스석 맞은편에서 미카가 웃었다. 밝고 수다스러운 그녀의 평소와 같은 미소. 하지만 선생의 눈에는 그것이 꾸며낸 것임이 보였다.

"목적지가――카메아리? 였던가. 선생님 고향이지? 어떤 곳이야?"

동요를 감추려는 듯 미카가 말했다.

"음, 키보토스랑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그것보다……지금 당장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 있어."

터널은 빠져나온 듯했지만,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어 낮이라는 것 정도밖에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선생은 린의 말을 믿고 열차에 올라탔지만,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열차에서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은 그저 무사히 종점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우선 목적지에 도착하면 총을 숨기자."

"총을 가지고 있으면 안 돼?"

"응, 아주 안 돼. 법률 위반으로 체포될 거야."

"엣, 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범죄가 돼?"

미카의 놀라움도 당연했다. 아무리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어도 키보토스에서는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쪽이 더 이상하게 여겨지니까.

"낚시용품점에 가서 로드 케이스를 찾아보자."

"그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까?"

"응. 역 근처에 쇼핑몰이 있으니까 거기라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그 복장으로는 눈에 띄니까 위에 걸칠 것도 구하자. 그리고――"

"후훗, 선생님. 오늘따라 말이 많네."

"엣? 그런가."

초조함은 사람을 말 빠르게 만든다. 모르는 척했지만, 선생은 자신이 평소보다 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변덕으로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키보토스의 학생을 인솔해서 무사히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을 혼자 둘 수도 없다. 함께 있어 줘야 한다.

단순한 개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생은 선생이어야 한다. 그것도 날개와 헤일로를 잃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인 학생과 함께라는, 키보토스에서도 일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키보토스랑 별로 다르지 않다며? 그럼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느껴준다면 좋겠지만."

미카의 말은 그녀 자신을 향한 것 같았다.

2. 이국

《곧, 카메아리. 카메아리에 도착합니다.》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미카의 수다에 어울려 주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전철은 역 바로 앞까지 와 있는 듯했다.

결국 바깥 풍경의 변화는 안개에 계속 가려진 채였다. 하지만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나서 서서히 옅어지는 안개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풍경은,

"정말, 우리 동네다……."

틀림없이, 선생님이 태어나고 자란 땅의 풍경 그 자체였다. 밤하늘을 품은 듯한 미카의 두 눈이 호기심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헤에~, 여기가 선생님의……."

"비슷하지, 키보토스랑."

"트리니티랑은 좀 다르지만. 아…… 하늘에 헤일로가 없어."

창밖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미카. 물감으로 칠한 듯한 하늘을 솜털 구름이 흘러간다. 이윽고 전철은 플랫폼 가장자리를 스치며 역으로 들어갔다.

《카메아리 카메아리》

안내 방송 직후, 차량 문이 열렸다.

"미카,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응, 어떻게든. 뛰어다니거나 싸우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여기서 전투는 안 일어나니까 걱정하지 마. 자, 손 내밀어."

"엣, 괜, 괜찮아?"

내민 손바닥에 미카가 얼굴을 붉혔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니까."

"뭐, 그렇겠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미카는 선생님의 에스코트에 응했다. 평소의 그녀보다 훨씬 그 발걸음이 어색했고, 이건 본격적으로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고 선생님은 마음을 다잡았다.

전철에서 내리려던 순간에는 텅 비어 있었을 플랫폼은, 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 두 사람을 삼킬 듯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마치 상자 밖에서 자신들이 갑자기 이곳에 던져진 것 같았다. 그러나 고개를 든 선생님의 시야에 들어온 안내판에는 분명히 '카메아리'라는 표기가 있었고, 아야세, 카나마치라는 양옆 역 이름도 선생님이 잘 아는 그대로의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저기, 저 애."

"귀엽다~."

"이런 데서 코스프레?"

"엣? 아, 아니, 아니야!"

정차 중인 전철――지요다선 직통·요요기우에하라행――에서 내린 사람들의 시선이 미카에게 쏟아졌다. 시각은 오후 2시 30분. 아침 러시아워에 휘말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미카, 좀 빨리 걸을게."

"으…… 응!"

