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글자수 62048
분량문제로 세편에 나눠서 올림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
「선생님, 죽어주셔야겠어요.」
선생님을 향한 총구가 불을 뿜는 순간, 사고가 멈췄다.
제1장 다가오는 마수
「……으아ーーーー!」
땀을 닦는 손수건도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얄미울 정도로 드넓은 제3 운동장에서 풀을 뽑는 봉사 활동으로 더러워진 손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의 일상이었다. 풀잎에 붙은 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것도, 마른 흙을 털어내려고 손바닥을 비비는 것도.
당연히, 마음에 드는 네일아트를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얼굴에 바르는 건 자외선 차단제뿐. 예쁘게 차려입고 거리를 거닐며 즐기는 건 어림도 없다.
하지만 이건 벌이다. 나의 대죄는, 아직 이 정도로는 다 갚을 수 없다. 나는―― 트리니티의 배신자니까.
아아, 귀찮아. 하지만 구멍이라도 뚫릴 듯한 파란 하늘에 뜬 태양은 「힘내」라며 나를 격려하듯 빛나고 있다. ……계속하자. 운동장의 풀은 무한하지 않다. 계속하다 보면, 풀 뽑기는 언젠가 반드시 끝날 테니까.
화장실에 가는 김에 단말기를 꺼냈다. 모모톡을 열었지만, 바로 닫았다. 내가 먼저 보내지 않기로 정한 약속을 깰 수는 없다.
에덴조약 사건 이후, 티파티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일반 학생이 된 나에게 선생님의 태도는 엄격하다고 생각했다. 어리광만 부려서는 언제까지고 어른이 될 수 없다. 분명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거다. 그 의도를 읽지 못할 만큼, 어린애는 아니다. 선생님 옆에 서서 걸을 수 있도록,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
3학년인 나는, 트리니티에서 보낼 남은 나날도 세려고 하면 셀 수 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애초에 졸업하면 어떤 진로를 걸어갈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도 내가 장래에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니까.
묵묵히 작업하는 사이, 교사의 시계탑이 11시 종을 울렸다. 머릿속으로 하나, 둘, 세면서 가득 찬 쓰레기봉투의 입구를 묶는다. 셋, 넷, 세면서 지정된 장소에 봉투를 휙 던진다. 다섯, 여섯, 세면서 새 봉투를 꺼내고, 일곱, 여덟, 아홉, 열, 세며 풀을 움켜쥔다.
「미소노 미카를 용서하지 마라─!」
「마녀는 트리니티에서 내쫓아라!」
11시 종소리와 함께, 성가신 시위 행렬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오늘도 또, 나에게 더한 엄벌을 요구하는 트리니티 학생들이 줄을 지어 우르르 행진한다. 구호에 맞추지도 않고, 옆을 보며 수다를 떠는 아이도 언뜻 보였다.
――다 들리는데 말이지, 전부.
사물함을 부수거나, 수영복이나 체육복에 장난을 치거나. 그런 음습한 괴롭힘을 당해도, 멀리서 돌을 던져도, 되갚아주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된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트리니티 전복과 게헨나 멸망을 꾀한 극악무도한 악인이다. 퇴학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니, 그래도 결코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나기쨩과 세이아쨩은 청문회에서 열심히 변호해 주었다.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며 선생님도 등을 밀어주었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던지고 싶지 않다. 등에 아무리 많은 화살이 꽂혀도, 무릎 꿇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까. 언제 끝날까. 모르겠다. 안갯속을 헤매며 걷는 것 같아서, 나는 이제 어디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도 희미해지고 있다.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은, 어느새 잿빛이 되어 있었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 봉사 활동은 비가 와도 해야 하니까,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무릎을 펴고 일어서자, 주머니에 넣은 단말기가 진동했다.
【미카, 저번엔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선생님」
가슴속이 욱신거렸다. 어리광쟁이 어린 내가 얼굴을 내밀려 한다.
고민하면 안 돼. 고민하면 선생님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바로 답장하자. 10초 안에.
【천만에! 부르면 바로 갈게!】
아, 저질러 버렸을지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거야.
【앗, 샬레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잖아. 내가 먼저 어필해서 어쩌자는 거야!
입력하던 메시지를 황급히 지운다. 그 사이에, 선생님 이름 옆에 「입력 중」이 팝업되었다.
【이번 주는 어때? 잘 지내고 있어?】
【응! 꽤 순조로워!】
【풀 뽑기나 쓰레기 줍기도 익숙해졌어☆】
최대한 밝음을 흩뿌리며 메시지를 쓴다. 무표정해진 걸 나 스스로도 안다. 선생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귀찮지 않은 아이로 있으려면, 그게 제일이다. 이걸로 됐어, 이걸로.
【저번에 말이야, 새로운 디저트 가게가 생겼더라~】
【혼자라서, 잠깐 들어가는 건 미뤘지만 말이야♪】
「읏……! 아아~……!」
저질러 버렸다――.
관심받고 싶은 나의, 의미심장한 유혹 기다리기. 나쁜 버릇이 또 나와 버렸다. 「미안해」를 입력하기 전에, 이미 읽음 표시는 떴다. 하지만 「입력 중」 팝업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단말기 시계로 1분이 지나도 아직 반응이 없다. 갑자기 전화라도 온 걸까. 아니면 또, 이쪽의 속셈 따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쌀쌀맞은 반응을 보일까. 떨리는 엄지손가락을 억누르려 하고 있는데, 선생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요즘 바빠서, 그런 가게에 못 가봤네】
【그렇겠지~. 선생님 일, 힘들어 보이니까】
기대하지 마, 라고 이성으로 되뇌어도, 부산스러운 가슴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반쯤 무의식적으로 【미안해】라고 입력했다 지우고, 그다음이 떠오르지 않게 된다. 예전에 「미소노 미카가 메시지를 삭제했습니다」가 여러 개 늘어선 스크린샷이 보내져서, 선생님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쳤던 것이 떠오른다.
