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년전에 일섭에서 팬데믹 해저드 배너만 나왔을 때 전개 상상해보면서 간단히 써본 스토리인데 이번에 한섭에서 나온거까지 보고 한번 올려봄
“아... 아...”
주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말을 잃었다. 이것은... 스스로 불러온, 너무나도 명백한 재앙이었다.
거리를 뒤덮은 보랏빛 괴물—그러니까, 주리가 만들어낸 수많은 팬짱들이 살아 움직이며 게헨나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한때는 평범한 음식이었던 것이, 지금은 도시 규모의 재앙으로 변해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괴성, 아우성, 그리고 부서지는 건물들. 모두 주리의 잘못이었다. 자신의 저주받은 요리 실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치명적인 재능을 본인이 가장 잘 알면서도—혹시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에 한 번 더 시도한 결과가 이 참사였다.
분명 시작은 남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지금, 주리의 요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신 거리를 파괴하고 있었다.
거대한 팬짱의 촉수에 휘감긴 하루나가 하늘 위로 들어올려졌다. 팬짱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그 작은 몸이 마치 인형처럼 이리저리 휘둘렸다.
“꺄아아아아아앙!!!”
“하루나!”
후우카가 필사적으로 그 이름을 불렀다. 평소라면 하루나가 고생하는 꼴을 보고 통쾌해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가 전혀 없었다.
퍼억!
급격히 휘둘리던 하루나의 몸이 거대한 팬짱의 표면에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상반신이 팬짱의 부드러운 표면을 뚫고 들어가 버린다.
“하루—”
후우카가 부르기 전에, 파앗!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카리가 등장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촉수를 베어내, 하루나를 공중에서 끌어냈다.
“괜찮으십니까, 하루나 씨?”
아카리가 묻자, 하루나의 얼굴은 예상 밖이었다.
공포 대신, 묘한 흥분이 깃든 표정.
“아카리 씨! 빨리, 주리 씨한테로!”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아카리는 의아해했지만, 곧 주리가 있는 곳으로 건물 지붕을 박차 착지했다.
“하... 하루나 씨... 죄송해요... 다... 다 제 잘못이에요...”
울먹이는 주리의 목소리는 하루나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하루나는 그대로 주리의 어깨를 움켜쥐고, 진지하게 시선을 마주했다.
“맛있어요!”
“...네?”
“맛있다고요! 주리 씨가 만든 팬케이크!”
뭐라고? 맛있다고? 그 까다로운 미식가 하루나가?
“흠... 그렇다면☆”
아카리가 주저 없이 팬짱의 촉수를 한 입에 베어 삼켰다.
“정말이네요☆ 버터 향과 식감까지 완벽한, 제대로 구워진 팬케이크예요☆”
그 말에 주변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동시에 팬짱에게 꽂혔다.
키보토스 제일의 미식가가 ‘보증’했다.
저것은 먹을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고.
그리고 한창 성장기인 게헨나의 소녀들.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괴물’에서 ‘먹이’로, 심지어 ‘맛있는 음식’으로.
그 압도적인 기세에 팬짱들은 오히려 주춤 물러섰다.
“돌겨어어억!!!!”
다음 순간, 수십 명의 소녀들이 동시에 팬짱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
“정말 맛있었어!”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를 배터지게 먹을 줄이야...”
한바탕 전투가 끝난 뒤, 소녀들이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리는 그 모습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자신의 음식을, 모두가 웃으며 만족스럽게 먹어치우다니.
“이게 대체...”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파멸적인’ 재능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주리 씨의 재능은 정작 주리 씨 본인이 가장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루나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전 늘 망치기만 하고...”
“그게 무슨 소리야!”
후우카가 발끈하며 도중에 끼어들었다.
“네가 없었으면 난 매일 급식을 만들지도 못했어. 넌 늘 훌륭한 주방 보조였다고!”
“후우카 선배...”
아카리가 웃으며 거들었다.
“양을 저렇게까지 늘리는 능력은 흔치 않아요☆ 아직 사이즈 부족하긴 하지만, 분명 재능이 있어요☆”
“혼자서 저 괴물 팬케이크의 8할은 해치운 주제에...”
준코는 혀를 차며 아카리를 보았다.
“위장 구조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한 번 조사해봐야겠네.”
그러다 문득, 준코가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근데... 이번엔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된 거야?”
이즈미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난 항상 주리 음식 맛있었는데?”
“아니, 넌 빼고...”
선생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쩌면... 주리의 능력은 음식을 망치는 게 아니라, ‘성질’을 바꾸는 게 아닐까?”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무작위로 성질이 변하는데, 이번엔 운 좋게 ‘맛’이라는 성질이 그 상태로 유지된 거지.”
하루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맛은 정상적으로 조리한 뒤의 맛이었어요.”
주리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이번에 흘러내린 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흑... 윽...”
“주리?”
후우카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냥... 저한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게... 너무...”
“주리.”
후우카가 미소 지었다.
“넌 언젠가 급양부장을 이어받을 사람이야. 나는 그걸 확신해. 꼭 그렇게 될 거고.”
그 한마디에, 주리는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했다.
“흐으으윽... 고마워요... 후우카 선배... 저... 앞으로 더... 더 열심히...!”
댓글 7
진짜 블아스럽게 어이가 없게 잘 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난물인줄 알았는데 이걸 이렇게 비트네
얼탱 ㅋㅋㅋㅋㅋㅋ

전혀 생각 못해본 전개인데 개꿀잼이네
토리코냐고ㅋㅋ
일단 개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