선생님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미소노 미카는 건물의 벽을 맨손으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괴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의 손안에 쥐어져 있는 것은 가늘고, 힘없고, 놓으면 그대로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위태로운 손이었다.

신기하게도 키보토스에서 사용하는 IC 카드로 역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세 개 나란히 놓인 '여기는 잘나가는 파출소' 동상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미카에게 설명하는 것도 뒤로 미뤄야 했다. 아무튼 쇼핑몰로 가는 길 중간에 파출소――예전에는 '파출소'라고 불렸던 경찰관의 근무처가 있는 것이다.

미카는 애용하는 기관단총을 몸 뒤에 숨기고 있지만, 그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기면 실탄이 발사되는 살상 무기다. 키보토스의 일상도 여기서는 비일상. 불러 세워지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토요카도 앞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인파에 섞여――마치 포위를 탈출하는 스파이 같았다.

"왠지, 선생님 같은 어른들뿐이네."

"교복 입은 애들도 섞여 있잖아."

"응. 이상해…… 아무도 총을 안 가지고 있어. 헤일로도 없고, 머리색도, 뭔가 차분하다고 해야 하나."

"태어날 때부터 금발이나 빨간 머리인 인종은 있지만, 아시아인은 원래 머리색이 검은색이나 갈색일 거야."

"아시아라니, 어딘가의 학원?"

보도를 걷던 여고생 두 명이 선생님 일행 쪽을 돌아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미카가 재빨리 입가를 가렸다.

"키보토스 규모로 말하자면…… 그런 느낌일까. 쇼핑을 마치면 일단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선생님이 키보토스에 와서 느꼈던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신기한 감각. 두리번거리는 미카도 분명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신호를 건너 육교 위를 지나 몰 2층에 도착하자, 거기서 두 사람은 한숨 돌렸다. 밝고 화려한 장식품이 늘어선 넓은 통로에서는 미카의 선명한 머리색도, 일본과 동떨어진 새하얀 교복도 야외보다는 눈에 띄지 않았다.

목표로 하는 스포츠용품점은 3층. 곧장 그곳으로 향했고, 계산하는 동안 수십 초만 미카에게 조금 떨어져 기다리게 하고 무사히 로드 케이스에 총을 숨길 수 있었다.

"……이걸로, 안 잡히고 넘어갈 수 있을까.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후드티도 샀으니까 이것도."

"응…… 고마워, 선생님. 근데, 총이 없어도 정말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적어도 여기 일본에서 총을 가진 사람은 길거리에 거의 없어. 오히려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위험해."

"그렇구나…… 겉모습은 비슷한데, 여러 가지가 다르네."

검은색 후드티는 황급히 고른 임시방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색이 밝은 미카를 단정하게 보이게 하는 듯 그 검은색이 잘 어울렸다. 살짝 손목이 소매에 가려진 것이 사랑스러웠고, 미카 자신도 그것을 자각하고 있는 듯했다. 손등을 집어넣고 손가락 끝을 살랑살랑 흔들며, 모에 소매를 선생님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미카, 저기 봐."

2층 통로에서 1층 홀을 내려다보며 선생님은 미카를 손짓했다. 두 사람은 난간을 잡고 홀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슈퍼에서 나오는 주부들이나, 푸드코트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느릿느릿 흘러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사람들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니…… 사람이 엄청 많네."

"이게 말이지, 내가 항상 지휘할 때 보는 광경이야."

미카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은 작전 중에는 뒤에 있잖아?"

"응. 태블릿 PC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시를 내리는데, 눈은 앞을 향하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가 동시에 떠올라. 줌도 할 수 있어. 키보토스에 오고 나서 그걸 깨달았어."

처음에는 위화감밖에 없었지만, 키보토스 학생들의 신기한 힘을 목격하고 선생님은 그것이 자각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원래 갖추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키보토스에 들어오면서 개화한 것인지――어쨌든 두 개의 시점을 동시에 전개하면서 전장을 내려다보는 힘이 자신에게는 있다.

시점이 이중으로 되는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려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할 수 있었던 일이 갑자기 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등에 손이 닿지 않는 듯한 간지러움이었다.

"작전 중에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런 거였구나."