자, 미안해 모드가 되기 전에, 대화를 끊자. 그런데――
【갑작스럽지만, 내일 샬레 당번을 배정해도 괜찮을까? 미카가 와줬으면 해서】
「――엣!?」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주워 들어 확인해도, 몇 번인가 눈을 깜빡여도, 눈이 읽은 그대로의 것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선생님이, 나를 지목해서 부르고 있다고!?
저쪽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걸까――하고, 너무 형편 좋은 생각이 빙글빙글 돌았다. 심장 소리가 귀까지 올라온다.
아니아니, 아니야. 만나고 싶어서 만나러 가는 게 아니야. 샬레 당번은, 선생님에게 정보 수집의 기회이기도 하다. 분명 그런 것임에 틀림없다. 들뜬 마음을 퍽퍽 두드리고, 손끝까지 뜨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귓불을 꼬집었다.
결국, 나는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스케줄에 표시하게 되었다. 기숙사로 돌아가 외출 신청서를 제출했더니, 이미 샬레에서 연락이 와서, 제출 절차는 불필요하게 되었다. 다락방에 들어가자마자, 다음 날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는데, 몸단장을 하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났다. 샬레에는 교복을 입고 가는 규칙이라고 알고 있어도, 더 귀여운 옷을 고르고 싶어졌다. 이상한 사람에게 얽히지 않고 트리니티를 나가는 경로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평소의 경단머리도 세 번이나 다시 묶고, 날개에 단 장식도 전부 다시 달았다. 오늘은 손도 더러워지지 않으니까, 네일도 제대로 하고, 완성도를 확인하고, 앞머리 각도를 조절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으니, 벌써 출발 시간 5분 전이었다.
「귀엽네」라고 말해주면 최고일 텐데――하고, 샬레에 가는 것뿐인데, 전철 안에서부터 이미 들떠 있었다. 지난번 당번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달력을 보니 그다지 그렇지도 않았다.
ID 패스를 대고 게이트를 통과해, 트리니티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간다. 유리 너머로 땅이 멀어질수록 심장 박동이 활기차진다. 손거울 앞에서 미소 지을 준비를 하고, 드디어 집무실로.
「얏호─, 선생님!」
「아, 미카. 어서 와」
문을 열자, 내가 잘 아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선생님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마법처럼 마음을 설레게 하고, 얼굴을 본 것만으로 신기할 정도로 안심이 되는―― 그런 선생님.
모모톡 앞에서 했던 자기반성회가,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콧김이 거칠어질 것 같은 것을 참고, 애써 품위 있게 걷는다. 선생님은, 전에 만났을 때보다, 조금 안색이 좋았다. 책상 위도 그다지 어질러져 있지 않다. 업무 분담이 잘 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격무가 조금은 누그러진 걸까.
「커피 괜찮아? 홍차 찻잎이 떨어져서」
「뭐야~, 말해줬으면 트리니티에서 가져왔을 텐데」
전기 주전자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탄 듯하고 고소한 냄새를 피워 올린다. 선생님이 머그컵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을 보고, 스틱 설탕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블랙커피에 졌지만, 오늘이야말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쓴맛을 즐겨주겠어. 눈앞의 어른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잘 지내고 있어?」
「응, 나는 언제나 잘 지내고 있어」
「……그렇네」
밝게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순간 숨을 삼켰다. 그 이상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주름 구석구석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위장이 움츠러들었다. 목구멍을 통과하는 커피에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선생님에게는 역시 그것도 들키고 말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머그컵이 비자, 선생님이 손짓했다. 쓴맛을 가득 담은 한 잔을 다 마시고 큰일을 마친 기분이 들었지만, 오히려 일은 이제부터다.
「자, 그럼 먼저, 이걸 좀 도와줄래」
「우와~……」
끝도 정돈되지 않은 채 쌓인 서류가, 북엔드 그늘에 숨어 있었다. 선생님 말로는, 우선순위가 높았던 트리니티와 게헨나 것만 빼내 먼저 작업했지만, 그 외의 학원이 전부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고 한다. 승인 대기 서류와, 기입 대기 서류가 혼재되어 있어서, 이건 귀찮아 보인다. 앗…… 얼굴에 드러나 버렸나.
「그럼…… 시작해 볼까」
내가 앉은 책상 옆이 선생님 자리. 거리감에 달아오르는 얼굴과, 나에게 엄격한 선생님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긴장 속에서, 주의 깊게 서류를 분류한다. 발신처 종류만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학원의 요청을 샬레에서만 하다니 무리야」
「지부가 있으면 좀 더 일을 돌리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트리니티에 지부를 만든다면 입후보할게! 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나 같은 애가 트리니티에 눌러앉는 건 반발이 너무 심할 테고. 아아, 좋지 않네. 바로 옆에 선생님이 있는데, 기분이 가라앉을 것 같아. 지금은 그 화제를 피하자, 고 생각하고 있는데, 넘긴 종이 밑에서 공교롭게도 그 이름이 나왔다.
「선생님, 트리니티 서류가 섞여 있었어. 나는 안 보는 편이 좋겠지?」
「아, 응. 이쪽으로 줘」
종이 한 장을 건네면서, 손가락을 뻗었다. 살짝 손등에 닿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체온을 느껴보고 싶어서. 새끼손가락 끝에서 희미하게 느껴진 열기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존재감을 내뿜었고, 놀란 나머지 분류해 둔 서류의 일부가 섞여 버렸다.
「최근에, 학교는 어때?」
「아…… 음~, 평범하려나? 수업도 나가고 있고, 최근에는 통금 시간 어긴 적도 없고」
「싸움 같은 것도 안 하고?」
「나는 안 하지만, 요즘 트리니티, 뭔가 거칠어진 것 같아」
최근에 본 것은, 크레이프를 먹고 있는 일반 학생이 불량 집단에게 습격당하거나, 하는 것. 내가 보기엔 멀리 있었고, 금방 정의실현위원회 애들이 와서 상황이 수습되었지만, 그런 것이 트리니티의 흔한 광경이 되어 있었다.
