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원한 밤에 대해
“후송 차량이 한 대 더 도착했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에에, 에에에… 또, 말인가요. 아니, 오전에도 한 대 도착했었는데…”
“또 왔습니다. 아마 저녁때쯤 한 대 더 도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눈 아래에 거의 눈화장처럼 보일 정도의 짙은 다크서클이 낀 학생 한 명이 손등으로 햇빛을 가리며 도서관 문을 살짝 열었다.
“이, 이거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가요.”
문틈 사이로 누가 찾아왔는지 훑어보면서, 그녀는 정말로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상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사실 그 틈의 간격은 문을 열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정도였다.
차라리 그건 문을 열었다기보단 닫다가 만 상태인 것에 가까웠다.
“저라고 알겠습니까.”
차량을 타고 도착한 장발의 학생이 그 좁은 틈 사이로 후송된 학생 명부를 내밀어 보였다.
명부를 내민 학생의 눈 밑에도 놀라운 농도의 다크서클이 끼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복장이 서로 전혀 다름에도 피로에 찌든 사람끼리 주고받는 대화는 겉에서 보기엔 꽤 인상적인 모양새였다.
“정말 곳곳에서 끝도 없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으으으으, 내 고서관이, 나만의 고서관이…”
“부장님!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도서관 안에서 종종걸음 발소리와 함께 또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장이라고 불린 사람과는 다르게 아주 활기찬 목소리였다.
“으으으, 선생님과 나만의 아지트였던 고서관이…”
“또 그러신다. 고서관은 선생님과 부장님 사유지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칭얼거리는 소리는 아랑곳않고 방금 달려온 학생이 고서관의 문을 활짝 열어보였다.
“히에에에엑! 빛이, 빛이!”
바깥의 자연광에 익숙하지 않은 우이의 눈동자가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발키리의 국장님도 할 일이 많으실 텐데 아이처럼 굴지 말자구요. 자. 어서 들어와요 칸나 씨.”
“감사합니다.”
칸나라고 불린 학생이 뒤에 대기중인 발키리 학생들에게 빨리빨리 옮기라는 손짓을 해 보였고,
곧이어 들것에 실린 학생들이 한가득 도서관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특이한 점은 들것에 실린 학생들 중 누구도 안색이 나쁘거나 눈에 띄는 외상 같은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실려온 학생들 모두 행복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만면에 띄운 채, 가지런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눈 앞을 지나치는 환자들의 무리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우이는 자신의 보금자리가 서서히 좁아져 가는 것에 탄식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거야. 트리니티에 빈 건물이 얼마나 많은데.
저번 공방전 때도 그렇고 왜 재난 환자만 생겼다고 하면 여기를 야전 병원처럼 쓰는 거냐고.
속으로 그렇게 투정부렸지만 우이 역시 이곳이 그런 장소로 쓰이기에 꽤 괜찮은 장소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히이익!”
“또 무슨 일이에요 부장님?”
“아, 아니. 방금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아, ‘그거’ 말입니까.”
후송을 감독하던 칸나가 슬쩍 우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 뭔가요. ‘그거’라는 게.”
“아마도 붉은겨울 연합학원 소속의… 그… 학생일 겁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잠꼬대 소리입니다. 특별히 좋은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더군요.”
“아니, 붉은겨울 소속의 학생이 여기 왜 있는 건가요?”
묘한 말을 들은 우이가 질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발키리의 협조를 받고 있긴 해도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소속의 학원 쪽으로 후송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둘은 별로 연이 없는 학원이었다.
“사실은 샬레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꽤 유명한 학생이거든요. 샬레 상습 도촬범으로 말입니다. 평소엔 붉은겨울 쪽에서 관음을 하곤 하는데, 최근엔 고성당 종탑 쪽이 시야가 트여서 좋다면서 자주 숨어 들어간 모양이라… 일단 붉은겨울까지 별도 이송하기는 일이 좀 복잡해지는 관계로.”