"……지금은 그 감각이 없지만. 역시, 키보토스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그 사람에게 갖춰진 자질을 끌어내거나, 아니면 심어주거나. 그것이 신비――"

"신비?"

"아, 응. 이쪽 이야기."

다소 억지로 대화를 끊고, 선생님은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다.

숨겨야 할 것을 숨기고 위장이 성공한 후, 푸드코트 구석에 서로 자리를 잡았다. 비어드 파파의 슈크림을 몇 개 사 와서 나눠 먹으니, 선생님은 생각보다 당분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터 향과 커스터드 크림의 부드러운 단맛이 뇌를 달랬다. 우아한 티타임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지만, 미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선생님과 미카의 수다는 이어졌다.

「'지구' 안의 '동아시아'. '일본'이라는 나라의 수도 '도쿄'. 그중에서도 행정구의 중심이 모이는 도쿄 23구 중 '카츠시카구'의 '카메아리'라는 거지?」

「벌써 거기까지 외웠구나. 미카는 똑똑하네.」

「그렇지? 정치는 못 하지만, 바보는 아니니까, 나. 있잖아, 더 듣고 싶어, 선생님 세계의 이야기.」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미카는 다른 세계에 적응하고 있었다. 키보토스와는 달리 어른이 책임을 지고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나, 아이는 키보토스만큼 자유롭지 않은 대신 어른에게 보호받고 책임을 지지 않고 청춘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미카는 순순히 이해했다. 「좋은 곳일지도」라고.

「학교 시스템도 재미있을 것 같아. 한 명의 선생님이 직접 말하면서 수업한다니.」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지루한 선생님 수업은 고문이야. 그러면서도 과목 성적은 그 선생님에게 결정권이 있다니.」

비어 있던 오른쪽 테이블에 네 명의 남녀가 모여들었다. 교복 차림으로, 아마 고등학생일 것이다. 크레이프를 베어 물고 있지만, 한 남학생은 이미 다 먹고 가방에서 뭔가 교재를 꺼내기 시작했다.

주변에 섞여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머리색도 눈 색깔도, 여자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로드 케이스도, 명백한 이방인의 분위기도――다 숨기지는 못했다.

「……슬슬, 나갈까.」

선생님 편을 들듯이, 미카가 슈크림을 다 먹은 참이었다.

저녁이 다가오며 쇼핑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내일 기차로 키보토스에 돌아갈 수 있을 테지만, 오늘 하룻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선생은 그 답을 알면서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적어도 미카를 혼자 둘 수는 없다. 이 근처 숙박시설에 방 두 개를 잡는 것도 선생은 생각했지만, 본가에 돌아간다고 어머니께도 말씀드렸다. 변명을 만들어 없던 일로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여기에 온 의미조차 없어져 버린다.

쇼핑몰을 나와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등지듯 선생은 미카를 이끌었다. 미카는 이제 완전히 걷는 데 익숙해졌지만, 선생은 그녀의 손을 놓지 못했다. 미카도 선생의 손을 놓지 못했다. 나카가와에 걸린 다리가 가까워지자 둑길을 따라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괜찮아, 선생님?"

"……아, 응. 괜찮아."

선생은 웃어 보였지만, 그런 질문을 받는 시점에서 미카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작게 자조했다.

"내일이면 키보토스로 돌아가는 거지."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흔들린다.

"그렇지. 내일 저녁 여섯 시 기차로."

"……선생님은 돌아가고 싶어?"

"그건――"

"나, 여기서 살고 싶어."

다리 바로 앞에서 미카가 멈춰 섰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다.

"미카……."

"좋은 곳이잖아. 총소리도 안 나고 조용하고, 귀찮은 일도 안 해도 되고――시위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도 없어. 아무도 나를 모르고……."

왼손이 더욱 세게 쥐어졌다. 선생이 살짝 다시 쥐자 미카는 힘을 빼주었지만, 긴 속눈썹으로 눈동자를 가리듯 눈을 내리깔았다.

"기숙사에 돌을 던졌어."

길을 막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서며 미카가 말을 이었다.