「그렇네. 폭력 사건이 늘고 있다고, 정의실현위원회에서도 보고가 올라오고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트리니티로 향한다. 이대로 입을 열면, 가슴 깊은 곳에 억눌러둔 내가, 선생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할 것 같다.
「미카는 괜찮아? 힘든 일 겪고 있지 않아?」
「응. ……나는, 괜찮아」
선생님의 곁눈질을 받고, 나는 반사적으로 벽을 봐 버렸다. 시계의 긴 바늘은 아직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당번일 때는 언제나, 시간이 날아가듯 지나가는데.
「정말로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큰일 나면, 제대로 도움을 요청할 테니까. 모모톡에서도 그렇게 했잖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분명 선생님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답답함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숨기는 것에 서투르다는 자각은 있다. 생각한 것을 바로 말해 버리니까.
곤란한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일지도. 미움받을까. 「싫어하지 말아줘」라고 또 입 밖에 낼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곤란하면, 제대로 말해야 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나의 인내심을 흐물흐물 녹여버릴 것 같을 정도로, 달콤하고 다정하다. 화제를 바꾸자.
「있지, 선생님은 말이야, 혈액형 점 같은 거 믿는 사람?」
「음~…… 어떨까. 그다지려나」
「그렇겠지. 사람 성격이 겨우 네 종류로 나뉠 리가 없고!」
「성격이란 건 환경에 따라서도 변하니까 말이야. ……아, 컵이 비었네」
「그렇다면, 내가 타 줄게. 잠깐 기다려줘!」
흐려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만든 미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꽤 힘들어서, 나는 도망치듯 의자에서 일어섰다. 선생님과 단둘이라니, 절대 즐거운 시간일 텐데,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어쩐지 싫다.
부어 넣은 뜨거운 물이, 후끈한 뜨거운 습기를 피워 올린다. 투명한 그것은, 운동장의 흙을 떠올리게 하는 커피 가루에 녹아, 새까맣게 물들어 간다. 내 몫도 똑같이 준비하고―― 역시 스틱 설탕은 넣지 않았다.
두 개의 컵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가려는데, 집무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스미쨩이다. 여전히 키가 크고, 예쁘네.
「……실례합니다」
「아, 하스미. 왜 그――」
「선생님, 죽어주시죠」
「엣……?」
지금 뭐라고 했냐고 되물을 새도 없이, 하스미쨩이 총구를 겨눠왔다. 나를 향하고 있지는 않다. 가장 총알이 날아가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조준을 맞추고 있었다.
맞는다.
선생님이 위험해!
「왜 그래 하스미, 잠ㄲ――」
충격. 그것을 뒤쫓는, 고막을 찢을 듯한 총성.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책상 그늘로 뛰어들었다. 두꺼운 창문에 구멍이 뚫리고, 방사형으로 깨져 있었다.
「빗나갔습니까. 그렇다면 한 발 더」
무언가 이상하다. 경험 풍부하고 실력도 확실한 저격수가, 사격 후의 빈틈을 드러내며 탄피를 배출하고 있다. 애초에, 일부러 문을 열고 나서 조준하다니.
하스미쨩의 눈에는 빛이 없었다. 적갈색 눈동자는 진흙탕처럼 탁하고, 공허하고 차가운 시선을 던져온다. 나 같은 건 눈에 담지도 않고, 선생님밖에 보지 않는다.
총을 겨눠서는 안 되는 상대에게 총을 겨눈다. 그 이유를 묻기 전에 먼저 막자. 나는 라이플탄을 맞을 각오로 크게 뛰쳐나갔다.
「힘으로라도 막겠어!」
돌진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하스미쨩과는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다. 그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쏘게 할 수는 없다. 발사된 일격이 선생님에게 맞아 버리면 끝장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런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 사람만은,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잃을 수 없다.
「방해하지 말아주시죠」
「큭……!! 으, 아윽……」
옆구리에 격통이 달리고, 시야에 불꽃이 튀었다.
온몸을 파열시키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은, 그 후.
머리가 아니라서 견딜 수 있었다.
바닥을 힘껏 밟고, 의식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걸로 내 차지다.
볼트 액션의 빈틈을 찔러, 단숨에 거리를 좁힌다. 있는 힘껏 체중을 실은 발차기가, 배꼽 부근에 꽂혔다. 179센티미터의 큰 몸이, 나뭇잎처럼 허공을 날았다. 콰창, 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
―― 아직이다!
상대의 기절 혹은 무장 해제. 싸움의 결착은 그 둘 중 하나다. 문짝째 복도까지 날아간 하스미쨩에게 달려든다. 일어나려던 그녀의 손에서 라이플을 빼앗는다. 뒤로 던져버리자, 오른쪽 허리에서 보조 무기인 권총. 총구가 나를 노려본다.
「미안, 부술게!」
이 거리라면 내가 먼저다. 조준하기 전에 총신을 잡고, 힘을 주어 으스러뜨린다. 허무하게 손안에서 찌그러진 그것은, 이제 쓸모없다.
「……큭!」
「이익, 아직 저항하는 거야!」
격투로 끌고 가려는 손을 뿌리치고, 완전히 일어나기 전에 배후를 잡았다. 처음 이걸 배운 것은, 어릴 때 나기쨩과 맞붙어 싸웠을 때다. 팔을 감아, 목을 졸라 호흡을 빼앗는다.
「……큭…… 우읏……」
「빨리 정신 잃어……!」
「…………큭」
조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둥거리던 몸이 얌전해졌다. 헤일로가 희미해지며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목을 풀어준다.
상대는 정의실현위원회. 전투 훈련도 쌓은 무력 집단의 넘버 2다. 봐줄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시간으로 치면 분명 1분도 안 되었을 전투. 정의실현위원회가 선생님을 습격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정은 모르겠지만, 구속해 두지 않으면 위험하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양 손목을 의자에 묶고, 그녀의 총은 멀리 치웠다. 내 몸속에 총알이 파고들지는 않은 것 같지만, 라이플의 일격은 무겁다. 아직 둔통이 옆구리를 괴롭히고 있다.