“자, 잠깐만요.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타교 학생을 여기 두고 가도 되는 거에요?”
칸나의 말을 곱씹던 우이는 그것보다도 뭔가 잘못된 단어가 섞여서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보다 도촬? 도촬범이라고요?”
“네. 뭐. 천체 망원경으로 샬레 창문을 바라보는게 취미인 모양이라.”
“네?”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을 들은 우이가 완전히 정색을 하고 방금 누군가 후송되어 지나간 방향을 바라봤다.
“그런 걸 취미 범주에 넣어도 되는 걸까요…?”
우이 옆에 선 시미코 역시 작게 딴지를 걸었다.
“더군다나 고성당 쪽은 시스터후드 허가 없이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을 텐데요?”
“그, 그래요. 우으, 그 뒤가 구린 비밀주의 친목 집단이 남들에게 자기 공간을 공유할 리…으으읍!”
시미코가 누가 들을새라 황급히 우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이 부장님이 그렇게 말 할 처지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던 시미코가 뭔가 깨달은 듯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아! 그럼 같이 실려온 학생들 중에 시스터후드 소속이 있었던 게…”.
“예. 뭐. 샬레를 같이 바라보지 않겠냐면서 꼬드긴 거겠지요.”
“시, 시스터후드인데요?”
“시스터후드도 학생이란 거 아니겠습니까.”
칸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한창 때의 학생들입니다.”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마치 자신은 한창 때의 학생이 아니라는 것처럼 연륜 쌓인 태도였다.
“샬레로부터 여기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 여러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선생님에게 평소에 사생활 영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희박한지 아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그렇군요…”
“그렇군요가 아니잖아요 시미코! 아니, 그것보다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그런 위험한 학생을 들여 놔요?”
우이의 항의를 대충 흘린 칸나가 갖가지 서류에 뭔가 체크를 하면서 대답했다.
“뭐. 위험하다기엔 도촬 정도면 그냥 잡범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와 버렸으니 어쩌겠습니까. 이미 잠들어 있는데 뭔가 더 저지를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이 수용소에 있으면 별일은 없을 겁니다.”
피곤한 건지, 여러 가지 일을 한번에 하느라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칸나가 흰소리를 했다.
그러나 그건 우이에게 있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단어 선택이었다.
“수용소? 방금 여기를 수용소라고 불렀죠?”
우이의 창백한 이마에 실핏줄이 잡혔다.
“아, 제가 그렇게 불렀나요. 미안합니다.”
칸나가 머리를 긁적였다.
“직업병 같은 것이라… 저도 모르게. 뭐 범죄자 놈들이 어디 있던 간에 그곳이 수용소 아니겠습니까.”
칸나가 불 위에 기름을 끼얹었다.
“뭐, 뭐라고요?”
서류철을 접으며 칸나가 대충 얼버무렸지만 우이가 발끈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자아, 부장님.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발키리 분들이 트리니티 환자를 수색해 후송해 주고 계시는데, 고마워해야죠.”
“놔 봐 시미코! 이 사람이 지금 신성한 고서관을 수용소라고 불렀잖아!”
“뭐, 뭐어! 지금은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니까요!”
“뭐라고? 고서관은 문제아 투기 지역이 아니야!”
마구 성질을 내는 우이를 끌어안고 시미코가 발키리의 일행들에게 어서 가 보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우이의 일갈에 기가 질린 발키리 학생들은 들것에 실린 환자들을 내려놓마자 황급히 고서관 입구에서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절대 다시 오지 마!”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칸나를 향해 우이가 씩씩댔다.
“발키리는 이제 다 사절이야 사절!”
“다시 오시면 커피라도 한 잔 타드릴게요~”
쾅. 고서관의 문이 다시 닫혔다.
진정하라는 듯이 우이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시미코가 웃었다.
“자. 자. 발키리의 국장님도 분명 피곤해서 그런 말이 나오신 걸 거에요. 부장님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알지만. 우이가 꿍얼거렸다.