에덴조약 사건 이후, 쿠데타 실행범인 미소노 미카에 대한 비방과 괴롭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봉사활동 중인 곳을 멀리서 총으로 쏘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그녀뿐만 아니라 미카가 잠자는 기숙사에까지 그 공격이 미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갚아주면 끝이야.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기숙사장이나 같은 기숙사 사람들도 위험해져. 그 원인이 된 건 내 행동 때문이야. 그건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커다란 눈동자에 슬픈 반짝임이 스쳐 지나갔다.

"트리니티에 있을 곳이 없는 게 괴로워. 도망쳤다고 해도 좋아. 나만 없으면 거기는 더 평화로워질 거야.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런 평온한 곳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게 훨씬…… 훨씬…… 훨씬――"

바람이 멎은 둑길에 미카의 흐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울려 퍼졌다. 파카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그녀는 선생의 왼손을 아플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듯이. 그 용서란 죄의 사면인가, 아니면 넋두리의 승인인가.

"미카, 키보토스가 싫으니?"

"……윽, 으, 훌쩍……."

"괜찮아.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게."

도망쳤다――.

그 단어가 선생의 뇌리를 맴돌았다.

미카를 본가에 데려가 하룻밤 재운다. 거기까지는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키보토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황당무계해서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정신이 나갔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고, 친부모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가슴이 찢어질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심한 갈증을 느꼈다.

「저기…… 선생님」

어느새 흐느끼는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직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지만, 미카는 평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응…… 어떻게든」

「장기적으로 키보토스를 떠나는 선택지를 갖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 만약 미카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해」

「…………」

미카는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키보토스를 떠나면, 많은 것을 함께 잃게 될 거야. 지금까지 살아온 땅에 대한 애착이라든가, 추억이라든가――소중한 사람들이라든가」

「소중한, 사람들……」

「나기사를 만날 수 없게 되면, 괴롭잖아?」

「응…… 무척 괴로울 것 같아」

「도망쳤다는 생각을 가진 채로는, 분명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결국 새로운 괴로움을 낳게 될 거라고 생각해」

셔츠 아래에서 가슴이 욱신거렸다. 자신이 뱉은 말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오래된 상처를 후벼 파는 듯한 괴로움을 느끼며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낼 뻔했다.

「만약 키보토스를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나는 응원할게. 하지만 그게 도피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면…… 조금 더, 적어도, 트리니티를 졸업할 때까지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 괴로운 인내가 계속되겠지만」

「응」

「나도 키보토스로 돌아갈 거야. 같이 가자」

「……괜찮아?」

「물론이지. 지금은 거기가, 내 있을 곳이니까」

가까운 전선에서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던 까마귀가, 횃대로 삼았던 케이블을 흔들며 날아올랐다. 까악까악 하는 얼빠진 울음소리에 호응하듯, 어디선가 또 한 마리가 날아와 나란히 서더니 민가 지붕 너머로 사라졌다.

「다리를 건너서 조금 걸으면, 우리 집이야. 오늘은 자고 가렴」

「선생님의, 본가……」

반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미카의 발걸음에는, 희미한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취직하고 처음으로 돌아오는 본가. 담배 가게가 없어졌다. 그 옆의 낡은 가옥은 어느새 낯선 단독 주택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패에는 모르는 성씨가 새겨져 있다. 변함없이 남아있는 우리 집 문패를 보고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는 돌아오신 모양이네."

작은 대문 너머로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바뀌어 있었다. 심박수가 오르고 겨드랑이가 축축해지는 것을 선생님은 느끼고 있었다.

"저기…… 선생님?"

"왜 그래, 미카?"

열쇠를 꺼내는 선생님 옆에서 미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가, 같은 방에서 선생님이랑 자는 거야? 그, 같은 침대에서, 라든가——"

"아, 괜찮아. 누나 방이 비어 있으니까."

선생님이 바로 대답하자 미카는 "그렇겠지"라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런 미카의 모습을 보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망설임이 목구멍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일부러 소리를 내며 침을 삼키고 열쇠 구멍에 넣은 열쇠를 돌렸다. 딸깍, 소리를 내며 풀린 잠금장치를 신호로 선생님은 미카 쪽을 돌아보았다.

"미카. 부탁이 있어."

달린 것도 아닌데 호흡이 얕아지고 있다. 어른이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바로 곁에 학생이 있다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선생님, 그렇게 진지한 얼굴 하고 왜 그래?"