책상 밑에 숨어 있던 선생님이, 살며시 몸을 내밀었다. 갑자기 총을 맞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일어서서, 하스미쨩과 선생님이 마주 본다.
「……하스미, 어떻게 된 거야」
「선생님, 안 돼! 가까이 가면 위험해!」
암살당할 뻔했는데도,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선생님이다. 손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가려는 곳에 끼어들어, 나는 팔을 뻗어 제지했다. 무장 해제는 했고, 양손은 의자에 구속되어 있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다. 정의실현위원회의 브레인인 하스미쨩이 믿을 수 없는 행동에 나선 이유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저는…… 어째서, 샬레에……?」
하스미쨩이 신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커다란 검은 날개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아직 의식이 몽롱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스미, 어떻게 된 거야?」
「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여기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하스미쨩에게, 선생님이 설명했다.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선생님을 향해 발포하고, 나에게 제압당하기까지의 자초지종을. 자신이 암살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하스미쨩은 명백히 충격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께, 무슨 짓을……」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하스미쨩의 눈에는 이성이 돌아와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차분한 붉은 눈동자와 시선을 맞춰도, 거기에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여기까지의 일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기억이 확실한 부분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선생님이 이야기를 재촉하는 동안, 나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어둔 채로 두었다. 하스미쨩은 통증을 참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단락적인 폭력에서 시작되는 총격전이, 트리니티에서 빈발하고 있었습니다. 정의실현위원회의 출동도 격증했고, 특히 츠루기는, 2주 전부터 휴일도 없이 일하는 형편이라……」
「응. 샬레에도 그런 정보는 들어오고 있어」
「분주함에 사고의 평정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아, 오늘 아침, 고해를――」
…………
도중부터, 나는 이야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 차가운 눈이, 뇌리에 새겨진 채, 생각의 모든 것을 막고 있다.
마녀의 눈동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어울리는, 흐릿하고, 끝없는 늪 같은 어둠을 띤 눈빛. 과거 내가 길을 벗어나, 돌아갈 곳을 잃었다고 절망했을 때의 공포를 떠올리며, 발끝이 떨렸다.
만약.
만약에.
내가 또, 마녀가 되어 버린다면――
제2장 침식당하는 성역
조금 졸린 오후. 린에게서 또 업무 서류가 도착했다. 이게 산 접기와 골 접기 표시가 있는 종이비행기 설계도 같은 거였다면 동심으로 돌아가 즐길 수 있었을 텐데――아니, 현실 도피는 그만두자. 무거운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일은 끝나지 않고, 샬레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깨워야 한다.
하스미의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그 사건의 전말을 다시 떠올렸다. 대체 그건 뭐였을까. 그 아이의 원한을 살 만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네카와 하스미는 맥락 없이 공격을 가할 만큼 난폭하지도 않다. 머리에 피가 잘 쏠리는 면은 있지만, 정의실현위원회의 창구에 걸맞은, 분별력 있고 침착한 아이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자니 마치 최면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졸음이 쏟아진다――그때, 주머니 속이 부르르 떨렸다.
"어……?"
【볼일이 좀 있다. 샬레에 들러도 괜찮을까】
뜻밖의 인물에게서 온 연락은 블랙커피보다 효과가 좋았다. 꾸벅꾸벅 졸다 말고 즉시 배에서 내려 모모톡을 확인했다. 아리우스 스쿼드의 조마에 사오리였다. 그녀의 방문을 거절할 이유 따윈 없다. 나는 두말할 것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괜찮아"라고 답했다.
뒤틀린 교육으로 증오만을 주입받아 온 아리우스 스쿼드 멤버들 중에서 사오리는 냉소적이고 염세적이었다. 그녀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자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허무한 것이라고 배우며 살아온 한편, 책임감이 강한 탓에 자신을 돌보지 않고 위험한 일에도 개의치 않고 종사했으며, 세상 물정을 몰라 불리한 노동 조건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빙긋 웃었지만, 내가 우연히 따라가지 않았다면 특수 사기 보이스피싱 전달책 노릇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사오리의 생활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일자리를 찾는 데 동행했던 날들도 지금은 그립다.
입구 게이트에서 사오리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왔다. 곧 그녀가 올 것이다.
"왔다, 선생."
누가 들을까 봐 꺼리는 듯한, 낮게 억누른 목소리. 아리우스 출신임을 숨기기 위한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사오리가 들어왔다.
"어, 사오리. 오랜만이네."
"그래."
"일은 어때?"
"아주 순조롭다."
오늘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는 길인 것 같다. 인상이 험악하다고 할까, 표정에 압박감이 있는 그녀가 서비스업에 채용된 것은 나에게는 약간 놀라운 소식이었다. 홀에 들어가 요리를 나르기도 하고, 주방에 들어가 조리를 하기도 한다고. 가방과는 별개로 비닐봉지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것 같지만, 앉아 있는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선생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
"응. 뭐든지 물어봐."
일단 컴퓨터를 로그오프하고 사오리를 옆 책상으로 안내했다. 지난번에는 교통비 신청 방법이었고, 그 전에는 건강검진 받는 방법이었다. 그녀가 직접 샬레에 올 때는 대개 상담거리가 세트로 따라오는데, 이번에는 뭘까.
"선생은 어떤 곳에 살고 있나?"
"나? 임대 맨션에 살고는 있지만…… 절반은 샬레에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까.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춰져 있고. 사오리는 어떻게 지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폐허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숙소를 잡기도 한다."
여전히 사는 곳은 안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분명 이력서에 적는 주소도 실제로는 폐가이고, 사오리는 거기에 정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선생. 집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집? 역시 살 곳이 없어서 곤란해?"
"아니, 그런 건 아니다. 뭐랄까…… 비바람을 피할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사오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집이 갖고 싶다고 해도 빌리는 건지, 아니면 사는 건지. 애초에 전자가 어려운 상황이니 후자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사오리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자.
