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 #S #호러 #케이 #유즈 #아리스
원본 by 二次創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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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팠어. 계속 목마른 상태였어.”
유즈가 그렇게 말을 자아낸 수 초 후, 제 인생은 끝나고 저주받은 삶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유즈랑 사이좋더라.”
“네?”
모모이와 둘이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유즈’의 이름에 몸이 떨려 컨트롤러를 놓쳤고, 화면 속 캐릭터는 NPC의 필살기에 휘말려 패배했습니다.
나와는 다른 휴대용 게임을 하던 모모이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봅니다.
“…케이?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왠지 안색이 안 좋은데. 배 아파?”
“아니요…….”
“…그래? 그럼 됐지만.”
모모이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입니다.
초조함에 기운이 고조됩니다.
만약 실수로…복용 중인 약의 효능을 뛰어넘어 나의 본성이 들통난다면?
송곳니도, 붉은 눈동자도, 날개도 전부 숨겨야 하는데.
“…있잖아, 케이.”
“뭔가요…….”
“유즈랑 싸웠어?”
움찔, 다시 몸이 떨렸습니다.
“아닙니다.”
“그래?”
“네.”
“그럼 왜 그래, 상태 이상하다니까. 감기 걸렸어?”
“조금…….”
모모이가 갑자기 거리를 좁혀왔습니다.
앞머리를 올리더니 이마를 찰싹 맞대어 옵니다.
도망치고 싶은데 등 뒤에는 게임기 수납장이 가로막고 있어 피할 수 없습니다.
“모모이……!”
“가만히 있어봐. …음─, 케이는 원래 체온이 낮나?
왠지…차가운 것 같은데.”
“기분 탓입니다…윽.”
시야 바로 앞.
편식 기질에 생활 리듬도 무너진, 열악한 컨디션일 모모이의 몸…….
그 피부. 목덜미가 보입니다.
얇은 가죽 한 장 너머로 흐르고 있을 따뜻한 액체를 연상하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맙니다.
무엇보다 모모이는 타인을 향한……. 그 맛은 분명 최상을 뛰어넘을…….
“케이?”
번쩍 제정신이 들었습니다.
“…케이? 정말 괜찮은 거야……?”
“…으.”
“어라? …어머나.”
모모이는 언니다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웃는 건가 싶었지만, 곧 제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침 흘리고 있잖아?
정말이지, 아직 그 몸을 조종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야? 자, 닦아줄게.”
“으으…….”
꺼낸 손수건으로 제 입가를 묘하게 다정하게 닦아주며 모모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괜찮아,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갑자기 팔다리가 생겼으니 당연히 익숙하지 않겠지─.
뭐,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감각이지만!”
“고, 고맙습니다…….”
…팔다리가 생기고 변화가 거기서 멈췄더라면…좋았을 텐데요.
운명은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설마 그 후로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될 줄이야…….
짧았던 평화를 저주하는 제 속마음도 모른 채, 모모이는 “아, 부장 회의 갔다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목을 뚜두둑 거리며 나가버렸습니다.
이렇게 방 안에는 제가 플레이하던 게임의 BGM 외엔 아무 소리도 남지 않고 정적이 흐릅니다.
오랜만의 혼자만의 시간.
“…후우.”
진정해.
냉정해야 해.
침착하자.
몇 번이고 심호흡하며 시야를 회복시키려 애씁니다.
“…좋아. 괜찮아, 나쁘지 않아.”
“그거 다행이네.”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반사적으로 뒤돌아 무릎을 꿇었습니다.
“고개 들어도 돼.”
“네.”
몸속에 기분 나쁜 땀이 배어 나오는 감각을 견디며 올려다본 시선 끝에는 속눈썹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주인님이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척 즐거워 보였습니다.
양손을 뒤로 모은 채 웃으며 무릎 꿇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얄미울 정도로 아름다운 몸가짐이었습니다.
주입된 감각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후후, 케이. 배고파졌어?”
“…….”
“괜찮아. 직접 골라도 돼.”
“아…….”
“모모이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지?”
“아닙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시야를 잠식해 옵니다.
“…배 고프지 않아?”
“…아니요.”
“‘아니요’가 아니지? …미안해, 후후. 슬슬 밥이 모래처럼 느껴질 때가 됐을 텐데.”
“저는…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짓은, 누군가를…변화시키는 일 따위는…….”
“송곳니, 나와 있는데?”
“!!”
반사적으로 입을 가리려다 유즈에게 팔을 붙잡혔습니다.
바이스에 조이는 듯한 통증이 달립니다.
“괜찮아.
한두 명에게만 병을 옮겨도 그런 본능은 사라질 거야.
수백 년 정도는 말이야.”
“윽…….”
“배고프지……?”
유즈가 목덜미를 어루만졌습니다.
유즈에게 물렸던 흔적이 손끝으로 희롱당합니다.
“그만…두세요.”
“권속이 거역할 셈이니?”
“죄송합니다.”
제멋대로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목소리로.
제 성대를 사용해서.
저항하지 못한 채…유즈의 손톱 끝에서 간질거리고 달콤한 자극을 계속 받게 되었습니다.
“…유즈, 저는.”
“…후훗.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케이.
…있지, 나는 언니가 갖고 싶었어.”
“…….”
“피를 빨고 싶다는 감각은 정말 싫어.
상대의 인생을 통째로 부정하고, 그때까지의 관계는 없던 일이 되어버린 채…나의 권속이 되니까.
…그래서 게임을 하고, 만들기도 하면서…견뎠어.