“으… 으으으… 수용소…”
아닌 게 아니라 격무와 변해 버린 생활 환경 때문에 우이도 좀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정체 불명의 안개가 수면병을 대거 발생시킨지 며칠 지난 시점이었다.
일회성인 줄 알았던 그 사건 이후로도 갑작스레 쓰러져 잠에 빠져드는 학생이 계속해서 나왔고,
병실을 가득 메우고 마침내 갈 곳 잃은 환자들은 빈 공간이면 어디든 후송되어 안치되기 시작했다.
고서관은 말할 것도 없이 그런 편리한 자리 중에 하나였다.
거대하고, 튼튼하고, 수많은 의자, 테이블, 야전 침대를 놓을 자리가 있었고,
항온항습에 용이한데다가 채광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공습에도 버틸 정도로 튼튼한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장소를 사실상 도서부 몇 명이서 독점하고 있었으니 가장 먼저 야전 병원으로 낙점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이대로라면 여기가 구호기사단 본부인지 고서관인지도 알 수 없게 되고 말 거야…”
이미 수면병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구호기사단원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평소의 극단적인 정적에 익숙한 우이는 고서관 내에 미약하게 울리는 수백 개의 새근대는 소리만으로도 벌써 정신이 사나워지는 기분이었다.
‘빨리 이 병에 대해 무슨 정보라도 찾아야 하는데…’
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참고할 수 있을까 해서 시미코와 함께 고서관을 샅샅히 뒤지며 비슷한 병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상식을 벗어나는 이런 증상에 대해서는 어느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저녁에 한 번 더 올지도 모른댔나…”
공안국장의 말을 떠올린 우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고서관을 둘러보았다.
상당수의 독서대가 사라져 있었고, 몇몇 책장은 아예 비워진 채로 창고 쪽으로 치워졌다.
빈말로도 부원이 많다고 할 수 없는 도서부에서 이 많은 작업을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앞장서서 도와 주러 왔었던 히나타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확보한 빈자리를 수많은 야전 침대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서관은 수많은 이야기와 꿈이 있는 장소라고 했지만…”
그게 전혀 이런 뜻은 아니었다.
남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저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학생들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같았다. 하품은 옮는다고 했는데. 잠도 그런 걸까.
"아니, 생각해 보니 나라고 못 잘 것도 없잖아."
피곤하다면 잠시만이라도 자 둘까. 며칠 동안 쪽잠만 겨우 잘 수 있어서 그런 건지.
우이 역시 피곤하고 나른한 나날이 계속되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다. 쪽잠은 원래 평소에도 일상이었는데. 이 피로는 그것과도 많이 다른 것 같단 말이야...'
생각해 봐야 소용 없는 일이었다.
“시미코, 미안하지만 저녁 시간 전에 깨워 줄수 있…”
“에헤,”
“히이에에엑!”
“에헤헤….”
별안간 숨소리 사이로 불순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 시미코! 왜 그런 식으로 웃어요?”
“네?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으에헤헤헤헤헤…”
소름돋는 웃음소리가 한번 더 들렸고, 이번에는 우이도 그것이 자기 근처에 놓인 야전 침대에서 난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 선, 선생님도 그렇게, 무방비하게, 으에헤헤…”
우이 발치에는 불순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잠꼬대를 하는 작은 학생이 누워 있었다.
“아우, 하우, 상의까지 그런, 그렇게… 에헤헤헤헤… 저 노도카에게 눈보신을 얼마나 더 시켜 주시려고...!”
그렇게 말하는 학생의 손끝이 뭔가 추잡한 느낌으로 꿈틀거렸다.
“시미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우이가 침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부장님.”
“이거 당장 갖다 버려요.”
그런 식으로 며칠이 더 지났다.
상황은 아주 서서히 악화되어 갔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았지만 키보토스의 야경은 벌써 이전같지 않았다.
