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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마지막 접속: 60일 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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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마도 용사

“준비됐어, 아리스?”

“네! 물론입니다! 리오 선배!”

“...좋아. ‘아비 에슈흐’의 외부 출력 포트에 그 케이블을 꽂아.”

리오의 드론이 아리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케, 케이블이라고 해도… 어떤 것 말입니까?”

아리스의 앞에는 다섯 종류가 넘는 케이블이 놓여 있었다.

“가장 굵은 거야.”

“가장…굵은 것… 이거 말입니까.”

아리스가 거의 팔뚝을 넘는 두께의 케이블을 집어들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었지만,

아리스는 손아귀의 힘만 가지고도 무슨 노끈 따위를 집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보였다.

“그래. 그 단자의 ‘암’쪽을 아비 에슈흐 하단의 포트에 삽입하면 돼. 그 다음 ‘수’는 네 슈퍼 노바에 연결하면 되는 거야.”

“우후후, 정말 리오 회장님도 곤란하신 분이네요~”

리오의 것이 아닌 또다른 목소리가 아리스 옆쪽에서 들렸다.

트리니티 교복을 입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분홍빛 머리의 학생이었다.

“...”

“이렇게 작고 가녀린, 무구한 소녀에게, 가장 두꺼운 ‘수’를 직접 꽂아 달라고 부탁하다니, 정말이지 훌륭한 취향을 가지셨는걸요.”

“...”

굳이, 엄밀히. 까다롭게 따지자면 소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래요. 아리스 쨩. 여기서는 리오 회장님 말대로 단숨에! 라는 느낌으로 시작해 볼까요?”

“? 네!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 보겠습니다!”

아리스가 서툰 손으로 리오의 지시를 따라했다.

케이블을 아리스의 레일건에 연결하는 순간 엄청난 스파크가 튀어올랐지만 아리스는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그것을 만졌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나, 움찔움찔, 굉장한 반응… 아리스 쨩도 여기에 소질이 있나 본데요?”

“제발 부탁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 주겠어?”

하나코의 말을 듣다 못한 리오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대체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제가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아리스한테 나쁜 말을 자꾸 가르치고 있잖아!”

“나쁜 말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저 그런 말은 단 한 마디도 안 했는데요?”

변명과는 달리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는 억양으로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리오 회장님이 뭔가 다른… 엉큼한 상상을 하고 계셨던 거 아닌가요? 전 그냥 케이블을 꽂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구요?”

“단어가 아니라 그 아래에 뉘앙스가…!”

“어머나. 뉘앙스라니 이 얼마나 막연한 말씀… 회장님의 그 풍부한 상상력이 무고한 대화를 변태처럼 만든 것 아닐까요?”

“대체 왜 당신 같은 사람이 팀에 편성된 거야!”

벌써 속에 불이 날 것 같은 리오가 분통을 터트렸다.

“네? 그야 뭐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나기사 씨는 자기는 이런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사양하셨고, 일단 작전을 입안한 주체가 트리니티와 밀레니엄 둘이니까… 제게도 의무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하나코가 뭔가 즐거운 듯이 말을 끝맺었다.

“당신 말고 정말 트리니티에 인재라고는 없었던 거야?”

교전 중 통신했을 때는 꽤 이지적이고 유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긴급 상황이 지나가고, 살짝 긴장이 풀리자마자 나타난 그녀의 본모습은 어처구니없는 음담 패설만 입에서 쏟아내는 기가 막힌 학생이었다.

“아, 리오 씨도 생각보다 신랄하신걸요. 히나 씨와 싸울 때와는 다르게 제게 좀 매정하시지 않나요?”

“그땐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조금도 몰랐…”

“그럼 서로를 차차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건?”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면서 하나코가 말했다. 벌써 히마리가 그리워질 지경이 된 리오는 거기서 애써 고개를 돌렸다.

“토키. 아비 에슈흐의 외부 축전지 상태는 어때?”

“아. 도망쳤다~”

리오는 하나코의 말을 무시했다.

“문제 없습니다. 리오 님.”

평소와 다르게 아비 에슈흐의 등 쪽에 엄청나게 커다란 배터리들을 짊어진 토키가 무릎을 꿇고 앉아 대답했다.

토키가 좋아서 취하고 있는 자세가 아니라,

아리스의 레일건에 에너지를 모두 전달해 자체 동력을 잃게 되면 자중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뭔가 내키지 않는군요. ‘너도 중요한 할 일이 있다’기에 조금 의기양양해져서 따라왔습니다만, 이런 일회성 배터리 취급이라니…”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이게 최선이니까.”