"계기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응. 꼭 듣고 싶네."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한마디 하고 냉장고로 뛰어갔다. 마침 페트병 녹차가 세 병 있어서 사오리 몫까지 포함해 두 병을 가져왔다. 사양하는 듯했지만, 내가 뚜껑을 열자 마지못해 사오리도 그렇게 했다.
"지난달의 일이다. 현상 수배범을 노리고 아비도스를 찾았다. 부모와 헤어진 아이를 만났다."
"미아였나 보네."
"그 아이의 우는 소리가 도저히 귓가에서 떠나지 않아, 나는 노리고 있던 현상 수배범 추적을 포기하고 말았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고, 이야기를 듣고, 수십 분을 찾아…… 무사히 어머니와 만나게 해 줄 수 있었다."
어머니, 라고 사오리가 입에 담자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아리우스 아이들은 분명 부모 얼굴을 모를 것이다. 그녀들의 처지에 생각이 미쳤다.
"그 아이의 집에 초대받았는데, 나는 선생도 알다시피 이런 신분이다.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나츠미가 꼭 와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내가 지고 말았다. 저녁 식사를 대접받고, 역시 꼭 그래야 한다고 해서 결국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렇구나. 집에서 재워 줬구나."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시간이었다. 부모와 자식이 사는 가정을 품은 공간에 있자니 공연히 안절부절못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는 수배자 신분임을 털어놓았는데, 그런데도 나츠미도 어머니도 나를 웃으며 맞아 주었다."
사오리는 아주 조금씩밖에 차를 마시지 않는다. 바람 구멍 없는 집. 피가 통하는 교류, 체온마저 전해지는 단란한 분위기. 사오리의 눈에 비쳤을 광경을 생각하니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
"조금…… 무서웠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이불에 누워, 이야기하다 지친 아이가 눈앞에서 무방비하게 숨소리를 내며 자는 광경이. 나에게는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고 외면하고 싶어졌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사오리가 불쑥 중얼거렸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 갖고 싶어졌다는 거구나."
"……그럴지도 모른다. 조용하고, 따뜻하고, 경계를 풀 수 있는 공간.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리우스를 떠난 후 처음이다."
"변했네, 사오리……"
사오리의 사정, 생각, 염세적이었던 그녀가 원하는 것. 그것들을 알게 된 이상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고 등을 밀어 주자.
"자. 만약 사오리의 희망을 이루려면…… 글쎄. 토지를 구입하는 것부터 생각해야 하는데, 우선은 '어디에 살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할까."
"흠……"
사오리가 메모장을 꺼냈다. 팬시한 핑크색은 쿨한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웃으면 째려볼 것 같아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렸다. 집을 구하기 위한 절차를 설명하는 내 말을 사오리는 꼼꼼하게 메모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응원할게."
"……그런가."
사오리의 입술이 살짝 올라갔다. 냉소적인 비웃음이 아니라 체온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체념으로 흐려져 있던 그 눈빛은 이제부터 푸른빛을 더해 갈 새벽 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사오리. 곤란한 일이 있으면 꼭 상담해야 해.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여기 있으니까."
"그래, 고맙다."
그렇게 나와 사오리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발소리가 다가왔다. 구두굽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듯.
"헤에~……"
언제 문을 열었을까. 미소노 미카가 사오리의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다. 지금의 차가운 말투에는 들은 기억이 있었다――나쁜 의미로.
「아, 미카. 안녕……!?」
강렬한 위화감. 말이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밤하늘을 담은 듯한 미카의 예쁜 눈동자에 빛이 없었다. 흐릿한 눈동자에서는 눈물 대신 누런 고름이 흘러넘칠 것 같았다. 찌꺼기가 엉긴 시선은 아름다운 그녀를 추악하게 만들었다.
「역시 사오리에게는 다정하구나, 선생님. 사오리에게는 그런 따뜻한 얼굴을 하고.」
「……미카?」
「이제 틀렸어, 선생님. 나, 여기 있을 수 없어. 나가야 해……!」
샬레를 찾아왔다 싶더니 「나가겠다」고 말하고, 「나가겠다」고 말하면서도 미카가 거리를 좁혀 온다. 지리멸렬하다. 대체 무슨 일일까. 공허한 눈빛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 같은 위험함을 느낀 순간,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뻗어 왔다. 생기를 잃은 얼굴이 광기의 섬뜩한 미소를 띠고――목덜미가 세차게 잡혔다.
「윽, 큭!?」
「선생님, 같이 가자. 혼자는 싫어……. 적어도 당신만은……」
「뭐, 뭐…… 하는……?」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다. 헤일로를 머리 위에 얹은 소녀들은 완력으로 나를 크게 웃1‎‏‎‏‎돈다. 그중에서도 미카는 공주님 같은 외모와 달리, 비견할 자가 드문 괴력의 소유자다. 산소 공급이 끊기고, 세상의 윤곽이 흐릿해져 간다.
미카가 나를 죽이려 한다? 어째서?
왜 그렇게, 절망에 짓눌린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그만둬!」
끊어질 뻔한 의식을 노성이 불러왔다. 만력으로 조여드는 듯한 압력이 목에서 벗어났다. 다음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등 뒤에서 미카의 양 어깨를 붙잡은 사오리의 모습. 시야에서 미카의 모습이 사라진 찰나, 집무실이 쿵 하고 파도쳤다. 북엔드가 날아가고, 책상에 세워둔 책이 장기말처럼 쓰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으……윽, 으……」
사오리의 던지기는 미카를 등 뒤에서 바닥에 내리꽂았다. 사정도 용서도 없는 일격은 그녀를 실신시켰고, 은하를 연상시키는 헤일로가 빛을 잃어갔다.
「뭐야……. 이상하게 빈틈투성이였지만.」
「미카, 너 대체……?」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나를 신뢰한다고 생각했던 미카가 어째서. 평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자, 미카와의 사이에 재빨리 끼어들어 사오리가 나를 감쌌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선생님, 무사한가?」
「괜찮아. 도와줘서 고마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손을 구속하겠다. 선생님, 지금 당장 미카의 총을 멀리 치워라. 기습이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이 녀석은 만전의 상태에서도 내가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블랙마켓을 드나들다 보면, 적을 봉쇄해야 할 필요에 직면한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사오리는 케이블 타이를 꺼내 미카의 양 엄지손가락을 등 뒤로 묶었다.