"나는—— 가족에게 키보토스 얘기를 하지 않았어. 어차피 믿을 리가 없으니까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물었는데도 적당한 이유를 대며 얼버무려 왔지."

손에서 열쇠가 떨어져 아스팔트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선생님의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어서 줍는 데 몇 초가 걸렸다.

"하지만 이제 그만둘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 학생 앞에서 거짓말쟁이가 될 수는 없으니까."

"……선생님."

"옆에서 내가 말하는 걸 듣고만 있어도 되니까—— 곁에 있어 줄래?"

"――――읏!!"

크게 눈을 뜨는 미카. 선생님의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듯이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기만 하면 되는 거지?"

다짐을 받아내는 미카는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의 기대를 괜히 부풀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선생님은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신발이 한 켤레밖에 남아 있지 않은 현관. 둥지를 떠났던 새끼 새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자 곧 복도 안쪽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아이를 하룻밤 재워 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목에서 그렇게 짜내자 핏기가 발 쪽으로 쏴 하고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3. 여로에서의 하룻밤

「……그래서 지금은 그런 곳에 있어.」

식탁 위 선생님의 잔만 비어 있었다. 손을 뻗어 물병을 잡으려 하자, 맞은편에 앉은 어머니가 먼저 가로챘다. 잔뜩 따라진 보리차를 들이켜 선생님은 목을 축였다.

「키보토스…… 이상한 곳이네.」

「혹시 안 믿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야, 별로 놀라지 않잖아.」

「네 아버지 일 같은 거겠지? 얼마 전에 일본에 돌아왔다 싶더니 또 중동으로 가 버렸어.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나 걱정했단다.」

「뭐…… 총알이 날아든다는 의미에서는 종군 기자 같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라고 선생님은 미카에게 설명했다. 원래는 일본 국내 신문 기자였지만,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자 부모로서의 역할은 끝났다는 듯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에 잘 돌아오지 않는다. 수다스러운 미카는 부모 자식 간의 긴장감 때문인지 빌려온 고양이처럼 얌전해져 있었다.

「미카도 총을 가지고 있니?」

「아, 저기……」

「괜찮아, 미카. 보여 드려.」

「응……」

의자에 세워둔 로드 케이스를 열어 장식된 기관단총을 꺼냈다. 그녀에게는 평소 사용하는 물건에 불과하지만, 여자아이가 무기를 들고 태연한 모습에 어머니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말이지.」

총을 넣으며 미카가 애써 웃어 보였다.

「얘, 미카. 이 애, 제대로 선생님 노릇 하고 있니? 칠칠치 못한 애라 믿음직스럽지 않을 텐데? 책임감 있는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그렇지 않아요!」

미간에 주름이 잡히려던 찰나, 앞으로 나선 미카가 그 기분을 날려 버렸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생각한다고 할까, 곤란할 때는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힘이 되어 주시고, 다정하지만 때로는 엄격해서 저도 혼난 적이 있었고……. 좋은 선생님이고, 그……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열변을 토하는 미카 옆에서 선생님은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숨기려 했지만, 어머니는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흐음, 사모받고 있구나.」

「샬레 선생님은 인기인이시거든요.」

「둘 다 그만해.」

얼굴을 식히려고 손에 든 잔은 이미 비어 있었다. 이번에는 미카가 물병을 들고, 부끄러워하는 선생님을 놀리듯 웃으며 따라 주었다. 견딜 수 없는 심정이었지만, 현관을 들어서기 전까지 품고 있던 긴장감이 옅어져 갔다. 후우, 하고 크게 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미카와 눈이 마주쳤다. 온화한 미소가 선생님의 결단에 따뜻한 인정과 구원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저녁 식사부터 하자꾸나.」

「앗, 도울 일 있으면 할게요!」

「아니, 그건 내가――」

「넌 느긋하게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어.」

부엌은 여자의 영역. 그렇게 말하듯 선생님은 거실에 붙박여 버렸다.