“그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작전이 통해야만 할 텐데. 카드를 회수하러 갈 당사자가 저렇게 못미더워서야…”

리오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하나코를 곁눈질하며 바로 전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나기사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선언 이후, 당면한 목표는 두 가지가 되었다.

‘타블렛’의 확보, ‘카드’의 확보.

토키와 리오에게는 ‘카드’가 아직 보관되어 있을 샬레 거주구로 다시 향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였다. 샬레 거주구는 이미 안개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나에게 수도 없이 피탄당해 긴급 수리만 마친 아비 에슈흐는 안개를 확실하게 방호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히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놓은 대책이 이것이었다.

“아리스. 들어와도 좋아요.”

“네! 아리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힘차게 열리며 한 명의 학생이 들어왔다.

땅에 닿을 정도의 긴 장발을 한 그 학생은 시종일관 다들 심각한 표정을 한 회의실 안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눈이 부실 정도의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자기 몸집의 두 배는 될 듯한 거대한 주포를 짊어진 그녀의 등이였다.

“용사, 부름을 받고 등장했습니다!”

“어머, 이 학생은…”

린이 손을 입가에 가져갔다.

“오랜만입니다! 함장님!”

반가운 얼굴을 본 린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래요. 다행이에요. 당신도 아직 무사했군요. 분명 텐도 아리스 씨라고 했었지요.”

“그렇습니다! 빛 속성 용사 텐도 아리스입니다! 지금은… 으음… 게임 개발부의 '임시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의 그 발언이 밀레니엄 소속의 학생들을 다시 풀죽게 만들었다.

“개발부의 동료였던 모모이와 미도리, 유즈는… 다들 잘 있나요?”

“물론입니다! 다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나 봐요!”

히마리의 물음에 아리스가 천진하게 웃었다.

“으음… 하지만 조금 오래 자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모두를 잠에서 깨우고, 개발을 다시 시작하려면 제 힘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깨어나면 어떤 꿈을 꿨었는지 반드시 물어볼 생각입니다!”

“...그래요. 꼭 물어봐야죠.”

히마리도 아리스의 말에 기운이 조금 난 것 같았다.

“아리스도 이야기는 들었죠?”

“네! 게헨나의 만렙 고인물 히나 씨가 마왕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묘하게 좀 다른 것 같은 설명에 나기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말인지…”

“하지만 괜찮습니다! 말 못할 사정 때문에 아군이 잠깐 적이 되는 이벤트는 이미 숱하게 겪어 봐서 익숙하니까요! 보통 이런 이벤트의 당사자는 사건이 끝나면 새로운 능력을 받아 더 강력한 모습으로 파티에 복귀하곤 합니다!”

“네..에…그렇군요.”

“아하하! 맞는 말일지도 그거.”

모모카가 과자 봉지에 손을 넣은 채로 웃었다.

“그분을 돕는 게 여러분의 부탁이라면, 용사된 자로서 기꺼히 함께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동료인 리오 씨, 히마리 씨, 그리고 모두의 부탁이니까요!”

“고마워. 아리스.”

리오의 드론이 아리스 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듯이 잠깐 끄덕거렸다.

“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아리스를 불러 놓은 게 정답이었네요. 나기사 씨의 말대로 선생님을 다시 불러 오기 위해서는 카드와 타블렛 둘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작전을 두 단계로 나눠야겠죠.”

히마리가 리오의 드론과 토키를 가리켰다.

“아리스와 리오, 토키는 ‘또다른 카드’를 찾으러 가 주세요. ’빛의 검: 슈퍼 노바’를 이용하면. 카드를 찾기 위해 샬레 거주구까지 가는 길을 열 수 있을 테니까요.”

“저 레일건 말이지…”

“빛의 검: 슈퍼 노바입니다.”

히마리가 리오의 말을 잘라 정정했다.

“...‘거대 주포’를…”

“빛의 검: 슈퍼 노바.”

히마리가 다시 리오의 말을 잘랐고,

도와 달라는 듯이 아리스 쪽을 향한 리오는 그녀 역시 눈썹을 세우고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그것만은 저도 양보 못 하는 부분입니다!”

“...비, ‘빛의 검 : 슈퍼 노바’...”

리오의 말을 들은 아리스가 만족했다는 듯이 끄덕거렸다.