「……이 녀석의 괴력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엌을 쓰고 싶다고 말한 사오리에게 보이도록, 나는 응접 공간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리를 둔 맞은편 의자에는 미카가 구속되어 있다. 사라졌던 커다란 헤일로가 희미하게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와 사오리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미카는 의식을 되찾았다. 만일의 경우에는 아로나와 프라나의 도움도 받으려고, 나는 싯딤의 상자를 손에 안고 있었다.
「아…… 서, 선생님……!」
「미카,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니?」
「으…… 선생님……」
눈을 뜨고 시선을 맞추자마자 미카의 표정이 확 변했다. 공허한 눈에 빛이 돌아왔지만, 그 찰나, 울컥 눈물이 솟아올라 뺨에서 흘러내린다.
「미안, 나! 미안해, 용서해 줘! 미안해!」
비통한 외침이 집무실에 울려 퍼진다. 아무래도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미카는 오열하며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깨를 들어 얼굴을 닦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미카, 괜찮아?」
「으, 으으으…… 가, 가장, 상처 입히면 안 되는 사람을, 윽……! 미, 미안해……!」
손이 묶여 있어서 귀여운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아 버린다. 우는 얼굴 따위,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여자아이는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을 텐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주며, 나는 미카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눈물을 빨아들인 천은 묵직했다.
잠시 그대로 지켜본다. 이제 미카의 얼굴에서는 수상한 사악함이 빠져나가고, 해를 가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하지만 미카 본인의 희망도 있어서, 손의 구속은 그대로 두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훌쩍…… 응……」
흐느낌이 멈추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카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카는 아직 혼란 상태에 있었지만, 두서없는 중얼거림은 점차 맥락을 갖추기 시작했고, 정리된 이야기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스미가 제출한 보고서와 일치하는 진술이 여러 점 발견되어, 이것은 단순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라는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구나?」
「응. 평소처럼 마음을 정리하려고 고해하러 갔는데, 왠지 거기서 머리가 멍해지고, 애매해져 버려서.」
「알았어. 고마워.」
「폐를 끼쳐서 미안해. 선생님에게 해를 끼쳤는데, 사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 나, 전혀 혼자서 잘 해내지 못하고 있어……. 어린애고, 불량하고……」
「스톱. 거기까지야.」
스스로 자신을 상처 입히려 하는 미카에게 제동을 건다. 그 이상은 입을 다물었지만, 그것은 미카에게 인내를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의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속눈썹에 달라붙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일단, 하스미도 미카도, 고해를 마치고 나서의 기억이 날아간 것 같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어.」
시스터후드와 정의실현위원회와 구호기사단과 티파티. 각 조직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뭔가 수상쩍은 「고해」에는 종교적 신앙심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학구 외의 학생에게 협력을 요청할까. 에덴조약이 파기된 한편, 조금씩 학생들 수준에서는 교류가 생겨나고 있다고는 해도, 게헨나 학생을 트리니티에 파견하는 것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트리니티와 정치적으로 중립 관계에 있고, 미지의 사태에 대한 대응력이 높으며, 특수한 사상에 대한 추론에도 뛰어난 학생――여기는 밀레니엄 학생의 차례일까.
내가 미카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부엌에 들어가 있던 사오리가 돌아왔다. 은은하게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더니, 노릇노릇한 팬케이크가 김을 내고 있다. 휘핑크림이 얹혀 있고, 딸기와 블루베리가 접시에 색을 더하고 있었다.
「선생님 몫과, 그리고――미카, 너도 먹어라.」
「사오리 몫은?」
「나는 괜찮다. 연수 중에 실컷 맛봤다.」
역시, 사오리의 이런 완고함은 변하지 않았다. 순순히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내 의향을 받아들이도록 하자.
「사오리, 접시를 하나 더 가져와.」
「……알았다.」
두 접시에 여섯 장 얹혀 있던 팬케이크를 세 명이서 나눠 먹는다. 조금 모양새는 흐트러졌지만, 그 편이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사오리, 잘 먹을게.」
포크를 위에서 누르자, 폭신한 반죽이 살며시 갈라진다. 베리와 크림과 함께 입안에 넣으니, 풍부한 버터 향기에 비강이 가득 찼다. 단맛과 신맛이 서로 손을 잡듯 녹아들어, 새로운 맛을 창조해 간다. 사오리도 팬케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 완성도를 확인하듯 입에 넣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양손이 자유로워진 미카가 포크를 손에 들었다.
「사오리, 요리할 줄 아는구나.」
「매뉴얼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여자력~!』 같은 느낌, 안 어울리네.」
「……빨리 먹어라. 식으면 맛이 떨어진다.」
사오리가 뾰로통한 것이 조금 의외였지만, 나는 잠자코 있었다. 총을 겨눴던 두 사람이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광경은, 순진한 나이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은은하게 청춘의 향기가 나는, 존중해야 할 신성한 것이었다.
「……맛있다. 다정한 맛이네.」
마침내 미카도 얼굴을 활짝 펴주었다.
제3장 시험하는 자
「……그러니까, 고해성사라는 건 일종의 상담 같은 거구나.」
시라이시 우타하가 그렇게 말했다. 트리니티의 거대 세력 시스터후드의 본거지인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돌길 위에는 세 사람의 발소리와 두 개의 모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케보시 히마리가 탄 전동 휠체어를 경호하듯, 우타하가 만든 걸작 자주포탑 '천둥이'가 뒤따랐다.
「과거에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신의 용서를 구하는 신앙 의례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고민을 털어놓거나 말 상대를 찾는 등 꽤 가벼운 행사가 된 것 같아요. 저처럼 신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지식을 자랑하는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것이지만요.」
말솜씨 좋은 히마리는 평소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지만, 한 걸음 앞서 걷던 이즈미모토 에이미가 돌아보는 순간, 묘한 표정이 되었다.