* * * * *

집에 키보토스의 학생이 있다. 키보토스의 학생과 우리 가족이 나란히 앉아 있다. 학생과 어머니는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만이 뒤섞인 두 세계의 기묘한 감각을 곱씹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교대로 목욕을 한 뒤, 미카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분홍색 타탄 체크무늬 잠옷을 입으니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분홍색이었다. 결혼해서 집을 나간 누나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묵으러 올 때 입는 옷이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선생님."

계단을 다 올라 복도 삼거리에서 미카가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있잖아……."

선생님이 실내복으로 입고 있는 프린트 티셔츠의 글자를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는 금색 눈동자가 훑어 내렸다.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때, 미카는 살짝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서, 선생님 방에서 자도――"

"……!"

예상 반, 예상외 반의 질문이었다. 침대의 넓이가 순간 떠올라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불안하니?"

"으…… 응."

"하지만, 안 돼."

눈을 반짝이려던 참에 단호하게 말하자 미카는 그다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라고 중얼거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은 철벽이네."

"알면서 물어본 거지?"

"응. '그래, 같이 잘까?'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안심했어."

"같이 잔다고?"

"아, 아니! 제대로 혼자 잘 거니까! 정말, 선생님, 놀리지 마."

자신이 떠본 것은 생각도 않고 미카는 더욱 얼굴을 붉혔다.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며 미소 짓자, 이번에야말로 미카는 누나의 침실로 들어갔다. 날개를 잃은 뒷모습을 배웅하며 선생님은 그녀를 키보토스로 돌려보내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 * * * *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치우고 여덟 시 반이 될 무렵에는 이미 어머니는 집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식후 양치를 하던 미카도 타박타박 현관으로 왔다.

「……아빠 닮아가네, 너」

「갑자기 무슨 소리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험도 마다않고 땀 흘리며 일하고 있겠지. 분명……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선이 똑바로 선생님을 꿰뚫었다.

「만일의 각오는 이미 아빠 덕분에 익숙하지만, 너무 무리만 하지는 마」

「무리라니, 그렇게까지――」

「하고 있잖아, 선생님」

「봐」

미카에게 말대꾸를 봉쇄당한 선생님은 찍소리도 못 했다. 자존심 끝자락을 살짝 긁힌 듯해 속이 시끄럽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걸 학생 앞에서 보일 수도 없어 선생님은 헛기침으로 얼버무렸다.

「어쨌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친정은 네 첫 번째 안식처니까,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아. 가끔은 얼굴 좀 비추렴」

「가장 빨라도 다음은 4년 후가 될 것 같아」

「4년 후든 40년 후든 괜찮으니까. 알겠니?」

「……알았어」

「후훗, 선생님, 뭔가 어린애 같네」

「몇 살이 되든 자식은 자식이야」

「하아……」

작은 한숨이 현관에 떠올랐다. 어쩐지 미카에게도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목 위가 갑자기 뜨거워졌다.

「그럼, 다녀오세요. 미카도 또 놀러 오렴」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마워. 엄마도 다녀오세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더 이상 돌아보지도 않고 일하러 나갔다. 친정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발끝이 괜히 근질거렸지만, 선생님은 달라붙는 불안감을 떨쳐내려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현관에서 둘만 남게 되자 미카가 다가왔다. 이대로 집에서 좀 더 느긋하게 있을까, 하고 선생님은 생각했지만 자신의 돌아갈 곳이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분명 이곳은 자신이 태어난 집이지만, 지금은 키보토스를 향한 향수가 밀려왔다.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럼, 미카. 우리도 나가자. 키보토스로 돌아가자」

「――응!」

미소노 미카는 활짝 웃어주었다.

4.망향

기타아야세 역에서 전철은 정시에 출발했다. 탑승할 때까지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였을 텐데, 전철에 타자마자 선생님과 미카 외에는 모두 사라졌다.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승객들의 목소리도 갑자기 사라지고, 덜컹거리는 바퀴가 선로를 구르는 소리와 진동으로 텅 빈 객차가 채워졌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한동안 둘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던 석양이 손을 흔들듯 빌딩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무심코 선생님이 문 창문에 손을 갖다 댄 순간, 구름 속으로 돌입한 것처럼 창밖에 짙은 안개가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앉자, 선생님!」

이곳에 왔을 때 탔던 전철과 객실 구조는 비슷했다. 아무도 없는 운전석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박스석에서 미카가 손짓했다. 자기 옆자리를 톡톡 치며 권하는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고, 다리가 부딪히지 않도록 선생님은 박스석 대각선에 앉았다. 살짝 볼을 부풀리는 미카에게 마음속으로 수도를 날리며, 선생님은 완전히 안개에 휩싸인 창밖을 바라보았다.