“자, 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다들 이 지도를 봐 주세요. 샬레의 위치는 여기. 여기 총학생회 본부로부터 샬레 거주구의 바로 옆까지 레일건을 발포할 거에요. 중간에 커다란 건물 등이 없고 도로를 직선으로 관통하는 경로라서 그게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최대 출력으로 레일건을 발포하면, 그 충격파 덕분에 일시적으로 안개가 걷히게 될 겁니다. 그럼 그 길을 따라서…”

“이동하면 되는 거군요.”

뒷 부분은 나기사가 대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다 제쳐두고서라도 정말 이 불확실한 계획으로 되는 걸까요. 나기사 씨.”

린이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말했다.

“그건…저도 그 부분은 믿어야 한다는 말밖엔…”

“뭐. 어차피 이게 최선인걸요. 혹시 다른 좋은 방법 떠오르는 분 계신가요?”

다들 침묵을 유지했다.

“이 부분에서 저도 질문 하나를 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에요. 나기사 씨. 하시죠.”

“그 슈퍼… 레일…건? 으로 길을 열겠다는 텐도 아리스 씨? 그… 개발부의 동료 분들도 이미 잠들어 버리셨다고 하는데요. 아리스 씨는 괜찮으신가요?”

“아. 그거 말이죠.”

히마리가 웃었다.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조금 ‘특별’하거든요. 그렇죠, 아리스?”

당연히 그녀는 특별했다.

그녀는 기계니까. 원하지 않는 잠은 그녀에게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리스에겐 그런 딱딱한 말보다는 더 낭만적인 설명이 있었다.

“네! 저는 용사니까요! 동료가 중간에 리타이어하더라도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서 싸움을 계속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요, 아리스 쨩. 그 말대로에요.”

히마리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드시 마왕이 된 히나 씨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동료들도 다시 깨워 놓고 말겠습니다!”

…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같이 레일건 발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예의 그 ‘빛의 검’을 쏘아 보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 계획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의 최대 출력 발포에 필요한 배터리를 어디서 구해 오느냐는 큰 문제였다.

작전 지역까지 자력으로 기동 가능하고, 슈퍼 노바에 필요한 동력 전달 부하를 견딜 수 있으며, 지금 당장 기용 가능한,

그런 전력을 어디서 구해 오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따라붙었다.

사실 질문을 던진 바로 그 자리에 해답이 서 있었으므로 더는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토키, 저 때문에 기분이 상한 건 아니지요…?”

아리스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토키 쪽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토키는 두 손을 들어 아리스의 정수리에 올려놓더니,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이 부분에서 주인공 역할이라면 역시 귀여운 아리스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끄아아아앙! 토키, 아리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똑같은 무표정이지만 아리스의 장발을 마구 휘젓는 토키는 뭔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아무튼 이걸로 준비는 완료야. 슈퍼 노바의 상태도 완벽해. 슬슬 작전을 개시할게.”

리오가 시계를 확인했다.

“아리스, 레일건의 예열을 개시해 줘.”

“아, 아리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리스는 토키가 마구 헝클어뜨렸던 앞머리를 하고선, 양 손으로 레일건을 부여잡은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토키가 아리스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정리해 주었다.

“이제 괜찮죠? 아리스 쨩. 자아. 지정된 방위로 레일건을 겨냥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순식간에 다시 의기양양해진 아리스가 일행의 선두 쪽으로 걸어나가서 슈퍼 노바의 동력을 최고 출력으로 맞췄다.

“그럼 조준 개시합니다! 모두, 주변에서 떨어져 주세요! 위험하니까요!”

다리를 넓게 벌려 선 아리스의 레일건에서 곧 엄청난 진동과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총구의 끝자락에 강렬한 빛덩이가 맺혀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다.

“어마나, 이 얼마나 크고… 뜨겁고…. 훌륭한 물건인가요.”

다들 하나코의 탄식 한 마디는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안개의 중심부 근처라서 서로의 얼굴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둠침침했던 주변이 단숨에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토키와 리오는 무서운 속도로 아비 에슈흐의 전력 잔량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저것의 진짜 위력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굉장한 출력입니다.”

“그러네… 솔직히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배터리를 챙겨 왔다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매 초가 지날수록 빛은 더욱 더 커지고 밝아졌고,

그에 맞춰 케이블의 접속부에서도 타는 냄새와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초가 더 지나는 사이, 동력 외부 출력단에서 스파크가 튀며 아비 에슈흐가 일시적으로 셧다운되었고,

자세 제어 시스템의 통제를 잃은 아비 에슈흐는 내용물이 거의 텅 빈 배터리를 매달고 뒤로 넘어졌다.