「에이미! 앞을 잠그라고 말했잖아요! 다른 학교에 와서까지 예의가 없어요!」
「예의 바르게 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트리니티 자치구도 덥고, 이렇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야.」
뒤에서 보면 검은 코트 차림. 어깨를 으쓱이며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양 어깨가 드러나 있고, 풍만하다는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위험물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험준한 산맥과 깊은 협곡 사이에 낀 넥타이는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그녀들 세 명을 인솔하는 나를 보고, 하얀 교복 차림의 트리니티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손가락질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학교 자치구에 들어가는 것은, 설령 내가 동행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거리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절차가 필요 없고, 학교 부지 내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사전에 신청해 두면 그만이다.
「고해성사는 내가 받으면 되는 거지, 선생님?」
「시스터후드에는 그렇게 연락해 뒀어. 아주 상냥한 아이가 맡아줄 테니, 분명 안심할 수 있을 거야.」
고해실에 들어가는 것은 우타하 혼자. 센서 카메라를 품에 숨기고, 밖에서는 히마리가 음성을 도청한다. 불온한 사태가 벌어지면 에이미의 차례다. 역할 분담을 확인하고 있자, 대성당 입구에 서 있던 이오치 마리가 우리를 발견하고 꾸벅 인사를 건넸다.
「다른 학교 분들도 고해성사를 받으러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구나. 밀레니엄 학생들도 여기 오니?」
「아뇨…… 제가 아는 한, 이번이 처음일지도 몰라요.」
「그렇겠지. 밀레니엄 학생들은 뭔가를 만지작거리면 고민을 잊어버리니까.」
하얀 이를 드러내는 우타하에게 마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장엄한 인테리어에, 낡은 벽과 태양광을 형형색색의 빛으로 바꾸는 스테인드글라스는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한다. 역사가 짧은 밀레니엄 학생들에게는 신기한 모양이다. 에이미가 신기하다는 듯 위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돌렸다.
「준비가 되면 부를 테니,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마리가 준비실 쪽으로 사라졌다. 뒷문으로 고해실에 들어가 준비가 되면 입실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히마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스터후드는 트리니티의 첩보 조직이라고 하더군요. 정보를 전자 데이터로 보관하지 않아서인지, 사전에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어요.」
「아날로그의 강점이지. 그나저나 역시 해킹을 시도했구나.」
「당연하죠. 트리니티 전역의 네트워크 및 감시 카메라에 대한 접근은 이미 장악했습니다. 학교 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으니 비밀로 하고 있지만요.」
빈틈없이 히마리가 웃는다. 지금은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너무 풀어놓을 수는 없다.
들어오세요, 라는 목소리에 따라 우타하가 나무 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 * *
「신의 자비에 의지하여 당신의 죄를 고백하십시오.」
마리의 목소리에 우타하는 「흠」 하고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죄의 고백, 인가.」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속 깊이 쌓인, 당신의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것. 문득, 한 걸음을 내딛기를 망설이게 하는 것. 작은 후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를 가지면 죄는 용서받고 당신은 다시 앞을 향해 걸을 수 있게 됩니다.」
평온한 어조로 수녀 마리가 말을 걸었다. 구원을 바라며 고해실을 찾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것만으로 우타하는 따뜻한 안식을 느끼고 있었다.
「밀레니엄에서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만…… 연구 과정에서 또 발명품이 폭발 사고를 일으켜 버렸어. 시설 수리비가 또 늘어나게 되었지.」
「큰일이었네요. 다치신 곳은 없으셨나요?」
「아아, 그건 괜찮아. 엔지니어부 후배들도 다들 튼튼하니까.」
웃음 섞인 목소리로 우타하가 그렇게 말하자, 작은 창문의 발 너머로 마리도 가볍게 웃었다.
「과학 연구를 하고 계시는군요. 고생도 많지 않으신가요?」
「고생…… 아니, 나에게는 보람이야.」
부정당해도 수녀 마리의 목소리 톤은 변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고해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부드러운 말이 이어졌다.
「굳이 말을 바꿀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무슨 뜻이지?」
「아무리 학문에 매진하고 연구에 자신의 몸을 바쳐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의 이치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생물의 목숨은 유한합니다. 예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영원한 생명을 구하는 시도는 헛수고로 끝나왔습니다.」
「…………」
다정하게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듯한, 달콤하고 따뜻하며 축축한 울림. 이건 뭐지, 하고 순간 긴장이 풀려 사고의 논리가 흔들렸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끌리는 감각.
――안 돼. 임무를 잊어버리면……!
우타하는 바닥을 딛고 순간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때로는 수포로 돌아가는 노력을 통해 허무함을 맛본 씁쓸한 추억도 있으시겠죠.」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
「세계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몸으로는 과분한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아니야.」
평온한 어조였지만, 그것은 신념에 대한 도전이었고 우타하의 삶의 방식을 짓밟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신경을 거스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우타하는 고개를 저으며 연기처럼 몸을 감싸는 불쾌감을 떨쳐냈다.
「아무리 많은 실패를 거듭해도, 허무함에 패배하여 멈춰 서서는 진보하지 않아. 세계는 영원히 정체되어 버릴 거야. 아흔아홉 번의 실패가 한 번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양식이 되는 거야. 노력하는 삶이 허무한 것일 리가 없어.」
「후후. 현명하시군요. 하지만―― 세계는 의외로 허무한 것이랍니다.」
――뭐지, 이…… 구역질이 날 듯한 불쾌감은……?
* * * * *
「……묘하네요. 고해실 안에서 논쟁[・・]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긴박감 넘치는 대화가 무선 이어폰 너머로 들려왔다. 샬레에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알아본 바로는, 고해는 좀 더, 찾아온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면의 자신과 대화를 촉구하는 평화로운 것이다. 사상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던지다니――
「죄송합니다! 급한 용무가 생겨서 늦어버렸습니다」
「……마리?」
고해실 앞에 모인 우리에게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안에서는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인가요? 다들 모여 계시고……」
「마리. 너는 고해실 안에서 우타하와 이야기하고 있던 게 아니었어?」
「네, 그러니까, 지금부터[・・・・] 고해를 시작하려고――」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읏!」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던 에이미가 불붙은 듯 벌떡 일어섰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걷어차 부수고, 고해가 한창인 곳으로 뛰어들었다.