「미카, 만약 네가 키보토스를 떠나게 된다면」

「……?」

「어떤 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느낄까?」

기념품으로 사 온 지구본을 돌리던 미카가 손을 멈췄다. 「글쎄~」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빙글빙글 지구본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돌리면서.

「살던 곳에서는 쫓겨났고, 카드도 못 쓰게 됐고, 개인 물건도 잔뜩 부서지거나 불탔고── 인연이 끊긴 사람도 있고.」

창밖이 깜깜해졌다. 터널 같은 곳에 들어간 모양이다. 덜컹거리는 리듬이 몇 분 전보다 조금 빨라졌다는 것을 선생님은 알아차렸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어.」

「친구?」

「나기쨩이라든가, 세이아쨩이라든가.」

「……그렇구나.」

전철은 터널을 빠져나왔다. 객실 안이 조금 밝아지고, 안개가 짙게 낀 어딘가를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럼 미카. 키보토스로 돌아가면 두 사람을 만나러 갈까? 우선은 기숙사장에게 사정을 설명해야겠지만.」

「아, 그렇구나……. 아하하, 이번에야말로 쫓겨날지도.」

「괜찮아. 나도 같이 갈게. 곁에 있을 테니까.」

「……정말, 선생님은 말이야, 금방 그런, 기대하게 만드는 말을 한다니까.」

「기대라니, 뭘?」

「몰라!」

그렇게 말하며 쌀쌀맞게 구는 미카였지만, 몇 초 동안 눈을 맞추자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고 지도책을 꺼냈다. 지구본과 마찬가지로 쇼핑몰 서점에서 사 온 것이었다.

2 / 2

「있지, 선생님. 알려줘. 일본은 어디야?」

미카의 그런 질문에서 작은 지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본이 작은 섬나라인 것부터 시작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러시아가 레드윈터와 비슷하다든가, 트리니티와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디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단조로운 차창 풍경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윽고 이야기에 흥이 붙어, 자신의 중학교 시절 성적이라든가, 학교생활의 진기한 일이라든가, 키보토스에서는 좀처럼 입에 담지 않았던 이야기를 선생님이 꺼내기 시작했다. 미카는 완전히 몸을 앞으로 숙이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우왓!?」

미카가 엉뚱한 비명을 지르는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 헤일로가 떠올랐다. 검은 후드티 자락에서 하얀 날개가 엿보였다. 깃털에 단 장식도 그대로인 채, 미소노 미카는 선생님이 잘 아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키보토스에 들어온 것 같네.」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아니, 날개가 없어졌을 때도 갑작스러웠지만 말이야.」

선생님의 뇌리에 키보토스의 일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시작되는 총격전, 집무실 책상에 쌓인 서류, 금방 알림으로 가득 차는 단말기, 당번이든 아니든 번갈아 찾아오는 귀여운 학생들.

「이제 곧 돌아갈 수 있겠네.」

「트리니티로 돌아가는 거, 기대되기 시작했어?」

「응. 왠지, 두근두근해졌어. 신기하네. 겨우 하루밖에 자리를 비우지 않았는데.」

몸 상태를 확인하듯, 미카는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평소와 옷차림이 조금 다르지만, 커다란 헤일로를 머리 위에 띄우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띤 미카를 보고 있자니,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온 것 같아 선생님은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키보토스로 돌아왔다면── 하고 싯딤의 상자를 꺼내 보니, 미등록 주소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바이러스가 없는지 스캔하여 확인한 후, 내용을 확인했다. 본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에 용건을 전부 담아 보내는 방식은 선생님에게 익숙했다.

『어머니께 연락 왔어 사진 보내』

올 때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생각해 본들 알 리 없지만, 싯딤의 상자는 아무래도 키보토스 밖과도 통신이 연결되는 모양이다.