대전 게임은 영원히 할 수 있으니까.”
유즈는 표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절절한 말과는 달리 그녀는 별생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녀의 마음 밑바닥에 아주 조금 남은 인간성의 잔재가 유즈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영원히 살아가야 하는데 혼자라는 건 견딜 수 없어.
나에게는 무리야. 언젠가 미쳐버릴 거야. 케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그래서 부러웠어, 미도리가.
…언니가 있다는 건 따뜻하고 안심할 수 있는 거겠구나 싶어서…….”
“…….”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아리스 짱의…아리스의 언니가 되고 싶었어.”
유즈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가늘게 눈을 떴고, 제 목덜미에 닿아있던 손톱이…서서히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원래부터 차가웠던 몸에 더한 한기가 달립니다.
“유즈, 님…….”
“치사해, 케이. 새치기는 안 돼.
…인간 놀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무언가에 열중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네게 그럴 마음이 없었더라도 너는 내 것을 빼앗아 갔어.”
“면목…….”
유즈의 눈의 아름다운 파란색에 진흙 같은 붉은 빛이 섞입니다.
…피를 연상시키는 색.
“말로 하는 사과 같은 건 필요없어. 배가 채워지지 않으니까.”
“아니요, 가당치도…….”
“쉿─.”
유즈는 요염하게 웃으며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습니다.
그 말에 몸이 제멋대로 따랐고, 저는 입을 다뭅니다.
“케이. …언니는 동생을 계속 지켜줘야 하잖아? …후후.”
얼어붙은 것처럼 저는 멈춰 있습니다.
몸도.
어쩌면 마음조차도.
유즈는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에 비친 무언가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 다음 명령을 내릴 때까지 그대로 있어.”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도망쳐야 해.
유즈에게서.
여기서. 지금 당장.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아, 안 돼, 그건 안 돼, 분명…….
끼이익, 부실 문이 열립니다.
등 뒤에서.
문을 여는 방식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모모이만큼 난폭하지도, 미도리만큼 조신하지도 않은. 이 여는 방식은…….
“빰빠카빰─! 아리스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돌아왔습니다!”
“어서 와, 아리스 짱.”
“유즈에게 퀘스트 달성을 보고합니다!”
아아. 아리스. 다행이다.
어쩌면 이미…무언가 당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려던 그 찰나. 제 몸은 제멋대로 일어섰습니다.
“자, 케이.”
“네.”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싫어.
유즈는 제 뺨을 어루만지며 그 아름다운 얼굴을 펴 보였습니다.
“…아리스도 가족으로 만들어 주자.”
거부해. 그만둬. 거부해…….
“알겠습니다.”
안 돼. 그만둬. 싫어.
멈춰. 움직이지 마.
아리스 쪽을 보지 마.
그만둬.
“…가족? 게임 이야기인가요?”
“응. 이건 그냥 게임 이야기야.”
제 고개는 제멋대로 돌아갑니다.
시야에 아리스가 비칩니다.
판박이인 하얀 피부.
푸른 눈동자.
윤기 흐르는 긴 머리카락.
사랑스러운 존재.
소중한 것.
맛있어 보여.
아니야. 안 돼.
무리야. 그럴 수 없어.
안 돼. 멈춰줘. 제발.
나는 어떻게 되어도 좋아.
발을 움직이지 마.
그만둬.
아리스에게 다가가지 마.
안 돼.
유즈의 말을 들을 필요 없어.
주인님의 명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
그것이 나의 역할.
아리스는 예뻐. 하얗고.
더럽히고 싶어.
병을 전염시키고 싶어.
물들이고 싶어.
“케이……?”
피의 저주를 걸고 싶어.
그러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
나의 것으로 만들면 계속 지켜줄 수 있어.
영원히 계속, 줄곧, 쭈욱.
나의 권속이 된 아리스와 영원히 함께.
목이 말라.
타는 것처럼 말라 있어.
마음껏 빨고 싶어.
다 빨아먹고 싶어.
“아리스. 잠시…움직이지 마세요.”
“? 네. …케이? …어쩐지 분위기가 변했나요? 새로운 화장인가요?”
“맞아 아리스 짱. 케이는 말이야, 정말 이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었거든.
그래서 아리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대.”
“와아…기뻐요!”
안 돼. 도망쳐, 아리스. 도망쳐.
그만둬, 아리스. 그렇게 웃지 마.
그런 해맑은 모습을 보여주면, 더는,
갈증이 나서, 원하게 되어버려서…….
아리스의 어깨에 제 팔이 올라갔습니다.
도무지 무방비한 목덜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피부 아래. 인간의 피는 흐르지 않아도 신비는 그 몸에 깃들어 있다.
그 신비를 더럽혀 변질시키고 싶다는 흡혈귀의 본능…….
아아, 안 돼, 누군가. 누군가. 선생님. 누군가.
멈춰줘.
몸이 경련합니다.
괴로워하는 제 귓가에 주인님이 속삭였습니다.
“괜찮아 케이. 이걸로 편해질 거야.”
무구한 아리스. 나의 소중한 아리스.
지켜야 하는데.
눈앞에서 방글방글 웃는 사랑스러운 아리스.
아리스를 지키는 건 나의 역할.
그러니까.
목이 말라.
맛있어 보여.
더럽히고 싶어.
내 것.
“아리스.”
“네?”
“평생 함께예요.”
아리스는 마지막까지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댓글 4
끼야아아아악
어흐
이게뭐고ㄷㄷ
아리스는 부동액이랑 냉각수나 윤활유 같은 게 흐를텐데