“하나코 씨, 입을 벌리고 귀를 막아주세요! 눈도 감으시는 편이…!”

충전이 거의 다 끝났음을 예감한 토키가 하나코에게 경고했다.

“지금입니다! 발포합니다!”

그렇게 선언한 아리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빛이여ㅡ!!!!”

아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폭음과 충격파가 주변의 모든 장비를 날려 버렸다.

잠시 이 세상의 모든 소리와 빛깔이 지워지고, 오로지 슈퍼 노바가 남긴 거대한 빛기둥만이 남았다.

눈을 감으라는 말을 무시하고, 하나코는 그 슈퍼노바의 포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대낮보다 밝은 광채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거대한 빛줄기가 안개는 물론이고 주변의 공기까지 모조리 걷어내며 수평선의 끝까지 뻗어나가는 듯했다.

“아리… 반동이… 무리… 가능… 그만…”

굉음 때문인지, 통신 장비에 가해진 충격 때문인지,

잡음 때문에 거의 지워진 리오의 목소리가 아리스의 몸에 더 무리가 가기 전에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직입니다. 아직 더 할 수 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말한 아리스는 작은 어깨로 그 가공할 만한 위력의 반동을 받아내며 서서히 포구를 위로 올렸다.

“하아아아아아ㅡ!!!”

기합 소리를 내며 슈퍼노바의 총구가 5도, 10도, 30도, 45도,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빛의 용사 아리스의 이름으로, 이곳에ㅡ”

당장이라도 슈퍼노바를 받쳐 든 팔과 다리가 통째로 산산조각날 것처럼 진동했지만,

아리스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아리스의 머리칼이 스커트와 함께 물결처럼 휘날렸고,

“태양을 다시 소환하겠습니다!”

슈퍼 노바의 총구가 마침내 수직으로 올라갔다.

창대 같은 빛줄기가 지면으로부터 하늘까지 안개를 걷어 올리자,

그것의 끝자락에는 정오의 해가 가지런하게 매달려 있었다.

“대단해…”

토키가 작게 중얼거렸다.

“용사란 건 역시 빈말이 아니로군요…”

그 말대로 하늘의 끝까지 닿을 듯한 그 빛을 홀로 쏘아 내고 있는 아리스는 정말 신화 속에 나올 법한 용사 같았다.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며 빛줄기 역시 서서히 가늘어졌다.

곧이어 어두웠던 사방을 눈부신 자연광이 가득 메웠고,

그 자리에 선 모두는 비로소 오랫동안이나 보지 못했던 밝은 대낮을 볼 수 있었다.

“예쁘다…”

그게 오랜만에 본 정오의 태양 이야기인지, 빛줄기 이야기인지,

혹은 아리스 이야기인지, 스스로 말하면서도 토키는 몰랐다. 어쩌면 둘 다일수도, 셋 다일수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낸 아리스가 다리에 힘을 풀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리스!”

“아리스 쨩!”

제정신을 차린 모두가 아리스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바닥에 뻗은 아리스는 밝은 표정으로 모두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들.”

레일건의 외부 동력 접속부에서는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아리스의 팔다리는 아직도 후들거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리스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으니까요.”

대자로 누운 아리스의 얼굴 위로 화사한 태양광이 쏟아졌다.

만면에 꽃밭을 통째로 담은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띈 채로,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아리스가 말했다.

“그러니, 지금부턴 뒷일을 부탁합니다. 하나코 씨.”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하나코 씨도 제 동료니까요.”

아리스와 같은 미소가 이번엔 하나코의 얼굴에도 떠올랐다.

“네! 저만 믿으세요, 아리스 쨩! 반드시 샬레에서 카드를 가져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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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7.13창작

소설,피폐) 마지막 접속: 60일 전 (18)

#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10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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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33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7.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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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나
ㅇDC
ㅇㅇ124.07.13
디시콘
ㅇDC
ㅇㅇ224.07.13
디시콘
ㅇDC
ㅇㅇ324.07.13

히나도 거대 주포를 발포하는걸 봤을테고 막으러 오나 아니면 히나 담당이 따로 있나

ㅇDC
ㅇㅇ824.07.13

네루가 버티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 네루가 가지 않을까

ㅇDC
ㅇㅇ424.07.13

든든하다 아리스

ㅇDC
ㅇㅇ524.07.13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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