「거기 누구야!?」
부서진 문짝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에이미의 샷건이 불을 뿜었다. 화약이 터지는 건조한 파열음이 몇 발이나 연달아 울리고, 포연이 대성당 홀로 흘러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감지한, 우리 곁에 있던 마리가 정숙한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대구경 매그넘 권총을 겨누고 거칠어진 고해실로 들어갔다. 나도 뒤를 따랐다.
「……살았어. 위험할 뻔했네」
냉정 침착한 우타하가 호흡을 흐트러뜨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해실의 작은 창문은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고, 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우타하와 이야기하던 상대는 방 안에도, 구멍 너머에도 없었다. 방에 들어온 마리를 보고 우타하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놓쳐버렸네」
탄피를 배출하며 에이미가 중얼거렸다.
「뭐, 발신기는 붙여 놨으니 됐나」
「훌륭한 공이에요, 에이미」
엉망진창이 된 방 안으로 전동 휠체어가 우아하게 들어왔다. 소란을 듣고 찾아온 시스터후드의 학생들이 그 뒤를 따라 우르르 달려왔다.
「저기…… 이, 이건 대체 무슨 일인가요……?」
「폐를 끼쳐서 미안해, 마리. 수리비는 샬레에 청구하면 되니까」
어안이 벙벙한 마리에게 가볍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그녀는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멋대로 고해를 한 자가 있다――그것도, 정보 통제가 철저한 시스터후드에서.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우타하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 확보한 정보의 해석. 발신기의 신호 추적. 가능한 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일이 동시에 세 가지나 발생했다. 사후 연락을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하고,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특이현상수사부의 두 사람이 샬레의 집무실에서 사오리와 마주했다. 첫인사는 간단히 마치고, 히마리가 분석 결과 보고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심층 의식에 작용한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로, 히마리는 얼굴 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스크린을 터치했다. 접근을 허가한 기억은 없지만, 내 책상의 프린터가 인쇄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바뀌는 콘솔을 조작하자,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허공에 뜬 스크린이 확대되었다.
"음성 파일을 분석했더니, 인간의 가청 영역을 넘어서는 영역에도 다른 파형이 존재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사용하는 공용어와는 다른 것 같아서……."
"음성 코퍼스를 참조했더니, 트리니티의 고대어라는 걸 알게 됐지."
"에이미, 설명은 제가 할 테니."
"하지만 부장님이 얘기하면 쓸데없는 수식어가 붙잖아. 비효율적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서면 작약, 앉으면 모란, 걷는 모습은 백합―― 재색을 겸비한 『전지』인 제 이야기에, 쓸데없는 말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응, 그래. 대단해, 대단해."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사오리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히마리가 가볍게 헛기침했다.
"과연. 미소노 미카의 흉행도 이해가 가는군."
사오리가 어깨의 힘을 뺐다.
트리니티의 학생들은 신앙심이 강하고, '원죄' 의식을 마음에 품고 있다. 고해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품은 신과 대화함으로써, 항상 자신을 반성하는 정신이 뿌리내리고 있다.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노려진다면, 그 틈새로 마음을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 수법이었다.
"이쪽이, 고해실에서 흘러나오던, 들리지 않는 메시지의 번역본입니다. 선생님의 책상에도, 문서를 출력해 두었습니다."
"……이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사오리였다.
"점처럼, 어떤 인간에게나 들어맞는 보편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점차 종말 사상같은 문구로 변해갑니다. 퇴폐적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부정하는 듯한――."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모든 것은 헛되다』. 아리우스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조마에 사오리 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나를 알게 되었지?"
"먼저 히마리에게 연락을 받았어. 이 문구를 보고, 나는 바로 사오리를 떠올렸지.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이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담―― 아니, 베아트리체다. 말의 해석을 강요하고, 주입하고, 마음을 묶어…… 그 여자가 생각할 만한 수법이긴 해."
언젠가, 사오리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과거 아리우스에서 계속 주입받아 온 '모든 것은 헛되다'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잘라낸 것이며, 증오를 주입하는 데 악용되어 왔다는 것을.
전도서[코헬렛]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것은 본래, 삶의 겸손함을 가르치는 금언. "사람이 이룰 수 있는 행위는 왜소하며, 신이 정한 죽음은 절대적인 것. 그러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라는 것이, 그 진의다. 왜곡된 해석을 강요당하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오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베아트리체가 건 저주의 말을, 본래의 금언으로서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사오리 씨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히마리가 그렇게 말하자, 문자열이 늘어서 있던 스크린이 최소화되고, 간략화된 지도가 나타났다. 트리니티 중심부에서 크게 떨어진 곳에서, 붉은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저희 쪽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만, 짚이는 곳이 있습니까?"
"……있다. 아리우스 자치구 깊숙한 곳에 있는 지성소다. 선생님도 기억하고 있겠지."
"응. 그녀는 격퇴했을 텐데―― 그렇구나. 내 목숨을 노리러 오는 거구나. 분명 엄청나게 원망하고 있을 테니 말이야."
만약 베아트리체가, 트리니티 학생들의 마음의 틈새를 파고들어, 암살의 사병으로 삼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학생을 자신의 수족으로 삼고 있다면, 싸워야만 한다. 나 또한, 학생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싸울 수 없지만…….
"이 보고를, 트리니티의 티파티 앞으로 송신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공략 작전 제안도 해두죠. 결코 거절할 수 없도록, 약간의 협박도…… 후후."
히마리는 온화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전동 휠체어의 팔걸이에서,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친구 우타하도 독니에 걸릴 뻔했으니,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베아트리체―― 게마트리아.
메시지 카드나 연하장 속에, 버리려고 하다가 결국 버리지 않고 둔 것이 섞여 있는 것을 떠올리고, 나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
댓글 2
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