「미카, 사진 찍어줄래? 아버지가 사진 보내라고 하셔서.」

「나도 같이 찍어도 돼?」

「응, 괜찮아. 학생이라고 소개할게.」

「쳇~, 학생이라니.」

미카를 옆으로 불러 나란히 앉았다. 셀카 모드로 설정하고 셔터를 누르려 하자, 미카는 자꾸 앞머리를 매만지거나 눈을 깜빡이며 좀처럼 카메라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괜찮아, 미카?」

「자, 잠깐만. 예쁘게 나와야 하는데…….」

「이미 예쁘니까 괜찮아.」

「에, 엣──」

당황하는 미카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아버지께 전송하고, 선생님은 짓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 * * * *

얼마나 흔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저녁에 승차해서 하룻밤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불과 몇십 분밖에 안 된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안개가 걷히고 거대한 고리가 떠 있는 키보토스의 하늘이 보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긴 여행 수고했어, 미카."

"즐거웠어."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올 때보다 무거워진 짐을 들고 전차에서 내렸다. 문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는 동 트리니티 3번가의 플랫폼이었는데――

"엣, 미카 씨!?"

"나기쨩!"

내려선 곳은 티파티의 궁전이었다. 학생회장 세 명이 둘러앉는 티 테이블이 놓인 테라스에서 키리후지 나기사가 벽에 무언가 장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 여기에""

소꿉친구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때 유리조노 세이아가 끼어들었다.

"미카. 넌 어디까지 무례한 거냐. 티파티 자격과 함께 품성까지 잃어버린 거냐."

"입 열자마자 그게 무슨 말이야? 세이아쨩은 정말 영악하다니까~"

성격이 맞지 않는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말다툼을 벌이려던 그때, 미카가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것을 보고 나기사가 날개를 펼쳐 미카에게 달려들었다.

"미카 씨! 아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아, 자, 잠깐, 나기쨩!?"

스모 선수처럼 나기사가 미카를 힘껏 문밖으로 밀어냈다. 키보토스 유수의 힘을 가진 미소노 미카는 그대로 테라스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저기 미카, 네 생일이 언제였지?"

"5월 8일인데……"

그 말을 듣고 선생님은 단말기를 꺼내 미카에게 오늘 날짜를 보여주었다. 커다란 눈이 깜짝 놀란 듯 휘둥그레졌다.

"아~……"

"나기사가 당황한 이유, 알겠지?"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구나……"

"일단 기숙사부터 가자. 무단 외박했으니까."

"그렇네. 선생님 댁에서 묵었으니까."

"제발, 그대로 말하지 말아 줄래?"

"그러면 화낼 거야?"

"설교할 거야."

"해 주는구나, 설교."

선생님은 진지한 얼굴로 나무랐지만, 미카는 꽃이 피듯 활짝 웃었다. 키보토스 밖에서 본 것들이 가져다준 멋진 미소였다.

"그럼 가자, 미카."

"응."

"파티 현장에서 분명 잔뜩 듣겠지만――생일 축하해."

"고마워, 선생님. 제일 먼저 들어서 기뻐."

재킷 소매를 미카가 살짝 잡아당겼다.

싱그러운 벚나무 잎사귀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 지나갔다.

끝

--------

후기는 글자수 제한걸려서 날림

요새 블아 소설 번역해서 읽는게 취미라 번역한거 기록할겸 재밌는건 여기에 올려봄

다음에 번역할거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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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5.10번역

소설핫산) 다차원 횡단 열차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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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no_kidou1004작가
게시물 23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05.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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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나
ㅇDC
ㅇㅇ25.05.10

오

ㅇDC
ㅇㅇ작성자25.05.10
디시콘
ㅇDC
ㅇㅇ125.05.10

캬 좋았다

ㅇDC
ㅇㅇ작성자25.05.10
디시콘
ㅇDC
ㅇㅇ225.05.10

오 읽어봐야지

ㅇDC
ㅇㅇ작성자25.05.10
디시콘
ㅇDC
ㅇㅇ325.05.10

소노이 -> 미소노

ㅇDC
ㅇㅇ작성자25.05.10

ㄱㅅ 번역기 돌리다 못잡았네

ㅇDC
ㅇㅇ425.05.11
ㅇDC
ㅇㅇ작성자25.05.11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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