심야에도 영업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으던 학원가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밤거리를 밝히던 수많은 건물들엔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관리자의 부재로 인해 활동이 정지된 수많은 기관들과 동아리들은 ‘휴가’라는 두루뭉실한 명패만 걸어 놓은 채 무기한 활동 정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걸 읽는 학생들 모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회의와 조사가 거듭됐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것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아주 조금씩 줄어만 가고 있었다.
안개는 하루하루 더 짙게 퍼져 나갔고,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이제까지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모두 자신에게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정체 불명의 재앙, 특이현상, 미스테리, 어떻게 부르던 간에.
누군가는 잠든 학생들의 너무나도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을 보고 그것을 동경했다.
누군가는 자신 역시 한번 잠들고 나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까 봐,
그것이 죽음과 같은 영원한 휴식일까 봐 어둠과 그것과 함께 찾아오는 밤을 두려워했다.
잠드는 것 뿐이잖아. 봐.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잠들어 버린다니까. 봐. 얼마나 오래 깨어나지 못했는지.
사건에 대처하지 못하는 각 학원 지도부에 비난이 쏟아졌다. 총학생회가 규탄당했다.
사람들이 질서를, 일상을 뺏겼다고 언성을 높여댔다. 무능력한 총학생회를 대신하겠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항의를 위해 모인 조직들 역시 각자 잠에 빠져들고 와해되면서 결국엔 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되었다.
오로지 책임감을 가진 소수의 인물들만 남아, 알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이 사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질서와 일상이 정말 빼앗겼는지도 의문이었다.
모두가 사라진 거리만큼 질서정연한 것은 없었다.
모두가 잠든 이 상황 자체가 새로운 일상이었다.
사실 항의하는 사람들 본인도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글쎄. 무슨 방법이든 찾아 내야 하지 않을까? 무슨 조치라도 취해야겠지?
그건 식상한 이야기였다.
선생을 부른다던가. 샬레의. 그래. 그 선생님이라면 마법처럼 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겠지.
선생은 요양갔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 곧 돌아오시지 않을까?
...아니, 돌아와야 하잖아?
일이 이렇게 됐는데. 선생님을 찾아야 해!
“키보토스의 어떤 장소에서도 최근 선생님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기자들이 물었다.
“총학생회가 선생님을 가택 연금시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총학생회 건물 입구에 몰려온 사람들이,
“요양 갔다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인 건 아닌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생님을 봐야겠다고 우기는 학생들이 물었다.
“제 친구들 중에 선생님의 모모톡 답장을 받은 학생이 한 명도 없었어요.”
다 같은 걸 묻고 있었다.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학생회 대신 모두가 샬레의 복귀를 바라마지 않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라면 모두 틀림없이 정상화시켜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학생들 사이에 굳게 자리잡아 있었다.
일상이 사라진 키보토스에서 의문과 소문만이 빠르게 증폭되고, 모든 상황이 숨기기엔 무리가 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 날 총학생회장 대리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선생님이 실종됐습니다.”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었다. 대책 발표도 없었다.
그야 뭔가 다른 대책이 더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행.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현재 총학생회는 각 학원의 수뇌부와 협력하여, 사력을 다해 선생님의 행방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그게 그냥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말이 아니잖아요? 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겼던 거에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오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아니, 저기, 린 대행! 그게 그... 농담이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죠?"
"...미안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그냥 그 말만,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말하기 힘든 말을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한 마디 했다.
그리고 웅성대는 기자 회견장에서 다시 걸어나가 버렸다.
‘씹어 뱉듯이 말했다’
크로노스의 기사에는 그렇게 실렸다.
문단 꽁무니 쪽에 히마리가 손을 들고 '사실 저도 숨겼어요~'라고 말하는,
분위기 깨는 사진이 덤으로 실린 것 따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린의 고백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소식임과 더불어 일종의 선언이기도 했다.
대가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던 우리 곁의 마법사는 더 이상 없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댓글 18
선개추후감상
마법사님이 사라지셧다....
알고보니 안개가 피곤에 지쳐 잠든 선생님의 꿈에서 비롯된 거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